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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8월 8일 수요일

제4회 청소년 인문학읽기 전국대회’를 준비하며


제4회 청소년 인문학읽기 전국대회’를 준비하며


김해시(시장 김맹곤)와 책읽는사회문화재단(이시장 도정일)은 2012년 8월 9일-10일 김해대학교에서 ‘제4회 청소년인문학읽기전국대회’를 개최합니다. 이 대회는 문화체육관광부, 경상남도, 인제대학교 인문학부, 한국도서관협회, 한국출판인회의, 전국학교도서관담당교사모임, 책으로따뜻한세상만드는교사들, 전국국어교사모임 등이 후원합니다.

전국의 청소년(고등학생) 독서단체를 대상으로 소통의 기회를 제공하고 독서토론의 전형을 제시하고자 하는 ‘청소년 인문학읽기 전국대회’는 우리의 책 읽기 풍토나 교육 현실에 비추어볼 때, 몇 가지 중요한 특징이 있습니다.

첫째 ‘청소년 인문학읽기 전국대회’는 우리 청소년들이 책 읽는 사람, 질문할 줄 아는 사람, 토론할 줄 아는 사람이 되기를 희망합니다. 우리 청소년들이 책을 읽고, 생각의 힘을 기르고, 그런 생각들을 함께 나눌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둘째 ‘청소년 인문학읽기 전국대회’는 우리의 삶과 사회를 성찰할 수 있는 작은 계기를 지속적으로 만들어나가는 일, 타인의 말을 경청하고 공감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나가는 일, 세상을 넓게 보면서도 작은 것까지 세심하게 살필 수 있는 마음을 기르는 일, 가치를 창조하고 그 의미를 표현하고 소통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르는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셋째 ‘청소년 인문학읽기 전국대회’는 어떤 기능, 기술보다 소통과 나눔, 생각과 실천 등을 더욱 소중한 가치로 여깁니다. 그래서 경쟁적 방식이 아니라 비경쟁적 방식으로 대회를 만들어가고자 합니다.

넷째 ‘청소년 인문학읽기 전국대회’는 인간을 올바르게 이해하기 위한 학문인 인문학이 근원적으로 ‘더불어 잘 사는 삶’을 지향하고 있듯이 이 대회를 준비하는 사람들과 대회에 참가하는 사람들이 더불어 행복할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이런 소망을 담아 제1회 때는 ‘사람답게 산다는 것…’, 제2회 때는 ‘우리는 어떤 세상에서 살고 싶은가’, 제3회 때는 ‘정의로운 세상, 우리는 어떻게 만들 것인가’를 주제로 삼았고 올해 제4회에는 ‘나는 이웃을 사랑할 수 있는가’를 주제로 삼았습니다. 올해의 주제는 공감과 공생, 협력과 나눔, 배려와 복지, 다문화 등 여러 가지 의미를 함축하고 있는 주제여서 더욱 풍성한 토론이 이루어질 것으로 기대합니다.

대회 준비위원들은 여러 사람들의 의견을 모아, 대회 주제를 놓고 함께 읽을 만한 책 네 권을 정합니다. 도서 선정의 원칙은 매년 그러하듯이 첫째 대회의 주제를 아우르면서, 둘째 문학, 역사, 철학, 그리고 사회과학과 자연과학 분야의 책들을 고루 포함하며, 셋째 교사와 청소년들이 함께 읽고 토론할 만한 책이어야 하고, 넷째 청소년의 독서능력을 고양시킬 수 있는 책이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2012년 청소년인문학읽기전국대회의 주제 도서는 박남준의 <그 아저씨네 간이 휴게실 아래>(2010, 실천문학사), 최재천의 <인간과 동물>(2007, 궁리), 이희수의 <이희수 교수의 이슬람>(2011, 청아출판사), 하종강의 <그래도 희망은 노동운동>(2011, 후마니타스)으로 정해졌습니다.  

