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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1월 18일 금요일

노원의 인문학특강 사태


구청 측, 시민단체 주최로 바꿔

서울의 한 구청이 박정희 시대 등 한국 근현대사를 조명하는 인문학 강좌를 마련했다가 보수 성향 단체의 반대에 주최를 포기해 논란이 되고 있다. 

서울 노원구청은 24일부터 2월28일까지 '박정희와 그의 시대' '광주 그 이후' '이 순간의 역사' 등을 주제로 한 노원인문학특강을 계획했다. 강의는 진보 성향의 한홍구 성공회대 교수가 맡았다. 100명 정원인 강좌는 지난 7일 모집을 시작한 지 3일 만에 마감돼 추가 신청을 받을 정도였다. 그런데 일부 보수단체들이 한 교수가 김일성 주석을 재조명한 칼럼, 국가보안법 반대 발언 등을 문제 삼아 항의 집회를 벌이자 구청이 주최를 바꾸기로 한 것이다.

블루유니온, 활빈당 등 보수단체 회원 20여명은 17일 오전 11시쯤 노원구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 교수의 특강은 순진한 국민에게 대한민국을 부정하고 북한을 찬양하는 잘못된 가치관을 불어넣는 세뇌교육이 될 수 있다"며 "23일까지 매일 구청 앞에서 항의 집회를 열겠다"고 밝혔다. "종북주의자의 강의를 여는 노원구는 평양의 노원구" "종북주의자는 북한으로 가야 한다"는 등 원색적인 구호도 나왔다.

그러자 당초 "차질 없이 강의를 진행할 예정"이라던 노원구청은 결국 집회 4시간여 만에 태도를 바꿨다. 노원구 관계자는 "소수의 의견이라도 반영을 해야 할 필요성을 느껴 관내 시민단체인 마들주민회로 주최를 바꾸기로 했다"며 "장소 등이 확정되는 대로 재공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주민들은 다소 어이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서모(45)씨는 "주민들이 돈을 내고 신청하는 문화강좌인데 강의 내용을 들어보지도 않고 무조건 반대집회를 하는 건 문제"라고 말했다. 한 교수는 "보수단체들이 내 칼럼 전체를 읽어보지 않고 곡해하고 있지만, 구청 측에도 힘든 면이 있었으리라 생각한다"며 "아쉽지만 형식만 바뀌는 것이니 강의는 예정대로 차질없이 준비해 역사 속 불편한 진실 알리기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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