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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8월 6일 목요일

핀란드의 독서운동과 독서교육에 대한 자료

원문출처: http://www.eduting.co.kr/zbxe/?document_srl=1047&mid=freeboard

 

1990년대 초반 핀란드는 경제불황으로 벼랑 끝까지 몰렸던 유럽의 문제아였다.
그런 핀란드가 2000년대에 들어와 연속적으로 국가경쟁력 세계1위를 차지했다.
그 바탕에는 교육개혁의 성공, 첨단정보통신사업에 대한 집중투자와 성공 등이 있었다.

교육경쟁력 1위 인터넷과 휴대전화 보급률 1위, 전자금융 사용률 1위, 국가청렴도 1위 등과 함께 인구당 도서관 비율 1위, 국민 1인당 장서수 1위, 도서관 이용률 1위에서 볼 수 있듯이 국민독서운동이 밑바탕이 되었다.

핀란드는 독해력 세계 1위의 국가이다. 즉 국민들의 독해능력이 세계에서 가장 높은 나라이다. 독서가 국력이라 했듯이 독서능력의 향상 없이는 국가의 발전도 없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책을 제대로 읽지 못하거나 그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 즉 독서능력이 낮은 사람을 독서 장애자로 규정하였다.

이 독서장애자를 치료하는 것이 곧 국가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왜냐하면 독서장애자들은 옳고 그름도 잘 분간하지 못하며, 정보습득에도 뒤처지게 되고, 원활한 의사소통을 통한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할 수 없으므로 사회통합의 장애가 되어 민주주의 실현을 어렵게 하기 때문이다.

초등학교에서는 아이들을 책과 친하도록 하기 위해 도서관에서 하루씩 묵는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도서관에 따라서는 사서가 주 2회 초등학교에 가서 책을 읽어주기도 한다. 교사는 책을 빌릴 수 있게 도와주고 책에 관한 자신의 생각을 가질 수 있도록 지도한다.도서관은 단순히 자료를 찾는 곳이 아니라 수업의 연장이다
. 학생들은 교과서 대신 도서관의 책들을 이용해 수업준비와 과제를 해결한다. 수업이 교과서로만 진행되지도 않고, 대부분의 수업준비도 도서관을 활용해 이루어지므로 굳이 참고서 같은 책을 사서 집에 둘 필요도 없다.

이처럼 어릴 때나 나이 들어서나 도서관을 제 집 드나들듯 이용하면서 독서가 전 국민적인 취미인 핀란드 사람들은 생활수준, 직업의 차이 없이 커뮤니케이션이 원활하게 이루어지는 것이다. 독서가 국가경쟁력을 좌우한다는 것을 핀란드가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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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출처: http://skyand.egloos.com/4200112

 

읽기 경쟁력 1위   도서관이 놀이터다   핀란드 Finland


쓰기 연습은 학교 입학 전까지 하지 않는다. 학교에 다녀오면 가방 던져놓고 놀러 나가기 일쑤다. 사교육도 없고, 수업 시간도 OECD 국가 중 최저인 나라 핀란드. 다만 놀러 가듯 도서관만 드나들 뿐이다. 교육이라는 이름의 보트에 탄 아이들은 하나라도 물에 빠지게 내버려두지 않는다.

 

핀란드는 자일리톨로만 유명한 나라가 아니다. 학업성취도 국제비교연구(PISA)에서 읽기, 수학, 과학을 가리지 않고, 언제나 최상위에 랭크된다. 교육 강국이라 불리는 일본은 몇 년 전부터 ‘핀란드를 배우자’며 이 나라를 따라 하지 못해 안달이다. 핀란드 교육의 가장 큰 특징은 학력경쟁을 부추기지 않는 평등교육이다. 부모나 교사나 아이들을 야단치거나 공부하라고 강요하는 법도 없다. 하지만 이는 하향평준화 교육이 아닌, 어느 하나 떨어지는 학생 없이 모든 아이들을 일정한 수준으로 끌어올리기 위한 제도다. ‘교육이라는 이름의 보트에 탄 아이들은 하나라도 물에 빠지게 내버려두지 않는다’는 말에서도 느낄 수 있듯이 학교에서는 잘 못하는 아이에게 강도 높은 개인별 지도를 한다. 책상 배치만 봐도 3~4명의 소수 그룹 교육이 가능하도록 4개의 책상을 붙여 개개인의 학습 수준에 맞는 교육을 실시한다.



정부가 ‘교육지상주의’를 지향한다


핀란드 교육 시스템에서 부러운 것은 수준 높은 교사와 그들이 지닌 자부심이다. 핀란드에서 교사는 고교생이 지망하는 직업 1, 2위를 다툴 만큼 선망의 대상이다. 교사가 되기 위해서는 석사 학위를 취득해야 하며, 지원자의 10%만이 교육계 대학에 진학할 수 있다. 즉, 능력이 뛰어나고 의욕이 앞선 사람을 뽑는다는 말이다. 평생교육의 마인드가 팽배한 사회 분위기 역시 핀란드가 풍기는 지적 향기의 배경이다. 마음만 먹으면 나이에 상관없이 다양한 루트로 공부할 수 있는 교육제도가 마련되어 있다. 대학까지 수업료는 무료이고, 고등학교까지 교재를 비롯해 연필 한 자루까지 수업에 필요한 모든 것이 지원된다. 핀란드에서 살다 온 정도상 박사는 “핀란드에서는 휴가가 긴 여름이면 대학에서 평생교육 클래스를 연다. 헬싱키대학은 외국어에서부터 미술과 음악 등 예술까지 1백 개가 넘는 강좌를 연다. 일반인이 참여할 수 있는데, 단 1명이 신청해도 강의가 열린다”라며 공부가 생활화한 핀란드의 분위기를 전한다.