“전국의 청소년(고등학생) 독서단체를 대상으로 생각을 함께 나누는 소통의 기회를 제공하고 독서토론 활성화에 기여하고자 본 대회를 개최하오니 청소년 독서단체의 많은 참가를 바랍니다”라고 지난 4월 2일부터 13일까지 공고를 내었습니다.

‘청소년인문학읽기전국대회’의 취지와 대회 방식에 대한 공감대가 확산되어서인지 참가를 신청한 학교가 매년 늘어나고 있습니다. 2010에는 77개 학교가, 2011년에는 128개 학교 138개 팀이 신청하였고, 2012년에는 142개 팀이 신청하였습니다.  

대회 기간 동안 참여자들이 모일 수 있는 공간과 예산의 제약 때문에 44개 팀(전국 16개 시도의 40개 팀+김해시 4개 팀)으로 참가팀을 제한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참가팀들은 수 년 동안 독서모임을 지속하면서 활동한 이력이 있는 팀들입니다. 또한 신규 참가팀에게 기회를 부여하기 위해 이전 대회에 2회 연속 참가한 팀은 제외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비록 대회 기간 동안에는 만날 수 없다 하더라도 전국 방방곡곡에서 함께 책을 읽고 토론하며 지혜를 모아나가고 있는 선생님과 청소년들이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준비위원들은 깊은 감동과 고마움을 느낍니다.

‘청소년인문학읽기전국대회’의 가장 큰 특징은 ‘비경쟁 방식의 독서토론’이라는 것입니다. 첫째 날에는 선택도서 토론(정직한 독자, 버즈 세션 방식), 이튿날에는 전체도서 토론(토론하는 독자, 월드카페 방식)을 전개합니다.

이런 토론 방식을 선택한 생각의 바탕에는 “지식과 지혜가 열린 공간에서 이루어지는 사람들 사이의 토론을 통해 만들어진다”는 생각이 있습니다.

6월 8일 열리는 ‘지도교사 워크숍’을 통해, 이 대회의 ‘독특한’ 진행방식에 대한 좀 더 자세한 설명이 있겠습니다만, 대회 진행에 대해 간략하게 설명 드리면, 다음과 같습니다.

일단 대회 이전에 ‘1부-독서, 저자의 생각을 만나다’에서는 개별적인 독서를 거쳐 각 학교의 독서모임이 토론을 벌이는 과정을 거칩니다. ‘2부-만남을 위한 준비’에서는 정직한 독자의 질문 생성 과정과 이 질문들을 주제별로 정리하여 저자에게 정리된 질문을 보내게 됩니다.

대회가 열리는 첫째 날에는 전국 각지에서 모인 대회 참가자들이 서로 마음을 풀 수 있도록 ‘마음 풀기’의 시간을 갖습니다. 이 시간은 독자가 다른 독자들과 만나는 시간이라 할 수 있습니다. 또한 ‘저자와의 만남’을 통해 책으로만 만났던 저자들과 만나게 됩니다.

이후 ‘질문하는 독자’의 시간에는 주제도서별로 모둠을 나누고 각 모둠에서는 일정 시간 토론을 거쳐 저자에게 질문할 대표적인 질문을 도출해내고, 이후 저자의 답변과 강의를 바탕으로 다시금 질문을 생성해내는 과정을 반복합니다. 이런 과정을 통해 참가자들은 개인으로서는 생각지 못했던 사유방식을 공유하게 되고 저자의 답변을 통해 질문을 갱신해나가는 기쁨을 함께 누리게 됩니다. 이 날 제안과 토론을 통해 가장 많은 동의를 얻은 질문은 이튿날의 ‘토론하는 독자’의 토론주제로 제시되게 됩니다.

이튿날에 열리는 ‘토론하는 독자’의 시간에는 20개의 주제가 내걸린 카페가 열리고 참가자들은 주제를 순례하면서 다른 주제 도서를 읽었던 독자의 생각과 질문과 만나는 자유토론을 갖게 됩니다. 카페를 열었던 참가자는 이 자유토론의 결과를 발표하고 전시도 하게 됩니다. 마지막으로 이러한 자유토론에 대해 저자들의 마무리 발언을 들으면서 대회를 마치게 됩니다.

