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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10월 1일 수요일

pampas gra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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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10월 1일. '고한 사북 남면지역 북스타트 발족식'에 참석하는 길. 정선의 민둥산, 그 산길 입구의 민둥산 억새축제 장터를 지나게 되었다. 마침 점심 시간. 사북에 들어가 먹으려던 점심을 축제 장터에서 먹기로 했다. 김유리 간사는 곤드레밥, 나는 산채비빕밥. 거기에 메밀전병을 더했다. 평일이라 축제 장터를 찾은 이들은 많지 않았다. 그럼에도 장터 한쪽에서는 엿장수가 흥을 돋우고 있었다. 엿장수 젓가락 소리를 들으며 점심을 먹은 셈이다.  

 

가을날 갈대나 억새를 만나면, 사람들은 쓸쓸함이라는 정서에 물들게 마련이다. 바람에 흔들리는 갈대나 억새는 손을 흔들고 있는 듯이 보인다. 떠나는 것은 세월이고, 젊음이고, 기억이다. 한 해 또 한 해의 사람살이를 잠시잠깐 되돌아보게 되는 시간, 참 많은 일들이 스쳐지나간다.

 

갈대와 억새를 확연하게 구별하게 된 계기가 있었다. 아주 옛 일이다. 산길을 걸으며 "이 갈대 좀 봐라"고 했을 때, 옆에서 함께 걷던 선배가 "그건 갈대가 아니라 억새야"라고 지적해서 얼굴이 화끈거리던 때가 있었던 것이다.

 

갈대와 억새, 언뜻 비슷해 보이지만, 엄연하게 다르다. 그 다름에 대한 무지는 그냥 무지가 아니라, 우리 땅에서 자라는 풀과 나무에 대한 무지였다. 그건 앎의 문제가 아니라 이 땅에 대한 애정의 문제였다. 갈대와 억새를 구별하기 위해 식물분류학을 굳이 거론할 필요는 없다. 산에는 갈대가 자라지 않는다. 산에는 억새가 자란다.

 

명성산 억새밭을 걸어가 본 적은 있지만, 민둥산 억새밭은 아직 못 걸어봤다.

 

언제 걸어볼 기회가 올 것인가?

 

김유리 간사와 함께 점심을 먹고 한 오 분 정도 축제의 장을 둘러보았다. 한쪽에 억새로 엮은 달집을 세워놓았고, 그 달집에는 '나의 소망'을 패로 만들어 달아놓았다. 그 가운데 한 가지 소망이 눈에 들어온다. "철도 민영화 반대, 나 로또 1등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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