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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2월 12일 목요일

TV독서, 책과 사람의 만남2.0

TV독서, 책과 사람의 만남2.0

-책/독서/출판과 관련된 텔레비전 프로그램 기획 메모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원본크기로 보실수 있습니다.
*그림출처: http://www.kbs.co.kr/1tv/sisa/book/index.html

 

1. 2009년 1월 1일 예고도 없이 KBS 1TV 교양프로그램 <TV, 책을 말하다>가 폐지되었다. 이 프로그램의 누리집 (http://www.kbs.co.kr/1tv/sisa/book/index.html)의 게시판에는 “못된 것들, 다시 부활시켜라‘(오연숙) ”이런 좋은 방송이 중단되다니 실망스럽고 안타깝습니다. 이에 대해 아무런 공지사항도 없는데 이건 애청자에 대한 예의가 아니지요. 어떤 이유든 최소한의 설명은 필요하지 않을까요?“(심인숙) 등 프로그램 폐지를 비난하면서 KBS의 설득력 있는 조치를 촉구하는 내용의 글이 지속적으로 올라오고 있다.


1. 보도에 따르면, KBS 1월 시청자위원회에서 권순우 편성국장은 "방송국 내부적으로는 이 프로그램이 지식인 중심의 독서토론프로그램으로 치우친 게 아니냐는 반성도 있었다"며 "이미 독서를 굉장히 좋아하는 지식인들이 출연해 지적 대화를 즐기는 형식이어서 독서인구 확대라는 목표에는 미흡하지 않았느냐는 반성 때문에 부분 조정된 것이다"고 해명하였고, 윤동찬 교양제작국장은 "8년 동안 방영되며 활력이 떨어져 최근에는 시청률이 1%대로 떨어졌다"며 "중요한 프로그램이지만 지상파에서 1%라면 치열한 경쟁 속에서 프로그램 존립이유가 안 된다"고 'TV, 책을 말하다'의 폐지의 결정적인 이유가 시청률 저하 때문이라고 밝히고 있다.

 

1. KBS가 공영방송국이라고 한다면, 시청자들에게 지혜와 지식을 제공하는 책/독서/출판과 관련된 프로그램은 반드시 제작되어야 한다. 이 메모는 이러한 요구를 현실화하기 위해 생각할 거리를 간략하게 메모한 것이다.

 

1. 우리나라에서 영상매체인 텔레비전이 대표적인 인쇄매체인 책과 관련된 프로그램을 제작한 것은 아주 오랜 역사를 지니고 있는 것은 아니다. 1993년 ‘책의 해’가 계기가 되어 편성 제작된 <TV독서, 책과의 만남>(황우섭 PD, 조성순 안찬수 도서검토위원)이 독서 전문 프로그램의 시작이었다. 이후 1990년대 후반 <TV책방>의 ‘작가와 화제작’ ‘명사들의 독서일기’ 코너, 2001년 5월부터 제작된 <TV, 책을 말하다>(이상 KBS)와 <행복한 책읽기> <느낌표>의 ‘책책책, 책을 읽읍시다’(이상 MBC), <즐거운 책읽기> <정운영의 책으로 읽는 세상> <도종환의 책과 함께 하는 세상>(이상 EBS) 등등의 프로그램이 있었다. 이러한 프로그램의 약사를 검토하다 보면 첫째 상업성을 추구하는 SBS에 독서 전문 프로그램이 없었다는 것을 확인하게 된다. 둘째 위에 언급한 프로그램이 편성 제작되다가 폐지되는 과정을 보면 비슷한 악순환을 거듭하고 있다는 것이다. 즉 방송국의 독서 전문 프로그램에 대한 적극적인 의지 부족, 시청률 저하, 프로그램 폐지의 과정을 반복한다는 것이다.

 

1. 따라서 이후 새롭게 편성 제작될 독서 전문 프로그램에 대한 제안 사항은 ①이른바 황금시대라고 하는 프라임타임에 편성해야 한다. ②장기적인 기획과 지속적인 편성이 필요하다 ③한 권의 책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책 속에 들어 있는 아이디어를 공유할 수 있는 내용으로 구성해야 한다. ④독서 전문 프로그램에 대한 논란의 핵심은 왕왕 도서선정과 패널 구성의 한계다. 이를 극복할 수 있는 방법으로 프로그램이 제작되어야 한다.

