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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5월 27일 수요일

“포스트 코로나19 시대 사회·고용시스템 위한 ‘새로운 사회계약’ 필요”/배규식 한국노동연구원 원장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전 세계를 강타하면서 경제·고용위기를 넘어 기존 질서를 뒤흔들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고용충격은 가장 취약한 계층에게 직격탄을 날리고 있다. 항공·관광서비스를 넘어 제조업으로 충격이 확산하면서 구조조정을 예고하고 있다. 비대면 서비스로의 전환은 4차 산업혁명을 앞당기면서 노동시장에 지각변동을 일으킬 것이라고 전망된다. 정부는 한국판 뉴딜을 내세우며 디지털 경제로의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하지만 정작 코로나19로 가장 피해를 입고 있는 취약계층을 보호할 고용안전망은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는 민낯을 드러내고 있다. 다가오는 거대한 변화에 맞서 취약계층을 보호하고 일자리를 지키며 노동시장 양극화를 해소하는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다. ‘포스트 코로나19’ 시대 노동·고용정책은 어디로 가야 할까.
 
<매일노동뉴스>가 지난 21일 오후 서울 여의도 한국노동연구원 노사관계고위지도자과정 회의실에서 배규식(63·사진) 한국노동연구원 원장을 만났다.
 
2개월 사이 직·간접 200만개 일자리 사라져
외환위기 이상의 고용충격, 더 큰 문제는 불확실성
 
- 1997년 외환위기나 2008년 금융위기와 비교할 때 코로나19가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과 강도는 어느 정도라고 판단하나.
아직은 (실제 강도보다) 위기가 충분히 피부에 와 닿지 않는 것 같다. 다른 나라도, 우리도 실제로는 큰 위기다. 하지만 심리적으로는 덜 커 보인다. 외환위기는 갑자기 닥친 위기였지만 우리만 겪었다면, 코로나19는 갑자기 닥친 위기지만 전 세계가 동시에 겪고 있다. 지금은 위기이긴 하지만 어쩔 수 없는 위기다. 누가 통제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저 관리를 얼마나 잘하느냐 정도지, 막을 수는 없다. 실제 위기는 앞으로 진행하면서 다가올 것이다. 2008년 금융위기 때보다 훨씬 크고. 97년 위기 이상이 될 것이다.”
 
배 원장은 제조업에서 위기가 오면 더 실감날 것이라며 주류인 대기업과 공공기관은 덜 느끼지만 비주류인 취약계층 노동자에게는 더 세게 다가왔다고 지적했다.
 
- 코로나19가 우리 노동시장에 어떤 지각변동을 가져오고 있다고 보는가.
통계청 고용동향을 보면,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2월까지 4개월간 취업자는 477천명이 증가했는데, 올해 4월에만 476천명이 감소했다. 일시휴직자는 같은 기간 439천명인데, 4월에만 1485천명으로 증가했다. 일시휴직자는 일자리가 유지되기는 하지만, 일거리가 없어서 쉬거나 향후 일자리를 잃기 쉽다. 올해 3~42개월간 취업자가 1018천명 감소했다. 일시휴직자는 988천명이다. 2개월간 200만개 일자리가 감소한 셈이다. 4월 비경제활동인구가 831천명 늘었다. 실업자는 아니지만 아예 구직을 포기한 사람들이다. 간접지표까지 활용하면 상당한 고용충격을 볼 수 있다. 그만큼 노동시장 위험도가 높아진 것이다.”
 
문제는 앞으로 일자리가 더 감소할 것이란 점이다. 배 원장은 앞으로 실업자가 더 늘어날 것이라며 긴급재난지원금이 지급되면서 도소매·음식·숙박업에서 (일자리 감소가) 풀리고, 제조업은 더 늘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어떤 모습으로 나타날지 모르지만 5월에 일자리 사정은 더 나빠질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 외환위기 때와 비교하면 일자리 감소 폭 전망은 어떤가.
현재는 다양한 고용유지지원금을 주고 있다는 점이 그때와 다르다. 일시휴직자가 일자리를 잃은 게 아니라 나름대로 유지하고 있으니까. 이들이 일자리를 잃을 가능성은 높지만 정부 정책에 따라 살아남거나 유지되거나 할 것이다. 다만 현재는 불확실성이 너무 많다는 것이 문제다.”
 
코로나19 위기 길어지면 고용안정 방어선 위험
소극적 일자리 방어 넘어 미래 일자리 대비해야
 
정부는 5차에 걸친 비상경제회의를 통해 245조원 규모의 자금을 투입해 기업과 취약계층을 지원하는 대책을 내놓고 있다. 코로나19에 따른 고용위기 대응으로 고용유지·생계지원·일자리 창출의 3개 축을 기본으로 하는 고용안정 특별대책을 발표했다.
 
