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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1월 23일 목요일

'사람책--휴먼라이브러리' 관련 기사

“당신의 죄가 아니야, 어떤질문도 괜찮아” [2014.01.20 제995호]
[표지이야기] ‘그냥 대화하자’는 아이디어에서 휴먼라이브러리 시작한 로니 아베르겔 인터뷰

비행청소년. ‘휴먼라이브러리’를 창립한 로니 아베르겔(41)의 사람책 목차는 다소 의외다. 1993년 덴마크 코펜하겐 시내에서 한 10대 청소년이 칼에 찔려 숨졌다. 길에서 사소한 폭행 시비가 붙었는데 칼부림으로까지 번진 것. 아베르겔도 그 자리에 있었다. 숨진 사람은 친한 친구였다. 그 뒤 아베르겔은 비폭력 청소년운동에 뛰어들었다.
한국의 ‘닫힌 문화’를 여는 도전이 되길
인생의 결정적인 순간은 또 우연히 찾아왔다. 2000년 한 음악축제에 ‘서로 미워하는 사람들이 좋은 이웃으로 성장하게 하는 이벤트를 개최해달라’는 제안을 받았다. 아베르겔은 단순한 아이디어를 냈다. ‘그냥 대화를 하자.’ 다양한 사람들과 대화를 하면 남을 이해하게 되고, 편견을 없애면 폭력도 줄어든다는 생각이었다. 행사는 4만 명이 참가하는 대성공을 거뒀다. 전세계 70여 개국으로 퍼진 ‘휴먼라이브러리’ 운동의 시초였다.

지난해 12월6일, 코펜하겐 시내의 한 사무실에서 아베르겔을 만났다. 그는 덴마크노총에서 출판·언론 담당자로 잠시 일하고 있었다. 휴먼라이브러리와 관련해 ‘테드’(TED) 강연에 출연하는 등 세계 곳곳을 누비며 그는 인권 저널리스트, 환경 다큐멘터리 기획자 등으로도 일해왔다.

아베르겔은 “2월 한국에서 열릴 컨퍼런스는 휴먼라이브러리를 짧은 시간에 확산시킬 큰 기회”라고 기대했다. 특히 그는 휴먼라이브러리 운동이 한국 사회의 ‘닫힌 문화’를 여는 도전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한국은 마치 사회가 하나의 꽉 짜인 상자 안에 들어 있는 듯하다. 학생들이 아침부터 밤까지, 심지어 버스 안에서도 공부하는 모습은 충격적이다. 노동자들은 유럽보다 2배 이상 오래 일한다. 한국 사람들이 유명인의 가십에 즐거워하는 건, 정형화된 틀에서 벗어난 얘깃거리이기 때문이다. 휴먼라이브러리는 그 가면을 벗어던지고, 잠시만 휴식하면서 사람과 사람이 서로의 눈을 바라보며 깊은 마음속 이야기를 꺼내보자는 거다.”

이를테면 “조용한 호수에 돌을 던지자”는 뜻이라고 그는 설명했다. “한국 사람들은 큰 몸짓을 섞어 말하지 않는 것만 봐도, 부끄러움이 많고 소심한 면이 있다. ‘난 동성애자야’라고 말하는 게 한국에선 굉장히 부끄러운 일이다. 그걸 열린 대화의 공간으로 초대하는 거다. ‘당신의 죄가 아니다’라고 깨닫도록. (사람책뿐 아니라 독자 입장에서도) 소심한 한국 사람들이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기회도 된다. ‘어떤 질문을 해도 괜찮아’라고 응원해주는 거다. 공사장 인부와의 대화를 통해 편견을 없애는 게 사회 양극화가 심한 한국 사회에 새로운 해법을 던질 수도 있다.”

세계적이지만 굉장히 지역적인 운동
아직 한국에 와본 적이 없다면서도, 그는 한국에 대해 깊은 관심과 고민을 드러냈다. “휴먼라이브러리는 ‘우리 학교에서 사람책을 빌려줘보면 어떨까?’ 하는 단 한 사람의 생각으로부터 시작되기도 한다. 한국 컨퍼런스에서 도서관·공공기관·지자체·시민단체 등 여러 아이디어가 모이면 확산에 가속도가 붙을 거다.”

하지만 정작 운동이 시작된 덴마크에서는 요즘 활동이 뜸하다. “500명의 사람책이 있긴 한데, 2011년 이후로는 아무런 이벤트 행사도 열지 않고 있다. 덴마크 정부가 휴먼라이브러리 활동 지원에 소극적이기 때문이다.” 아베르겔은 덴마크 정부의 보수적인 태도에 단단히 화가 나 있었다.