작년 대회에 참여하였던 강명관 교수(부산대 한문학과)는 이 대회의 경험을 이렇게 말했습니다. “제시된 책을 읽고 학생들이 던지는 질문은 다양했고, 웅숭깊었다. 엉성하기도 하고 투박하기도 한 질문도 있었다. 하지만 그 속에는 나름의 세상에 대한 간절한 의문을 품고 있었다. 학습노동에 시달리는 학생들이 좀처럼 책을 읽고 생각할 겨를이 없었을 터인데, 그렇게 다양하고 예리한 생각을 할 줄이야 미처 몰랐다. 학생들을 학습노동에서 해방시키는 주체는 바로 학생 자신이다. 그리고 해방의 가장 큰 무기는 바로 책읽기와 그것을 통한 깊은 생각이다.”

이 대회에 참가하는 구성원들에게 요구되는 것은 질문하는 힘, 다른 사람의 발언을 경청하는 태도, 처음 보는 사람과도 함께 어울려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열린 마음입니다.

전국에서 모인 청소년들이 1박 2일 동안 함께 먹고 자면서 토론하는 일은 정말 멋진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 대회에 참여하는 선생님들과 학생들에게는 잊을 수 없는 추억과 값진 경험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이 대회를 알뜰살뜰 가꾸어나가고 있는 김해시의 김맹곤 시장님을 비롯한 관계자 분들의 노고는 치하 받아 마땅할 것입니다. 또한 ‘청소년인문학읽기전국대회’에 관심을 기울여주시고, 협력해주시는 여러 기관, 단체에 대해서도 깊이 감사드립니다.

대회에 참여하는 학생과 교사, 그리고 비록 본 대회에는 아쉽게도 참가하지 못하지만, 책을 읽고 생각하는 힘을 키우고 있는 전국의 학생들에게도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다음 대회도 더욱 발전된 대회가 될 수 있도록 힘을 보태어 주시기 바랍니다. 고맙습니다.




2012년 6월 8일
제4회 청소년인문학읽기전국대회 준비위원회


준비위원 명단(가나다순)
김종길(한국출판인회의 독서진흥위원장)
권명숙(김해가야고등학교 교사)
심효정(한국도서관협회 회원교류팀장)
안종수(인제대학교 인문학부장) 
안찬수(책읽는사회문화재단 사무처장)
이성희(전국학교도서관담당교사모임 부대표)
이정균(책으로따뜻한세상만드는교사들 이사)
이효재(창원용호고등학교 교사)
정영현(전국국어교사모임 사무국장)



책 읽을 권리

조효제 성공회대 사회과학부 교수의 글, 2012년 8월 8일 자 한국일보 칼럼 '아침을 열며'에 게재된 글이다. 제목은 '책 읽을 권리'. 이 글에서 조효제 교수는 "책 읽기를 인권문제로 이해하는 관점은 아직 자리잡지 못했다"고 평가하면서 '인권운동으로서의 독서운동'이 필요하다고 말하고 있다. 그 글을 여기에 옮겨 놓는다. 강조는 인용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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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자매대학에서 여름방학 집중강의를 하고 돌아왔다. 찜통인 도쿄 거리에서 버스를 기다리며 책을 읽고 있는 이들의 모습이 자주 눈에 띄었다. 지하철에서도 손바닥만한 책을 들고 삼매경에 빠진 시민들을 흔히 볼 수 있었다. 한 마디로 독서천국 같았다. 일본서적출판협회에 따르면 지난 한 해 동안 약 7만6,000종의 새 책이 출간됐고, 모든 서적의 판매부수가 11억7,600만권에 달했다. 대략 3,800여개의 출판사들이 매년 1조8,000억엔(약27조원) 규모의 거대산업을 형성하고 있다.