- 연일 쏟아지는 정부 정책이 어느 정도 효과가 있다고 보나.
물론 상당한 효과가 있다. 정부 정책이 없었다면 가동률이 훨씬 떨어지거나, 문을 일찍 닫거나, 사람을 내보내는 기업이 많았을 거다. 이렇게 돌아가는 건 발 빠른 정부 정책 덕이다. 일시휴직자가 100만명에 가깝다. 이들을 내보내지 않고 유지하는 데에 정부 지원 영향이 크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가 길어지면 방어선이 무너질 수 있다. 우리 경제활동이 위축되고 향후 저강도 위기가 이어질 것이다. 지금 확진자가 하루 20~30명 발생하고 조심스럽게 생활하고 있지만 이런 저강도 위기에 대응하는 전략이 오래갈 수가 없다.”
 
- 다른 국가들도 적극적으로 돈을 풀고 있다. 한국과 비교하면 어떤가.
미국·독일·프랑스 등 다른 나라가 퍼붓는 돈에 비하면 우리는 큰 편이 아니다. 어마어마하게 퍼붓고 있다. 해당 국가들은 이동통제와 도시봉쇄 등 우리보다 위기의식이 훨씬 크다. 미국 같은 경우 심각하다. 미국이 우리나라 고용유지지원금 같은 고용유지임금보호제를 시행한 지 8주밖에 안 됐다. 미국에서는 지난 8주 동안 실업급여를 3620만명이 신청했다. 4월 말 기준 실업률이 14.7%. 미국 고용유지임금보호제는 500명 미만 기업에 1천만달러(124억원)까지 대출해 준다. 6월 말까지 고용유지시 2개월간 인건비(75%)로 쓰면 안 갚아도 된다. 나머지(25%)는 모기지·임대료·공공요금에 쓸 수 있도록 했다. 13일 만에 600만개 중소기업 중 160만개가 대출을 신청했다. 3490억달러(433조원)가 바닥났다. 4차 추경으로 3100억달러(384조원)를 추가 지원했다. 이로 인해 3천만개 일자리를 유지했다. 실업자 3620만명과 고용유지 3천만개 등 총 6천만개 일자리가 왔다 갔다 하고 있다는 의미다. 문제는 6월 이후에는 어떻게 할지 알 수가 없다는 것이다. 미국은 그 고용충격 규모가 대공황 때와 거의 같다.”
 
- 한국의 재정투입이 적은 것 아닌가.
다른 나라에 비해 한국의 충격이 적은 편인 것은 맞다. 하지만 한국 경제가 회복된다고 해도 브이(V)자는 기대하지 못한다. (L)자로 회복되거나, 2차 유행시 더블유(W)자 회복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 상황이 길어질 때를 대비해 좀 더 준비할 필요가 있다. 미리 한꺼번에 퍼부었다가 대처하지 못하면 곤란하다. 준비하면서 버틸 수 있게 하는 것도 방법이다.”
 
- 정부는 코로나19 대응 지원정책을 시행하면서 외환위기 때와는 다르다일자리 지키기를 최우선으로 한다고 말한다. 외환위기 때와는 무엇이 다른가.
지금은 준비돼 있고 제도화돼 있다. 일자리 지키기에다 한 발 더 나아가 이왕 하는 것 디지털 일자리로 전환하자고 한다. 비대면 서비스가 늘어나니 일자리도 그에 맞게 전환하자는 것이다. ‘그린 뉴딜도 마찬가지다. 어느새 탄소량 배출에 대한 규제가 들어와 있다. 자동차도 유럽에서는 탄소량을 줄이지 않으면 못 판다. 일본은 과거부터 모든 정책에 에너지 절약 노력이 들어가 있다. 우리는 그런 게 없다. 코로나19 위기를 맞아 단순히 일자리를 방어하는 소극적 대응에 머무는 게 아니라, 기술과 산업, 일하는 방식, 고용방식을 바꾸며 미래를 대비해야 한다. 부정적으로만 볼 문제가 아니다. 과거 외환위기 때 IT산업에 투자받고 IT 강국으로 갔던 것처럼, 이번 계기에 대면 서비스를 비대면 서비스로 전환해야 한다. 위험도 있지만 가능성으로 전환해야 한다. 우리가 거부할 수 없는 메가 트렌드’(거대 물결).”
 
한국판 뉴딜 채워 가는 과정, 패러다임 바꿀 것
전 국민 고용보험 도입 위해 허들부터 치워야
 
정부는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일자리 창출 방안으로 한국판 뉴딜을 제시하고 있다. 한국판 뉴딜을 토건사업보다 디지털 일자리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말한다. 여기에다 최근 정부는 그린 뉴딜한국판 뉴딜에 탑재하는 방식을 제시했다.
 