매일 1시간씩 책을 읽는다 .공부를 좋아하는 사람들이지만 의외로 집에서 사교육을 시키는 일은 없다. 대신 77%의 사람이 매일 1시간씩 독서한다는 통계가 있을 정도로 독서가 생활화한 사회로 독서를 통한 읽기는 아이들의 일상이다.
이메일, 인터넷 정보, 잡지도 독서의 대상이다 핀란드 아이들은 독서의 대상을 단순히 책으로 한정하지 않는다. 잡지를 비롯해 코믹 만화, 이메일, 인터넷 등 읽기 대상을 문자에서 정보매체로 폭을 넓힌 것. 책을 읽을 때도 전체를 읽어야 한다는 부담감 없이 짧은 문장을 읽고, 시・단편・소설 발췌문을 읽도록 한다. 이런 다양한 읽을거리를 통해 책을 싫어하는 아이들은 자신이 관심 있는 것에 읽기 습관을 들이고, 시험에 관계 없이 독서를 생활화하는 것이다.


학생이 신문을 보면 반액 할인해준다. 핀란드 신문은 40면을 훌쩍 넘을 정도로 지면이 방대한데,아이들은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면 처음부터 끝까지 정독한다. 학생이 신문을 구독할 경우 신문 가격을 반값으로 할인해주며 학교에서는 신문에 대한 관심을 키우기 위해 저널리스트를 학교에 초대해 이야기를 듣는 시간을 마련한다. 학생신문을 발행하거나 신문사 견학 등으로 신문에 관심을 갖도록 하기 위해 노력한다.


핀란드 사람들의 집에는 책이 없다 1인당 보유 장서 수를 살펴보면 핀란드만큼 집에 책이 없는 경우도 드물 것이다. 대신 도서관 이용률은 세계 제일로 한 사람당 1년에 21권의 책을 대출한다. 늘 우리나라 사람들의 독서량이 적다는 비판을 가할 때 비교대상이 되는 일본도 1인당 공공도서관 대출 권수는 1년에 4.1권에 불과하다. 도서관 수 역시 많아 어린아이들이 충분히 걸어 다닐 수 있는 거리에 도서관이 자리해 있으며 책 외에도 비디오테이프나 오디오테이프 등 다양한 교구가 마련되어 있다. 아이들이 학교에 들어가면 주 1회나 월 1회 정도 교사가 아이들을 데리고 도서관을 찾아 책을 빌리도록 한다. 때때로 도서관이 먼 동네에는 이동도서관 차가 온다. 핀란드 사람에게 도서관은 단지 책을 빌리거나 공부하는 장소가 아니다.

지역 도서관에서는 ‘책 힌트’라는 이름으로 신간 소개, 읽으면 좋은 책 리스트, 서평 등 다양한 내용을 담은 정보를 아이들을 비롯해 지역 주민에게 제공하며 책을 읽고 감상하는 독서 서클도 다양하게 운영한다. 또 하나 감탄할 만한 핀란드 도서관의 시스템은 바로 독서와 읽기 교육에 열성적인 도서관 사서다. 한때 아이들의 읽기능력 등 언어능력이 떨어진다는 평가가 있자, 초등학교 교사와 도서관 사서가 나서서 국어교육 촉진 운동을 벌였을 정도다. 핀란드에서는 지역마다 차이가 있지만 도서관 사서가 일주일에 2회 정도 학교를 방문해 읽기교육을 비롯한 특별 수업을 진행한다. 읽기교육 방법을 개선하고, 아이들에게 더 열심히 책을 읽을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주기 위한 노력이다. 몇 년 전에는 대학입시 자격시험에서 국어 과목의 성적이 현저하게 떨어지자 핀란드 교육 당국에서는 그 이듬해를 읽기 능력 향상의 해로 정하고, 전국에 더 많은 도서관을 설립했다.

대학을 졸업할 때도 국어 시험을 본다 모국어에 대한 사랑과 존중 역시 핀란드 아이들의 읽기 능력을 향상시킨 비결이다. 초등학생들의 수업 시간표를 보면 핵심 과목이라 하여 배움의 기초가 되는 읽기와 쓰기, 셈하기를 열심히 가르치는데 그중에서도 언어 과목 비중이 절대적으로 높은 것. 또한 제대로 진도를 따라오지 못하는 아이들을 위해 읽기 보조 수업이 철저히 이뤄진다. 수업은 대부분 독서와 토론 중심이다. 역사 과목 시험은 달달 외워 적는 것이 아니라 아는 지식을 바탕으로 서술하는 식이다. 정도상 박사는 “언어가 모든 학문의 기본이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대학 졸업시험에도 국어 시험이 따로 마련되어 있을 정도다. 이들은 컴퓨터를 지식 기계라는 뜻의 핀란드 말인 ‘티에토코네 Tietokone’라고 말하는 식으로 외래어가 들어와도 핀란드어로 변형해 사용한다”며 이들의 모국어 존중을 강조했다.


Interview
핀란드의 한국 워킹맘이 들려주는 할머니의 할머니 때부터 내려오는 핀란드의 가정교육


10년 전 핀란드로 유학을 떠난 뒤 결혼하고, 직장에 다니며 핀란드 살이를 하고 있는 이지영 씨. 올해 만 여섯 살, 세 살 된 두 아들을 키우는 워킹맘이다. 큰아들은 프리스쿨에 다니고, 둘째는 같은 곳에서 운영하는 어린이집에 다닌다. 이씨는 두 아이를 오전 6시 30분쯤 데려다주는데, 아이들은 이곳에서 아침을 먹고, 8시까지 자유시간을 보낸 뒤, 보드게임을 하거나 야외 활동을 하며 시간을 보낸다.


“핀란드 유치원에서는 알파벳을 가르치는 식의 교육 커리큘럼은 찾아볼 수 없어요. 유치원에 딸린 마당에서 뛰놀거나 인근에 자리한 실내 체육관을 찾아 전문 교사에게 체조 프로그램을 배워요. 날씨가 좋은 봄, 가을에는 숲 도깨비 체험이라 해서 자연을 관찰하는 프로그램도 마련되어 있죠.”

