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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11월 24일 목요일

한미자유무역협정과 지적재산권 문제

한겨레 2011년 11월 22일자(인터넷판)에 게재된 허민호 씨(정보공유연대)의 글, ‘헤밍웨이 작품’ 마음 놓고 볼 자유 20년 유예 라는 글과 함께, 머니투데이 2011년 11월 23일자(인터넷판) 백진엽 기자의 기사 "인터넷 검색만해도 저작권법 위반이라고?"을 여기에 옮겨놓는다. 강조는 인용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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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밍웨이 작품’ 마음 놓고 볼 자유 20년 유예


저작권을 비롯한 지적재산권 분야는 노무현 정부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에서 가장 심각한 피해를 야기하는 분야 중 하나로 꼽혔다. 그런데 지금 논의하고 있는 한-미 FTA에서 저작권 분야는 쏙 빠졌다. 이명박 정권하에서 저작권 문제가 원만하게 해결되었기 때문일까? 아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된 것일까? 사태는 생각보다 단순하다. 이미 지속적으로 개정해온 저작권법에서 FTA를 대비해 심각한 문제가 있는 조항을 현행법 안에 포함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결정적으로는 이전의 한-미 FTA 독소조항으로 꼽혔던 내용들은 올해 7월에 발효된 한-EU FTA에서 통과되었다.
 
한-미 FTA에 반대하는 데 있어 저작권 문제는 현안이 아니므로 일단 이 문제는 제쳐놓고 다른 심각한 독소조항만을 문제 삼으면 되는 것인가? 이 역시 아니다. 우리가 저항해야 하는 것이 한-미 FTA라는 허울이 아니라 99%의 민중을 억압하는 1%의 힘이라면 말이다. 한-미 FTA는 단지 하나의 사건이 아니다. 그것은 99% 민중을 억압해온 오랜 기간에 걸쳐 진행된 일련의 연쇄적 사건들 중 하나(어쩌면 그 정점일지도 모른다)이며 흐름이다. ISD 재협상이나 폐기라는 하나의 문제로 FTA를 환원할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미국이 만드는 한국의 저작권 제도
저작권 문제만 놓고 봐도 그렇다. 한국의 저작권법은 해방 이후 생겨났지만, 그것이 본격적인 효력을 발휘하기 시작한 것은 1986년부터이다. 이는 80년대 미국 경제가 위기를 벗어나기 위한 조치로 레이건 정부 때 행한 정책의 결과이다. 레이건 정부는 80년대 초 지적재산권과 통상정책을 연계해 이윤을 창출하려 시도했고, 변화된 통상정책의 최초 대상이 한국이었다. 이후 1994년 세계무역기구(WTO)에서 지적재산권을 본격적인 무역의 대상으로 삼아 ‘지적재산권관련무역협정’(TRIPS)을 체결하게 된다. 이때부터 저작권은 완전한 상품이 되고, 그것을 어기면 무역 제제를 가할 수 있게 되었다. 한-미 FTA의 저작권 분야는 기본적으로 TRIPS+(플러스), 즉 TRIPS 협정을 기본으로 하되 그 이상의 권리 강화와 보호 수준 향상을 목표로 하게 되는 것이다. 이처럼 한국의 저작권 제도는 역사적으로 한국의 필요에 의해서가 아니라, 미국의 통상압력에 따라 바뀌어왔다.
 
FTA는 이용자도, 창작자도 억압할 것
우리가 저작권이라고 부르는 것은 카피라이트(copyright)의 번역어다. 이는 흔히 저자의 권리 (author’s right)로 오해받지만, 실은 복제권을 말하는 것이다. 저작권은 아주 엄밀한 의미에서 복제되어 시장에 나온 상품에 대한 권리를 누가 가지는지, 그리고 그 권리를 어떻게 보호할 것인지에 대한 것이다. 여기에는 저자, 즉 창작자의 권리는 부차적인 문제이다. 그리고 저자의 권리라는 것은 대부분은 상품을 유통하는 거대 문화 자본에 의해 (때로는 양도 계약을 통해, 그리고 때로는 업무상 창작물의 법인 귀속을 통해) 통제되고 전유된다. 한-미 FTA에서 정점에 이르는 이 일련의 흐름들, 즉 저작권 강화를 통해 보호하려는 것은 바로 그 거대 문화 자본이다. 저작권 강화가 창작자와 저자들을 보호하고 더 많은 창작물을 낳게 할 것이라는 것은 완전한 허구이다.
 
