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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2월 10일 화요일

벨 훅스--우리가 서 있는 곳: 계급이 문제다

2009년 2월 10일자 경향신문의 '책읽는경향'의 기사는 권미혁(한국여성민우회 상임대표) 씨가 소개하는 벨 훅스의 책이다. 끈질기게 1면을 차지하던 '책읽는경향'이 오늘자로 2면으로 자리를 옮겼다. 내일은 어떻게 될까?

 

벨 훅스? 음. 이런 분의 책이 꾸준히 소개되고 있었다. 이 분의 저서로 다음과 같은 것이 있는데, 그 가운데 벌써 네 권이나 소개되어 있었다. 이 목록을 통해 나는 모티브북이라는 새로운 출판사가 있음을 알게 되었다.  아래에 권미혁 씨의 글과 함께 어느 누리꾼의 서평을 함께 엮어놓았다.

 

<나는 여자가 아닙니까: 흑인 여성과 페미니즘 Ain't I a Woman?: Black Women and Feminism>

<페미니즘 이론: 주변에서 중심까지Feminist Theory: From Margin to Center>

<행복한 페미니즘 Feminism is for Everybody>(백년글사랑, 2002),

<사랑의 모든 것 All about love : new visions>(동녘, 2004),

<벨 훅스, 계급에 대해 말하지 않기 Where we stand : Class matters>(모티브북, 2008)

<벨 훅스, 경계넘기를 가르치기 Teaching to transgress>(모티브북,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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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언가를 말하지 않는 것이 말하는 것보다 어쩌면 더 강력한 통제수단이었음을 역사 속에서 우리는 배웠다. 인디언의 역사를 삭제한 채 구성된 아메리칸 드림, 승리자였던 조조 대신 유비를 중심으로 구성한 소설 삼국지 속에서도 배제의 정치적 혐의는 읽을 수 있다.

 

최근 ‘용산 참사’를 보면서 충격적이었던 것은 우리 사회의 반응이었다. 사건 초기 각종 언론은 조금이라도 돈을 더 받아내려는 떼쟁이 이익집단의 과격한 이해관계 관철 수단(점거농성과 화염병)의 지긋지긋함에 초점을 뒀다. 시위를 한 절박한 이유나 배경, 이들의 삶의 조건과 철거 이후 어떻게 추락할지에 대한 인도적 관심은 거의 보이지 않았다.

<계급에 대해 말하지 않기>(벨 훅스·모티브북)는 미국 사회가 엄존하는 계급간의 문제점을 왜 이야기하지 않는지를 다룬다. 저자는 “단순한 삶을 추구하고 탐욕·부·질시의 위험성을 공유하며 가난한 사람을 동정하도록 배웠던 미국”이 쾌락적 소비주의의 만능 속에 빈자와 약자를 얼마나 당당하게, 그리고 죄책감 없이 무시하게 됐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어렸을 때 늘 듣던 말이 있다. ‘부잣집 애들은 공부를 못하고 가난한 집 애들이 공부를 잘한다’는 것. 계급이 고착되는 것이 아니라 어느 정도 순환되고 있음이 반영된 이야기였다. 그러나 지금 우리는 부자는 영원히 부자이며 가난은 영원히 대물림되는 ‘신 계급사회’에 와 있다. 문제는 점점 이런 부분에 대해 말하지 않게 됐으며 죄책감조차 없어져 간다는 점이다. 약자에 대한 무감각을 한국사회가 어떻게 키우고 있는지 알려는 이들에게 이 책을 권하고 싶다. 자신을 중산층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점점 줄어들고 있는 우리 사회야말로 다시 계급에 대해 돌아봐야 하지 않을까.

<권미혁|한국여성민우회 상임대표>

 

출처: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0902091810175&code=960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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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는 국내에 번역된 벨 훅스의 책들을 소개하려고 한다. 벨 훅스는 미국의 페미니스트 사상가다. 처음 접한 <<벨 훅스, 계급에 대해서 말하지 않기>>가 마음에 들어서 다른 책들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페미니즘에 대한 책을 읽어 본 적 없어서 일종의 선입견을 가지고 있던 나는 벨 훅스의 책 덕분에 좀 더 이러한 이야기에 대해서 접근할 수 있었다.

벨 훅스 책은 무엇보다도 조근조근 우리에게 이야기를 들려주듯 구성되어 있다. 저자가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하고 있어서 책을 읽을 때 흥미를 더욱 키울 수 있다. 내가 흑인이나 여성, 미국인이 아니더라도 그 감정을 잘 이해하고 내용을 잘 따라갈 수 있는데 이런 것이 섬세한 글쓰기라고 할 수 있다. 최근 딱딱한 글을 많이 읽었기 때문인지 벨 훅스의 책들을 더욱 편안하게 읽을 수 있었다.

