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지

2009년 11월 12일 목요일

정의와 복지

                <표> OECD 국가의 총지출 대비 구성비 (2002)             단위: %

         ※출처: OECD, National Accounts of OECD Countries: General Government of Accounts, 2005.

 

 

(1)2002년 기준 OECD 주요국과 한국의 정부지출 내역을 비교할 때 특이한 것은 사회보장 지출 비중은 총 국가지출의 9.7%로 OECD 평균(34.7%)의 28%, 즉 약 1/3에 불과하다.

 

(2) 국방관련 지출은 239%, 경제사업 관련지출은 208%, 주택·지역개발 관련 지출은 181%로 매우 높다. 교육 분야 지출도 OECD평균의 141%로 한국이 최고수준이다.(OECD 대부분의 국가의 경우 초중등 교육비의 평균 50%를 지방정부가 부담하는데 반해 한국은 중앙정부가 약 87%를 부담하기 때문이다.)

 

(3)GDP 대비 높은 건설 투자 : 1995~2006년까지 12년 동안 한국의 건설투자 비중은 19.22%로, OECD 평균 11.67%에 비해 훨씬 높다.  건설 수요가 많을 수밖에 없는 후발 개도국인 터키(11.02%), 폴란드(11.4%), 멕시코(9.94%) 보다 높고, 악명 높은 토건 국가인 일본(13.19%) 보다도 높다. 

 

(4)증세-감세 시비는 세금 및 재정의 구조에 숨어있는 심각한 불의로 집중되어야 할 사회적 관심을 엉뚱한 데로 돌린다. ‘(큰 폭의 적자재정을 감수하고서라도) 복지 재정을 대폭 늘리자’는 이른바 ‘전투적 복지주의’로 불리는 주장도 공공부문이 안고 있는 명백한 불의에는 대체로 전투적이지 않기에 설득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주요 선진국들이 1인당 국민소득 1만 불을 달성한 시점(대략 1990년)의 OECD 23개국 공공사회 지출 규모는 GDP의 17.9%였다. 그런데 2만 불을 돌파한 한국의 복지재정 규모는 아직도 GDP의 7.8%(2008년 예산 기준)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이는 결코 신자유주의자의 농간이 아니다. 그것은 토건족, 지방의회를 장악한 토호들, 각종 이익집단, 관료, 정치인의 오랜 유착구조와 이를 가능하게 하는 정치 제도(특히 선거제도)의 문제라고 보아야 한다. 이 구조는 경제가 성장하고, 복지재정을 늘린다고 해서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다.

정말 한국 재정 할당 양상이나 재정 구조를 보면, 로비력이 강한 집단이나 정보가 빠른 집단의 ‘먹튀’ 징후가 뚜렷하다. 특히 이명박 정부의 핵심들은 정권을 무슨 비즈니스(수익) 모델로 간주하는지, 큰 폭의 적자 재정이 예상됨에도 불구하고 자기 패거리와 친화적인 상층이 대부분의 혜택을 보는 감세를 거세게 밀어붙이고 있다. 동시에 토건족 또는 재벌.대기업이 대부분의 혜택을 보는 재정 배분 계획(산업분야와 SOC 분야 집중 지원)을 거세게 밀어붙이고 있다. 또한 자질도 능력도 없는 자들을 자기 패거리라는 이유로 온갖 변칙, 편법을 써가며 공기업, 공공기관 등에 밀어 넣고 있다. 그런 점에서 재정 할당이나  자리 배분에서 점점 더 ‘먹튀’들의 노략질 징후가 뚜렷해지고 있다. 아프리카 여러 나라에서 흔히 목격할 수 있는 ‘도적 정치’를 닮아가고 있다. 

정의가 무참하게 강간을 당하고, 재정이 엉뚱한 곳으로 콸콸 새는 마당에 큰 폭의 적자 재정을 감수하고서라도 복지 재정을 대폭 늘리고, 공공부문을 유지, 확대하자는 것은 그 속마음은 어떤지 몰라도 객관적으로는 반동이 아닐 수 없다. 발전 국가, 개발독재의 유산과 사민주의가 이종 교배하면 재정을 엄청나게 먹어치우는, 불가사리 같은 괴물을 낳을 뿐이다. 현재 한국에서 복지 가치는 (투자/고용 의욕과 근로/피고용 의욕 자체를 맛이 가게함으로서) 일자리 자체를 죽여 거대한 복지 수요층을 양산하는, 불공정하고 불공평한 정치,경제,사회 구조를 뜯어고치지 못한다. 조세 저변을 늘리지도 못하고, 조세 부담 의지도 늘리지 못한다. 백년 갈 가치 생산 생태계를 불태워 찰나의 이익을 취하는 화전민 마인드도 퇴치하지 못한다.  그러나 정의는 이 모든 것을 정조준한다.  그러므로 더 따뜻한 나라를 만들려면 더 차가운 정의를 세워야 한다. 더 큰 복지, 더 많은 재정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더 확고한 정의를 세워야 한다. 복지가 아니라 정의가 먼저다.

          *출처: 김대호(사회디자인연구소 소장), '복지가 아니라 정의가 먼저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