프리스쿨 교재는 셈이나 읽기, 쓰기를 가르치는 대신 두 개의 점을 연결한다든가, 선 긋기라든가, 같은 모양 연결하기 등 부담 없는 내용들이다. 널리 알려진 대로 선행학습식 사교육은 찾아볼 수 없다. 핀란드 어린이들이 어릴 때부터 배우는 것은 스포츠나 미술, 음악 등 예술 활동이다. 네댓 살이면 지역 커뮤니티에서 축구를 비롯해 아이스하키, 아이스 스케이트 등 스포츠를 배우고, 피아노와 바이올린 등 악기 연주를 배운다.

하루 2시간 바깥바람을 쐬고 잠자기 전 책을 읽는다


“핀란드 사람들에겐 대대로 내려오는 교육 원칙이 있어요. 첫째는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기, 둘째는 하루 2시간 동안 바깥바람을 쐬기, 셋째는 많이 움직이기, 넷째는 자기 전 책 읽기예요.”


집에서는 엄마들이 아이를 끼고 앉아 글자를 가르치지 않는다. 대신 아이들을 데리고 도서관을 자주 찾을 뿐이다. 책을 읽다 보면 아이들이 자주 보는 글자를 따라 발음하게 되고, 몇 가지 짚어주면서 발음해주는 것이 전부다. 다만 늘 책을 읽어주다 보니 따로 가르치지 않아도 아이들은 어릴 때부터 글자에 익숙하다.
“핀란드어가 문법은 어렵지만 ‘아·에·이·오·우’ 등 소리 나는 대로 알파벳을 쓸 수 있어 읽는 법을 쉽게 깨치거든요. 덕분에 40~50% 아이들이 스스로 읽기를 터득합니다.”


1 당장 어린이용 신문을 구독한다 아이가 소화할 수 있는 짧고 쉬운 내용의 기사를 하루에 하나씩 읽는 습관을 들인다. 성인용 신문이 부담스럽다면 ‘소년○○’ 등 어린이용 신문을 활용해보자. 읽기 능력은 물론 사고력과 세상사에 대한 관심을 키울 수 있다.


2 저녁 식사 후 독서 타임을 즐긴다. 온 가족이 모여 책을 읽자. 아이가 어리면 그림책을 보여주되, 평소 엄마 아빠가 독서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책을 읽은 후에는 “뭐가 재미있었어?” “어떤 생각이 들어?” 등 아이의 감상을 물어보자. 독서노트를 마련해 읽은 책 제목과 감상을 한 줄씩 써 넣으면 표현력과 쓰기 능력도 키울 수 있다.


3 세종대왕의 뜻을 기린다 전문가들이 누누이 하는 말이지만 국어는 모든 학습의 기본이다. 우리말을 잘해야 영어도 잘한다. 우리말도 제대로 못하는 아이에게 외국어부터 가르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제대로 한글을 읽고 쓰고, 자신의 생각을 명확하게 표현하는 교육이 먼저임을 잊지 말자.


4 도서관 사서와 친해진다 우리나라에도 어린이 도서관을 비롯해 시립·구립 도서관이 변신을 꾀하고 있다. 책 외에도 잡지, DVD 등을 감상할 수 있으며 영화 상영 등 다양한 문화행사와 동화구연, 독서교실 등 문화강좌를 여는 곳들이 많다. 아이들을 위한 독서모임을 꾸려 읽기 교육을 시키는 곳도 있다. 아이들에게 어떤 책을 읽힐지 고민이라면 사서를 찾아가 이것저것 물어보며 정보를 얻자.


5 이메일로 독서를 시킨다 읽는 대상이 꼭 책이어야 할 필요는 없다. 책만 보면 머리가 아픈 아이라면 아이에게 독서를 강요하는 것은 부작용만 가져온다. 손수 편지를 쓰거나 이메일을 보내 읽게 하는 것은 어떨까. 이때 짧은 동시를 첨부하거나 동화책의 한 부분을 인용해 적어본다. 만화책 역시 교육 효과가 높은 책들이 쏟아지고 있으니 참고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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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출처 : 주간동아(2009.05.19 686호(p44~47))(http://www.donga.com/docs/magazine/weekly/2009/05/15/200905150500059/200905150500059_1.html)

선진국에서 배운다, 독서 통한 국력 강화 프로젝트

 

U.S.A.] 각급 학교마다 깐깐하게 선발한 사서교사 활발하게 활동

얼마 전 미국인 부부와 함께한 저녁식사 자리에서 자녀교육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이 부부는 요즘 두 살 난 아들에게 읽어줄 동화책을 고르느라 고심한다고 했다. 신데렐라처럼 왜곡된 성역할을 주입하거나 백인만 등장시켜 인종적 편견을 조장하는 동화책을 피하다 보니 선택의 범위가 좁아진다는 것이었다.

이들의 안목이 조금은 까다롭고 유별나다고 생각했지만 자녀가 아주 어릴 때부터 독서 교육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실천에 옮기는 것은 본받을 만한 일임이 분명했다. 독서 교육은 일찍 시작할수록 좋다는 게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조언이다.

미국의 독서 교육은 공공도서관이 제공하는 여러 프로그램에서 그 다양한 방법론을 엿볼 수 있다. 영·유아에게 책을 읽어주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정기적으로 동화책 작가와의 만남을 주선한다. 또한 각종 레크리에이션을 통해 도서관을 친숙하게 느끼도록 유도한다. 특히 독서 교육이 소홀해지는 방학에는 독서 클럽을 운영해 학교를 대신하는 기능을 한다.

 

도서관마다 어린이 독서교육 전문가를 두는 것은 이미 19세기 후반부터 자리잡은 전통이다. 1900년에는 전미도서관협회에 어린이 전문가 분과가 따로 만들어졌으며, 미국 최초로 어린이 독서 전문가 양성학교가 설립됐다. 교육은 백년대계라고 했듯, 미국의 독서 교육은 말 그대로 백 년의 계획을 실현하는 셈이다.

이러한 전통은 미국 대부분의 학교가 사서교사를 두고 있는 현실에서 잘 드러난다. 한국에도 독서 지도교사가 있지만 전문성이 결여된 경우가 많다. 미국은 14개 주에서 사서교사의 자격요건으로 도서관학에 관련된 석사학위를 필요로 한다. 아이들의 인성 교육을 책임지는 직업이다 보니 요건이 깐깐할 수밖에 없다.