휴먼라이브러리는 세계적으로 퍼져 있긴 하지만, 사실은 굉장히 ‘지역적’인 운동이다. 덴마크에 있는 사람책을 한국으로 빌려오긴 쉽지 않은 공간의 한계 탓이다. 각 나라의 문화적 차이도 크다. “영국에선 TV 다큐멘터리를 통해 빨리 알려졌다면, 완벽함을 중시하는 일본에선 천천히 흘러가는 식”이다. 아베르겔은 “우린 씨를 뿌릴 뿐이다. 그 씨를 어떻게 가꿔서 꽃으로 피울지는 각 나라의 상황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오는 2월 그는 ‘씨앗’을 품고 한국에 온다. 로니 아베르겔이라는 사람책에는 최근 ‘싱글대디’라는 단어가 새로 추가됐다. 2013년 5월 그는 아내를 암으로 잃었다. 슬픔으로 가득 찬 가슴 한켠에, 희망의 씨앗을 품고 온다.
코펜하겐(덴마크)=글·사진 황예랑 기자 yrcom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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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여 권, 권당 최대 5명 대출 [2014.01.20 제995호]
[표지이야기] 2월15일·18일 열리는 휴먼라이브러리 컨퍼런스

로니 아베르겔이 초청강연자로 나서는 ‘휴먼라이이브러리 컨퍼런스’는 오는 2월15일과 18일 서울 국회도서관과 수원시평생학습관에서 두 차례 열린다. ‘휴먼라이브러리’란 사람이 직접 책이 돼 대출되는 살아 있는 도서관을 뜻한다. 대화를 통해 편견을 없애고 서로를 이해하는 폭을 넓혀 ‘민주주의 배움의 장’이라고도 불린다. 창립자인 아베르겔은 말한다. “모든 사회에는 편견과 고정관념이 존재한다. 하지만 누군가를 알고 이해하게 되면 폭력이 자연스럽게 줄어들 것이다.”
컨퍼런스 첫날 1부에선 아베르겔이 휴먼라이브러리의 취지와 철학, 전세계 70여 개국의 운영 사례를 전한다. 2부에선 20여 명의 사람책이 등장한다. 희망제작소가 2013년 11월부터 2개월간 온·오프라인에서 물었다. “당신의 편견은 무엇입니까?” 800여 개 리스트가 모였고 그 편견을 경험한 사람책을 선정했다. 휴먼라이브러리 규정을 보면 사람책은 아무나 될 수 없다고 돼 있다. “인종, 성별, 나이, 장애, 성적 취향, 계급, 종교, 라이프스타일 등 자신의 정체성으로 인해 편견을 경험한 사람만이 사람책이 될 수 있다. 사람책 제목은 이러한 편견과 직접적으로 연계돼야 한다. 그래야 독자들이 마음속 편견에 직면해볼 수 있다.” 매뉴얼에 따라 아줌마·시니어·노숙인·채식주의자·비혼주의자·새터민·비제도권학생 등 20여 권이 이날 전시된다. 초대장에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 읽듯, 사람책을 대출해 마주 앉아 이야기를 나누는 곳”이라고 적혀 있다. “지식을 전달하고 교훈을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대화와 소통을 밑돌 삼는 도서관, 각기 다른 기억과 경험을 지닌 이웃을 만나 내 안의 편견을 줄이게 도와주는 도서관, 서로를 알아가는 과정을 통해 우리에게 더 큰 세상이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도서관.” 이날 휴먼라이브러리에서 대출하고 싶은 독자는 희망제작소 누리집에서 사람책의 서문과 목차를 읽은 뒤 신청하면 된다. 사람책은 최대 5명의 독자와 대화를 나누고 독자는 최대 2명까지 대출 가능하다. 선착순 마감이다.

2월18일에는 국내 평생학습 실무자 등 150여 명이 수원시평생학습관 대강당에 모여 국내 사례를 살펴보고 발전 방안을 모색한다. 사례 발표자로 노원 휴먼라이브러리, 숨쉬는 도서관, 서울숲사랑모임 청소년 리빙라이브러리 등이 나선다. 희망제작소 윤석인 소장은 휴먼라이브러리가 한국 사회에 필요한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한국의 사회갈등 지수(2012)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터키에 이어 두 번째다. 반면 신뢰·연대·소통 등을 대변하는 사회적 자본 지수는 22위로 매우 낮다. 사회 양극화, 세대 단절, 소통 부재 등 계층, 노사, 세대, 이념, 지역, 환경 등 사회 전 분야에 걸쳐 갈등의 골이 깊은데 문제를 해결할 구체적 방법이 없다는 얘기다.”

휴먼라이브러리 컨퍼런스는 희망제작소·국회도서관·수원시평생학습관이 주관하고 <한겨레21>과 휴먼라이브러리, 인스피링 덴마크가 후원한다. 문의 희망제작소 누리집 www.makehope.org, 02-2031-2114.
정은주 기자 eju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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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 안의 ‘비정상’을 꺼내라 [2014.01.20 제995호]
[표지이야기] 편견을 깨기 위한 실험 ‘휴먼라이브러리’ 
‘비정상의 정상화’를 주장하는 그분, 여기 사람책 5권을 읽어주세요

