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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11월 17일 화요일

책이 없는 집

오늘 점심시간, 김훤주 기자의 블로그에서 만난 글입니다. 제목은 '텔레비전 보다가 전유성이 좋아졌다.'

 

 

KBS 1TV <아침마당> '화요초대석'에 허정도라는 분, 경남도민일보 전 사장이자 <책 읽어주는 남편>이라는 책을 쓴 분, 건축가로 거창샛별초등학교 등을 설계하신 분, 한국YMCA전국연맹 이사장도 하고, 지역신문협회 공동대표를 맡기도 했다는 분, 이 분이 출연했는데, 이 프로그램의 '약방의 감초' 역할을 하는 개그맨 엄용수이 들려주는 전유성에 대한 이야기를 김훤주 기자는 전하고 있었습니다.  

 

우리 허정도 사장은 <책 읽어주는 남편>이라는, 책에 대한 책을 펴낸 계기로 <화요 초대석>에 초대받았는데 그러니까 엄용수가 책 이야기를 하게 됐겠지요. 전유성의 책 얘기를 했습니다.

 

이런 식이었습니다. "아 그 선배는, 책도 많이 읽고 책 선물도 많이 해요. 언제나 책을 들고 다니면서 읽지요. 후배들한테 '야, 이 책 좋더라.' 하면서 던져 주고 '야, 이 책 아주 재미있더라.' 하면서 건네준단 말이죠."

 

책을 많이 읽고 다른 사람들한테 책 선물도 많이 하니 좋은 일이기는 하지만, 그것은 그 사람을 부러워 할 일은 돼도 좋아할 일까지는 못 되지요. 그런데 다음 대목에서 확 빨려들어가고 말았습니다.

 

"그런데 선배 집에 가면, 책이 하나도 없어요. 깨끗해요. 텅텅 비어 있어요. 왜냐고요? 책 보고 나서 집에 책꽂이에 꽂아두는 게 아니라 짚히는대로 후배들이나 다른 사람들한테 줘버리니까요."  

 

물론 웃자고 한 얘기겠지만 제게는 전혀 우습지 않았습니다. 그냥 몸이 좀 서늘해졌고 머리는 좀 얻어맞은 것 같았을 따름입니다. 그러고는 빈틈없이 꽂혀 있는 제 책장 제 책꽂이가 순간 떠올랐을 뿐입니다.

 

거기에는 언제 읽었는지 기억도 희미한, 읽었는지 읽지 않았는지도 잘 모르겠는, 지금은 책으로서 값어치보다는 그냥 유물로서 값어치가 더 나가는 그런 책들이 잔뜩 있습니다. 제 욕심에 발목이 잡혀서 돌고돌아가는 세상으로 들어가지 못하고 끄집어내어져 있는 것들입니다.

 

제 집이 작기도 하지만, 그러다 보니 책이 막 곳곳에 쌓여 있습니다. 책은 자꾸 생기는데, 원래 있던 책은 버리지 못하니까, 조금씩이라도 빈틈을 만들어 책을 자꾸자꾸 재어 놓습니다. 이런 저를 엄용수의 전유성 이야기가 돌아보게 했습니다.

 

김훤주는 전유성을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었습니다. "전유성은 책을 열심히 읽는다는 데서는 참 좋은 사람입니다. 이웃이랑 나눌 줄 안다는 면에서는 참으로 따뜻한 사람입니다. 욕심을 없앴다는 면에서는 아주 바람직하게 깨달은 사람입니다. 가져봐야 오히려 해코지만 된다는 진실을 직시했다는 점에서는 아주 현명한 사람이라 해야겠지요."

 

한 사람을 이렇게 '좋은 사람, 따뜻한 사람, 깨달은 사람, 현명한 사람'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인지. 너무 과한 것은 아닌지, 그런 생각을 문득 하면서도, 저도 남에 다 주어버려서 책 한 권 없는, 전유성의 집을 생각하게 됩니다. 전유성을 천재라고 생각했던 적이 있었습니다만, 이제는 천재가 아니라 선지식이라 해야 할 듯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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