미국 학교에서 사서교사의 임무는 대단히 중요하다. 실제로 사서교사의 존재 여부에 따라 학생들의 학습능력이 달라진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2001년 텍사스 주정부가 실시한 조사에서 사서교사가 있는 학교의 학생들은 그렇지 않은 학생들보다 높은 학업성취도를 보였다.

그러나 미국 역시 인터넷이 보편화하고 전자오락이 유행하면서 아이들의 관심이 책에서 멀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다. 미국예술진흥재단이 실시한 조사 결과를 보면 17세 청소년의 경우 ‘교과서와 관계없는 책은 전혀 읽지 않는다’고 답한 학생이 1984년 9%에서 2004년 19%로 늘어났다. 어른들도 마찬가지다. 1992년부터 2002년까지 1년에 한 권이라도 책을 읽은 성인의 비율은 61%에서 57%로 줄어들었다.

문제는 독서습관이 빈부격차를 반영한다는 것. 이는 소득이 높은 사람일수록 다독하는 경향을 보인 것에서 알 수 있다. 또한 상대적으로 사회적 지위가 높은 백인이 소수인종보다 열심히 읽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와 같은 ‘독서의 양극화’를 해결하기 위해 시민단체는 저소득층 자녀의 독서 교육에 힘쓰고 있다. ‘누군가를 도와 차의 시동을 걸게 하다’는 뜻의 NGO(비정부기구) ‘점프스타트’는 형편이 넉넉지 않은 가정의 미취학 아동에게 독서 교육을 제공한다. 1993년 15명의 대학생으로 시작한 이 단체는 현재 4000명 가까운 자원봉사자를 거느린다.

‘독서 교육에는 되도록 빨리 개입하는 게 좋다’는 이들의 교육철학은 독서 교육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다시금 깨닫게 한다. 금전적 빈곤이 정서적 빈곤으로 이어지지 않게 하려는 미국 사회의 노력은 갈수록 교육격차가 빈부격차를 재생산하는 한국 사회에 많은 함의를 던진다.

스탠퍼드= 김수경 통신원 sookim76@gmail.com

 

FRANCE] 책 안 읽으면 대학 못 가는 입시 시스템

“우화 작가 라 퐁텐의 작품 ‘이리와 양’을 다음 주까지 외워오세요.”

프랑스의 초등학교에서는 유독 시를 외워오라거나 단편소설, 희곡 등을 읽어오라는 숙제가 많다. 내가 다닌 초등학교의 선생님들도 단편소설 ‘검은 고양이’ ‘그림자와 나’, 짧은 희곡 ‘엄마! 엄마! 배가 아파요’ ‘펭귄의 모험’ 등을 친구끼리 등장인물을 바꿔 읽어보게 하는 등의 방식으로 다양한 문학작품을 접하게 했다. 흥미로운 독서활동으로 책 자체에 취미를 붙이게 하려는 취지다.

수시로 열리는 읽기 평가는 문학작품에 등장하는 주옥같은 단어들을 ‘내 것’으로 만들게 하려는 일종의 학습도구로 함께 읽은 책에 나온 단어 목록을 주고 각 단어의 뜻과 반대말, 비슷한 말 등을 적게 하는 시험이었다.

중학교에 올라가서도 읽기 평가는 이어졌다. 중학교 때는 2주에 한 번꼴로 권장도서를 읽고 주제와 핵심인물을 파악하는 시험 문제들이 주를 이뤘다. 중학교에서도 장르별로 지속적으로 책 읽을 것을 요구하기 때문에 학생들은 어딜 가나 자연스럽게 책을 집어들게 된다. 등굣길에 책을 보면서 가거나 점심시간을 쪼개 책과 시간을 보내는 학생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재미있는 책을 친구들끼리 추천해주고 그 내용에 대해 대화를 나누는 풍경도 흔했다. 하루에 한 권꼴로 책을 읽던 프랑스 친구 안나는 “책은 내게 초콜릿과 같아. 없으면 허전하고 몹시 갈구하게 되니까…”라고 말했다. 이렇게 책을 ‘음미’하던 그는 특히 프랑스어 성적이 우수했다.

고등학교 독서교육의 목표는 분석력과 비판력을 키우는 것이었다. 초등학교 때 배운 동화나 우화가 다시 독서 자료가 되기도 했다. 어렸을 때 접한 친숙한 작품을 좀더 색다른, 자신만의 각도에서 바라보게 되는 것이다. 나도 초등학교 때는 그저 외우기만 했던 ‘이리와 양’을 다시 읽게 됐고, 이 작품에 주석(Commentaire de texte)을 다는 과정을 통해 비평 능력을 기를 수 있었다.

어린 시절부터 꾸준히 쌓인 독서는 고등학교 2학년 때 치르는 프랑스어 능력평가(Baccalaureat de Francais)를 통해 종합적으로 평가된다. 고교 졸업 및 대입 자격을 평가하는 이 시험은 프랑스어 과목에 한해서만 3학년이 아닌 2학년 때 치르게 된다.

논술 등으로 구성된 이 시험의 특징은 자신이 펼칠 주장들의 근거를 지금까지 읽은 책에서 인용하게 한다는 것. ‘지금까지 접한 연극 작품들과 독서를 바탕으로 일인극의 중요성과 역할에 대해 쓰시오’ ‘자서전을 읽을 때는 반드시 제삼자가 그 인물에 대해 쓴 전기를 먼저 참고해야 하는가? 지금까지 읽은 책들을 인용해 쓰시오’ 등의 문제는 웬만큼 독서량이 확보되지 않고는 쓰기 힘든 문제들이다.

뉴미디어의 발달로 프랑스에서도 독서량이 줄고 있다는 통계결과가 언론매체를 통해 종종 발표된다. 최근 프랑스 일간지 ‘라 크루아(La Croix)’는 프랑스 성인들이 읽는 독서량이 20년 전보다 4% 줄었다고 보도한다. 이처럼 조금씩 사그라지는 독서문화를 되살리고자 정부에서는 도서관 폐관시간을 늦추고 지역별 도서관 예산을 늘리는 등의 방식으로 ‘독서 강국’의 명예를 되찾기 위한 노력을 펼치고 있다고 현지 언론매체들은 전한다.

