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지

2010년 3월 12일 금요일

생명문제와 4대강-주교회의

*참고사진: 출처는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재의 수요일, 신자 150여 명이 뭇 생명의 죽음에 대해 참회하며 사순 시기를 두물머리에서 시작하고 있다."

 

주교회의 의장 강우일 주교는 2010년 3월 12일(금) 오전에 서울 중곡동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생명문제와 정부의 4대강 살리기 사업에 대하여 천주교 주교단의 입장을 발표했다.

 

'우리는 모든 피조물이 지금까지 다 함께 탄식하며 진통을 겪고 있음을 알고 있습니다.'(로마 8, 22)

 

1960년대 이후 이 나라 정부는 단기간의 경제개발 효과를 얻어내기 위하여 인구의 급격한 감소를 겨냥하며 적극적인 산아제한 정책을 펼치기 시작하였고, 1973년에는 낙태를 광범위하게 허용하는 모자보건법을 도입하였습니다. 사실상 어머니 뱃속의 아기 생명에 대한 무차별적인 제거 수술을 허용한 것입니다. 그 이후 가톨릭교회는 거의 해마다 이런 반생명적인 정부의 정책에 대해 항의하고 시정을 촉구하여 왔지만 정부와 정치권은 전혀 귀를 기울이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지금 어떻게 되었습니까? 이 사회는 세계에서 가장 심각한 저출산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초등학교 입학 아동이 급감하고 있고 이대로 가다가는 이 나라의 발전은 말할 나위도 없고 존립 자체가 위협받는 막다른 골목에 다다랐습니다. 생명이 사라지면서 어둔 죽음의 그림자가 짙어지고 있습니다. 이런 정책을 입안하고 집행한 사람들 중 아무도 책임지는 사람은 없습니다.

 

그런데 이 죽음의 어둠에 억눌리고 악몽에 시달리던 의료인들이 스스로의 과오를 고백하며 많은 저항과 모든 불이익을 감수하고, 더 이상 죽음의 문화를 확산시키지 않겠다는 각오로 용기 있게 호소하고 나선 것은 우리에게 큰 위로를 주고 새로운 희망을 안겨줍니다.

 

하지만 여전히 우리 사회는 반생명적인 문화가 무겁게 드리우고 있습니다. 이 사회가 참된 발전을 이루기 위해서는 생명을 선택하여야 합니다. 가장 약하고 스스로 방어할 수도 없고 저항할 수도 없는 어머니 뱃속의 생명을 파괴하는 행위는 어떠한 명분으로도 정당화될 수 없습니다. 대법원 판례에서도 ‘인간의 생명은 잉태된 때부터 시작되는 것이고 회임된 태아는 새로운 존재와 인격의 근원으로서 존엄과 가치를 지니므로 그 자신이 이를 인식하고 있든지 또 스스로를 방어할 수 있는지에 관계없이 침해되지 않도록 보호되어야 함이 헌법 아래에서 국민 일반이 지니는 건전한 도의적 감정과 합치되는 바이다.’ (1985. 6. 11, 84도, 33권 2집, 협497<500>) 라고 확인한 바 있습니다.

 

생명을 발전의 수단으로 삼고 파괴하는 행위는 자연환경에 대해서도 똑같이 드러나고 있습니다. 지구상의 모든 생명은 하나의 고리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자연 생명이 파괴되면 그 자연을 호흡하고 섭취하며 살아가는 인간 생명도 운명을 함께 할 수밖에 없습니다.

 

춘계 총회에 모인 한국 천주교의 모든 주교들은 현재 우리나라에서 곳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4대강 사업이 이 나라 전역의 자연 환경에 치명적인 손상을 입힐 것으로 심각하게 우려하고 있습니다.

 

정부 실무진의 설명을 들어보았지만, 우리 산하에 회복이 가능할 것 같지 않은 대규모 공사를 국민적인 합의 없이 법과 절차를 우회하며 수많은 굴삭기를 동원하여 한꺼번에 왜 이렇게 급하게 밀어붙여야 하는지 도저히 이해를 할 수 없습니다. 욕심으로 인한 경솔한 개발의 폐해가 우리 자신과 후손에게 지워질 때, 이 시대의 누가 책임을 질 수 있겠습니까? 교황 베네딕토 16세께서는 회칙 ‘진리안의 사랑’에서 “환경은 하느님께서 모든 이에게 주신 선물로서, 이를 사용하는 우리는 가난한 이들과 미래 세대와 인류 전체에 대한 책임이 있습니다. .... 자연환경은 우리가 마음대로 이용할 수 있는 원료 이상으로 소중한 창조주의 놀라운 작품이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자연에는 그것을 무분별하게 착취하지 않고 현명하게 사용하기 위한 목적과 기준을 알려주는 ‘공식’이 담겨 있습니다.”(48항) 라고 말씀하십니다. 우리는 무분별한 개발로 단기간에 눈앞의 이익을 얻으려다가 창조주께서 몇 만 년을 두고 가꾸어 오신 소중한 작품을 송두리째 파괴하는 어리석음을 저질러서는 안 됩니다.

 

우리 한국 천주교 주교단은 이 어려운 상황에서 우리 자신을 포함한 사회 전체의 성찰과 회개를 촉구하며, 정부 당국자들과 국민 모두가 우리 자신과 미래의 세대에게 책임있고 양심적인 길을 택할 수 있기를 한 마음으로 기도합니다.

 

하느님께서는 일찍부터 우리에게 가르치셨습니다.

 

‘보아라. 나는 오늘 생명과 죽음, 행복과 불행을 너희 앞에 내놓는다. ....

너희 앞에 생명과 죽음, 축복과 저주를 내놓는다. 너희나 후손이 잘 되려거든 생명을 택하여라.’ (신명 30, 15.19)

2010 3 12

한국 천주교 주교단

 


댓글 2개:

  1. trackback from: 4대강사업, 내 고향을 파괴하다
    얼마전 고향에 다녀왔다. 내 고향은 경북 예천의 한 조그마한 시골 동네이다. 낙동강을 끼고 있고, 문경과 상주를 바로 인접하고 있다. 차를 타고 낙동강을 보았는데, 강을 따라 백사장에 일직선의 선을 그어둔 것이 보였다. 그리고 포크레인과 같은 중장비들이 보였다. 이곳도 4대강 프로젝트의 영향권에 든 것이다. 나는 왜 강의 백사장을 파해치고 잘 쌓여있는 제방을 정비해야하는지 모르겠다. 이해할 수가 없다. 내가 살던 곳은 홍수 피해도 거의 없었고, 여름..

    답글삭제
  2. trackback from: 여자는 저출산문제 해결하려면 집구석에 있어라?
    우리나라 최고권력 실세중의 한사람인 최위원장이 최대 여성비하발언을 했다죠? 그것도 여기자들 모아놓고 ㅋㅋㅋ 이렇게 이쁜여자들은 밖으로 돌아다닌거 보담 방구석에 있어서 애낳을 연구를 해야한다고? 으크크크! 솔직히 요즘 여자들 애 안낳고싶어 안낳습니까? 며칠전 뉴스 보셨지요? 애낳자마자 목졸라 죽이다 들켰는데,, 솔직히 기를 자신이없어 죽였다구!! 이렇듯 애낳을 사회적 기반인 남편의 급료라든가 복지문제는 축소하면서 여자만 ‘애낳는 도구’가 되라하면 누가..

    답글삭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