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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8월 25일 수요일

경술국치와 책읽기

경술국치 100년을 맞는다. 1910년 8월 29일 유사 이래 처음으로 국토와 민족 모두가 이민족의 침략에 짓밟혔다. 그로부터 100년. 허동현 교수(경희대 학부대학장 한국근현대사)의 '영원히 아물 수 없는 상처, 경술국치' 라는 글을 읽는다. 2010년 8월 25일 <중앙일보>에 발표된 칼럼이다.

 

그때 그들은 식민지 조선의 정치가 근대적으로 발전한 것처럼 선전했지만, 어느 정도 기본 인권과 참정권을 보장했던 메이지헌법이 아닌 총독의 제령(制令)을 적용해 언론·결사·집회·출판의 자유를 완전히 찍어 누른 것이 이 땅의 실상이었다. 3·1운동 후 ‘문화정치’를 내건 일제가 약간의 기본권을 허용했지만, 출판과 집회마다 의무화된 사전검열과 경찰 임검(臨檢)이 말해주듯, 이는 사탕 물림의 정치 쇼에 지나지 않았다. 1925년 치안유지법이 시행되자마자 이 제한된 자유마저 신기루가 되어버렸다.

 

이 땅의 사람들이 민족을 단위로 한 국민국가의 주인이 되길 열망하던 그때. 일제는 우리의 정치적 권리와 자유를 박탈해 자주적 민주정치를 펴나가는 데 필요한 경험을 쌓는 것을 막았다. 그뿐만 아니라 오늘 우리 시민사회가 앓고 있는 고질병인 균열의 이분법도 지도자와 민초 사이에 상호불신과 반목을 조장한 일제 분열지배(divide and rule) 정책의 유산이며, 남북분단도 그들이 져야 할 침략전쟁의 죗값을 우리가 대신 떠안은 것이다. 한 번 스쳐 지나간 아픔이 아니라 지금도 여전히 우리를 괴롭히는 아물지 않는 상처를 남긴 강제병합 100주년을 맞는 오늘. 불행한 과거사를 넘어 한·일 두 나라 사람들이 상생의 길로 가기 위한 징검다리의 첫 번째 디딤돌이 될 일본인들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진솔한 사과와 성찰에 우리 시민사회는 아직도 목마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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