박혜진 코리아넷 프랑스어판 에디터 haejin_park@naver.com

 

[FINLAND] 신문활용교육으로 ‘독서형 인간’ 기른다

유럽이나 북미 대륙을 여행할 때 만나는 가장 부러운 풍경 중 하나는 작은 시골 마을의 노천카페에서 사람들이 책을 읽는 모습이다. 핀란드는 지구상에서 이 모습 그대로 책을 즐기는 국민이 가장 많은 나라일 것이다.

핀란드에는 ‘독서형 인간’이 가득하다. 국민의 77%가 매일 1시간씩 독서한다는 통계가 있다. 도서관 이용률은 67.8%, 인구 1000명당 신문구독 부수는 518.4부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에서 세 손가락 안에 든다. 더욱 부러운 것은 이른 저녁을 먹고 난 뒤 온 식구가 모여 한두 시간씩 책이나 신문을 읽는 문화. 이렇게 하는 동안 핀란드인의 몸과 마음에는 자연스레 ‘읽기 DNA’가 생겨난다.

10년 전 핀란드로 유학 갔다가 현지에서 결혼하고 정착한 이지영 씨는 “핀란드 사람들에겐 대대로 내려오는 교육 원칙이 있다.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기 △하루 2시간 바깥바람 쐬기 △많이 움직이기와 함께 ‘4대 원칙’으로 생각하는 것이 바로 자기 전에 책 읽기”라며 “그 덕분인지 대부분의 아이가 별다른 학습 없이 문자를 습득한다”고 소개했다. 이런 원칙이 아이가 평생 ‘읽기’를 사랑하게 만드는 바탕이 된다.

학교에 진학해도 읽기 교육은 이어진다. 핀란드의 학교에서는 아이들에게 일찍부터 신문활용교육(NIE)을 시킨다. 주한 핀란드대사관에 따르면 핀란드 학생의 3분의 2는 신문이나 만화 읽기 동호회에서 활동한다. 학생의 61%가 거의 매일 신문을 읽고, 85%는 한 달에 여러 번 신문을 본다. 학생이 신문을 보면 구독료를 반액 할인해줄 정도로 읽기를 강조하기 때문에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면 대부분 신문을 정독한다.

책을 많이 읽는 나라지만 핀란드 사람들의 집에는 책이 그리 많지 않다. 한 권 가격이 보통 45달러, 우리 돈으로 5만원이 넘을 만큼 비싸기 때문이다. 대신 주로 도서관을 이용한다. 사실 도서관 시스템이 잘돼 있어 굳이 책을 사지 않아도 누구나 원하는 책을 마음껏 읽을 수 있다.

핀란드 사람들은 평균 한 사람당 1년에 21권의 책을 대출하는데, 책을 많이 읽는다는 일본의 1인당 공공도서관 대출 권수가 1년에 4.1권인 것과 비교하면 놀라운 수치다.

핀란드의 도서관은 단순히 책만 빌려주는 공간이 아니다. 지역 도서관에서는 ‘책 힌트’라는 이름으로 신간 소개, 읽으면 좋은 책 리스트, 서평 등 다양한 내용을 담은 정보를 제공한다. 도서관 사서들도 열정적이다. 지역마다 차이가 있지만 일반적으로 일주일에 2회 정도 사서가 지역 내 학교를 방문해 읽기 교육을 비롯한 특별수업을 진행한다.

‘읽기’를 강조하는 문화, NIE 및 지역도서관 활성화는 핀란드 사람들이 ‘읽기’를 생활의 일부로 여기고 평생 즐길 수 있게 하는 밑바탕이다.

이경선 자유기고가 dayoung1404@naver.com
*참고도서 : ‘핀란드 교육의 성공’(북스힐)

 

[JAPAN] 일본 ‘국민독서의 해’ 행동계획 발표

많은 곳의 일본 초·중학교에서는 매일 1교시가 시작하기 10분 전, 교실 안이 조용해진다. 교사도 학생도 자신이 좋아하는 책을 꺼내놓고 읽기 시작한다. 전국 초·중학교의 69%가 실시하는 ‘아침독서’ 시간인 것이다.

1988년 지바(千葉)현의 한 교사의 제창으로 시작된 이 운동은 ‘학급 붕괴’가 거론되던 90년대에 전국의 교사들이 동참하면서 번져나갔다. 뜻을 같이하는 교사들이 모여 ‘아침독서 추진협회’를 만들기도 했다. 그로부터 20여 년이 지난 지금 아침독서를 실천하는 초·중학교는 일본 전국에서 2만6000여 개교, 참가 인원은 960만명에 이른다. 아침독서 덕분에 “아이들이 침착해지고 독서 습관이 몸에 붙었다”고 정평이 나 있다.

독서 인구가 많기로 유명한 일본이지만 ‘활자 이탈’에 대한 경계는 대단하다. 독서활동을 장려하기 위해 정부가 발 벗고 나서는 양상이다. 2001년 일본 국회는 ‘어린이 독서활동 추진에 관한 법률’을 통과시켜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어린이 독서활동 확대를 위해 독자적으로 계획을 마련하고 추진할 것을 의무화했다. 이에 따라 2002년에는 4월23일을 ‘어린이 독서의 날’로 정했다. 그리고 광역자치단체가 큰 틀을 정하면 각 기초자치단체가 계획을 구체화해 각 학교에 제안하는 식으로 활동 계획을 수립하는데 아침독서, 독서감상 발표회, 책 읽어주기, 책 소개 연극 등 다양한 이벤트가 전국의 학교와 공립도서관별로 기획된다.