전국 1만5,000여개의 크고 작은 서점들이 출판 시장의 모세혈관 역할을 수행한다. 서적출판협회를 이를 다음과 같이 표현한다. "전철역이든 쇼핑몰이든 일본에서 서점을 찾기 어려운 곳은 없다." 요즘 들어 주춤해졌다곤 하나 여전히 출판대국인 나라의 깊이를 여러 곳에서 감지할 수 있었다. 우리가 한류니 K팝이니 하면서 하루아침에 문화국가가 된 듯한 착각에 빠져 있는 동안 무엇을 잊고 무엇을 잃었는지 자성할 필요가 있다고 느꼈다.

텔레비전, 인터넷, 모바일이 커뮤니케이션의 성격을 신속하고 수평적으로 만들었지만 아직도 인간 이성의 정수를 포착하는 데 있어 책 만한 도구가 없다. 부피와 무게에서 휴대용 전자기기에 약간 밀릴 뿐, 사용의 편의성이나 영구적인 보관성을 감안하면 아직까지도 책에 대적할 수단이 없다. 구형 플로피 디스크에 저장해 놓은 원고는 이제 그것을 읽을 수 있는 기계조차 없지만, 그 원고로 만들어진 책은 여전히 필자의 책장에 꽂혀 있다. 어느 쪽이 우월한 매체인가. 또 책 읽기는 단순히 개인의 문화적 취향 또는 여가활동만을 뜻하지 않는다. 근대 이후의 독서행위는 본질적으로 정치적인 행위가 되었기 때문이다. 책을 읽을수록 개개인의 내면의 공간이 늘어난다. 그러므로 책 읽는 시민들로 이루어진 나라는 국토면적과 상관없이 엄청난 지성의 영토를 보유한 대국이 된다. 지성의 영토가 광대한 나라일수록 독재가 불가능하고 궤변이 설 자리가 없으며 프로파간다의 맨얼굴이 쉽게 폭로된다. 이런 점에서 책 읽는 행위는 인간의 권리문제로 접근해야 마땅하다. '우매한 대중이 되지 않을 권리'는 인간 자력화의 가장 강력한 요구에 속하는 권리다. 인권의 원칙으로 보아 책 읽을 권리에는 세 차원이 있다.

첫째, 가용성의 원칙. 일단 책의 종류가 다양해야 하고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어야 한다. 저렴하되 출판사의 출혈을 방지할 정책이 필요하다. 도서정가 문제, 우수출판 지원제 등을 인권의 차원에서 상상할 수 있어야 한다. 문고판 도서의 활성화도 고려해 봄직하다. 문고판은 공간활용, 가격, 제작 등에 있어 장점이 많지만 출판사의 수익성이 떨어지는 분야다. 정책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서울역의 노숙인들도 문고판으로 성석제의 소설을 쉽게 접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둘째, 적합성의 원칙. 다양한 책이 나오되 일정한 수준의 도서를 지향해야 한다. 도서시장은 악화가 양화를 쫓아낼 가능성이 높은 곳이다. 이와 더불어 금서니 불온서적이니 하는 사상검열을 원천적으로 없애야 한다. 책을 읽는 목적 자체가 인간사유를 넓히고 바꾸는 데 있다.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불온'하지 않은 책은 존재할 이유가 없다.

셋째, 접근성의 원칙. 동네의 작은 책방을 지원할 수 있는 제도가 있어야 하고, 전국 방방곡곡에 공립 도서관이 촘촘히 들어서야 한다. 이미 도서관 운동들이 있지만 이런 분야에 대폭적인 정부 지원을 하는 것은 그야말로 세금이 아깝지 않은 일이다. 또한 장애인들을 위한 도서제작이 활성화되어야 한다. 시각장애인용 도서 콘텐츠 생산은 시급한 인권문제이며 국가인권위에서 오늘이라도 당장 조사와 연구를 시작해야 할 사안이다.

올해는 '독서의 해'이다. 많은 아이디어들이 제시되어 있지만 책 읽기를 인권문제로 이해하는 관점은 아직 자리잡지 못했다. 프랭클린 루스벨트는 "책이야말로 인간자유를 위한 강력한 무기"라 했다. 인권운동으로서의 독서운동이 일어날 때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