- 한국판 뉴딜 내용이 아직 모호하다. 어떻게 보나.
그런 점이 있다. 한국판 뉴딜에 대해서는 내용을 잡아가는 중이다. 미국의 뉴딜도 한꺼번에 모든 것을 발표한 게 아니다. 초기 뉴딜이라고 하고 과정에서 채워 나갔다. 사회경제적 프레임을 바꿨다. 우리도 모르는 사이 지형이나 패러다임이 바뀔 수 있다. 메가 트렌드에 맞춰 적극적으로 판을 바꾸게 될 것이다.”
 
- 문제는 한국판 뉴딜을 누가 주도하느냐가 아닐까.
물론 정부가 만들고 있다. 디지털 뉴딜을 하다 보니, 그린 뉴딜이 빠졌다며 대통령이 넣으라고 지시했다. 제대로 지적한 것이다. 당연히 들어가야 한다. 학자들도 지적해 온 문제다. 그렇다면 다른 것은 없을까. 앞으로 해 나가야 한다. 누가 주도하느냐의 문제에서, 예컨대 노동계가 가능할까. 현재 노동계에서 코로나19 대응 정책이 제대로 안 나오고 있다.”
 
- 문제는 취약계층 노동자다. 코로나19 사태로 취약계층 노동자가 고용안전망 보호를 전혀 받지 못하고 있는 한계가 드러났다. 그래서 제기된 것이 전 국민 고용보험도입이다.
전 국민 고용보험은 괜찮은 슬로건이다. 일하는 사람이 모두 고용보험 적용을 받도록 하자는 것은 중요한 논의다. 논의의 지형을 바꿀 것이다. 고용보험 확장을 위한 좋은 토대를 마련했다. 그러나 어떤 식으로 고용보험 확대가 가능할지는 여러 숙제가 남았다. 자영업자에게 고용보험을 확대한 프랑스를 보면, 노동자보다 실업급여가 더 낮고 받기 까다롭다. 그만큼 쉽지 않다는 것이다. 고용보험은 소득파악부터 만만치 않고 여러 가지 정비할 게 많다. 우리는 영세 자영업자가 많은데 소득신고율이 낮다. 많이 망하고 많이 생긴다.”
 
- 그렇다고 손 놓고 있을 수는 없지 않나.
전제는 소득파악 등 체계가 정비돼야 한다는 것이다. 최대한 빨리, 넓게 하는 게 좋다고 본다. 대신 허들이 적지 않다. 너무 빨리 가려 하면 돌부리에 걸려 넘어진다. 할 거면 제대로 해야 한다. 그전에 실업부조가 있다. 고용보험과 실업부조를 어떻게 결합할지가 관건이다.”
 
- 코로나19로 기본소득 논쟁도 수면으로 올라왔다. 정부는 전 국민에게 긴급재난지원금을 지급하고 있다. 기본소득 도입도 현실적으로 검토할 시기가 아닌가.
원래 기본소득 논쟁은 4차 산업혁명에 따라 디지털 일자리가 확산하면 기존 일자리를 파괴하고 불안정 일자리를 늘릴 것이라는 전제에서 나왔다. 기본소득을 깔아 지원하자는 것이다.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기본소득은 앞으로 논의가 필요하다. 기본소득을 도입한다면 다른 실업부조 프로그램을 다 넣어야 해서 완전히 재설계가 필요하다.”
 
- 긴급재난지원금은 어느 정도 효과가 있다고 보나.
긴급재난지원금은 매우 중요하다. 실제 위기 때 이런 걸 하는 게 중요하다. 가뭄에 단비 같은 역할을 한다. 실업부조 일부를 긴급히, 임시로 지급하게 된 것이다.”
 