일본 의회는 나아가 2005년 여야 만장일치로 ‘문자·활자문화 진흥법’을 제정했다. 컴퓨터 등 정보통신기기 범람으로 젊은 층의 활자 이탈 현상이 심각하다고 진단한 것이다. 공립도서관을 설치하고 사서와 자료를 충분히 갖춘다는 것 등이 골자.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2007년 10월에는 민간도 나섰다. 출판, 신문, 정치, 경제 등 폭넓은 업계 단체가 모여 재단법인 문자활자문화추진기구를 결성한 것이다. 화장품 회사 시세이도(資生堂)의 명예회장인 후쿠하라 요시하루 씨가 초대회장을 맡은 이 단체는 일본 사회의 내로라하는 명사나 지식인을 총망라해 독서장려운동의 중심축이 되고 있다.

이들은 일본 국민에게 신문과 책을 효과적으로 읽는 법을 가르치고 언어의 힘을 기르기 위한 갖가지 활동을 전개한다. 이에 힘입어 2008년 6월 중의원과 참의원 양원이 2010년을 ‘국민독서의 해’로 하기로 만장일치로 결의했다. 활자 이탈이나 언어 피폐는 경제 불안과 같은 심각한 문제라는 위기의식의 발로다. 11월에는 이를 위한 추진회의가 따로 발족해 ‘국민독서의 해 행동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이들은 사회인의 언어력(읽고 쓰고 듣고 말하는 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심포지엄, 강좌 등을 기업이나 지역 단위로 개최하고 올 가을에는 ‘언어력 검정’을 시작할 계획이다. 청소년의 독해력이나 표현력을 기르기 위해 학력 단계에 맞춰 문장이나 도표를 정확하게 이해하고 자신의 생각을 논리적으로 표현하는 능력을 측정한다고 한다. 2010년 10월에는 국민에게 폭넓은 참가를 요구하는 ‘국민독서의 해 제전’을 실시한다는 계획도 세웠다.

신문사들도 활자 이탈을 막기 위한 활동에 힘을 기울이고 있다. 요미우리신문사는 사내에 ‘활자문화추진회의’를 만들어 각종 관련 행사를 주최하거나 지원한다. 각 언론사가 진행하는 신문활용교육 활동도 활발하다. 최근에는 니혼게이자이신문이 문자활자문화추진기구와 공동으로 ‘업무를 살리는 독서술’에 관한 심포지엄을 열었다.

“책 덕분에 우리는 선인들의 사상이나 경험, 미의식을 알 수 있고 동세대 사람들과 생각을 공유할 수 있다. 활자문화의 역사 없이 인간의 창조력이나 기술 발달도, 경제 사회의 진보도 없다. 그리고 앞으로도 그런 역할이 없어지는 일은 없다.”

자타가 공인하는 독서가인 후쿠하라 문자활자문화추진기구 회장의 독서론이다.

도쿄=서영아 동아일보 특파원 sy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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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출처: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mode=view&code=210000&artid=200907301809265

 

ㆍ핀란드 고3 요한나 - 한국의 고3 이지영

“정말 이상하게 들리는데요.”

핀란드 살로고등학교 3학년 요한나 투오미넨(18)의 눈이 커졌다. 기자가 “한국의 네 또래 고등학생들은 방과후에 학원과 독서실에서 새벽까지 공부를 한다”고 전했을 때 요한나의 첫 반응이 그랬다. 요한나는 되물었다. “왜 그래야만 하나요.”


요한나는 핀란드의 고등학교 3학년이다. 핀란드 수도 헬싱키에서 100㎞ 정도 떨어진 소도시 살로에서 살고 있다. ‘언어치료사’가 되기 위해 대학진학을 준비하고 있다. 이미 종합대학인 투르크대학과 폴리테크닉(기능대학)에 입학지원서를 넣었다.

지난 5월29일 집으로 요한나를 찾아갔다. 투르크대학 공대 교수인 아버지 알루이스 투오미넨이 함께 기자를 맞이했다. 알루이스는 “핀란드의 교육을 취재하러 왔다니 기쁘다”며 “핀란드 교육은 자율과 평등이 특징이고 강점”이라고 한마디로 정리했다.

지난 2000년부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3년에 1번씩 각국 15세 학생(한국은 고등학교 1학년)들의 학력을 비교 평가하고 있다. ‘학업성취도 국제비교연구(PISA)’다. 한국은 2000년, 2003년, 2006년 세 차례 모두 상위권에 올랐다. ‘전 세계에서 공부를 가장 많이 하는’ 한국 학생들로서는 당연한 성취였다. 그러나 ‘전 세계에서 공부를 가장 잘하는 학생’이란 영예는 핀란드에 돌아갔다. 핀란드는 3회 동안 단 1항목에서도 4위 밖으로 밀려나지 않았다.

기자는 요한나에게 “핀란드 고3의 생활을 알고 싶다”고 말을 꺼냈다. 요한나는 “고3이라고 다를 것이 없을 텐데 무슨 얘기를 해줘야 할지 모르겠다”며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알루이스는 “한국 학생들도 공부를 잘한다고 들었는데 핀란드와 무슨 차이가 있느냐”고 물었다.

요한나는 지난해 8월부터 졸업식이 있었던 지난 5월30일까지 고등학교 3학년이었다. 그것도 대학입학을 준비해야 하는 인문계 고3이었다. 그러나 요한나는 “고등학교 1학년 때나 3학년 때나 다른 점이 거의 없었다”며 “대학입시 준비라고 해봐야 5월15일 치른 ‘대학입학자격시험’이고, 그것도 2주 전부터 수학 공부를 조금 더한 정도”라고 했다.

요한나를 인터뷰한 지 열흘 뒤에 서울에서 ‘한국의 고3생’ 이지영양(18·가명)을 만났다. 지영이는 서울 강북에 있는 인문계 고등학교에 재학 중이다. 지영이와 함께 나온 교사는 “성적만 놓고보면 전국에서 딱 중간 정도 되는 학교”라고 설명했다.

지영이의 성적은 반에서 1등이다. 3학년이 된 뒤 1등을 놓쳐본 적이 없단다. 그러나 지영이는 여전히 조바심을 냈다. 지영이는 “외고나 과학고 애들에 비하면 바닥을 기는 수준”이라며 “1등을 해도 성적 스트레스를 받는 것은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지영이는 올해 3월에 고3이 됐다. 그러나 달라진 것은 없다. 지영이는 1년 전에도, 2년 전에도 고3이나 마찬가지였다. 지영이는 “사실 대학입시준비는 중학교 때부터 시작하는 것 아니냐”며 “고등학교 1학년 때도 고3과 똑같은 스케줄로 공부를 했다”고 말했다.


