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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6월 21일 화요일

사람이 도서관이다


2011년 6월 21일(화요일) 부천문화재단이 주최하고, 부천시민학습원에서 열린 강좌의 주제가 '사람이 도서관이다". 오늘 제가 강조한 부분도 한 사람 한 사람이 자신의 삶의 주인이 되는 '자치'의 문제. 그 자치의 문제와 도서관이 어떻게 연계되는가 하는 문제였습니다.

2006년 3월 <도서관문화>(한국도서관협회) 특집 “나는 도서관을 이렇게 생각한다” 원고인 "사람이 도서관이다"을 새롭게 파일에서 꺼내어 도서관 활동가들과 함께 나누었습니다. 그 원고를 여기에 옮겨 놓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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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이 도서관이다

                                  안찬수(시인, 책읽는사회만들기국민운동 사무처장)


“사람이 도서관입니다.”

흔히 도서관 하면, 어떤 건물과 시설부터 떠올립니다. 도서관이라는 한자어 때문일 것입니다. 관(館)은 관리들이 머물며 밥 먹는 곳, 즉 관청 등을 뜻하니 건물과 시설물 가운데서도 관청 쪽의 이미지가 강합니다. 또 사람들은 도서관 하면, 거기에는 도서를 비롯한 자료가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공간과 자료는 도서관의 기본 요소들입니다. 하지만 그것은 단지 필요 요소일 뿐입니다. 도서관 운동에 작은 힘이나마 보태면서, 또 도서관 문제의 본질이 어디에 있는가를 궁구하면서 제가 얻은 결론은 “도서관은 사람”이라는 것입니다. 아니 “사람이 도서관”이라는 것입니다.

‘기적의 도서관’을 비롯하여 최근 새롭게 건립되는 도서관을 방문하신 분들이 맨처음 언급하는 것은 건축 형태와 공간 구성입니다. 최선의 문화 환경을 제공하려는 노력이 응결된 도서관 건축물은 그 자체로 하나의 예술품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도서관을 건축 형태와 공간 구성으로 생각하는 것은 1차원적일 것입니다.

물론 1차원적이라 하더라도 건축물과 공간 구성은 그것 자체로 중요합니다. 기미 켄고(隈研吾)는 설계과정이나 시공업자 선정과정 등이 불투명한, ‘닫힌 상자’로 일컬어지던 종래의 공공건축을 지양하고 열린 공공건축을 지향하는 21세기 건축의 한 가지 사례로 시애틀중앙도서관을 언급하면서, 시애틀중앙도서관을 설계한 렘 코르하스(Rem Koolhaas)가 도서관의 기능을 철저하게 분해하여 광장과 같은 유동 공간 속에 서가와 열람공간을 배치한 뒤 이를 통째로 유리로 둘러싼, 아주 특이한 건물을 시애틀의 랜드마크로 제시했다고 하였습니다.

정기용 선생님은 ‘기적의 도서관’에 대해 이렇게 말하고 있습니다. “돌이켜보면 해방 뒤 이 땅에 작지만 큰 의미를 지닌 사건이 하나 벌어졌다고 기록될 만하다는 생각이 든다. 아마도 크게 두 가지 이유 때문일 것이다. 하나는 여러 사람이 쓰는 ‘공공건축물’을 탄생시키기 위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진지하게 지혜를 모았는지라는 점일 테고, 또 하나는 ‘개인’이 아닌 ‘사회’가 건축주일 때 누가 그 필요성을 세상에 발의해 전문가를 모으고 지방자치단체와 연대해 복잡한 과정을 성공적으로 이끄는가를 묻고 있다는 점이다.”

정기용 선생은 기적의 도서관 건축 과정 속에서 “건축은 근사한 형태를 만드는 작업이 아니라 섬세하게 사람들의 삶을 조직하는 일”임을 다시 한번 뼈저리게 느꼈다고 했습니다.

그러므로 도서관에 대해서 우리가 질문을 던져야 할 것은, 도서관이라는 근사한 건축물을 만들기 이전에 “섬세하게 사람들의 삶을 조직”하기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 하는 점이라고 생각합니다. 도서관이 사람들의 삶을 어떻게 조직해낼 수 있는가, 도서관이 어떻게 지역의 문화를 일구어내고 주민들의 삶의 질을 높일 수 있을 것인가 하는 점입니다.

도서관을 통한 이용자의 삶의 조직, 이것이 도서관의 2차원이라고 생각합니다. 그것은 도서관 운영 방식으로 표출될 것입니다. 도서관 운영 방식이 폐쇄적이라면, 도서관을 중심으로 한 삶의 조직도 폐쇄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관리자 중심의 도서관 운영을 이용자 중심으로 바꾸어야 한다는 것은 시대적 과제입니다. 랑가나탄의 도서관학 5법칙은 근본적으로 이용자 중심의 도서관 운영을 촉구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용자의 눈으로 도서관의 입지, 장서, 사서, 참고봉사, 그리고 도서관법을 바라보아야 합니다. 도서관학 5법칙은 도서관의 이용자를 기다리지 말고 적극적으로 찾아나서야 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기적의 도서관’은 건립 방식도 그러하지만 운영 방식도 민관협력 모델을 적용하고 있습니다. 도서관은 어린이와 청소년을 비롯한 지역 주민의 것이면서 동시에 온 국민의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지역사회의 여러 인사들이 ‘운영위원회’를 통하여, 또 자원활동을 통하여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만이 도서관 문화를 활성화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결론적으로 도서관의 성패는 하드웨어보다는 소프트웨어, 소프트웨어보다는 휴먼웨어에 달려 있다고 봅니다. 그렇기 때문에 도서관의 3차원은 사람으로 귀결될 수밖에 없습니다. 연초에 한상완 선생님께서 “지금까지 도서관에 많은 투자를 했음에도 도서관에 대한 불만이 여전한 것은 바로 이 사람의 문제를 지금까지 등한시했기 때문이다. 도서관은 직원이 책(정보)과 이용자가 만나도록 돕는 공간이다. 사람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도서관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하였습니다.

한 선생님께서 지적한 ‘사람 문제’를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용자는 도서관을 독서실이 아닌 ‘책과 정보의 집’으로서의 도서관으로 이용해야 하며, 직원은 도서관 전문가로서의 사회적 책무를 다하려고 노력해야 한다”는 것. 도서관 문제 해결을 핵심적 의제로 삼고 있는 시민단체에 몸담고 있는 저로서는 사람 문제에 좀 더 깊은 관심을 기울여야 하겠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지금 도서관에서 일하시는 분들, 그리고 이용하시는 분들과 함께 도서관에 요구되는 시대적 역할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확산시켜 나가는 데 힘을 모아야 하리라 생각합니다. 바라건대, 사서 분들께서 스스로 갖추어야 할 전문성의 외연과 내용이 확장되고 있다는 것을 이해하고, 교육전문가, 상담전문가, 탐색전문가, 정보중재자, 주제전문가, 문화기획자(박준식, 정보환경의 변화와 사서의 역할 변용)로서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도서관계의 뜻이 모아지기를, 또한 정보사회를 이끌어갈 핵심 인력으로서 그 위상을 구축할 수 있기를, 무엇보다도 도서관의 확충이라는 과제만큼이나 도서관의 사람 문제 해결을 위해 힘쓸 수 있기를 바랍니다.

그래서 저는 앞으로 도서관 하면, “도서관은 사람” 아니 “사람이 도서관”이라고 말하려고 합니다.

“사람이 도서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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