일자리·산업 재편, 우리는 준비하고 있는가
취약계층 위해 노동계가 선도적 지원 나서야
 
- 코로나19는 기존에 가능하지 않을 것 같았던 질서를 앞당기고 있다. 일자리와 산업 재편이 어떻게 전개될 것 같나.
코로나19 위기로 비대면 서비스가 늘어났다. 대표적으로 온라인 쇼핑이다. 오프라인 도소매업은 빠른 속도로 위축되고 있다. 온라인 쇼핑업체도 대형화하고 있다. 아마존처럼. 도소매업이 위축되는 대신 온라인이나 창고업·운수업·배달업이 커질 수 있다. 제조업은 자동화하거나 디지털화하면서 일자리가 고도화하고 있다. 단순노동은 줄어들 수 있다. 대신 고도화한 노동, 인공지능(AI)이나 클라우드·센서·데이터를 통한 일자리가 늘어날 수 있다. 일자리가 감소하는 대신 늘어날 수도 있다. 업종별로는 많이 다를 것이다. 항공·관광산업은 회복된다고 해도 다 회복되지 않을 거다. 어느 정도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 자동차는 글로벌 수요가 많이 떨어졌다. 거꾸로 전기차가 많이 팔린다. 테슬라가 지난해 연 10만대를 팔았다. 1천만대를 판 폭스바겐과 주가가 똑같다. 앞으로 운명이 어디로 가느냐를 보여주는 예다. 우리 자동차도 빨리 전환하지 않으면 어려움이 닥칠 수 있다. 자동차 부품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충분히 준비하고 있는지 봐야 한다. 부품업체는 특히 어려울 수 있다. 규모가 작은 자동차업체나 전기차같이 독자적으로 전환하기 어려운 자동차업체는 이번에 살아남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
 
- 글로벌 공급망에 얽힌 산업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국을 비롯해 많은 국가들이 리쇼어링(제조업 회귀)을 말한다. 미중 간 경제전쟁도 날로 격화하고 있다. 전망은.
일본이 지난해 대한국 수출규제를 하면서, 코로나19가 아니더라도 소재·부품·장치산업은 리쇼어링을 할 수밖에 없다. 소재·부품·장치산업 육성은 이미 하고 있다. 코로나19로 글로벌 공급망에 차질이 생겼다. 기본적인 것은 우리가 갖고 있다. 최종 생산하는 대기업이 핵심부품 조달이 만만치 않으면 국내에 부품업체를 만들 수도 있을 것이다. 물론 리스크가 있을 수 있다. 국내에 많이 만들면 수출이 어려워질 수 있다. 리스크는 줄이고 기회는 살려야 한다. 리쇼어링을 하고 싶어도 국내 생태계가 안 되면 할 수 없다.”
 
배 원장은 코로나19로 고통받는 취약계층을 위해 노동계가 먼저 역할을 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모든 것을 국가와 기업에만 요구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이번 위기가 취약계층에 집중돼 있습니다. 직장도, 소득도 상실하고 있어요. 특히 특수고용직이나 자영업자는 이번에 들여다보니 너무 보호를 못 받아요. 전 국민 고용보험만으로 가능할까? 코로나19 위기에도 끄떡없는 직종도 있습니다. 어떤 식으로 격차 줄이기 노력을 할지 노동계가 고민해야 합니다. 사회안전망 이외 할 수 있는 게 많아요. 노동계가 먼저 소셜펀드를 만들어 취약계층을 위해 다양한 지원을 할 수 있습니다. 교육이나 훈련 지원이나 특별한 고용위기에 대한 지원일 수도 있고요. (코로나19 위기에서 안전지대에 있는) 남은 그룹이 어떻게 연대할지 고민해야 합니다. 노동계가 시드머니를 만들면 국가도 지원할 수 있을 것입니다. 어려울 때 노동자가 선도하고 노력해야 합니다. ‘우리도 어려운데이렇게 생각하면 누가 합니까. 아무도 돕지 않습니다.”
 
지난 20일 코로나19에 따른 경제·고용위기 대응을 위해 원포인트 사회적 대화가 시작됐다. 노동계는 정부재정이 기업에 투입되는 경우 해고금지와 전 국민 고용보험 확대를 요구했다. 반면 재계는 기업지원·노동유연화 추진·임금대타협(양보)을 요구하고 있다.
 
- 사회적 대화 방향은 어디로 향해야 할까.
고용안정 확보가 중요하다. 그렇다고 총고용 유지’ ‘해고금지는 슬로건일 뿐, 국민 지지를 받지 못한다. 앞서 말했듯이 고용유지를 위해 우리가 앞장서겠다면서 요구해야 한다. 아니면 호소력이 떨어진다. 고용격차 해소와 취약계층 지원을 위해 무엇을 할지 먼저 제시하면서, 정부와 사용자에게 같이하자고 해야 한다.”
 