<<행복한 페미니즘>>은 나에게는 생소했지만 페미니즘 관련 서적 중에 유명한지 실제로 이 책을 읽었다는 주변 분들이 많았다. 간단하게 이 책을 소개하자면 <<행복한 페미니즘>>은 페미니즘에 손쉽게 접근할 수 있는 통로를 제공해준다. 페미니즘은 “성차별주의와 성차별주의에 근거한 착취와 억압을 종식시키려는 운동이다.(19쪽)” 이 정의는 책의 곳곳에 등장하는데 이를 통해 페미니즘 운동은 정의상 어느 한 성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성별로 나누는 사고방식이 사람들 사이에서 많이 뿌리박혀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렇기 때문에 결국 페미니즘이라는 것도 하나의 정치적 실천에 다름 아니며 우리가 위의 정의에 동의해서 실천을 해야 하는 문제라는 것이다. 이렇게 명쾌하게 정리할 수 있다. 한 번 책을 읽어보면 쉽게 파악할 수 있으므로 세부적인 내용은 정리하지 않겠다. 다만 이론에 대한 책이어서 그런지 벨 훅스의 특징인 개인적인 경험을 서술한 것이 적어서 좀 아쉬웠다. 하지만 페미니즘 이론에 대해서 실천적으로 정리를 하고 싶다거나, 위의 정의에 동감하는 분들이 읽기에 이 책은 최선의 선택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사랑의 모든 것>>은 좋은 구절들을 꽤 많이 담고 있어서, 스스로에 대해 다시 생각할 수 있는 기회를 주었다는 점이 좋았다. 이 책에서 말하는 사랑은 어떤 면에서 에리히 프롬이 <<사랑의 기술>>에서 말하는 것과 많이 닮아 있다. 단순히 이타주의를 실천하는 사랑을 말하는 것이라면 별 다른 감흥 없었겠지만 기존의 사랑에 대한 사람들의 생각을 비판하고 저자가 말하는 진정한 사랑을 설득력 있게 행할 수 있게 하는 장점이 돋보이는 책이다. 앞에서 소개한 <<행복한 페미니즘>>에서 페미니스트는 태어나는 게 아니라 만들어진다는 것과 맞물리면서 사랑 역시 선택하고 실천하는 것이라는 진리를 말해 준다. 가령 이런 구절이 있다. “나는 정말로 내가 과연 내가 받고 싶은 사랑을 줄 수 있는지 보기 위해 종이 한 장을 꺼내 놓고 날 평가해 보려 했지만 어려웠다.(185쪽)” 그렇다. 어렵다. 나를 생각해도 그런데 내가 원하는 상대를 생각한다면 그것은 더욱 어려운 일인 것이다. 사람의 관계를 생각할 때 이런 것을 생각해 본다면 좀 더 의미 있는 관계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또 내가 원하는 것에 대해서 좀 더 명확히 알고자 할 때에도 유용한 방법일 것이라 생각했다.

또 이런 구절도 있다. “많은 남자들이 자신이 무력하거나 상처받기 쉽다는 느낌을 받고 싶어 하지 않는다. 그래서 때로 그들은 감정적으로 상처받기 쉬운 걸 지켜보기보다는 폭력으로 상대방을 침묵시키는 쪽을 택할 것이다.(173쪽)”, “많은 남자들이 감정의 고통을 겪는 게 두려워 오랫동안 자기 안에 갇혀 있었기에 기꺼이 사랑 없는 삶을 선택한다고 한다.(175쪽)” 이러한 구절에서 고개를 주억거렸다. 전에 전인권 씨의 <<남자의 탄생>>이라는 책을 읽었다. 자신이 자라온 환경을 더듬어가면서 우리나라의 남자들이 어떻게 탄생하는지에 대한 일종의 사회학적 연구를 담은 책이다. 책을 읽으면서 많은 공감을 했었는데, 진솔한 대화를 주변과 나눌 수 있는 것이 어려운 일이었고, 남자들 사이에서 말하는 것이 익숙했던 시절에 많은 도움을 받았던 기억이 난다. ‘남자답다!’라는 생각 때문에 대다수의 남자들이 이렇게 살아가는 것 같다.

벨 훅스는 자신의 내면을 드러내는 것과 공감의 힘을 이야기한다. 이것을 조금씩 실천해 나가면 실제 사랑에 대해서도 벨 훅스가 비판하는 낭만적인 사랑의 환상이 아니라 진정 서로가 변화할 수 있고 진실하게 소통할 수 있는 사랑을 할 수 있지 않을까. 나는 감정적인 측면에서 아직 서툰 것이 많았는데 벨 훅스의 목소리는 많은 도움이 되었다.        

이 책에 대해서 좋은 소식과 나쁜 소식이 하나씩 있다. 좋은 소식은 이 책은 읽기가 좋다는 점이다. 물론 원서와 대조해 보지 않았기 때문에 번역이 어떠냐는 말할 수 없지만 술술 잘 읽힌다. 내용도 좋으니 시간 있으신 분들은 읽어 보면 좋은 시간을 보낼 수 있을 것이다. 나쁜 소식은 이 책이 현재 시중에서 사기가 매우 어렵다는 점이다. 인터넷 서점을 검색하면 품절된 상태다. 출판사에 문의해 보았는데 현재 재고가 소진된 상태고 당분간 새로 찍을 계획이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 아쉽지만 읽으려면 도서관을 이용해야 한다. 하지만 이런 불편함을 충분히 메워줄 수 있는 책이다.    

