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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2월 11일 목요일

유향(乳香)이란 젖내음이란 뜻일 것이다

 

        *사진출처: '유향'에 대한 구글 이미지 검색 결과

 

꽃들이여 피어나라. 이제 봄이다.

 

꽃에 대한 이야기다. 소한부터 입하까지 한 절후에 세 차례씩 꽃 소식이 전해온다 한다. 그런가. 참으로 옛사람들 꼼꼼하게도 살폈다. 매화와 산다, 수선과 서향, 난과 산반, 앵도와 행화, 이화와 도화, 장미와 해당화, 이화와 목련, 기타 등등.(하지만 李花가 梨花와 어떻게 다른게 생겼는지, 우리는 모른 채, 모른 척, 지난다.)

 

한국고전번역원의 누리집에서 가져온다. 다음 인용문의 출처는 <성호사설> 제5권 만물문(萬物門) 아아화(鵝兒花) 인데, 이 대목은 <오잡조(五雜爼)>의 것이라 한다. <오잡조(五雜爼)>는 명(明) 나라 사조제(謝肇淛)가 천(天)ㆍ지(地)ㆍ인(人)ㆍ물(物)ㆍ사(事) 등 다섯 가지를 유별로 적은 잡기(雜記)라 한다.

<오잡조(五雜爼)>에 상고하니, “소한(小寒) 이후부터 입하(立夏) 이전까지 한 절후(節候)에 세 차례씩 화신풍이 부는데, 매화(梅花)ㆍ산다(山茶)ㆍ수선(水仙)ㆍ서향(瑞香)ㆍ난화(蘭花)ㆍ산반(山礬)ㆍ영춘(迎春)ㆍ앵도(櫻桃)ㆍ망춘(望春)ㆍ채화(菜花)ㆍ행화(杏花)ㆍ이화(李花)ㆍ도화(桃花)ㆍ체당(棣棠)ㆍ장미(薔薇)ㆍ해당(海棠)ㆍ이화(梨花)ㆍ목란(木蘭)ㆍ동화(桐花)ㆍ맥화(麥花)ㆍ유화(柳花)ㆍ목단(牧丹)ㆍ도미(酴釄)ㆍ연화(楝花), 이 스물네 가지 꽃이 핀다.”고 하였다.

그런데 이 짤막한 인용문을 읽으면서 언뜻 드는 생각. 민영규 선생의 <예루살렘 입성기>의 어떤 대목이다. 어렴풋하지만, 번역된 <성경>의 어떤 식물이름에 대한 길고 긴 논의였다. 김정환 시인이나 김규항의 '예수전'에서는 전혀 읽어낼 수 없는 그 엄혹한 리얼리티에 대한 탐구. 예를 들어 이런 대목이다. 민영규 선생의 <예루살람 입성기>를 읽으면서 정말 끔직하게 전율했던 부분이기도 하지만, 또한 정말 끔찍하게 징그럽다고 생각했던 부분이기도 하다.

'유향'이라면 누구나 먼저 기독탄생의 날에 동방의 세 박사가 황금과 유향과 몰약이 든 세 개의 보배함을 각기 하나씩 받들고 어린 예수를 경배했다는 마태복음 2장 11절을 연상할 것이다. 신약과 구약을 통해서 또 몇 번쯤 이 유향이란 낱말이 등장해 있는지 나는 아직 그 도표를 가지고 있지 않다. 그러나 우리말 성경에서 유향으로 불리운 것 중엔 적어도 두 가지 종류가 다른 것, '시바'의 유향과 '길르앗'의 유향이 있음을 지적할 수 있을 것 같다. 시바의 유향의 경우 영문 성경에서는 그것을  franskincense로 번역하고 길르앗의 유향 balm of Gilead과 완전히 구별지어 있는 것이다. 당•송 본초학에서 유향(乳香)으로 불리우던 것은 오히려 후자의 그것이다. 동방의 세 박사와 더불어 유명해진 유향은 시바의 유향의 계열에 속한다. 이사야 60장 6절과 예레미아 6장 20절에 나오는 유향은 모두 아랍반도 남쪽 끝인 시바의 특산물로 되어 있다. 식물학에서 Boswellia란 이름의 나무에서 채취된 향료를 가리킨다. 대엿 길 높이의 나무줄기에 상처를 내고 거기서 흘러내린 진(樹脂)을 응결시킨 것이 바로  franskincense가 된다는 것이다. 향료의 빛깔은 담황색, 불에 태워서 향내를 피운다. 히브리말로 lebonah, 희랍말로 Libanos로 나와 있다. 일본의 어느 식물학 사전에서 나는 이 Boswellia(-serrata)가 반혼수(返魂樹)로 풀이되어 있음을 보았다.

언젠가, 태평양 바다 위를 날아다니는 갈매기들이 우리가 동해 바다에서 보는 갈매기와 전혀 다를 정도로 무진장 큰 놈들이라는 것을 알게 되면서, 참 그놈들, 하고 생각했던 때가 있다. 땅이 다르고 하늘이 다르면 씨앗들도 다른 식으로 꽃을 피운다. 그러므로 봄꽃들도 다 같은 봄꽃이 아니다. 어찌 매화라고, 수선화라고 다 같은 꽃일까! 내가 보는 봄꽃은, 내가 보는 봄꽃이다.

 

꽃들이여 피어나라. 이제 봄이다.

 

그러나 저라나 유향(乳香)이란 말풀이를 하면 젖내음이란 뜻이 아니겠는가? 정말 젖내음이 나는 것일까? 아 그런데 황금은 알겠는데, 몰약은 무엇을 말하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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