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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11월 15일 월요일

핀란드, 함께 가는 ‘1등 교육’

KBS 뉴스 한 꼭지를 옮겨 놓습니다. 제목은 '핀란드, 함께 가는 1등 교육'

 

<앵커 멘트>

경쟁이 심해야 더 공부하고 더 좋은 성적을 낼 것이라는 생각..우리나라 교육 풍토에서는 상식처럼 여겨지는데요.. 경쟁보다 평등을 지향하며 세계 최고의 학업성취도를 이뤄낸 나라가 바로 핀란드죠?

네.. 핀란드 학교에서는 공부를 잘하는 학생보다 못하는 학생에 더 관심을 기울이고 별도의 특별 교육을 실시해 낙오자 없는 교실, 함께 하는 교육 현장을 구현했습니다. 그 결과가 바로 세계 1위의 교육경쟁력입니다.

세계가 부러워하는 핀란드 1등 교육의 비결을 김기용 순회특파원이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핀란드의 수도 헬싱키에 위치한 알렉시스 키비종합학교. 공립학교인 종합학교는 우리의 초등학교와 중학교를 합쳐놓은 것과 같은 9년제 학굡니다. 수업시간에 학생들의 참여가 활발하고 선생님의 수업방식이 상당히 자유로와 보입니다. 그런데 수업과정을 전체적으로 진행하는 교사외에 또다른 교사가 눈에 들어옵니다. 이 교사는 수업에 방해되지 않는 선에서 학생을 1대 1로 가르치는 특수 교사입니다.

수업이 시작된지 10여분이 지나자 특수 교사가 학생들과 함께 다른 교실로 이동합니다. 수업 진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학생들을 위한 특수 학급입니다. 학생 수준에 맞춘 수업이 이 곳에서 별도로 이뤄집니다. 체첸이 고향인 세다는 핀란드에서 산지 6년이 되었습니다. 외국인인 그녀에게 이 수업이 많은 도움이 되었다고 합니다.

<인터뷰>세다(학생): “도움이 됩니다. 그룹이 작아서 집중이 더 잘 돼요.”

특수교사인 주타씨는 일반적인 교사 학위 외에 특수교육학 학위까지 가지고 있습니다. 집중력 장애와 실어증 등으로 수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학생들을 가르치기도 합니다.

정규 수업과정 외에 소수그룹으로 집중교육을 받는 학생은 이 학교 학생의 16퍼센트에 이릅니다. 그리고 누구나 어려운 과목을 공부할 때 이와 같은 집중교육을 받을 수 있습니다.

<인터뷰>주타(특수교사): “어떤 경우에는 학부모들이 저한테 직접 이메일을 보내고 아이한테 어려움이 있는 것 같으니 좀 도와 달라고 합니다. 그리고 아이들이 커가면서 직접 특수 교육을 찾게 되고, 너무 힘들다며 저한테 이야기하고 도와 달라고 합니다.”

핀란드에서도 성적이 우수한 학생과 부진한 학생을 구별해 우열반 수업을 진행한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1980년대 중반 우열반을 완전히 폐지했습니다. 대신 수업진도를 따라오지 못하는 학생에게 더 많은 교육기회를 제공하기 시작했습니다.

경쟁을 통해 학업성적을 올리는 대신 한명의 낙오자도 없이 모두가 함께 공부하는 방향으로 교육정책의 대전환을 이룬 것입니다. 주타 선생님은 성적을 올리기 위해 경쟁이 과도해지면 아이의 성장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합니다.

<인터뷰>주타(특수교사): “(성적이 부진한)학생들은 한번도 학교에서 성공한다는 것을 느끼지 못합니다. 도와주지 않으면 계속 상태가 악화되고 학생의 자존심도 상하고 자기의 능력에 대해서도 믿지 않게 됩니다. 그런 경우에는 경쟁이 좋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1990년대 이후 핀란드에선 교과서 검정을 폐지했습니다. 국가는 기본 가이드라인만 정할 뿐, 학교별 자체 학습요강에 따라 수업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입니다. 교육과정에 교사의 자율성이 높아질수 밖에 없습니다.

<인터뷰>사미 미에미넴(과학교사): “물론 교사에게 자유가 있죠.(어떤 주제를 어떻게 가르치는 것을 결정할수 있는데) 전국적인 교육 계획이 따로 있어서 그것을 따라야 하지만 교사들이 거기에 들어있는 주제들을 어떻게 가르칠지 결정할수 있고 어떤 것을 강조할지도 결정할수 있어요.”

핀란드에선 원하는 사람이면 누구나 최고 수준의 교육을 평등하게 받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석사학위가 있어야만 정규교사가 될 수 있는데, 그만큼 교사들의 수준이 높은 것이 핀란드 교육의 특징입니다.

핀란드에서 교사는 인기가 높은 직업입니다. 최근의 여론 조사에 따르면 핀란드 여성들이 원하는 희망 직업 1위로 교사가 뽑혔고 남성에게는 의사나 운동선수 다음으로 인기가 높았습니다. 이곳 헬싱키대학교의 사범대학도 입학경쟁률이 평균 10대 1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인터뷰>안누 강아스(헬싱키 대학 교육학과 학생): “의미 있는 직업이고 사람의 인생에 영향을 주고 싶어요.”