대신 저작권 강화는 더 많은 창작자들을 억압할 것이다. 창작이란 기존의 작품들을 번역하고 번안하고 복제하고 변형하고 패러디하면서 이루어진다. 완전한 무에서 이루어지는 창작이란 없다. FTA 이후의 저작권 체제에서 기존 작품들의 번역, 번안, 복제, 변형, 패러디는 불법이다. 물론 직접 저작권자에게 허락을 받거나 기존 작품을 활용하는 비용을 지불한다면 합법이다. 우리는 창작(연습)을 하기 위해 창작자나 그 권리를 양도받은 기업의 문을 두드려야 하며, 허락을 받거나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
 
저작권 보호기간도 20년 유예
그리고 그 대가는 단순히 돈만의 문제도 아니다. FTA로 인해 저작권 보호기간이 연장되면, 창작의 비용이 상승할뿐더러, 이용자들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저작물이 감소할 수밖에 없다. 예컨대, 어니스트 헤밍웨이(1899~1961)의 저작권은 2011년으로 만료가 된다. 그러면 <노인과 바다>, <무기여 잘 있거라>,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 등 그의 저작들을 이제 인터넷을 통해 볼 수도 있을 것이며, 그의 작품을 자유롭게 영화나 연극으로 만들 수도 있을 것이다. 보호기간이 20년 연장되면 이 모든 것들이 20년 유예된다. 그 피해는 20년 동안 추가적인 로열티를 지급해야 하는 출판사만이 입는 것이 아니다. 영리적, 비영리적 인터넷 아카이브 사업자들과 이용자들, 영화나 연극 등 2차 창작을 하고자 하는 사람들 역시 단순한 경제적 수치로 환원되기 힘든 문화적 피해를 입게 되는 것이다.
 
한-미 FTA, 극단적인 독점과 감시 체계
그렇다면 한-미 FTA가 체결되고 나면 어떻게 될까? 우리는 더욱 극단적인 상황에 내몰리게 될 것이다. 협정문을 보면 창작물의 영구적 또는 일시적 복제를 금지한다는 조항(18.4조 1항)이 있다. 여기에는 전자적 형태의 일시적 저장도 포함된다. 일시적 저장이란 ‘디지털환경에서 저작물을 이용할 때 일상적으로 일어나는 기계적 행위’이다. 일시적 저장은 네트워크 게임, 인터넷 오피스, 인터넷 음악 및 영상 서비스, DMB TV, 와이브로(Wibro) 서비스 등에서 다양한 형태로 구현되는 방식으로 우리 사회에 일반화되어 있다. 소프트웨어 산업의 경우 완전한 복제를 수반하지 않고 소프트웨어를 램(RAM)에 일시적으로 저장하여 사용하도록 하는 서비스(소프트웨어 스트리밍 방식, ASP 방식, 터미널 방식 서비스)가 일반적인 사업 방식으로 채택되고 있다. 컴퓨터로 인터넷 사이트에 방문할 때마다 컴퓨터의 메모리에 홈페이지의 정보가 일시적으로 저장되고, 컴퓨터를 끄거나 다른 명령을 수행하면 저장된 내용은 지워진다. 다시 말해 일시적 저장은 인터넷을 이용하는 거의 모든 행위에 적용된다. 일시적 저장의 복제 인정은 디지털 환경에서 저작권자에게 극단적인 권리 독점을 가능하게 한다. 디지털 환경에서 확대된 저작권법은 상품화할 정보의 영역을 극단적으로 확장하고 있는 것이다. 이를 가능하게 하기 위해 이용자에 대한 극단적인 감시 체제가 동반되어야 함은 물론이다.
 
이러한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 예외조항을 만들어 문제를 해결한다고 해도, 디지털 환경에서 저작물을 이용하는 다양한 상황에 다 적용될 수 있는 예외를 만드는 것은 입법 활동의 한계상 불가능하다. 또한 위에서 인용한 협상문의 각주에는 “각 당사국은 이 항에서 기술된 권리에 대한 제한 또는 예외를 그 저작물·실연 또는 음반의 통상적인 이용과 충돌하지 아니하고, 그 권리자의 정당한 이익을 불합리하게 저해하지 아니하는 특정한 경우로 한정”하고 있다. 이는 예외조항을 만드는 것마저 제한하겠다는 것이다.
 