» <한겨레21>과 희망제작소는 2월15일 서울 국회도서관에서 ‘휴먼라이브러리 컨퍼런스’를 연다. ‘휴먼라이브러리’란 사람이 직접 책이 돼 대출되는 살아 있는 도서관을 뜻한다. 대화를 통해 편견을 없애고 서로를 이해하는 폭을 넓혀 ‘민주주의 배움의 장’이라고도 불린다. 희망제작소에 전시된 휴먼라이브러리 컨퍼런스 안내 게시판 모습.탁기형
비정상의 정상화. 2014년을 여는 인사말이 참 고약하다. 대통령의 벽두어로는 더욱더. 대체 무엇이 정상이고, 무엇이 비정상이란 뜻인가. 정상과 비정상을 가르는 잣대는 누가 정한단 말인가. 박근혜 대통령이라는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에 맞지 않는 대상은 모조리 ‘비정상’으로 몰아붙이겠다는 뜻으로 이해하는, 내 맘보가 더 고약한 탓이려나. <한겨레21>은 정상화를 거부한다. 비정상이라서가 아니다. 대신에 우리 안의, 당신 안의 ‘비정상’이란 편견부터 깨자고 제안한다. ‘휴먼라이브러리’는 편견을 깨기 위한 실험이다. 여기 이름 모를 책들로 가득 찬 도서관이 있다. 도서관 이름은 휴먼라이브러리. 책을 빌리는 방법은 간단하다. 제목을 보고, 목차를 훑은 다음, 당신 마음에 드는 책을 골라 1시간씩 대출할 수 있다. 단, 반드시 제자리에 돌려줘야 한다. 밑줄을 치거나, 책갈피를 꽂아두진 못한다. 종이책이 아니라서다. 당신이 빌릴 책은 ‘사람’이다. 당신은 독자가 아니라, 스스로 사람책이 될 수도 있다. 특별하고 거창한 이야기를 담고 있지 않아도 괜찮다. 한 사람은 저마다 영혼을 품은 한 권의 책이기에. 사람책 읽기는 우리에겐 낯선 경험이 아니다. TV 토크쇼, 인터뷰 기사, 저자와의 만남, 강연회, 커피 한잔을 사이에 두고 가까운 이와 나누는 대화도 모두 결국은 사람을 이해하고, 상대방의 영혼을 읽고자 하는 눈맞춤이다. 하지만 휴먼라이브러리라는 이 특별한 도서관에는, 미리 알아둬야 할 전제조건이 하나 더 있다. 당신 마음속의 편견, 선입견, 고정관념을 내려놓고 ‘열린 마음’으로 책 앞에 앉을 것. 그러면 어느 순간 ‘나’라는 작은 세계를 넘어, 다른 사람을 공감하고 다른 세계를 이해하는 새로운 자신을 발견하게 될지 모른다. ‘비정상의 정상화’를 주장하는 그분께 사람책 읽기를 권하면서 정상도, 비정상도 아닌 사람책 5명을 소개한다. _편집자

술은 15살 때부터 가족이자, 친구였다. 술잔을 입안에 털어넣는 순간엔 적어도 외롭지 않았다. 난 철저히 혼자였다. 알코올에 젖어 있는 순간만큼은 달랐다. 내가 내 삶의 주인이 된 듯한 착각이 들었다. 40년 가까이를 술과 함께했다. 특히 마지막 7년 동안은 끔찍했다. 습관처럼 매일 술을 마셨다.
‘중독’은 대물림일까. 어머니는 약물중독자였다. 약에 취했다 하면 막말을 퍼붓고 손찌검을 했다. 폭력은 용서가 안 됐다. 13살 때 어머니와 인연을 끊고 독립했다. 아버지는 어릴 때 교통사고로 이미 세상에 없었으니, 나를 잡을 사람도 없었다. 배운 것도, 가진 것도 없이 완벽한 세상에 덩그러니 나앉았다. 결혼을 하고 아들 둘을 낳았지만, 어린 시절의 상처 탓인지 외로움은 덜어지지 않았다. 그럴 때마다 술을 입에 댔다. 나는 그토록 증오했던 어머니의 뒤를 따라 ‘중독자’가 되었다.

덴마크 ‘휴먼라이브러리’에 등록돼 있는 예느 필만(61)의 ‘사람책’ 분류 목록 주제는 알코올중독이다. 지난해 12월6일 코펜하겐 시내에서 만난 그는 흔히 연상되는 알코올중독자와는 거리가 멀었다. 백발로 변해가는 금발 단발머리에 소녀 같은 웃음을 띤, 동네 어디서나 만남직한 할머니였기 때문이다.
필만은 지금까지 두 번 다시 태어났다. 첫 번째는 2007년. 알코올중독 치료센터에 들어가서 술을 끊게 되면서다. 필만은 “어떻게 인생을 다시 회복할 수 있는지를 배웠다”고 말했다. 똑같이 알코올중독 상태인 두 여동생에게도 “같이 치료받자”고 손을 내밀었지만 아직까지 동생들은 화만 낸다고 했다. 두 번째는 2009년. 휴먼라이브러리 운동을 창립한 로니 아베르겔이 알코올중독자 치료단체에 ‘사람책’ 추천을 부탁했고, 필만은 처음으로 “책꽂이에 꽂혀 있다가 누군가 내 등을 집어올려 대여해가는” 경험을 했다.
그는 왜 알코올중독자가 됐고, 어떻게 치료했는지를 독자에게 ‘읽어’준다. “보통은 내가 살아온 이야기를 해요. 그런데 듣는 사람이 누구냐에 따라, 그 사람이 어떤 질문을 던지느냐에 따라 이야기가 달라져요. 굉장히 역동적이면서도 흥미로운 과정이죠.” 그는 지금까지 학생, 감옥에 다녀온 범죄자, 신용불량자, 스트리퍼, 성매매 여성 등 다양한 사람들에게 대여돼 나갔다. “독자와의 대화는 신기해요. 내가 ‘사람책’으로 그 자리에 앉아 있지만, 그 순간만큼은 내가 독자들을 ‘사람책’으로 빌린 게 아닌가 하는 느낌이 들거든요.”
휴먼라이브러리는 그의 삶을 바꿔놨다. 2010년 교통사고를 당하는 바람에 오른쪽 다리 무릎 아래에 의족을 차고 다닌다는 이야기를 하면서도 필만은 “그냥 교통사고였을 뿐”이라며 대수롭지 않아 했다. 일자리도 잃고 후유증도 아직 남아 있지만, 그는 이제 자기 삶의 주체가 누군지 분명히 알고 있는 것 같았다. 코펜하겐(덴마크)= 황예랑 기자yrcomm@hani.co.kr