흥미와 따분함

요한나는 오전 8시30분까지 학교에 간다. 보통 95분짜리 수업 4개를 듣는다. 수업마다 숙제가 딸려 나온다. 대부분의 숙제는 에세이 형식이다. 줄줄 외운 지식보다는 자신의 생각을 적어내야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다. 요한나는 “생물학을 특히 열심히 했다”고 말했다. 기자가 “혹시 의대 진학에 관심이 있느냐”고 물었다. 요한나는 “그럴 생각이었으면 화학이나 물리를 먼저 했을 것”이라고 대답했다. “생물학도 약간 도움이 되긴 했겠지만 그보다는 흥미가 있고 재미가 있어서 더 열심히 했다”고 말했다.

학교수업은 오후 3시30분이면 끝난다. 이는 이날 해야 할 공부도 함께 끝난다는 의미이다. 요한나는 “집에 가서 또 공부를 한다는 것은 학교에서 그만큼 열심히 하지 않았다는 것을 뜻한다”면서 “숙제는 하지만 별도로 학교 밖에서 더 공부를 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동갑내기 지영이는 오전 6시30분이면 잠을 깬다. 7시40분까지 학교에 가야하기 때문이다. 씻고 아침밥 먹기에도 빠듯한 시간이지만 지영이는 어머니가 식사준비를 하는 동안 틈틈이 영어단어를 외운다. 학교 수업은 8시10분부터 시작된다. 그 전에는 자습시간이다. 보통 문제집을 풀며 시간을 보낸다.

정규수업은 오후 4시면 끝이 난다. 그러나 하교는 아직 이르다. 오후 4시부터 6시까지 방과후 보충수업이 있다. 물론 모두 대학입시와 관련된 과목들이다. 지영이는 가장 취약한 논술과 수학을 선택했다. 단 하루도 수업을 빼먹은 적은 없다.


여유와 속박

기자는 “학교에서 돌아오면 보통 무엇을 하며 지내느냐”고 물었다. 요한나는 “먼저 숙제를 하고, 친구들도 만나고, 집 청소를 할 때도 있고, 강아지랑 산책을 한다”고 말했다. 요한나는 “언어에 관심이 많아 시에서 운영하는 문화센터로 가서 세계 각국의 언어들을 배우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래도 대학입시를 준비하는 학생인데 공부를 더하지는 않냐”고 물었다. 요한나는 잠시 생각하더니 “아… 마테오란 이탈리아 친구가 우리집에서 홈스테이를 하며 고등학교에 다니고 있다”며 “마테오에게 영어와 핀란드어를 가르쳐주고 이탈리아어를 배운다”고 말했다.

요한나에게 조심스럽게 반 등수를 물었다. 요한나는 “모른다”고 대답했다. “학교에 다니는 동안 단 한 번도 석차를 들어본 적이 없고, 알고 싶어한 적도 없다”고 말했다. 대신 “언어와 생물학을 잘하고, 수학을 못한다는 것만은 확실히 알고 있다”고 했다. 핀란드 학교에서는 각 과목을 4~10점으로 평가한 뒤 학생들에게 성적을 알려준다. 4점이면 낙제다. 요한나는 “2학년 때까지 수학성적이 좋지 않았다”며 “올해에는 수학공부에 조금 더 신경을 썼다”고 말했다.

요한나는 성적에 일희일비하지 않는다. 학교는 생활의 일부분이기 때문이다. 한 번 실패하더라도 다른 길이 있고, 또 되돌아갈 여유가 있다. 기자를 만난 날 요한나에게 가장 급한 일은 ‘졸업파티’ 준비였다. 그리고 올해의 숙제는 무엇보다 ‘내가 진정으로 하고 싶은 일’을 찾는 것이었다.

비슷한 시간, 지영이는 정신 없이 학교를 나와 집으로 가고 있었다. 수학과 영어 과외가 있는 날이기 때문이다. 수학은 지영이가 제일 자신 없어하는 과목이다. 지영이는 “중학교 때 뉴질랜드로 2년 동안 유학을 다녀왔다”며 “서울에 있는 친구들 대부분이 선행학습을 했기 때문에 한국으로 돌아온 뒤 수학 진도를 따라가는 데 엄청나게 애를 먹었다”고 말했다. 영어 과외시간에는 토플과 텝스를 공부한다. 지영이는 “영어는 제일 자신 있는 과목”이라면서도 “대학입학 원서를 쓸 때 외부조건으로 토플과 텝스 점수가 필요한 경우도 많기 때문에 따로 공부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서 “과외수업이 없는 날에는 학원에서 언어영역 수업을 듣는다”고 했다.

과외와 학원수업은 오후 9시가 돼서야 끝난다. 다음 코스는 독서실. 매일 새벽 1시까지 독서실에서 공부를 한다. 하루에 잠자는 시간은 많아야 5시간.

주말이 되어도 지영이의 삶은 나아지지 않는다. 학교를 쉬는 토요일과 일요일에도 오전 8시까지 독서실로 간다. 집으로 돌아오는 시간은 평일과 같다. 지영이는 “오전 8시에 (늦게) 가는 이유는, 그 시간이 되기 전에는 독서실이 문을 열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지영이는 집에서 정기적으로 용돈을 받지 않는다. 집안 형편이 어려워서가 아니다. 돈을 쓸 시간이 없기 때문이다. 지영이는 “참고서 등이 필요할 때만 따로 타서 쓴다”며 “고등학교 1~2학년 때는 시험 끝난 날, 소풍가는 날에는 그래도 하루 정도 놀았는데 고3 들어서는 한시도 그럴 여유가 없다”고 말했다. 지영이에게는 그 나이 또래의 아이들이라면 하나씩 갖고 있는 인터넷 미니홈피도 없다. “공부하는 데 방해가 될 것 같아” 일찌감치 폐쇄했다.

