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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6월 1일 화요일

선대인 부소장의 지방재정 분석

[지방재정 진단①] "이 와중에 호화청사?" 

 

[지방재정 진단②] 급전직하하는 재정자립도

 

[지방재정 진단③] 오세훈, 복지예산 깎아 토건예산으로

 

[지방재정 진단④] 2007년 이후 채권 16.7조, '배보다 더 커진 배꼽'?

 

[지방재정 진단⑤· 끝] 토건사업이 계속되는 이유

 

전국 지자체의 재정 상태가 빠르게 악화되고 복지와 문화, 교육 분야의 사회적 투자 요구가 커지고 있는데도 여전히 각 지자체들이 각종 개발사업에 무분별하게 나서며 예산을 탕진하고 있는 이유는 뭘까. 한 마디로 말하자면 지자체의 정책 틀이 과거 3,40년 전의 개발연대에 비해 근본적으로 변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중략)

 

이를 간단히 설명하기 위해 토건사업과 지식서비스업, 두 가지 산업에만 자원을 배분할 수 있는 경제에서 경제구조 변화에 따라 자원 배분이 어떻게 달라져야 하는지를 생각해보자. 이를 위해 두 산업에 배분할 수 있는 자원은 100이라고 가정하자. 먼저 토건사업에 75, 지식서비스업에 25를 쓸 때 경제 발전에도 가장 효과적이면서도 국민경제 전체의 효용, 즉 후생수준을 극대화할 수 있는 경우가 개발연대 시절의 자원배분 모델이라고 할 수 있다. 반면 토건사업에 25, 지식서비스업에 75를 쓸 때 경제 발전에도 가장 효과적이면서 국민들의 후생 수준을 극대화할 수 있는 경우가 현대의 첨단지식정보화시대의 자원배분 모델이라고 할 수 있다.(중략)

 

공공과 민간의 역할이 제대로 정립되지 않고 민간과의 유착이 당연시돼버리다 보니 정치 민주화가 진전됐다고는 하지만 실제로 정책결정 과정에서 일반 소비자 내지는 국민들의 의사보다는 이해관계를 가진 업계의 '업자'들이 훨씬 더 큰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업자'들이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하는 데는 중앙정부는 물론 각 지자체 관료들의 전문성과 도덕성이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해당 분야의 전문성을 가진 인재들을 폭넓게 공직에 채용하는 선진 각국과 달리 시대착오적인 고시제도나 획일적인 공무원 임용시험의 틀 속에서 채용된 공무원들이 해당 분야 민간기업의 전문성을 쫓아갈 수 없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주요 사업을 추진하는데 있어서 민간기업에 구체적인 방안을 의존하는 경우가 일상화되어 왔다. 특히 지자체의 특성상 각종 도시계획과 관련한 사업들이 많은데, 지자체들은 각종 도시계획상의 세부 개발계획을 짜거나 세부 정책을 결정하는 데 있어서도 이해관계를 가진 업체들에게 용역을 주거나 아예 실시방안까지 짜오도록 해서 정책을 추진하고 있기도 하다.(중략)

 

각 지자체의 예산사업 내역을 보면 사업이름만으로는 일견 소프트웨어사업 예산이 크게 증가한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 속 내용을 뜯어보면 여전히 하드웨어 위주의 사업이 과도하게 편성되고 있다. 이처럼 정책의 기획-집행-평가 체계를 제대로 확립하지 않고 전시행정 위주로 추진하다 보니 서울시의 '디자인 서울' 사업처럼 취지가 좋고 필요한 사업조차도 도시의 품격을 올리고 시민들의 삶의 질을 끌어올리기보다는 그저 '업자'를 위한 토건사업들로 바뀌어 버리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중략)

 