만화가. 초등학교 때부터 만화를 끼적이는 게 좋았다. 비보이. 고등학교 때는 춤에 미쳤다. 서울 여의도공원, 대학로에 떼로 몰려다니며 춤을 췄다. 신발과 모자에 눈을 뜬 것도 이때부터였다. 하지만 ‘리얼’ 인생은 달랐다. 만화나 춤으로 대학을 갈 수는 없었다. 대학에선 컴퓨터응용시스템을 전공했다. 패션디자이너. 군대에 가서 뒤늦게 ‘꿈’이 생겼다. 하지만 ‘늦었다’는 생각에 꿈을 슬며시 접고 말았다.
로봇. 대학 졸업 뒤 운 좋게 삼성반도체에 입사했다. 경기도 화성 공장에서 반도체설비를 점검하고 유지·보수했다. 같이 일하는 사람들은 좋았지만 일상은 무기력했다. 감정 없는 로봇이 된 듯했다. 좋아하는 일, 꿈, 창의성 등의 단어들은 점점 멀어져만 갔다.
좋아하는 옷, 모자, 신발로 만드는 ‘내 브랜드’. 회사 생활 3년 만에 사표를 냈다. 마침 비보이 시절 함께 뭉치곤 했던 몇몇이 같은 꿈을 꾼다는 걸 알았다. 당장 의기투합했다. ‘좋아하기만’ 할 뿐, 아는 게 없었다. 디자인을 모르니 의상 공부를 시작하고, 옷을 만드는 공장이 어딨는지 모르니 동대문시장 바닥을 신발이 닳도록 헤집고 다녔다. 오토바이를 무작정 따라가 공장 위치를 알아둘 정도로 열심이었다.
즐거운 악당. 2009년 세상에 내놓은 브랜드 이름은 ‘라클리크’다. 즐거움을 뜻하는 한자 ‘樂’(락·rac)과 ‘패거리’(clique)를 합친 말이다. 지난 1월7일 서울 마포구 서교동 라클리크 사무실에서 만난 이상배(32) 대표는 “나는 좋아하는 일을 하지만, 가족이 보기엔 이기적일 수도 있어 악당이라고 했다”며 멋쩍게 웃었다.
충격과 공포. 마포 민중의 집에서 운영하는 휴먼라이브러리 ‘숨쉬는 도서관’에 소개된 이상배 대표의 사람책 서문에는 이렇게 쓰여 있다. “현실적으로 좋아하는 일이 더 고통스럽다는 이야기를 많이 해서” 그렇단다. 가장 큰 고민은 역시 돈이다. 창업 1년 뒤로는 사무실 식구 4명의 월급을 챙길 수 있을 만큼 궤도에 올랐지만, 원하는 옷을 만들기 위해 월급을 자진 반납해야 할 때도 있다. 100벌 소량 생산 방식이다보니 수지타산을 맞추기도 쉽지 않다. 나름대로 마니아를 거느린 독립 브랜드지만, 사업이란 게 열에 아홉은 힘든 일이라고 했다.
“전 이렇게 쳇바퀴 굴리듯 살고 싶지 않아요.” 직장 다닐 때 상사한테 치받듯이 던진 말이었다. “지금은 함부로 얘기한 걸 후회해요. 싫어하는 걸 억지로 참고 견디는 것도 훌륭한 일이잖아요.” 6~7차례 사람책으로 대여돼 다양한 사람을 만난 뒤 ‘내 안의 편견’이 깨지면서 얻은 깨달음이다. “저를 빌려간 독자들은 ‘난 꿈이 없다’고 죄책감을 느끼는데 그럴 필요 없어요. 꿈이 없는 게 이상하다고 몰아가는 분위기도 없어져야 해요.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게 꼭 정답은 아니거든요.”황예랑 기자 yrcomm@hani.co.kr