지영이는 사실 성적 말고는 고민이 없다. 이성에 대한 생각도, 사회에 대한 관심도 없는 편이다. 모든 고민과 잡생각은 명문대학 입학 뒤로 유예돼 있기 때문이다. 지영이는 “대학에 가도 천국이 펼쳐져 있지 않으리란 사실은 잘 안다”면서도 “그래도 지금보다는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희망과 두려움

요한나가 되고 싶어하는 언어치료사는 핀란드에서도 생소한 직업이다. 요한나는 “작년에 학교에서 우연히 언어치료사란 직업이 있다는 말을 듣고 관심을 갖게 됐다”며 “원래 다양한 언어에 관심이 많아 나에게 적합한 직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진로를 결정하기까지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함께 상담을 한 부모와 선생님 모두 요한나의 결정을 존중했다. 아버지 알루이스는 “자신의 선택과 만족이 가장 중요하다”면서 “딸이 ‘내가 뭘하고 싶은지’ 정확하게 알고 있는 것 같아 격려를 해줬다”고 말했다. 또 “만약 지금의 결정을 나중에 후회하더라도 돌아나올 방법은 많다”며 “핀란드의 대학에서 학생이 전공을 바꾸는 것은 아주 쉽고, 또 일반적인 일”이라고 말했다.

요한나는 재수도 염두에 두고 있었다. 요한나는 “시험성적이 기대만큼 잘 나올 것 같지는 않다”며 “(대학에 떨어지면) 1년 뒤에 다시 시험을 치르면 된다”고 말했다. 이어서 “(대학입시학원은 없지만) 집과 도서관에서 공부하면 충분하다”고 말했다.

‘떨어진다’란 말이 나올 때 아버지의 인상이 잠시 찡그려졌다. 알루이스는 “네가 공부를 조금 더 열심히 했으면 좋았잖아”라며 딸의 얼굴을 흘겨봤다. 그러나 그뿐이었다. 알루이스는 “앞으로도 공부할 수 있는 시간은 많다”고 말했다.

요한나는 기자를 만난 다음날인 5월30일 살로고등학교를 졸업했다. 여학생들은 화려한 드레스를, 남학생들은 깔끔한 정장을 입고 졸업식장에 모여들었다. 교장이 100여명의 졸업생을 한명씩 단상으로 불러냈다. 대부분의 졸업생 가족들이 참석해서 강당이 비좁았다. 뒤늦게 온 가족과 친구들은 강당 밖에서 스크린을 통해 졸업식을 지켜봤다.

대학 합격 여부가 결정되지 않았지만 요한나의 가족들은 졸업식을 마친 뒤 이웃들을 집으로 초대해 조촐한 축하파티를 벌였다. 다시 만난 요한나는 밝은 표정으로 “어차피 대학에 들어가서 석사과정까지 공부할 계획이기 때문에 (떨어져도) 미리 기초를 탄탄히 만들고 들어간다고 생각하면 그만”이라고 말했다. 요한나의 가족들은 6월이 되자 함께 여름휴가를 떠났다. 알루이스는 “앞으로 한 달은 전화도 받지 않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지영이는 영어교육과 진학이 목표다. 영어는 “잘하고, 또 좋아하는 과목”이라며 “교직이 주는 보장성과 안정성이 가장 좋아 보인다”고 말했다. 또 “지금보다 성적이 더 올라가면 법대 진학도 고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지영이가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재수다. 지영이는 “대학에 떨어지면 어떻게 하나란 생각에 매일같이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며 “특별히 해소를 한다기보다는 ‘나는 할 수 있다’란 자기위안으로 하루하루 버티고 있다”고 말했다. 지영이의 올 여름방학 일정은 이미 정해져 있다. 지영이는 “수능시험이 너무 급박하게 다가오고 있어 도저히 놀 생각이 나지 않는다”며 “점수가 만족스럽지 않은 사회탐구영역을 학원에서 보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지영이에게 “고등학교 생활이 힘들지 않으냐”고 물었다. 지영이는 “그래도 나는 공부가 ‘죽도록 싫어서 못하겠다’ 정도는 아니라 다행이라고 생각한다”며 “바람이 있다면 일주일에 단 몇시간이라도 학교에서 성적과 상관없는 수업을 듣는 것”이라고 말했다.

-학비 없고등수 없고…핀란드 학업성취도 ‘최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학업성취도 국제비교연구(PISA:Program for International Studint Assessment)’를 실시한 적이 있다.

각국의 만 15세(한국은 고등학교 1학년) 학생을 대상으로 학력과 학습배경(생활실태) 등을 조사하는 사업이다. 한국도 3번 모두 참가해 우수한 성적을 거뒀다.

그러나 3회에 걸친 평가에서 가장 뛰어난 국가는 핀란드였다. 2000년 첫번째 평가에서 읽기 소양 1위, 수학적 소양 2위, 과학적 소양 3위에 올랐던 핀란드는 3년 뒤에는 읽기와 과학 1위, 수학 2위, 문제해결 능력 3위를 차지했다. 이후 전 세계적으로 핀란드 교육제도를 연구하는 붐이 일었다. 핀란드는 가장 최근에 평가가 이뤄진 2006년에도 과학적 소양 1위, 읽기와 수학적 소양에서 2위에 올라, ‘세계 최고의 교육강국’임을 증명했다.

세계 각국에서 문의가 잇따르자 핀란드 국가교육청은 2004년 ‘핀란드가 PISA에서 성공한 배경’이란 공식 입장을 내놓기도 했다. 이를 간략하게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①가정, 성별, 경제상황, 모국어와 관계없이 교육 기회를 평등하게 할 것 ②지역에 관계없이 교육하고 성별에 따른 분리와 차별을 부정할 것 ③모든 교육을 무상으로 할 것 ④선별하지 않은 기초 교육을 실시할 것 ⑤모든 교육단계에서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협동하며 활동할 것. ⑥시험과 성적에 의한 등수 제도를 없애고 발달 시점에 서서 학생을 평가할 것 ⑦교사는 고도의 전문성을 가지고 자율적으로 행동할 것.

<살로(핀란드) | 글·사진 홍진수기자 soo43@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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