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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11월 26일 월요일

‘독서 문화 활성화’ 대선 공약이 있다면

[박병두의시선]‘독서 문화 활성화’ 대선 공약이 있다면
지식 사회 기본 인프라 구축 관련 대선 후보 어느 누구도 언급 없어 지식 문화 산업 간과해서는 안된다

흔히 가을을 ‘독서의 계절’이라고 일컫는다. 가을 하면 우리는 고즈넉한 분위기를 벗 삼아 한 권의 책을 읽는 모습을 떠올리는 것이다.

그런데 역설적이게도 사람들이 책을 가장 안 읽는 계절이 바로 가을이다. 그래서 일설에 의하면, 출판계에서 불황기를 극복하고자 ‘가을은 독서의 계절이다’라는 말을 만들어 냈다고 한다. 가을에는 햇살이 청명하며 기온이 춥지도 않고 덥지도 않으니 외출하기에 제격이고, 단풍 구경과 야외 나들이 등 책 말고도 여가를 즐길 만한 것들이 많기 때문이리라.

국내 성인의 독서율은 최근 7년 새 60%대까지 떨어졌다. 10명 중 4명은 일 년에 책을 한 권도 읽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이처럼 갈수록 독서 문화가 쇠퇴하자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지식인들이 위기감을 느끼고 나섰다. 바로 ‘책읽는 나라 만들기 국민연대’(임시대표 김민웅 성공회대 교수)가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11월 7일 ‘책읽는 나라 만들기 국민연대’ 김민웅 대표는 다음과 같이 설립 취지를 발표했다.

“21세기 한국의 미래는 독서 인구의 성장과 성숙에 달렸습니다. 독서로 함양된 새로운 발상과 성찰 능력을 가진 국민만이 민주주의 발전과 창발성 있는 문화의 주체가 될 수 있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현재 출판계를 비롯해서 도서관과 학교, 서적 유통과 저술가들의 열악한 형편으로 보건대 한국 지식사회는 심각한 위기를 맞고 있습니다. 지식사회의 기본 인프라 구축에 대한 실질적인 정책 수립이 절실합니다. 그런데도 이번 대선 과정에서 어느 후보도 이에 대해 제대로 얘기하는 이가 없어요. 참담한 심정입니다.”

이번 대선 공약은 경제와 사회복지와 관련된 것들이 주를 이루고 문화 관련 공약은 상대적으로 빈약한 듯싶다. 그래서 ‘책읽는 나라 만들기 국민연대회의’(연대회의)의 결성을 공표하고 대선 후보들에게 “책 읽는 나라 만들기를 위한 공약을 제시하라”고 촉구했다. 그리고 11월 13일 대선 후보들을 초청해 포럼을 열기로 했다.

우리나라에는 이미 여러 독서 문화 관련 단체들이 있어 왔지만 이번 ‘책읽는 나라 만들기 국민연대’는 출판·문화·지식계의 첫 융합기구이다. ‘책보다는 밥이 우선’이라고 여기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필자 역시 문화계 인사 중 한 사람이기 때문에, 문화의 힘이 얼마나 큰지 몸소 느껴오고 있다. 최근 대선 후보들이 민생 우선을 앞세우고 있지만 인간 존엄성과 사회적 품격이 중심에 놓일 때 비로소 모든 정책의 가치기준이 명확해지고 민생도 제대로 된다. 책을 읽는 공동체의 형성이 그 근본동력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한때 쇠퇴하던 영국이 재기할 수 있었던 것도 출판산업 덕이었다. <해리 포터>와 <반지의 제왕>으로 영국은 재건에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이다.

‘책 읽는 나라 만들기 국민연대’에는 도정일 책읽는 사회만들기 국민운동 상임대표, 김언호 파주북소리2012 집행위원장,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 윤형두 대한출판문화협회 회장, 고영은 한국출판인회의 회장, 남태우 한국도서관협회 회장, 이시영 한국작가회의 이사장 등 출판·문화계 33개 단체 대표와 관계자들이 참여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자원이 빈약하기 때문에 지적 자산으로 승부해야 할 필요가 있다. 최근 우리 대중문화 산업이 한류 열풍으로 크나큰 부가가치를 창출해 내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지식 문화 산업은 간과할 수 없는 분야이다. 따라서 대선 후보들이 21세기 대한민국의 국가모델을 만들어가는 지식사회 기반 구축에도 관심을 기울이면 어떨까 싶다.

독일의 작가 프란츠 카프카는 ‘책은 내 마음속의 언 바다를 깨는 도끼와도 같다’고 말했다. 그만큼 책이 우리를 인간답게 만드는 자양분이라는 것이다. 좋은 책은 나뿐만 아니라 다른 이의 삶까지 소중하게 여기게 한다.

문화 산업을 육성하는 데에 대선 후보들에만 전적으로 기대지 말고 우리 시민들도 책과 좀 더 가까이 지내길 바란다. 그래야 건강한 정서를 기르게 되고, 더불어 키우는 사회를 만들어나갈 수 있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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