거북이를 사랑한 토끼가 있었다. 그의 짝사랑을 아무도 몰랐다. 거북이조차도. 토끼는 거북이가 느린 걸음을 자학하는 게 늘 마음 아팠다. 어느 날 ‘달리기 경주’를 토끼가 제안한다. 거북이에게 자신감을 불어넣어주기 위해서였다. 경주가 시작되자 토끼는 생각했다. ‘중간에서 기다려주자.’ 하지만 그냥 기다리면 거북이의 자존심이 상할 것 같았다. 그래서 토끼는 자는 척했다. 거북이가 깨워주면 나란히 손을 잡고 언덕을 오를 참이었다. 거북이는 토끼를 그냥 지나쳤다. 자는 척하던 토끼는 눈물을 흘렸다. 경주에서 이긴 거북이는 “성실하다”는 칭찬을, 토끼는 “교만하다”는 비난을 받았다. 하지만 토끼는 견뎠다. ‘사랑하는’ 거북이의 기쁨이 그의 기쁨이었기에.
꼬박 3년간 노숙인으로 살았던 서경수(42·가명)씨는 길거리 잡지 <빅이슈>를 팔 때 ‘신(新) 토끼와 거북이’ 등 자신이 쓴 이야기를 ‘부록’으로 넣는다. 그 부록을 보려고 서씨의 <빅이슈>만 고집하는 단골도 있다.
전북 전주에 살던 서씨는 2009년 3월 아버지와 다투고 집을 나왔다. 수년간 취업에 실패하며 가정불화가 깊어진 탓이었다. 달랑 7만원을 들고 서울로 올라와 주유소, PC방 아르바이트를 전전했다. 생활은 궁핍해졌고 결국 길거리로 나왔다. 첫 6개월간은 고립이었다. 다른 노숙인의 손길도 뿌리쳤다. 그들의 ‘호의’가 ‘악의’일까봐 겁이 나서다. 그렇게 만날 굶다가 탈진해 쓰러졌다. 그 뒤 무료급식소와 쉼터를 오갔지만 삶의 의욕은 꺾여만 갔다.
2013년 5월 <빅이슈> 판매원이 되면서 서씨는 성취감을 처음 맛봤다. 노숙인 자립을 돕는 잡지인 <빅이슈>는 첫 방값만 지원한다. 그 뒤의 생계는 판매원이 책임져야 한다. 서씨는 7개월째 고시원비(26만원)를 밀리지 않고 있다. 감동의 순간도 찾아왔다. “대학 졸업하고 2년간 80군데에 원서를 냈지만 취업에 실패했다는 20대 여성 독자가 있었습니다. 마지막으로 구입하는 <빅이슈>라며 1천원짜리 3장과 500원, 100원짜리 동전을 한 움큼 쥐어줬어요. 취업해 다시 사겠다고 약속하는데 함께 울었습니다.” 감격스러워서, 기뻐서였다. ‘어려운 사람을 도우려는 마음이 아직 많이 남아 있구나.’
2014년은 더 큰 설렘으로 맞이한다. 첫째, 서씨가 베이스 기타리스트로 참여하는 ‘봄날 밴드’가 3월에 공연과 앨범 발매를 계획 중이다. 둘째, 2월15일 시민참여 휴먼라이브러리에 사람책으로 초대됐다. 그리고 셋째, 토끼처럼 사랑을 고백하고 싶은 그녀가 생겼다. “노숙인을 인생 실패자라고 흔히들 생각하죠. 사실은 ‘실패를 겪었던 것’뿐입니다. 그래서 더욱 삶이 어떤 의미인지 절절하게 깨달은 사람, 다시 희망과 나눔의 날개로 비상하고 싶은 사람입니다.” 서씨의 사람책은 이렇게 시작된다.정은주 기자 ejung@hani.co.kr

