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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1월 6일 금요일

'너도 나도' 출판기념회를 여는 이유

왜 정치인들이 출마를 앞두고 '너도 나도' 출판기념회를 여는 것일까. 매일신문 2012년 1월 6일자 장성현 기자의 보도. 출마예정자 출판기념회 초대장은 고지서? --정치자금 모금 수단 활용 출마예정자 '필수 코스'로

올 4월 총선을 앞두고 출마예정자들과 국회의원들의 출판기념회가 봇물을 이루고 있다. 출판기념회는 4.11 총선 90일 전인 1월 12일까지 열 수 있는데 작년 연말부터 5일 현재 대구지역 출마예정자들만 30여회의 출판기념회를 가졌다. 이때문에 출마예정자들의 지인들은 책구입 봉투에 얼마를 넣어야 할 지 고민이 이만 저만이 아니다. 특히 기업인과 공직자들의 고민이 크다. 대구지역 특성상 한다리만 건너면 ‘사돈의 팔촌’까지 연결되고, 웬만한 사람이면 출마예정자들과의 크고 작은 인연이 있기 때문이다.

◆“얼마를 넣어야 하나요?”
5일 오전 한 기업인이 기자에게 전화를 걸어왔다.‘봉투에 얼마를 넣고, 축하 문구를 어떻게 써야 할지 모르겠다’는 내용이었다. 그는 “초청장은 받았는데 안가볼 수도 없고, 또 얼마를 내야 적정한지를 모르겠다”며 “다른 기업인에게도 물어 봐서 적정 금액을 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고위 공직자들도 잇따르는 출판기념회에 마음이 편치않다. 대부분의 출마예정자들과 인연이 있는데다 또 당선후의 상황도 염두에 둬야 하기 때문이다.
 
대구시 한 국장급 간부는 “공직자들은 더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 출판기념회장에 직접 가는 것은 부적절한 것 같아 지인을 통해 봉투를 전달하고 있다”고 말했다. 출판업에 종사하는 J씨는“출마예정자의 경우 보통 1쇄 기준으로 최소 3천부에서 많게는 7천, 8천부를 찍고 국회의원들은 최소 5천부에서 1만부를 찍는데 출판기념회를 한 번 하면 대부분 소진된다”고 말했다. 최근 출판기념회에 자주 다니는 한 기업인은 “친소관계에 따라 액수가 달라진다. 30만 원이나 50만 원, 많게는 100만 원을 책값 명목으로 내는 경우도 있다”고 실토했다.
 
총선 출마예정자들은 출판기념회가 선관위에 신고를 않아도 되는데다가 자연스럽게 정치자금을 모으고 인지도를 높일 수 있어 '너도 나도' 출판기념회를 열고 있다. 대구시 선관위 관계자는“출판사가 주최하는 출판기념회를 단속할 권한은 없다”면서 “다만 정치인이 무료로 책이나 홍보물을 배포하는 행위는 선거법에 저촉돼 처벌 대상이 된다”고 말했다.
 
◆기획출판, 열흘만에 ‘뚝딱’
“정치인 책이요? 열흘이면 만들어 드립니다.”
4.11 총선에 출마할 예정인 A씨는 최근 자신의 삶과 정치 철학에 대한 책을 출간하고 성대한 출판기념회를 열었다. 당시 5천여명이 몰려 행사장 주변 교통이 마비되다시피했다. A씨가 책을 출간하기까지 걸린 시간은 불과 10일 남짓. A씨가 한 일이라곤 평소 써 둔 소소한 글과 신년사, 기고, 강연자료 등 온갖 원고를 끌어모아 출판사에 가져다준게 전부였다. 또다른 예비 후보자 B씨의 책은 구성과 제목, 편집 방향도 출판사와 몇 번의 회의를 거치고 나니 어렵지 않게 결정됐다. B씨는 “책에 색다른 내용을 담기보다는 출마 의지를 알리고 자신의 삶이 어떠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데 더 초점을 뒀다”고 말했다.
 
책 발간은 장기간 기획하고 원고준비를 해야 가능한 일이지만 요즘 예비 후보자들은 1~2주일이면 책 한권을 찍어내는 놀라운 ‘실력’을 보여준다. 대형 출판사와 정치 컨설팅업체가 책의 기획과 편집, 원고 수정까지 모든 걸 도맡아 해주기 때문이다. 출판업계에 따르면 총선 지망생들의 책은 보통 5천만~6천만원의 비용이 들고, 기본 원고가 있을 경우 열흘이면 작업이 끝난다. 지역 정치권 한 관계자는 “출판기념회까지 연 후보자가 자신의 자서전에 무슨 내용이 있는지도 모르는 경우도 허다하다”고 말했다.
장성현기자 jackso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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