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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1월 15일 목요일

대화로서의 도서관--참여적 사서

 

시라큐스정보연구소(시라큐스대학 정보학학교)의 데이비드 랭크스(R. David Lankes)는 미국도서관협회의 정보기술정책분과의 한 연구 결과로 내놓은 글을 통해 ‘대화로서의 도서관(The Library as Conversation)'과 '참여적 사서(Participatory Librarianship)'를 이야기한다.

 

*그림은 폭소노미에 대한 구글 이미지 검색 결과 가운데 하나다.

 

먼저 첫번째 질문. 도서관의 핵심적인 직무(core business)는 무엇인가. 그 해답을 얻기 위해서 도서관이 사람들에게 제공하는 것은 무엇인가라고 묻게 된다. 책인가, 서비스인가, 그 어떤 컨텐츠인가? 도서관의 사람/자료/공간을 제대로 구성하고 구축하기 위해서는 그 핵심적인 직무에 대한 규정이 필요하다.

 

어떤 이들은 도서관의 핵심적인 직무가 정보제공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사람들(도서관 이용자들)은 정보를 구하기 위해 도서관을 방문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도대체 무엇 때문에 사람들은 도서관을 방문하는 것일까?

 

이런 말이 있다. 드릴을 만드는 회사인 블랙앤드데커는 드릴을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벽의 구멍을 판매한다는 말이 있다. 마치 할리데이비슨이 오토바이를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자유를 판매한다는 말이 있는 것처럼. 그렇듯 도서관은 정보 분야에서 직무를 수행하고 있다고 하지만 사실은 교육-학습 분야의 직무를 수행하고 있다. 도서관 이용자가 정보를 구하기는 하지만, 그 정보란 블랙앤드데커의 소비자가 사용하는 드릴과 같은 것일 뿐이다. 정보 분야에서 도서관이 수행하는 기능은 정보를 획득/ 저장/ 조직하여 그 정보를 접근 가능하게 하는 것이라고 말해왔다.

 

하지만 데이비드 랭크스는 대화 이론(conversation theory)에 근거하여 지식은 대화를 통하여 창조되며, 도서관의 핵심 직무도 궁극적으로는 커뮤니티(공동체)의 대화를 돕는 것이라고 말한다.(Knowledge is created through conversations, libraries are also or ultimately in the business of facilitating community conversations.)

 

이것이 바로 랭크스의 '참여적 사서(participatory librarianship)'라는 개념의 핵심이다.

 

물론 도서관의 핵심직무가 무엇인가를 단순하게 규정할 수는 없을 것이다. 공동체 형성이나 자라나는 세대를 생애독자로 키워내는 일 등등, 개개의 도서관의 그 핵심적인 직무는 조금씩 다를 것이다. 그러나 새로운 기술의 출현으로 말미암아 타이프라이터가 워드프로세서로 대체되는 것처럼 그냥 드릴과 오토바이만을 이야기하고 뚫려 있는 구멍과 자유를 이야기하지 않는다면 도서관도 그 무엇으로 대체되고 마는 것이 아닐까? 랭크스의 연구가 도서관정책이나 도서관사상의 분야에서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정보기술정책 분야에서 이루어진 것이라는 점이 흥미롭다.

 

그의 연구결과를 읽으면서 택소노미(taxonomy)와 폭소노미(folksonomy)의 차이가 말하는 바가 내 머리 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이렇게 말해보면 어떨까? 지난 몇 년 동안 우리나라의 도서관문화에 발전이 있었다면 도서관에 대한 인식의 변화, 도서관의 확충, 관리자 중심에서 이용자 중심으로의 운영 변화 등등일 터인데, 그것을 한마디로 한다면 바로 택소노미에서 폭소노미로의 지향이라고 말할 수도 있지 않을까? 하지만 한편으로는 폭소노미를 통해 새로운 가치의 형성, 공동체 문화의 구축, 새로운 도서관인의 상을 만들어나가고자 하였으나 택소노미의 완강한 저항에 부딪친 것은 아닐까?(최근의 미네르바 사태에서 보듯 택소노미의 저항은 매우 권위적이고 권력적인 형태로 나타난다.)

 

택소노미는 정제된/통제된 어휘를 사용하지만 폭소노미는 술어 상의 그 어떤 통제도 없다. 폭소노미는 별칭(synonyms), 동음이의어(hononymy), 다의성(polysemy) 등의 문제를 안고 있기 때문에 분명 분류학적으로는 문제가 있다. 하지만, 폭소노미는 협력적이며, 집합적이고, 사회관계적이다.

 

이런 맥락 속에서 보아야 '기적의도서관' 프로젝트가 갖는 함의 즉 도서관을 통한 공동체의 형성과 그 공동체 내의 사회적 관계의 재정립이라는 지향이 조금 더 뚜렷하게 보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Posted: Oct 29 2008 21:04:18

 

참조: http://ptbed.org/index.ph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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