몸짱·보디빌더 하면 무엇이 떠오르나? 닭 가슴살과 유청 단백질 보충제. 이러한 편견을 깨려고 도혜강(40)씨는 육식을 하지 않고 채식으로 몸을 만들었다. ‘비건빌더’(Veganbuilder)다.
고기가 없으면 밥상에서 반찬 투정을 일삼던 도씨가 채식주의자로 변한 것은 2010년 구제역 파동 때다. “병든 동물을 치료할 돈이 없다는 이유로 정부가 산 채로 땅속에 묻었잖아요. 고통스럽게 죽는 동물을 보며 인간이 무슨 권리로 저렇게 많은 생명을 함부로 다루나 충격을 받았어요.” 도씨는 육류·생선·유제품을 모두 먹지 않는 완전 채식주의자가 됐다. 처음엔 ‘나 하나만이라도’로 시작했지만 점점 ‘나 하나만으로는’ 안 되겠다 싶어졌다. 채식이 건강을 해친다는 편견을 깰 방법을 고민하다 보디빌더를 떠올렸다. 요가 강사로 일했지만 근육운동 경험은 없었다.
2011년 홀로 훈련해 보디빌딩 대회에 나갔다. 입상한 뒤 채식주의자라고 밝히자 다들 놀랐다. 채식만으로도 건강한 몸을 만들 수 있고 대회에 나가서도 손색이 없다는 걸 보여줬기 때문이다. “몸을 만드는 건 운동이에요. 단백질에 집착할 필요가 없어요. 적당한 식이조절과 운동, 휴식이란 삼박자만 갖추면 됩니다.” 단백질도 콩 등으로 섭취할 수 있다. 몸은 식물성·동물성 단백성을 차별하지 않기 때문이다. 도씨의 운동 식단을 보자. 운동하기 30분 전에 찐 고구마와 메밀차, 운동 중에 바나나, 운동이 끝나면 계절과일과 두부, 해초샐러드, 방울토마토 등을 먹는다.
비건빌더가 그리 낯선 개념은 아니라고 도씨는 말한다. 전설적인 몸짱으로 ‘현대 보디빌딩의 아버지’라 불리는 유진 샌도도 채식으로 몸을 만들었다. 샌도는 1867년 4월2일 독일(당시 프러시아)에서 변변치 않은 채소장수의 아들로 태어났다. 어릴 때부터 매력적인 근육미가 돋보였던 그는 닭 가슴살이나 유청 단백질 보충제보다는 채소와 가까웠다. 도씨는 말한다. “4년간 채식하며 지구력과 근력이 놀랍게 향상됐어요. 추위와 더위에도 덜 민감해졌고 피부가 좋아져 잔주름이 사라졌습니다.”
보디빌더 가운데 겉은 멀쩡한데 속은 안 좋은 사람이 많다. 몇 달 만에 10~20kg의 살을 찌우고 빼기 때문이다. 대회를 앞두고는 닭 가슴살과 방울토마토 등으로 연명하며 몸을 깎아낸다. 하지만 도씨는 평소와 다를 바 없는 밥과 반찬에다 식물성 단백질 보충제만 추가할 뿐이다. 단백질 보충제는 두부·곡물·견과류 등으로 도씨가 직접 만든다. “채식하며 보디빌딩을 하면 겉모습뿐만 아니라 몸속 건강도 챙길 수 있죠.”
채식하면서 성격도 달라졌다. “조급하고 욱하는 성질이 있었어요. 불평불만도 많고 잘 싸우기도 했어요. 채식한 뒤에는 한결 느긋해졌다고 주변에서 말해요.” 채식주의자는 밥상에서만 까다로울 뿐 일상에선 너그럽단다. 정은주 기자ejung@hani.co.kr

“대한민국에서 가장 당당한 미혼모입니다.” 다큐멘터리영화 <미쓰마마>에서 주인공 최형숙(42)씨는 우렁찬 목소리로 자신을 소개한다. 그는 아마 대한민국에서 가장 유명한 미혼모이기도 할 테다. 한국미혼모가족협회 활동가로 3년을 살면서 얼굴 드러내길 꺼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도 처음부터 당당했던 건 아니다. 2009년 한 TV의 시사 프로그램에 인터뷰를 했다. 얼굴을 가렸는데도 당시 운영하던 미용실 내부 모습이 그대로 방송을 탔다. 동네의 수군거림이 돌아 돌아 그의 귀에도 들어왔다. “나이 많은 여자니까 유부남이었을 거야….” 하나둘 손님이 줄어들더니, 여섯 달 뒤엔 직원 월급도 못 줄 지경이 됐다. 억울했다. ‘내가 돈 벌어서 내 아이 키우는데 왜?’
미혼모는 지워지지 않는 ‘주홍글씨’다. 색안경을 끼고 바라보는 건 물론이고 손가락질도 한다. 아들 준서(9)가 유치원에 다닐 때의 일이다. “준서 엄마가 미혼모냐? 난 기분 나쁘다.” 한 아이 엄마가 유치원에 항의했다고 한다. 재롱잔치 날 옆에 서 있던 그 엄마는 끝내 최씨와 손잡기를 거부했다. 아이의 상처는 더 가슴이 에인다. 어릴 때부터 엄마가 미혼모라는 사실을 담담히 받아들여온 아이도 “너희 엄마 미혼모라며?” 묻는 친구들의 질문에 심한 스트레스를 받았다. 4살에 대장암을 앓은 준서는 무서움을 많이 탄다. 지금도 침대 한쪽에 인형을 진열하듯이 잔뜩 세워놓고서야 잠든다. 그래서 최근 1년여, 최씨는 모든 일을 그만두고 온전히 아이와만 시간을 보냈다.
미혼모는 ‘선택’이었다. 남자친구와 성격 차이로 헤어진 뒤에야 ‘엄마’가 된 사실을 알았다. 아이를 낳자마자 입양기관에 보냈다가 다시 데려왔다. 미혼모에 대한 사회적 편견에 ‘숨는’ 대신, 맞서기로 한 것도 최씨의 선택이다. 미용실 문을 닫은 뒤 한국미혼모가족협회를 설립하기 위해 전국의 미혼모 400명 이상을 만났다. 다른 미혼모가 울면서 전화를 걸어오면 한밤중에도 한달음에 달려갔다.
지난 1월8일 만난 최씨는 ‘미혼모는 불쌍하다’거나 ‘우울하다’는 선입견이 싫다고 했다. “‘둘이 키워도 힘든데 너 혼자 잘 키워봐.’ 비난이 아니라 여기까지면 된다. 그러면 상처는 안 받는다. ‘너희는 비정상이고 뭔가 부족한 사람이니까 도와줄게’? 동정이 아니라 경제적인 자립을 도와줘야 한다.”