 

1. 위에 언급한 전제 위에 새로운 편성 제작될 독서 전문 프로그램 방향을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 무엇보다도 지금 웹2.0, 라이브러리2.0 등 사회적 네트워크(social networking)를 가능하게 하는 여러 가지 인프라가 구축되고 있다. 새로운 독서 전문 프로그램은 공유․개방․참여가 가능한 내용과 형식으로서 웹2.0의 방식을 적극 도입하여야 한다. 예를 들어 다윈 탄생 200주년을 맞이하여 진화론을 재조명하는 작업이 활발한데 이에 대한 독서프로그램을 만든다면 도서 선정의 경우에도 “한국의 자연과학자 100명에게 물었다. 진화론을 다시금 생각하기 위해 무슨 책을 읽어야 하나?”라는 식의 과정을 거칠 필요가 있다. 도서 선정 이후 내용도 그 선정된 책을 읽는 여러 형태의 독서모임(讀書會)의 동영상 참여를 유도하여 이를 짜임새 있게 구성해볼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프로그램 제작을 통해 어린이와 청소년 등 자라나는 세대나 꼭 그 책을 읽고 싶으나 읽기 어려운 조건에 놓인 분들에게 그 책을 선물해줄 수 있으면 더 좋겠다. 예를 들어 이 독서프로그램이 매개가 되어 카이스트의 과학자 분들이 산간벽지의 어린이에게 과학그림책 10권을 선물한다면 우리 사회가 조금은 더 훈훈해질 수 있을 것이다. 이 독서 전문 프로그램의 누리집은 KBS의 기존의 누리집보다 좀 더 업그레이드된 누리집으로 만들 필요가 있다. 시민들은 게시판을 통한 의견개진뿐만 아니라 직접적으로 책 읽어주기나 토론회의 모습 등을 영상으로 ‘투고’할 수 있도록 열어놓을 수 있어야 하고 이 프로그램의 누리집을 그러한 시민참여가 가능하도록 만들어져야 한다.

 

1. <TV, 책을 말하다>가 택소노미(taxonomy)를 기반으로 하는 것이었다면(지식은 도서분류처럼 일종의 닫힌 세계의 것이며, 서열이 있고, 체계화되어야만 하는 것이라는 지식관에 근거) 새로운 독서프로그램은 폭소노미(folksonomy)를 기반으로 하는 것이어야 할 것이다.(지식은 대화를 통하여 새롭게 만들어나갈 수 있는 것이며, 열린 세계의 것이고, 그렇기 때문에 체계를 만든다면 그 체계란 언제나 새롭게 만들어나가야 하는 것이라는 지식관에 근거) 택소노미는 정제된/통제된 어휘를 사용하지만 폭소노미는 술어 상의 그 어떤 통제도 없다. 폭소노미는 별칭(synonyms), 동음이의어(hononymy), 다의성(polysemy) 등의 문제를 안고 있기 때문에 분명 분류학적으로는 문제가 있다. 하지만, 폭소노미는 협력적이며, 집합적이고, 사회관계적이다.

 

1. 이런 맥락에서 내가 제안하고자 하는 프로그램의 이름도 <TV독서, 책과 사람의 만남2.0>이다. 이 프로그램은 그 자체가 책과 독서와 출판과 관련된 사람들의 사회적 네트워크를 가능하게 하고, 그 네트워크에 힘을 보태는 프로그램이다. 시민들은 주어진 책을 한정된 패널이 읽고 토론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함께 읽을 만한 책을 권유하며, 그 책 속의 생각들을 공유한다. 아주 느슨하지만 책 읽는 사람들의 그물망이 만들어지고 이 사람들의 그물망을 통해 책과 생각이 이곳에서 저곳으로 옮겨진다. 독서프로그램 자체가 사회관계망 속에서 만들어지는 것이다.

 

안찬수(책읽는사회만들기국민운동 사무처장, 시인)

2009년 2월 1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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