복합적 위기, 원포인트 사회적 대화만으로는 부족
신자유주의 약점 드러낸 코로나19, 독자적 모델 찾아야
 
배 원장은 지금의 위기는 복합적이라며 원포인트 사회적 대화만으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사회적 대화를 단순히 코로나19 위기를 맞아 내가 필요한 것만 하겠다고 접근한다면 단순한 인식입니다. 지금의 위기는 복합적이에요. 이번 기회에 기술 변화에 맞춰 우리도 바꿔야 합니다. 내버려 두면 기술이 양극화를 더욱 심화할 겁니다. 플랫폼 노동의 경우 적절한 규율을 마련해야 해요. 기존 규율로는 불가능합니다. 디지털 뉴딜이라고 하는데 일하는 방식과 미치는 영향이 커요. 고민해야 합니다. 중기적으로 정책적 스터디도 하고, 고용·산업시스템 재편, 취약계층 보호 강화, 양극화 해소에 대해 고민이 필요합니다. 노동자 직무훈련을 높여서 임금도 더 받도록 해야 해요. 산업구조 고도화와 리쇼어링에 대해서도 마찬가지고요. 구조조정이 불가피한 경우 떨어져 나가는 사람들을 어떻게 도와야 하는지 역시 고민해야 합니다.
 
원포인트로는 해결이 안 돼요. 중기적으로 제대로 된 사회적 협약이 필요합니다. 양대 노총이 밑바닥 취약계층 상황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그들은 엄청난 고통을 받고 있는데 총고용 보장만 이야기하면 어떻게 합니까. 어쩌면 이들에겐 긴급생활지원금이 더 중요할 수 있어요. 이미 일자리를 잃고 소득이 줄고 있으니까요. 너무 쉽게 구호로만 하지 말고 밑바닥 어려운 노동자 보호와 처우개선을 위해 어떡할지 고민해야 해요. 이참에 중소기업 혁신에 대한 고민도 해야 하고요. 구닥다리 방식으로 하면서 최저임금으로 간신히 버티는데, 임금 올려 달라고 하면 주겠습니까. 바꿔 버려야지.”
 
- 경제대공황 당시 미국은 뉴딜을 추진하면서 노동권을 강화하는 와그너법을 도입했다. 코로나19가 취약계층 노동자를 강타하고 있지만 그저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다. 5명 미만 사업장 근로기준법 적용, 비정규·특고 노동자 노조할 권리 보장은 요원하다.
“5명 미만 사업장 근기법 적용 방안은 적극 검토해야 한다. 이제까지 묶인 것은 풀어야 한다. 특수고용 노동자 노동권 보장은 의미가 있다. 다만 이렇게 보장한다고 해도 실제 조직할 수 있느냐는 다른 문제다. 조직을 해야 아웃소싱을 할 때나, 노동시장에서 약자가 궁지에 몰렸을 때 막을 수 있다. 조직화를 위한 노동계의 노력이 요구된다.”
 
- 코로나19는 그동안 효율성을 위해 비정규직 등 약자에게 위험부담을 지운 신자유주의 약점을 드러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포스트 코로나19’ 시대는 어떤 모습을 지향해야 할까.
예컨대 플랫폼 노동을 없앨 수는 없다. 메가 트렌드 중 하나다. 이런 식으로 누가 사용자인지 모르게 만들어 놓으면 가장 취약한 이가 보호받지 못한다. 결국 (신자유주의) 약점이 드러난 거다. 이런 경우가 너무 일반화한다면 기본소득으로 갈 수밖에 없을 것이다. 향후 그 규모가 너무 커지고, 아무도 종속적 고용 책임을 지지 않는다면, 결국 사회가 책임져야 한다. 어떤 식으로 규율할지는 세계적 숙제다.”
 
- 복지국가가 하나의 답일까.
복지국가의 경우, 서구 복지시스템과는 다르다. 우리는 압축적으로 가야 한다. 새로운 시기에 인력·고령화·청년 문제 속에서 고용안전망을 어떻게 구축해야 할지 말이다. 기술 변환기에 서구모델을 적용하는 것이 만만치 않을 것이다. 우리의 독자적 모델을 찾아야 하지 않을까. 우리는 개발도상국도, 선진국도 아니다. 선진국으로 가지만 시행착오를 가로질러 가고 있다. 기존과는 분명히 다르다. 고령화 속도도 빠르고 복지시스템을 완전히 갖춘 것도 아니다.
 
이번에 K-방역을 한 것처럼 우리가 찾아가면서 해야 한다. 우리는 남들이 한 것을 한 게 아니라, 남들이 안 한 것을 했다. 그때그때 맞춰서 준비해서 한 거지, 그냥 된 게 아니다. 우리도 고용이나 복지를 생각할 때 K-방역 교훈이 뭔지 고민해야 한다.”
 