<<벨 훅스, 계급에 대해서 말하지 않기>>는 일 때문에 나갔던 도시 행사에서 우수 도서 대여 행사를 하고 있었는데 그냥 골라서 시간 때우기로 봐야지 했던 책이었다. 하지만 읽어 보니 재미있어서 그대로 책을 사서 보게 되었다. 책에서 벨 훅스는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면서 다시금 계급을 생각하라고 촉구한다. 그동안 성과 인종차별에 대한 이야기를 해왔지만 이러한 문제의식의 공론화를 통해서 오히려 중요한 문제임에도 사람들에게 생소한 것으로 여겨지는 계급 문제에 대한 무관심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벨 훅스는 미국 남부에서 흑인으로 태어났다. 노동 계급인 가난한 집에서 태어나 대학 교육을 받고 소위 특권 계급으로 이동한 자신의 경험으로 미국 현실을 비판하며 잘 묘사하고 있다. 이는 비단 미국인에게만 해당되는 이야기는 아닐 것이다. 이런 생각이 사회에 가득 차야 할 것이다. 벨 훅스는 일반 사람들이 빠져 있는 자본주의의 여러 풍조에 대해서 비판적으로 접근한다. 다루는 주제가 다른 사회과학 책과 크게 다르지 않지만, 처음에 말했던 벨 훅스 특유의 문체가 책을 편안하게 읽도록 해 준다. 벨 훅스는 흑인이었기에 처음에는 인종문제에 관심을 가졌고, 세상 사람들이 계급 문제를 말하지 않았기에 스스로 계급 문제에 대해서 눈을 뜨게 되었다. 집안 형편 때문에 공부와 일을 함께 하면서 서서히 그렇게 된 것이다. 하지만 벨 훅스가 대학에서 만난 사람들은 계급 문제에 가장 관심이 있다는 사회주의자들조차 가난한 사람들의 연대에 대해서 말하기보다는 오히려 그들을 지도하고 구원하려는 입장에 서 있었다. 남미에서 출발한 해방신학에서 중요시하는 가난한 사람들 사이의 연대와 공동체에 대해서 말하지 않았던 것이다.(이와 관련해서 절판된 책이기는 하지만 <<브라질 바닥공동체 : 하느님 인민의 교회론>>이라는 책은 많은 점을 알려 준다. 관심 있으신 분들은 도서관에서 읽어 보시면 브라질에 10만 개 이상의 소규모 공동체가 어떻게 생겨났는지에 대한 감동적인 기록을 읽을 수 있다. 해방신학이 추구하는 것에 대해서 감을 잡는데도 이 책은 용이하다.) 이런 분위기에서 느낀 이질감을 말하고 소위 특권 계급의 삶을 살아가면서 가난한 이웃들이 빠져 있는 소비주의의 나쁜 점을 깨닫게 되고 점점 계급의 중요성에 대해서 눈떠 가는 모습이 그려진다.

이 책에서는 미국에서 만연한 물신주의에 대해서 비판하고 성공한 흑인에서 가난한 백인 노동자의 사례를 등장시키면서 계급 문제를 전면에 부각시킨다. 페미니즘 사상가라고 불리는 벨 훅스는 자신이 비판하는 모든 것들, 즉 ‘다국적 백인 우월주의 성향의 자본주의 가부장제도’는 사실 계급에 대한 이야기로 귀결된다고 말하고 있다. 실제 자본주의 사회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계급 문제에 대한 인식은 중요하다. 하지만 단순히 마르크스를 공부한다고 계급 문제에 대해서 잘 안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계급 문제는 현실에 밀착해 있는 것이고 삶 속에서 항상 나의 행동 속에 항상 붙어 있다. 결국 계급을 사고한다는 것은 나의 삶을 사고한다는 것이다.

벨 훅스의 목소리는 계급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종교적인 측면이 있다. 실제로 경제적인 용어를 쓸 수 없어 계급 문제에 대해서 쓰는 것이 어려울 것이라는 생각을 가졌다고 한다. 하지만 차갑고 이성적인 글쓰기라기보다는 어릴 적 들었지만 항상 잊어버리고 문득 떠올리고는 하는 이야기들과 닮아 있어서 혹 계급이라는 단어에 떠올리게 되는 딱딱하고 재미없는 문제라는 선입견은 가지지 않아도 될 것이다.           

* 이 글을 마무리할 즈음에 벨 훅스의 신간이 출간되었다.(<<벨 훅스, 경계 넘기를 가르치기>> 벨 훅스 지음, 윤은진 옮김 / 모티브북) 또 읽을거리가 하나 늘었네. 이걸 좋아해야할지 모르겠다. 아무튼 마지막으로 한 마디 하자면, “벨 훅스 책 한 번 읽어 보세요. 좋습니다.”  

 

출처: http://www.ulung.net/tc/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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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으로 군더더기 하나.

<Where we stand : Class matters>를 직역한다면 '우리가 서 있는 곳: 계급이 문제다'라고 번역해야 하지 않을까? 굳이 '계급에 대하여 말하지 않기'라고 제목을 옮긴 이유는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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