'창조적 계급의 부상(The Rise of Creative Class)'으로 경제지리학 분야에서 큰 주목을 받은 리처드 플로리다 토론토대 경영대학 교수는 경제발전의 3T라고 불리는 기술(technology)과 함께 재능을 가진 인재(talent)와 관용(tolenrence)을 강조했다. 그는 "지역의 경제적 발전은 다양하고 관대하고 새로운 아이디어에 개방적인 지역을 선호하는 창조적인 사람들에 의해 촉진된다"며 "사람들의 지역 진입장벽을 낮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 같은 창조경제의 진면목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도시개발 정책이 오히려 중장기적으로 도시의 발전을 저해한 사례로 미국 피츠버그시를 예로 들었다. 피츠버그시는 카네기멜론대를 바탕으로 뛰어난 인재들이 배출되고 1980년대 이전에 미국의 철강산업, 알루미늄산업, 전기산업이 매우 활발했던 도시였다. 특히 워싱턴하우스, 유에스스틸, 알코아 등 대기업들의 R&D센터가 자리잡아 한때 세계적인 산업혁신의 중심지로 꼽히기도 했다. 하지만 1990년대 이후 피츠버그는 철강산업 등의 쇠퇴와 함께 빠르게 몰락했다. 플로리다 교수는 피츠버그 시의 쇠퇴 원인 가운데 하나로 '과도한 재개발'을 꼽았다. 피츠버그시 당국이 공동체 문화가 살아 있던 지역을 낙후된 지역으로 지정해 대규모 재개발을 실시해 "도로가 많은 교통 순환선으로 둘러싸인 밋밋한 쇼핑몰 스타일
의 단지로 대체"했고, 결국 "그 지역의 거대한 창조적 공동체는 뚜렷한 소규모 집단주거지로 쪼개지고 분열되었다"고 설명했다. 피츠버그시는 1990년대 말에 2개의 새로운 스포츠 경기장과 컨벤션센터 건립을 위해 10억 달러를 지출했는데 그는 이를 두고 "그 지역의 진정한 건축물을 교외의 쇼핑몰에서 찾을 수 있는 일반상표로 대체함으로써 파괴하고 태우는 재개발 전략을 계속 장려"한 것이라고 비판했다.(중략)

 

하지만 이 같은 세입세출 구조조정은 현재의 행정시스템 변화와 함께 병행되지 않으면 안 된다. 지금처럼 '업자'들을 끼고 정책을 결정하는 구조가 아니라 보다 폭넓게 시민들의 여론과 사심 없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정책에 반영되는 구조가 형성돼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예산편성 과정에서부터 시민들의 정책 수요를 반영하는 구조를 만들어야 하며, 시민들이 예산의 상당 부분을 직접 요구하고 편성할 수 있는 '참여예산제'를 대폭 확대할 필요가 있다. 또한 적절한 결과를 만들어내지 못한 공무원들을 평가할 수 있도록 주요 정책에 대해서는 '정책실명제'를 도입해 정착시키는 것도 필요하다.

하지만 무엇보다 경제구조와 시대 상황에 걸맞은 방식으로 공무원 채용 방식과 성과 평가 방식이 바뀌어야 한다. 고시나 공무원 시험 등을 통해 전문성이 없이 일률적인 사고방식을 가진 사람들을 채용하기보다는 서구의 공무원 채용 방식처럼 각계 분야에서 전문성과 경력을 쌓은 사람들이 폭넓게 채용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또 투입이 아닌 결과 지향적인 방식으로 사후 평가를 철저히 하고 이를 인사고과에 반영할 수 있도록 조직과 인사 체계를 바꿔야 한다.

물론 관료 시스템의 변화 못지 않게 부패하고 무능한 정치 구조를 바꾸거나 일반 시민들이 단순한 개발 욕구에서 벗어나 자신들의 문제를 정치적으로 제기하고 해결을 요구할 수 있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그렇지 않고서는 각 지자체들이 앞다투어 각종 명분을 내세워 콘크리트 정책 사업을 남발할 뿐이며 결국에는 시민들의 삶의 질을 끌어올리지 못한 채 소중한 재원들만 낭비되는 악순환이 반복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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