마포 민중의 집이나 대학교 등에서 ‘사람책’ 대출 요청이 올 때마다 적극적으로 나서는 이유도 그래서다. “나를 대출했던 연인이 비슷한 상황에 놓인다면 적어도 ‘그때 그 아줌마’를 떠올리며 지혜롭게 대처할 수 있지 않을까요?” 최형숙이란 사람책은 지금 증보판을 준비 중이다. 지난해 12월 설립된 미혼모 단체 ‘인트리’ 대표로서 각종 교육·지원 사업을 머릿속에 그려보는 한편으론, 올가을께 결혼도 생각한다. 자원봉사자로 만나 500일 넘게 사귄 남자친구는 10살이 어리다. “아들에게 차별 없는 세상을 주고 싶다”고 서문에 적은 책은, 그렇게 또 다른 이야기를 한장한장 채워가는 중이다. 황예랑 기자 yrcomm@hani.co.kr

안철수 의원 빌려주세요 [2014.01.20 제995호]
[표지이야기] 전세계 70여 개 나라에서 프로그램 운영 중
한국에선 중고등학생 진로 상담용으로 가장 많이 이용돼


» 캐나다 밴쿠버 글래드스톤고등학교의 휴먼라이브러리는 기획·운영의 대부분을 학교 도서관 사서의 개인적인 관심과 열정에 의존하고 있었다. 사서 팻 파룽가오는 “학교 차원에서의 지원이 다소 아쉽다”고 말했다.김외현
힐러리 - 며칠 전 신문에 남자 조산사 인터뷰가 나왔어요. 그런데 캐나다에서 한 명밖에 없다는 거예요.
셸리 - 어머나! (웃음)
 - 아…, 그게…, 하긴 남자라고 조산사가 되지 말란 법도 없죠, 뭐.
힐러리 - 그러니까요. 생각해보니까 그렇더라고요. 산부인과 의사들은 남자도 많잖아요. 우리 병원 가면 보잖아요, 왜.
지난해 12월18일 캐나다 밴쿠버 글래드스턴 고등학교의 도서관. 한국에서 온 기자에게 이 학교가 실시한 ‘휴먼라이브러리’ 행사에 대해 한참 설명하던 세 중년 여성은, ‘남자 조산사’란 대목에서 웃음을 터뜨리더니 수다로 접어들었다. 이들의 폭소 속에서 약간의 민망함을 느끼며, 기자도 슬쩍 끼어들었다. “내년 휴먼라이브러리에 그 조산사를 부르면 좋지 않을까요?”
힐러리 - 맞아요. 그런데 동부에 살던데….(밴쿠버는 서부)
 - 스카이프(인터넷 영상 통화)로 하죠, 뭐.
셸리 - 아, 좋은 아이디어예요!

