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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12월 21일 월요일

용서와 추서

섬김의 길, 다산연구소가 보내온, 임부연 씨의 짤막한 글이다. 이 글에서 임부연 씨는 '서'의 수양을 거론하고 있다. 다른 사람의 잘못을 너그럽게 봐주는 용서가 아니라, 치열한 실천으로 남의 마음을 헤아리는 추서.

 

“하늘이 사람의 선(善)과 악(惡)을 살피는 것은 오직 두 사람 사이의 교제다. … 옛 성인이 하늘을 섬기는 학문은 인륜(人倫)을 벗어나지 않는다. 이 하나의 ‘서(恕)’로 사람을 섬길 수도 있고 하늘을 섬길 수도 있다. ” ―― 『논어고금주(論語古今注)』

 

1. 정약용은 사람이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수많은 사람과 맺는 사회적 관계야말로 삶의 총체라고 본다. 우리는 사람을 떠나서 살 수 없으며 사람과 만나야만 인격적인 존재로 살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선과 악이라는 윤리적 범주도 “나도 한 사람, 남도 한 사람[我一人, 彼一人]”이라는 상호적인 인간관계[=交際]에서 발생한다. 다시 말해 나와 남 사이에 형성되는 다양한 관계에 맞게 고유한 책임과 직분을 다하느냐 여부가 윤리성을 결정하는 것이다.

2. 공자는 “자신이 남에게 받기 원하지 않는 일을 남에게 하지 말라[己所不欲, 勿施於人]”는 ‘서(恕)’의 방법을 제시하였다. 정약용도 남과의 교제에서 이뤄지는 ‘서’의 수양을 매우 중시한다. 그에게 ‘서’는 단지 남의 잘못을 너그럽게 봐주는 용서(容恕)가 아니라, 치열한 자기 성찰로 남의 마음을 헤아려 실천하는 ‘추서(推恕)’이다. 가령, 내 자식에게 받고 싶지 않은 대접이 있다면 동일한 마음을 헤아려 내가 내 부모를 그렇게 대접하지 않는 것이 ‘서’이다.

3. 사람을 섬기지 않으면 하늘을 섬길 수 없다. 얼굴을 맞대고 함께 사는 사람을 섬기지 않으면서 하늘을 섬길 수 있다는 믿음은 환상이다. 정약용은 하늘에 대한 믿음으로 사람을 섬길 수 있는 내면적 근거를 확립하고, 인륜의 실천을 통해 하늘을 섬기는 진정성을 확인하고자 했다. 따라서 자신을 낮추고 사람을 섬기는 ‘서’의 수양은 바로 하늘을 섬기는 길이 된다. 이처럼 죽는 순간까지 사람을 섬겨야 하니, 우리의 짐은 무겁고 가야할 길은 멀지 않은가?

글쓴이 / 임부연
· 서울대학교 강사
· 제5회 다산학술상 우수연구상 수상
· 공저 : 『스승 이통과의 만남과 대화 : 연평답문』, 이학사, 2006
           『유교와 종교학』, 서울대 출판부, 2009
· 공역 : 『시경강의(詩經講義)』 1-5, 사암, 2008
· 저서 : 『중국철학 이야기3 : 근ㆍ현대-유학의 변혁, 서양과의 만남』, 책세상, 2006
           『정약용 & 최한기 : 실학에 길을 묻다』, 김영사,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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