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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11월 27일 토요일

아쉬운 '마음의 양식'-독서주간과 농촌에 책보내기 운동

아쉬운 '마음의 양식'

-독서주간과 '농촌에 책보내기운동'

 

지금까지의 운동은 성과 없어

기껏해야 잡서류만 보내

162개의 '마을문고'에 기대

 

제8회 독서주간이 시작되었다. 독서주간의 설정 목적은 책을 읽고 글을 쓰는 것을 직업으로 하는 이외의 사람에게 책을 읽히자는 데 있다. 책을 읽지 않은 대부분의 사람은 다방이나 사랑방에 모여 앉아서 남의 험담이나 하기가 일쑤. 그래서 국민운동 중에 가장 강력하게 추진되어야 할 것 중에 하나가 국민개독운동(國民皆讀運動)이라 하겠다. '한국도서관협회'와 문교부는 해마다 독서주간을 설정하여 독서운동을 펼쳐왔다. 그러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도시 중심의 운동에 그치고 말았다. 하지만 한번 시야를 돌려보면 독서운동은 도시보다 농촌에 더 강조되어야 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농민들은 책을 읽고 싶어도 읽을 책이 없다. 책을 통하지 않고서는 필요한 지식을 얻을 길이 없는 그들이다.

 

책은 농민에게 주어야 하고 또 읽혀져야 한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20여 개의 공공도서관이 있을 뿐이나 그것도 도시에만 편중되어 있다. 다행히 5.16혁명 후 농민에게도 책을 읽혀야겠다고 해서 지난 4월부터 '농촌에 책보내기 운동'이 재건국민운동본부에 의해 추진되고 있다.

 

그러나 막상 농민에게 책을 보내자면 막대한 돈이 필요하다. 전국 2만여 리동(里洞)에 한권(100원꼴) 씩만 보낸다 해도 200만원이 있어야 한다. 이래서 시작된 것이 휴지모으기 운동이다.

 

재건운동본부에 의하면 관공청에서 쏟아지는 휴지는 연간 70만 관, 값으로 쳐서 900만원, 한 리동에 4권 이상의 책을 보낼 수 있는 돈이 된다.

 

아직은 계획뿐이지 결과는 1년 후에나 기대해볼 일이지만 그 '아이디어'만은 높이 사줄 만하다.

 

기록을 들추어보면 이제까지 농촌에 책이 전혀 없었던 것만도 아니었다.

 

지난 6월말 현재 문교부에서 낸 <전국 농촌문고 일람>이라는 책자를 들추어보면 전국 12,569개 리동에 22,732개의 농촌문고가 있다는 사실을 알 수가 있다.(표1 참조)

 

한 리동에 한 개 이상의 농촌문고가 있어 숫자상으로는 제법 풍성한 느낌이다. 그러나 내용을 알고 보면 그것은 도시에서 헌 책(잡지나부랑이)를 모아 농촌으로 보낸 것에 불과하고, 거기에 체면닦음으로 '농촌문고'라고 박아 <채소가꾸기> <영양요리법> 등 소책자를 15집까지 내어 보내었을 뿐이다. 지금 그 흔적이 얼마만큼 남아 있는지는 의심스러울 정도다.

 

이와는 별도로 공보부에서는 따로이 주간 <농촌문고>를, 농림부에서는 농촌진흥청을 통해서 월간 <농촌지도>와 그밖의 도서를, 농협중앙회에서는 <새농촌을 위하여>라는 책자와 기타 서적을 내어 서로 다투어가면서 농촌문고 설치를 장려하고 있다. 그러나 이것만으로 농민에게 책을 읽힐 수는 없다.

 

다년간 농촌독서운동에 종사하였고 현재 마을문고진흥회 회장으로 있는 엄대섭 시는 "지금까지 관청의 농촌문고 설치운동은 전적으로 실패했다"고 다음과 같이 지적하고 있다.

 

첫째, 지금까지의 농촌문고 운동은 책보내기 운동에 그쳤다. 둘째 형태(문고함)와 운영체(독서회)가 없어 보낸 책의 보관책이 없었다. 셋째 선택 없는 잡서만을 보내어 농민들에 읽힐 의욕을 주지 못했다 등등.

 

사실상 독서란 강요돼서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자신이 읽고 싶은 의욕이 생겨야 하며 알기 위해선 읽지 않으면 안되겠다는 자각이 없이는 안되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과거 문교부 같은 데서 헌책 몇 권을 보냈다고 해서 농민들이 곧 책을 읽으리라고 생각한다면 큰 오산일 것이다. 그래서 행정당국의 이러한 맹점을 보충해서 농촌문고를 성공시켜 보자고 나선 것이 '마을문고진흥회'(명예회장 마해송)라는 조그만 민간 조직체였다.

 

진흥회가 이런 취지 아래 처음으로 지난 61년에 경주 지방의 농촌부락(30가구 이상 되는)에 30개의 마을문고를 설치해보았다.

 

그러던 것이 금년 10월 20일 현재 전국에 162개의 마을문고를 설치하는 데 성공했다.(표2)

 

문고 하나의 비용은 3천원 정도. 그 돈으로 선정된 우량도서 2,30권과 책장(사진 참조)을 사서 기증자가 지정한 마을로 보낸다. 책을 받은 마을에서는 곧 독서회를 조직하여 회원끼리 책을 돌려 읽으며 또 보관을 한다.

 

더욱 회원은 그것을 바탕으로 해서 공동출자를 하여 필요한 새 책을 계속 사보태고 책수가 많아지면 따로 순회문고함을 만들어 이웃마을까지도 서로 돌려가며 독서운동을 차츰 넓혀간다는 것이다.

 

동 진흥회는 이번 독서주간을 기념해서 11개의 마을문고를 새로 설치하도록 자금을 기증받았다는 소식이다.

 

독서주간이 우리나라에서 처음 시작된 해는 1927년, 해방후로는 이번으로 여덟번째. 이제 농민들에게도 책을 읽혀야 한다는 인식이 새로워지고 있는 모양이다. 다만 문제는 어떻게 해서 읽혀야 하느냐가 숙제. 독서주간을 맞아 다시 한번 생각해볼 문제다.

 

<사진> 농민에게 '마을문고'가 유일한 '지식의 보고'이기도 하다. 경북의 샛골 '마을문고멤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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