- 문재인 정부 남은 임기 2년간 포스트 코로나19’를 위한 노동정책 방향은.
기존 고용·사회시스템이 옛날 기반에 서 있는 게 많다. 이번에 전환해야 할 텐데, 상당수 정부 리더십이 필요하다. 또한 새로운 사회계약(New Social Contract)을 해야 한다. 어떤 식으로 할지 정부 혼자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노사와 정부, 연구자, 다양한 계층이 같이 고민해야 한다. 이는 사회적 대화의 일부분이지만, 노사정뿐 아니라 여러 계층이 참여해야 한다. 고령자·여성·청년·비정규직·플랫폼 노동자 모두 중요한데, 기존 노사정이 모두 대변하지는 못한다. 이번 계기에 뉴딜을 어떻게 채워 새로운 고용 패러다임으로 갈까 고민해야 한다.”
 
연윤정 yjyon@labortoday.co.kr

피해자를 대변한다는 것 : 그 많던 ‘할머니’는 다 어디로 가셨을까/ 양현아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57일에 이어 525위안부피해생존자이자 인권운동가인 이용수님의 인터뷰가 있었다. 첫 인터뷰에서 이제 수요시위는 필요 없어. 윤미향은 국회에 가면 안 돼와 같이 거친 말들이 튀어나왔다. 25일 인터뷰에서는 ‘30년의 정대협 운동이 피해자들을 이용했다. 우리 증언을 들은 적도 없다등 여러 말씀을 하셨다. 위안부 증언과 피해자에 관심을 가진 연구자로서 이런 말들을 접하고 보니, 할 말을 잃었다. 잘못 해석을 했다가는 할머니 증언을 무시했거나 곡해했다 할 것이고, 그 말씀을 그대로 받아들이자니 이 증언만 가지고는 그 의미 해석이 어려운 부분이 많았다. 어느 티브이 보도의 멘트처럼, ‘우리 국민이 위안부문제와 피해자 증언에 이렇게 관심을 가지고 청취한 적이 있었나싶다. 김학순님의 등장 이후 한국에서는 피해자 증언 수없이 이루어졌음에도 왜 하필 이 증언을 많은 시민들이 함께 듣게 되었는지 지금의 상황이 가슴 아프고 먹먹하다.
 
이용수님의 인터뷰를 크게 정의기억연대(이하 정의연: 구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이하 정대협)의 회계 불투명 의혹과 정의연의 운동방식에 대한 문제제기라고 나눌 수 있다면, 전자는 현재 진행 중인 정의연에 대한 조사에서 밝혀질 것이라고 믿는다. 필자에게 주목되는 부분은 정의연이 할머니들을 팔았다’ ‘할머니들을 이용했다’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할머니들과만 활동했다는 이용수님의 운동방식에 대한 발언 부분이다. 필자는 정의연과 함께 피해생존자를 돕는 등의 활동을 하지는 않았지만, 정대협 산하에서 피해생존자의 증언 연구를 하였기 때문에 이 글에서는 이용수님의 이런 지적이 올바른 것인지, 그것이 무엇을 뜻하는지를 생각해보고자 한다.
 
필자는 1998년부터 2001년까지 ‘2000년 일본군 성노예 전범 여성 국제법정준비의 일환으로 피해자들을 만나 증언조사연구를 하였다. 이 증언연구를 수행했던 증언팀은 묻기에서 듣기로, 증언자가 기억하는 방식과 비중에 따른 증언 재현, 즉 피해자의 기억의 지도를 재현하기, 한숨과 웃음과 같은 표정과 표현들, 투사와 도치와 같은 구어적 텍스트 작성법 등 방법론적 원리들을 세워나갔다. 우리는 수차례 피해자를 만나면서 깊은 각인의 흔들리지 않는 진실을 발견할 수 있었다. 이 과정에서 여러 고민이 있었는데, 그중 하나가 연구자들이 알고 있는 위안부()에 걸맞은 증언만을 위안부증언이라고 해야 하는지의 문제가 있었다. 우리가 알고 있는 민족의 피해자혹은 성폭력 피해자로서의 그녀들과 실제 우리가 만났던 그녀들이 풀어놓은 이야기의 구조와 초점은 많이 달랐다. 자신의 어머니에 대한 추억, 가난과 배고픔, 귀국 후 한국전쟁과 삶을 헤쳐나갔던 이야기 등을 풀어갔고 위안소에서의 체험은 이 이야기들과 실타래처럼 엉켜서 영향을 주고 있었다. 우리는 연구자의 질문이 중심이 아니라 증언자의 기억을 중심으로 하되 당시의 사회적 맥락과 구조를 놓치지 않는 질문과 청취를 통해 증언자 중심주의증언방법론을 만들어갔다. 이 과정에서 그녀들은 더 이상 무력하고 슬프기만 한 피해자가 아니라 그 많은 곤경과 고통을 뚫고 살아낸 생존자가 되었다. 증언팀은 할머니들을 그저 편한 할머니로 부르지 않았다. 그녀는 피해자, 생존자, 혹은 이름을 가진 어떤 개인, 거기다 할머니로도 가끔 불리는 복합적이고 역동적인 주체성의 존재로 재현하게 되었다. 이러다 보니, 피해자들은 다 똑같은 피해자일 수 없고, 개성을 가진 영혼이 되어 있었다. 할머니들 간에도 차이들이 많았다. 개개인의 차이와 미시적 개인사에 주목한다고 해서 위안부의 피해가 무엇인지라는 큰 그림을 그릴 수 없는 것도 아니었다. 개개인의 피해 속에서 가부장제 식민주의의 큰 구조적 문제들이 사라지는 것도 아니었다. 오히려 자식과 질병, 고독과 소망의 디테일에 식민주의와 남성 중심의 사회구조는 체액처럼 스며들어 있었고, 분진(粉塵)처럼 차곡차곡 쌓여 있었다. 증언팀은 이 증언 방법론을 피해자 중심주의라고 이해하였다.
 
