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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3월 4일 수요일

정선 태백 영월 삼척 북스타트 간담회

 

사북에 다녀왔습니다. 마침 오늘은 3월 3일. 이른바 삼삼투쟁 제14주년이기도 합니다. 사북오거리에는 삼삼투쟁 제14주년 기념식이 뿌리관에서 열린다는 펼침막이 걸려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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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북에 다녀온 이유는 정선 태백 영월 삼척 등 4개 시군의 북스타트 간담회 때문이었습니다. 이 4개 시군에는 2008년에 폐광지역의 북스타트를 지원하고자 하는 하이원리조트 사회공헌위원회의 뜻과 강원도 지역에 북스타트를 확대하고자 하는 '책읽는사회'의 뜻이 합쳐져 의미 있는 활동이 전개된 바 있습니다. 오늘의 간담회는 지난 해의 성과와 문제점을 점검하고 2009년의 활동 계획을 서로 의논하는 자리였습니다. 오후 1시 30분에 시작된 자리는 저녁 8시 넘어서야 끝났습니다. 무척 진지하고 열정이 넘치는 자리였습니다. 서로 많이 배우고, 서로 많이 느꼈습니다.

 

2008년에는 삼척평생교육정보관, 사북공공도서관, 영월도서관, 도계지역아동센터, 정선보건소, 태백인표어린이도서관 등 모두 6개 기관이 4개시군의 북스타트 시행 기관으로 참여했는데, 관장, 센터장, 사서, 과장, 자원활동가, 지역위원 등이 모여 4개시군의 북스타트 현황을 발표하기도 하고 문제점을 지적하기도 하고, 또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 등을 이야기하며 보람을  나누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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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저로서는 작년 이 4개시군에 말 그대로 "뻔질나게" 오고 가며 지역활동가들과 함께 애를 썼던 김유리 간사의 편지가 감동적이었습니다. 이 편지를 김유리 간사의 후임인 이순옥 간사가 대신 읽었습니다. 아래 편지는 저작자의 허락도 없이 여기 만천하에 함께 읽어보기 위해 공개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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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안녕하세요? 건강하게 잘 지내고 계십니까?

 

저는 작년 한 해 동안 4개 시군 북스타트 운동에 함께 했던 김유리 간사입니다. 올해 강원 지역 북스타트 운동의 주역이 될 여러분이 모이는 자리에 함께 하지 못해 이렇게 편지로 인사말씀 전합니다. 지금 저는 ‘책읽는사회’ 북스타트 팀을 떠나 충남 홍성에서 유기농업을 실습하는 공동체 생활을 하고 있거든요. 미처 인사 못 드린 분들께는 이 자리를 빌어서 보고 싶다는 말씀 전할게요. (도계 지역 김현미 선생님, 태백 지역 이혜련 사무국장님, 우리 지난 한해 정이 많이 들었지요? 그래서인지 더욱 떠난다는 말을 하기가 어려웠어요.)

 

올해 드디어 강원 지역 전역으로 북스타트가 퍼져 나가고, 4개 시군 아기들은 빠짐없이 북스타트의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가능성이 열렸다고 들었습니다. 축하드려요! 제가 지내고 있는 이곳 홍동면에서도 아기들이 종종 눈에 띄어요. 그때마다 저는 이 아기도 강원 지역 아기들처럼 북스타트를 만나면 좋아할 텐데 하고 속으로 생각한답니다.

 

지난 한해 4개 시군 활동가 여러분들을 만나는 동안 북스타트의 의미는 매번 새롭게 다가왔습니다. 먼저 저에게 4개 시군 북스타트는 책을 매개로 사람들이 다정한 관계를 만들어 나갈 수 있음을 구체적으로 체감하는 기회였습니다. 영월에서 만난 한 자원활동가에게 북스타트란 ‘아기들의 반짝반짝하는 눈빛’이었어요. 도계에서 북스타트는 ‘한 사람의 인생에서 생애 첫 선물이 책일 때 어떤 일들이 펼쳐질 수 있을까’ 하는 질문이었지요. 태백에서 북스타트란 고향을 떠나 낯선 곳으로 살러 온 한 여성이 친숙한 관계들을 새로 만들어가는 귀중한 매개체였습니다. 사북의 북스타트는 도서관 역사 상 최초로(!) 아기와 양육자들이 열람실을 장악하고 다과장으로 변모시킨 혁명적인 순간을 만들어내기도 했지요. 정선 북스타트는 군 단위에서 보건소라는 행정망을 통해 백퍼센트에 가까운 북스타트 꾸러미 보급률을 이룰 수 있겠다는 가능성을 증명했습니다. 삼척 북스타트는 조용하지만 실력 있는 활동가들이 수면 위로 떠오르는 순간을 목격하는 현장이었습니다.

 

제가 알지 못하는 것도 있습니다. 북스타트 꾸러미를 전달 받은 각 가정에서는 어떤 장면들이 펼쳐졌을까요? 각 가정의 양육자들은 아기 앞에서 영감에 찬 이야기꾼으로 변신했을까요? 4개 시군 북스타트 아기들은 북스타트 꾸러미 속에 든 것이든 마을 공공도서관 빌린 것이든 그 그림책 속으로 빨려 들어가서 작은 나팔을 불며 동물들과 숲속을 산책하고([숲 속에서]), 곰인형을 잃어버린 가엾은 미피를 어루만지며 잉잉 울고([미피가 왜 울까요]), 누군가 부드러운 음성으로 들려주는 자장노래의 가락을 영혼에 새겼을까요?([누가누가 잠자나]) 여러분은 알 기회가 있으시겠지요?

 

부디 정선 태백 영월 삼척 지역 북스타트 간담회가 우리들의 활동과 삶에 소중한 계기로 자리 매김하기를 바라겠습니다. 북스타트의 취지에 대해 두루 공감하는 자리가 되었으면 하고요, 행정 실무에 있어서는 지난 해 저의 ‘어리버리’(‘어리보기’가 맞는 표현이어요) 일 처리를 양해해 주시기를 빌게요. 그리고 무엇보다 우리 이순옥 담당 간사에게 힘 실어 주시기를 부탁드릴게요. 자, 모두들 따뜻한 시간 보내세요! 또 만나요!

 

김유리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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