<인터뷰>안니 이그나티우스(헬싱키 대학 교육학과 학생): “저는 아이들과 함께 일하고 싶고 선생으로서 일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핀란드에서 교사가 되기 위해선 석사학위가 있어야 합니다. 석사논문을 쓰는 데는 평균 1년 반 이상의 시간이 걸립니다. 이렇게 어려운 과정을 거치면서 교사가 되려는 것은 그만큼 교사에 대한 처우가 좋고 사회적 지위가 높기 때문입니다.

<인터뷰>키르스티 론카(헬싱키 사범대학 교수): “교사가 직업으로 좋습니다. 휴가 기간이 길고 연봉도 좋은 편입니다. 사회적으로 존중받는 직업이고 석사학위가 기반인 직업입니다.”

핀란드의 교육예산은 전체 정부예산의 약 15퍼센트 정도로 OECD회원국 평균수준입니다. 교육투자가 핀란드의 높은 학업성취도와 별다른 상관관계가 없다는 뜻입니다. 핀란드 사회의 전통적인 평등문화가 교육정책에 큰 영향을 주고 있다는 설명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인터뷰>조르마 카우피넨(핀란드 국가교육위원회 감독관): “핀란드 학교에서는 전국적인 시험이 없습니다. 그런 시험이 있으면 학생들간의 경쟁과 학교간의 경쟁이 쉽게 발생할 수 있습니다. 그런 것이 우리에겐 없습니다.”

조르마 카우피넨 감독관은 핀란드 교육정책의 기본원칙은 누구에게나 평등하게 교육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인터뷰>조르마 카우피넨(핀란드 국가교육위원회 감독관): “최근 40년동안 가장 일반적인 원칙은 최대한 많은 어린이와 젊은이들에게 가능한 좋은 교육을 제공하는 것입니다. 9년의 기초교육 기간에 모두가 같은 교육을 받는 것이 기본입니다. 평등적인 교육이 정책적인 원칙입니다.”

보편적이고 평등한 교육 서비스를 강조하는 핀란드식 교육은 학업 성취도에서도 세계 최고 수준입니다. 최근 한 언론기관에서 조사한 국가 만족도 순위에서 핀란드는 조사대상 100개 국가중 1위를 차지했습니다. 교육 분야도 물론 세계 1위였습니다. 핀란드에서 교육의 경쟁력은 국가 경쟁력의 원천이 되고 있습니다.

좋은 도서관 서비스도 핀란드 교육에서 빼놓을 수 없는 부분입니다. 서가에 책만 들어차 있는 것이 아니라 각종 놀이 시설과 시청각교재까지 구비되어 있습니다. 책을 읽으면서 쉴 수 있는 우리나라의 북카페와 비슷한 분위기입니다. 남녀노소 누구나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이런 공공도서관은 핀란드 사람들이 어릴 때부터 쉽게 책을 접할 수 있도록 해줍니다.

<인터뷰>미카엘: “책도 많이 있고, 빌릴 수도 있고 컴퓨터도 있어서 좋아요.”

<인터뷰>일카 발리우스: “일주일에 두 번 옵니다. 필요한 것들이 거의 다 있습니다.”

작년 한해 핀란드인들은 공공도서관을 통해 9천8백만권의 책을 빌렸습니다. 한달에 한번이상 도서관을 찾고 1인당 20여 권을 빌린 셈인데, 세계에서 가장 높은 도서관 이용률입니다. 이곳 헬싱키와 그 외곽 지역의 60개 도서관은 헬멧이라는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습니다.

시민들이 원하는 책을 보다 광범위하게 제공하기 위한 아이디업니다. 이 네트워크를 통하면 3백 7십만 권의 자료와 900명이 넘는 직원들의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인터뷰>카리 유홀라(헬싱키 도서관 직원): “고객 입장에서는 헬싱키에 있는 도서관에서 책을 빌리고 반납할 때는 수도권에 위치한 아무 도서관에 반납할 수 있습니다. 고객한테 아주 좋은 것이죠.”

핀란드에서 도서관을 이용하는 것은 일상생활의 한 부분입니다. 그리고 책읽기를 즐기는 핀란드인의 생활이 학생들의 교육과정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인터뷰>조르마 카우피넨(핀란드 국가교육위원회 감독관): “도서관을 많이 이용하면 읽기 능력을 발전시키는 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학교에서 배우는 것도 도움이 되지만 그 이상으로 문화적 의미가 큰 것 같습니다.”

세계가 부러워하는 핀란드의 1등 교육은 모두가 함께 배우는 평등교육과 교사들의 우수한 자질, 그리고 책읽기를 좋아하는 핀란드의 문화가 어우러진 결과입니다. 낙오자 없이 최고의 교실, 최고의 학생을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을 핀란드는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입력시간 2010.11.14 (12:38)  최종수정 2010.11.14 (13:53)   김기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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