하지만 피해자 중심주의가 피해자의 말 한마디 한마디를 그대로 받아 적고 따르는 피해자의 성역화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피해자 중심주의는 피해자만이 위안부피해에 대해 말할 수 있는 유일한 화자이며, 그녀가 말하는 것이 마치 절대 진리인 것처럼 성화(聖化)하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그녀는 나와 마찬가지로살아 있는 존재이다. 수많은 피해자들 중에서 살아남아 우리 앞에서 증언해주는 소중한 존재, 스러져간 많은 이들을 대신하여 이야기를 전해주는, 그녀들 역시 수많은 힘들 덕분에 살아온 존재들인 것이지 영웅으로 대하지는 않았다. 그녀들을 영웅화한다는 것은 오히려 피해자로서만 그녀들을 대하는 태도의 이면이 아닌가 생각한다. 피해자 중심주의는 피해자를 대상화하는 것이 아니라 주체화하는 것이다. 주체화한다고 해서 그녀의 취약함이나 불완전함을 감추는 것이 아니다. 피해자의 언어는 소중한 것이지만, 그 안의 망설임, 언설로 표현하기 어려운 체험, 침묵, 불명확한 기억, 감정과 욕망의 지대 등 다양한 굴곡이 존재한다. 이 비언어적 지대, 정동(affect)의 지대를 언어의 행간에 표현한다는 것은 당연히 많은 고민과 책임을 지는 일이다. 무엇보다, 피해자 그 인간을 깊이 이해하지 않으면 안 되는 일이고, 그녀를 사랑하지 않으면 안 되는 일이다. 이것이 (위안부 피해자뿐 아니라) 피해자를 재현한다는 것이 가진 복합성과 책임 그리고 그 불완전성을 나타내지 않나 생각한다. 이용수님은 정의연의 지원 행위를, ‘팔았다고 표현하였다. 자신이 원했던 바대로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도리어 시민단체를 위해 자신이 활용되었다고 생각하면서 쓴 표현일 것 같다. 하지만 너무나 가슴 아프고 아픈 표현이다.
 
연구자(혹은 활동가)가 피해자와 인간적인 관계를 수십년간 지속하고 그들을 보살핀다는 것은 엄청난 노동이자 윤리적 숙제이다. 고백하자면, 증언팀의 연구자들은 증언자들과의 관계를 지속한 경우가 별로 없는 것으로 안다. 증언연구가 끝나자 우리는 각자 살길이 바빠서 할머니들과의 관계가 소원해졌던 것이다. 우리가 증언을 들었던 증언자 한분은 너무 외롭고 살아갈 이유가 없어서 혼자 목숨을 끊으셨다. 이것이 피해자 중심주의를 추구했다는 우리 연구팀의 실상이다. 필자는 정대협의 피해자 대우가 온전히 공정하고 따뜻하기만 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피해자 간에는 많은 의견과 개성의 차이들이 있었을 것이라고도 생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령의 피해자들을, 그것도 수십년간 꾸준히 보살피고 인권운동가로 함께해온 정의연과 전국의 위안부관련 시민단체들에 대해 우리 사회와 국가는 깊은 경의를 표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이용수님은 정대협이 문제 해결을 해주지 않았다고 했지만 문제 해결의 중심 주체는 시민단체가 아니라 정부이다. 일본 정부와 1965년 한-일 기본조약을 맺었던 주체는 한국 정부이고, 개인(피해자)의 일본 정부를 상대로 한 청구권을 실현할 수 있도록 징검다리를 놓는 것에도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피해자 개개인이 일본 정부와 일본 법원에 사죄하고 배상하라는 생경한 외침을 얼마나 더 해야 하는가. 시민단체 활동가, 법률가, 연구자들이 부족하나마 이들의 청구를 매개하는 대리자의 역할을 해온 것이다. 단체 활동가들이 봇짐을 싸서 일본과 세계를 누빌 때, 허름한 숙소에서 새우잠을 잘 때, 대한민국의 외교부, 여성가족부 등 정부 부처와 법·정책을 입안해야 할 국회는 어디에 있었나. 이용수님이 인터뷰에서 정의연이 아니라 우리 정부에, 무관심한 국회와 시민에게 증언을 해주셨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생각해본다.
 