99% 민중을 억압하고 1%의 권력을 보호하는 FTA에 반대한다
이외에도 한-미 FTA에는 저작권 관련 독소조항들이 수도 없이 많다. 앞서 말했듯 현재 FTA 논의에서 저작권 문제가 제외되고 있는 것은 한-EU FTA에서 저작권 기간연장, 실연자 및 음반제작자의 판매용 음반 공연보상청구권 인정, 기술적 보호조치, 지리적 표시와 같은 중대 사안들이 이미 처리되었기 때문이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우리는 한미 FTA라는 하나의 사태가 아니라 99%의 민중을 억압해온 그 모든 흐름과 싸워야 한다.
 
FTA 협정의 주된 명분은 국가 간 상품교환을 활성화하기 위해 무역 장벽을 철폐해 자유경쟁을 실현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FTA의 실제 목적은 규제를 철폐하는 것이 아니라 규제(와 그에 따른 처벌)를 강화해 기업의 이윤창출을 위한 독점영역을 확보하는 데 있다. 정부에서는 한미 FTA가 가져다줄 경제적 수익에 대해 끊임없이 선전한다. 우리는 그 ‘예상’수익이 얼마나 과장되고 허황된 것인지 수많은 이야기를 들어왔다. 백번 양보해 그것이 ‘사실’이라고 치자. 그렇다면 그 수익은 누구의 수익인가? 당연히 거대 기업들의 몫일 것이다. 그리고 그 수익은 99% 민중의 삶과 문화의 파괴 대가로 그들에게 주어지는 것이다. 우리가 한미 FTA를 반대해야 하는 이유가, 나아가 99%의 민중을 억압하는 모든 흐름에 맞서 싸워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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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검색만해도 저작권법 위반이라고?  

'일시적 복제' 위법 아냐...시적 복제·인접권 보호기간 연장 등 국내저작권 보호

한미자유무역협정(한미FTA)의 비준동의안이 국회에 통과되면서 저작권과 관련된 사항도 많은 변화가 따를 전망이다. 특히 '일시적 복제', '저작인접권 보호 기간 연장' 등이 한미FTA에 포함, 저작권 대란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전날 한미FTA 비준동의안과 함께 저작권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통과됐다고 23일 밝혔다.

개정된 법을 보면 일시적 복제 개념 도입, 포괄적 공정 이용 조항의 신설, 저작인접권(방송 제외) 보호기간 연장(50년에서 70년으로), 위조라벨 제작 및 배포 금지, 영화 도촬 행위 금지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고 있다.

바뀐 저작권법 중 논란이 되는 부분은 우선 일시적 복제 개념 도입이다. 일시적 복제까지 저작권을 인정하는 것은 검색 등 인터넷에서 저작물을 보는 행위나 읽는 행위, 듣는 행위까지 원칙적으로 저작권자의 통제 아래 둔다는 것이다. 때문에 인터넷 검색만 해도 위법이라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이에 임원선 문화부 저작권정책관은 "일상적인 인터넷 검색행위가 저작권 침해가 될 수 있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라며 "저작물 이용과정에서 부수적으로 발생하는 일시적 저장은 일시적 복제를 허용하는 예외 규정의 '원활하고 효율적인 정보처리를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범위'에 해당하므로 저작권 침해가 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또 비친고죄 대상도 확대된다. 저작권 문제는 기본적으로 피해자가 고소를 해야 공소할 수 있는 친고죄다. 다만 기존에는 '영리를 위해 상습적인' 침해는 비친고죄 대상이었다. 이를 '영리 목적으로 또는 상습적인 경우'로 확대했다. 즉 과거에는 돈을 벌기 위해서 상습적으로 침해한 사람만 피해자 고소 없이 공소가 가능했지만, 지금은 돈을 벌기 위해 침해한 사람, 그리고 돈과 관계없이 상습적으로 침해한 사람 모두 비친고죄 대상이 된다.

아울러 저작인접권 보호기간을 50년에서 70년으로 연장했다. 이와 관련 일부 업체에서 로열티 피해가 불거질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저작인접권은 실연자, 음반제작자, 방송사업자가 가진 권리를 말한다.

이밖에 개정된 법에는 배타적 발행권 신설, 법정손해배상 제도 도입, 소송당사자에 대한 비밀유지명령, 배타적 발행권 신설 등도 포함됐다.

머니투데이 백진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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