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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3월 15일 화요일

‘북스타트’ 8년… 도서관과 동네를 바꿨다

국민일보 2011년 3월 9일자 이영미 기자의 보도.
‘북스타트’ 8년… 도서관과 동네를 바꿨다


<국민일보·책읽는사회만들기국민운동 2003년 공동사업으로 첫발>

대구시립동부도서관 어린이열람실 앞에는 ‘정숙’ 대신 ‘유모차는 여기에’라는 안내문이 걸려있다. 2007년 북스타트 운동 도입 후 늘어난 아기 방문객을 위한 유모차용 ‘주차’ 공간이다. 대구시립두류도서관에서 북스타트는 수십 년 묵은 도서관 규정을 바꿨다. 북스타트 방문객을 겨냥한 ‘모자열람실’이 인기를 끌면서 지난해 초등학생 이상으로 묶여있던 대출증 발급 연령이 영·유아로 낮아진 것이다.

북스타트, 전국 사업으로 발전

서울 관악구가 9일 영·유아 책 나눔 캠페인 한국 북스타트 운동에 동참하는 선포식을 가졌다. 전국 228개 지자체 중 절반을 넘어선 119번째다. 2003년 4월 1일 서울 중랑구에서 국내 최초의 아기 독서 캠페인으로 출발한 북스타트가 출범 8년 만에 전국 사업으로 자리를 잡은 것이다.

중랑구 시범사업으로 시작된 북스타트 운동은 지자체와 엄마들의 폭발적 호응 속에 매년 두 배 이상 성장해왔다. 첫해 참가자는 930명. 이듬해 2000명(지자체 4곳)을 거쳐 2006년 1만8000명(29곳), 2008년 6만2400여명(56곳)이 참여했다. 지난해에는 책 꾸러미를 받은 어린이가 10만4655명(106개)으로 8년 만에 처음 10만명을 넘어섰다.

연령대도 계속 확대돼왔다. 시범사업 당시 생후 1년 미만으로 제한됐던 북스타트 프로그램은 현재 북스타트(18개월 미만), 북스타트플러스(19∼35개월), 북스타트보물상자(36개월∼취학 전), 책날개(초등학생)로 다양해졌다. 강원도 등지에서는 도서관을 찾지 못하는 장애아동과 한국어에 서툰 다문화 가정을 위해 ‘찾아가는 북스타트’가 도입돼 호응을 얻고 있다. 지자체별로는 퇴근 후 시행하는 ‘야간 북스타트’ ‘아빠 북스타트’ 등 다양한 아이디어가 시도되고 있다.

북스타트, 도서관 규정을 바꾸다

무상의료가 자리 잡은 영국에서는 모든 신생아가 6∼8개월 무렵, 보건소를 방문하기 때문에 책 꾸러미를 보건소에서 나눠준다. 국내에서 책 꾸러미는 주로 도서관(61%)에서 배포된다. 도서관이 거점이 되면서 북스타트는 도서관 문화에 일대 변화를 가져왔다.

무엇보다 연령제한의 견고한 벽이 무너졌다. 그간 공공도서관 대출증은 초등학생 이상에게만 발급해주는 게 관행이었다. 북스타트를 계기로 영·유아 이용객이 늘어나자 강원도 동해시립도서관 등 전국 도서관에서는 앞 다퉈 영·유아 대출증을 만들고 있다. 모자열람실도 곳곳에 들어섰다. 자연스럽게 영·유아용 그림책 구입 예산도 늘어나는 추세다.

대구에서 북스타트 운동을 주도했던 대구교육청 한원경 장학관은 “보통 공공도서관의 성인과 어린이도서 구입비율은 2대 8 정도인데, 북스타트가 시작되고 어린이 이용객이 많아진 뒤 아동도서 구입비 증가율이 성인도서보다 높아지는 역전현상이 벌어졌다”고 전했다.

대구시립두류도서관 백수영 사서도 “그간 ‘시립도서관은 0세부터 노인까지 모두를 위한 시설’이라고 말은 했지만 실질적으로 초등학생과 성인 위주로 운영돼 왔다”며 “북스타트를 통해 갓난아기들이 도서관을 찾으면서 이용연령대가 넓어지고, 진정 모두를 위한 도서관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북스타트와 함께 자란 아이들

1남1녀를 둔 주부 주홍진(41)씨는 6살 둘째 아이를 키운 힘의 9할이 북스타트와 도서관이었다고 믿는다. 둘째는 진해(현 창원시 진해구) 기적의도서관에서 북스타트 운동이 시작된 2005년 태어났다. 시작은 북스타트를 통해 받은 작은 책 꾸러미. 이게 8주짜리 책읽기 교육 프로그램으로, 다시 3년간의 도서관 품앗이 육아로 이어졌다.

주씨는 “매일 도시락 싸들고 아이들과 함께 도서관으로 출근했다. 그곳에서 책 읽고 정원에서 뛰어놀고 친구도 사귀었다. 아이에게 도서관은 단순히 책을 읽는 곳이 아니라 놀이터이자 학교였다. 모두 북스타트 덕분”이라고 말했다. 주씨가 참가한 진해 북스타트 프로그램은 벌써 28개, 700명의 졸업생을 배출했다. 이들은 지역 문화운동의 핵심 인력이 됐다.

18개월 아들과 함께 9일 관악구 행사에 참가한 주부 윤성령(42)씨. 관악구에서 시행될 북스타트에 비슷한 기대를 표했다. 그는 “남들보다 많은 나이에 첫애를 갖고 어떻게 아기에게 책을 읽어주고 놀아줄까 고민이 많았다”며 “사회와 이웃이 함께 아기를 키워가자고 한 것이 인상 깊었다. 구청과 시민단체가 구심이 돼서 육아를 돕는다니 도움이 많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안찬수 책읽는사회문화재단 사무처장은 “북스타트는 아기들이 책과 함께 인생을 시작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독서운동이자 사회적 육아지원 운동이며, 도서관 운동이자 공동체 문화운동이기도 하다. 지역사회가 아기 키우기의 책임을 서로 나누어 가지는 사회적 모성의 회복을 지향한다. 앞으로 모든 아이들이 북스타트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Key Word 북스타트

생후 1년 미만 영아에게 보건소, 도서관 등에서 무료로 책을 나눠주는 책 나눔 운동. 1992년 영국에서 시작돼 현재 한국 일본 등 전 세계 15개국에서 시행되고 있다. 국내에서는 2003년 4월 1일 책읽는사회만들기국민운동과 국민일보가 서울 중랑구 시범사업을 공동 기획한 것을 계기로 도입됐다. 지방자치단체 예산과 개인 기부 등으로 재원을 마련해 그림책 2권과 손수건, 안내책자 등이 담긴 책 꾸러미를 전달한다. 지원대상은 지자체에 따라 초등학교 1학년까지 확대됐다.

이영미 기자 ymle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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