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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12월 3일 화요일
김정근-이용남-이두영-김태승 좌담 기사
◎‘21세기 지식국가 건설의 산실’ 공공도서관 이대론 안된다/‘행정일원화로 전문성 확보해야
전국도서관대회 계기 전문가 긴급대담
[경향신문]|1998-09-26|11면 |문화 |텍스트 |2251자
’제36회 전국 도서관대회가 「도서관과 국가경제」를 주제로 경주 교육문화회관에서 24∼26일 열리고 있다. 김대중대통령은 대회 첫날 축하 메시지를 보내 『제2의 건국을 위한 실천과제로서 지식·정보산업의 근간이 되는 「창조적 지식국가의 건설」을 제시한 바 있다』면서 『도서관의 수준이 곧 국력을 좌우한다는 막중한 인식을 가져 달라』고 당부했다. 하지만 도서관 현실은 이와달리 과거보다 비참해지고 있는 실정이다. 공공도서관의 현안에 대해 전문가들의 긴급대담을 마련했다.<편집자의 도움말>
▲김정근=전국 370여 공공도서관 중 지난해 이후 「사회교육원」 「평생교육원」 「사회교육센터」 등으로 이름을 바꾼 곳이 20곳에 이릅니다. 이는 공공도서관장을 사서직 공무원으로 보임토록 규정한 「도서관 및 독서진흥법」의 적용대상에서 벗어나기 위한 행정직 공무원들의 술책이라고 생각합니다. 아직까지도 행정직 공무원이 공공도서관장을 맡고 있는 곳이 절반쯤 됩니다.
○사서직은 4급으로 제한/3급관장 행정직 독차지
▲이용남=똑같은 기능을 하는 기관의 간판을 바꾸는 것은 효율적 구조조정 차원이 아니라 「사서직이 관장을 맡는다」는 법률 규정을 피하려는 행정가들의 오만에서 비롯됐다고 봅니다. 심지어 현재 공무원 임용령상 사서직은 4급까지로 제한돼 있어 3급 공무원이 관장을 맡게 돼 있는 도서관에서는 사서직 공무원의 관장직 임명이 원천봉쇄된 상태입니다. 이는 「명백한 법령상의 모순」입니다.
▲이두영=특히 지방자치단체가 운영하는 도서관 100여곳 중에서 겨우 10%가량만이 사서직 관장입니다. 반면 교육청 소속 도서관은 200여곳 중 70%가 사서직 관장입니다. 교육부에 비해 행정자치부는 과연 법률에 대한 시행의지가 있는지 의심스럽습니다.
○의정부선 관리공단에 위탁/도서대여점 만들자는 논리
▲김태승=의정부시는 도서관을 「혹」이라고 여기고 있습니다. 그래서 도서관을 청소나 주차장관리처럼 시설관리공단에 맡겨버렸습니다. 광주에서는 도서관을 입찰시켰는데 응찰자가 「연 예산 1천만원」을 써넣어 유찰됐다고 합니다.
▲이용남=공공도서관의 민간위탁은 도서관을 도서대여점으로 만들자는 논리와 다르지 않습니다. 세계적으로 공공도서관이 입장료를 받지 않는 이유는 도서관을 이용함으로써 얻어지는 수익이 사회적인 것이지 개인에게 돌아가는 게 아니기 때문입니다. 우리보다 먼저 구조조정한 선진국도 도서관을 민간에게 위탁하지 않았습니다.
▲김정근=공공도서관을 민간위탁함으로써 더 잘 운영된다면 나쁜 일은 아닐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지방자치 정부가 공적 서비스라는 무거운 짐을 벗기 위한 발상에서 비롯된 것이므로 매우 우려됩니다. 지식자원 관리는 국가사활이 걸린 사업입니다. 예를들어 미국에서는 사서·큐레이터·정보제공자 등 지식자원 관리자가 인구 2억명의 0.1%인 20만명에 이릅니다. 한국은 인구의 0.01% 정도인 5,000명 수준입니다. 당장 살림이 어렵다고 지식자원 관리에 태만하면 곧 후회하게 될 것입니다.
▲이용남=산적한 난제를 풀 수 있는 방법은 도서관행정의 일원화입니다. 현재 도서관 정책은 문화관광부, 운영은 교육부(교육청)와 행정자치부(지방자치단체)가 맡고 있습니다. 공공도서관 운영의 간소화·내실화를 기하기 위해서라도 한군데로 모아져야 합니다.
○건물·부지 등 수천억 재산/부처 갈등에 일원화 안돼
▲이두영=행정쇄신위원회나 총리실에서도 도서관 정책의 일원화 문제가 주요과제로 올랐으나 부처간 협의가 쉽지 않아 포기한 적이 있습니다. 만약 문화부로 일원화된다면 교육부와 행정자치부 산하 공공도서관의 건물·부지 등 수천억원의 재산이 넘어가야 하는 등 어려움이 많지만 정부에서 중지를 모은다면 불가능한 것도 아니라고 판단됩니다.
▲김태승=한 정부 안에서 문화부는 열심히 공공도서관을 만들고, 교육부나 행정자치부는 산하 공공도서관을 「평생교육원」 등으로 개칭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특히 지방자치제 실시 이후 선출직 단체장들이 가시적 성과가 있는 사업에 치중해서 재선을 노리는 탓에 도서관 문제는 더욱 뒷전이 됐습니다.
○책도매상 부도등 출판 대란/도서관 살려야 근본적 치유
▲김정근=지난 2월말 이후 서적도매상들의 잇단 부도 이후 「출판대란」이 벌어져 정부가 출판유통분야에 긴급수혈을 했지만 좀더 근본적으로는 도서관을 살리는 게 출판을 살리는 지름길입니다. 양서의 최대소비자는 도서관이기 때문입니다.
▲김태승=도서관은 출판문화의 인프라입니다. 공공도서관은 양서가 흘러들어가는 곳이므로 도서구입비 예산이 확충돼야 합니다.<경주=정리 김중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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