참고로 증언의 연구는 정대협의 꾸준한 역할이었다. 1993년에 출간된 <강제로 끌려간 조선인 군위안부들> 증언 1집에서부터 증언 6(2004)까지 정대협은 한국정신대연구소와 함께 증언집을 공동 출간하거나 단독으로 출간하였다. 요컨대 강제로 끌려간시리즈에 정대협이 출간 주체로 빠졌던 적이 없었다. 이용수님의 증언은 1993년 증언 1집에 실려 있다. 필자는 무조건 정의연을 두둔할 생각은 없지만, 이것은 움직이지 않는 진실이다. 이 기회에 생존자 100여명의 증언을 담은 한국의 증언집들을 초중고, 대학에서 교재로 채택하고 시민들도 읽어보시기를 강력히 권한다. 그 속에서 할머니들의 절규와 울림을 들을 수 있고, 뜻하지 않은 웃음과 해탈도 맛볼 수도 있으리. 필자는 이용수님의 인터뷰를 들으며 많은 할머니들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김학순, 강덕경, 황금주, 문옥주, 석복순, 김복동, 최갑순, 한옥선, 안법순, 강일출, 길원옥과 같은 별 같은 이름들. 그 많던 할머니들은 다 어디로 가셨을까. 그동안 한국 정부에 신고한 한국의 피해자는 2019년 현재 240명이지만, 오늘의 생존자는 17명이다. 더욱 중요한 점은, 살아서 모국에 귀환하지 못했던 피해자들이 8만에서 20만명으로 추산되는 조선인 피해자들의 대다수를 이룬다는 점이다. 이들은 타국에서 디아스포라가 되거나 혹은 유명을 달리하였을 것이다. 나아가 이 많은 피해자들의 부모와 형제, 자식, 이웃과 친구들도 피해의 간접체험, 그 전이와 대물림 속에서 살아왔다. 그리고 위안부피해자는 조선을 넘어 아시아와 태평양 군도(群島)에 살았던 수많은 피해자들을 포함한다.
 
피해자 중심주의는 이렇게 동심원적이고 역사적으로 구축된 피해자성에 기초해야 하고, 피해자의 회복이란 지금 살아계신 개인들에게 위로금으로 결코 가능하지 않은, 진실규명과 법적 해결의 방향성 위에서만 구현될 수 있다. 2005년 유엔에서는 피해자의 회복을 위한 권리의 기본원칙을 채택한 바 있다. 이 원칙에 따르면 피해자의 회복을 위해서 사법절차에서의 접근, 적절하고 효과적이고 신속한 회복조치, 정보의 접근, 원상회복, 배상, 재활조치, 만족, 재발방지 보증 등을 규정하고 있고, 여러 하위 요소들을 제시하고 있다. 한국 정부는 “2015년 한-일 외교장관 위안부합의에서 이런 국제기준과 너무나 동떨어진 내용을 최종적이고 불가역적인것으로 합의하고야 말았다. 그런데도 이용수님의 인터뷰 이후 언론 보도를 보면 정부 관계자들은 정의연에 합의 내용을 피해자에게 전달하지 않은 책임을 전가하는 모양새다.
 
어쩌면 우리 정부, 국회, 시민단체, 그리고 우리 같은 연구자와 시민들 모두가 식민주의 유산을 법적으로 정신적으로 청산하지 못한 포스트식민사회 속의 거류자들인가 보다. 시민단체를 탓하기 전에, 나 자신을 돌아보고, 각자의 자리에서, 문제 해결을 위해 겸허하고 진지하게 노력해야 하지 않나. 그것이 이 이름 없는 수많은 피해자들에게 응답하는 일이 아닐까. 이들의 넋을 기리기 위해 이들이 편하게 누울 자리를 마련하기 위해 오늘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나, 우리 자신의 이 뜻 모를 슬픔과 서러움을 위해 오늘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나. 시민단체에 원망과 질책을 돌리는 이용수님의 손가락 뒤에 가린 더 큰 정의와 진실의 달을 똑바로 바라보도록 하자. 그것이 이용수님과 정의연, ‘그 많던 할머니들과 이 포스트식민 사회를 모두 회복시킬 수 있는 길이 아닌가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