힐러리 - 그래요. 출산 도중만 아니면 못할 것도 없죠. (모두 웃음)
 파룽가오와 힐러리 몬트레이는 이 학교 도서관의 사서로, 2010년·2012년·2013년 세 차례 이 학교에서 열린 휴먼라이브러리 행사를 기획·준비했다. 셸리 맥퍼슨은 이 학교에서 경제를 가르치는 교사다. 지난해 10월28일 열린 휴먼라이브러리 행사에 학생들을 데려왔던 그는 “학생들에게 아주 큰 도움이 됐다”고 했다.
캐나다에 한 명밖에 없는 남자 조산사
행사는 단 하루였다. 하루 4차례 각 교시마다 2개 반 학생들(한 반당 약 30명)이 참가했다. 전체 학생 1200명 가운데 약 240명만이 행사를 접한 셈이다. 많은 교사가 참가를 희망했지만 모두를 수용할 순 없었다. 파룽가오는 이해도와 질문의 수준을 감안해, 11~12학년(16~18살) 학생들을 주요 대상으로 삼았다고 설명했다.
각 교시에 준비된 ‘사람책’은 10~15명가량이었다. 학교 도서관 쪽은 각 학생이 사람책 3명을 직접 선택하도록 했다. 사람책 1명에 할당된 시간은 20분가량. 사람책이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준 뒤, 질문을 주고받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사람책들은 사서들이 이미 알고 있는 이들을 알음알음으로 섭외해온 경우가 많았다. 해를 거듭하면서 지난 행사 때 반응이 좋았던 이들을 다시 모셔오기도 했다. 그렇다고 아무나 사람책이 될 순 없었다. 대개는 학생들이 평소 생활에서 접하기 어려운 이들이었다. 목적은 분명했다. 파룽가오는 “휴먼라이브러리의 궁극적인 목표는 차별과 편견을 타파하고 소통과 이해를 증진시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해당 직업에 대한 일종의 ‘진로 상담’이 되기도 했지만, 그건 부차적이었다.
사람책 가운데는 장의사, 보호관찰관, 종교인(목사·승려), 검시관, 운동선수 등 직업만으로 편견의 대상인 이들도 있었다. 남성 간호사, 여성 소방관처럼 성역할론 탓에 편견을 받는 이들도 있었다. ‘몸에 문신을 새긴 사람’이나 ‘아이 엄마’처럼, 평범하지만 학생들로서는 상상하기 힘든 삶을 사는 사람책도 있었다.
“학생들로부터 가장 열렬한 호응을 받았던 사람책 가운데 하나는 시각장애(전맹) 여교사였다. 그는 결혼해서 아이들도 있고, 동정을 질색하는 굉장히 독립적인 인물이었다. 시각장애인에 대해 막연한 편견을 가졌던 학생들은 그를 접해보고는 많이 놀랐다.”(몬트레이)
2012년 캐나다의 국영 은 전국의 공공도서관 시설을 이용해 휴먼라이브러리를 실시했다. 사전에 이 학교에 와서 운영 방식을 배워갔다. 지난해부터는 근처의 다른 학교에서도 휴먼라이브러리가 시작됐다.
캐나다를 비롯해 현재 휴먼라이브러리가 퍼져 있는 곳은 전세계 70여 개 나라에 이른다. 2000년 덴마크에서 ‘사람을 책으로 빌려준다’는 아이디어에서 시작된 이 운동은 2003년 유럽평의회의 ‘인권 및 사회통합을 도모하는 청년’이라는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지정되면서 그 보폭을 넓혔다. 방식은 다양하다. 대규모 뮤직페스티벌이나 북페어의 부대행사로 열리기도 하고, 학교나 공공도서관의 일상적인 사업이 되기도 한다. 시민사회단체나 대학 동아리들은 마을공동체 복원이나 소수자운동으로 휴먼라이브러리를 활용한다.
진로 고민이 베스트셀러
국내엔 2009년 <나는 런던에서 사람책을 읽는다>라는 에세이집 출간이 촉매제가 됐다. 방송작가 출신의 김수정씨가 영국 런던에 살면서 휴먼라이브러리를 접한 뒤 15명의 영국인을 사람책으로 대출해 직접 들은 이야기를 맛깔나게 엮어낸 책이다. 2010년 국회도서관에서 남자 승무원, 여자 소방관 등을 일대일로 빌려주는 행사를 연 것을 시작으로, 2014년 1월 현재 국내에서 휴먼라이브러리 행사를 진행했거나 진행하고 있는 관련 기관·단체만 40곳이 넘는다.
가장 큰 흐름은 역시 도서관에서 나타난다. 서울 노원구 상계동 노원정보도서관 지하 1층은 주말이면 사람책 대출로 붐빈다. 노원구의 지원을 받아 2012년에 설립된 이곳 휴먼라이브러리에는 모두 455명의 사람책이 등록돼 있다. 사람책은 지역 주민이 단연 많다. 승무원, 예술관장, 의사 출신의 사람책은 진로 고민이 많은 청소년들에게 인기 있는 베스트셀러다. 정치인인 안철수 의원은 정보기술(IT), 우원식 의원은 애국자 가족을 주제로 한 사람책이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일상적인 대여 체계와 공간이 갖춰진 이곳의 대출 건수는 지난해 상반기에만 2400여 건에 달했다.

“학생들로부터 가장 열렬한 호응을 받았던 사람책 가운데 하나는 시각장애(전맹) 여교사였다. 그는 결혼해서 아이들도 있고, 동정을 질색하는 굉장히 독립적인 인물이었다. 시각장애인에 대해 막연한 편견을 가졌던 학생들은 그를 접해보고는 많이 놀랐다.” -몬트레이

이웃한 서울 성북구에서도 지난해 구립도서관 8곳이 돌아가면서 휴먼라이브러리 이벤트 행사를 12차례 벌였다. 강영아 성북구 달빛마루도서관 관장은 “보통 사람책 13~14명이 참여하고, 독자 3~5명이 사람책 한 권을 대출해가는 방식으로 진행된다”고 말했다. 관악구 통합도서관, 군포시립도서관, 수원시평생학습관 등도 사람책 대출 행렬에 동참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도서관 사업은 ‘편견 깨기’라는 휴먼라이브러리의 취지와는 다소 거리가 멀다. 지역 주민과의 소통에 강조점을 찍다보니 진로 상담이나 취미 생활, 정보 교류 등에 사람책 주제가 집중되는 탓이다. 양시모 노원휴먼라이브러리 관장은 “중·고등학생이 진로 상담을 위해 대여하는 비중이 80%다. 자기 삶을 터놓고 드러내는 걸 부담스러워하는 한국의 특수한 상황에서는 일단 정신만 살려서 시작할 수밖에 없다. 공공기관은 ‘재능 나눔’ 위주로 가는 거다. 우린 그중에서도 소통과 공감에 더 신경 쓸 계획이다”라고 밝혔다. 노원휴먼라이브러리는 사람책을 대상으로 ‘소통활동가 양성학교’를 열어 비폭력 대화법 등을 집중 교육하고 있다. 도서관을 넘어, 사회 갈등을 치유할 시민교육으로서 휴먼라이브러리가 커나갈 가능성이 엿보이는 시도다.

대부분의 도서관 사업은 ‘편견 깨기’라는 휴먼라이브러리의 취지와는 다소 거리가 멀다. 지역 주민과의 소통에 강조점을 찍다보니 진로 상담이나 취미 생활, 정보 교류 등에 사람책 주제가 집중되는 탓이다.

‘편견 깨기’에 충실한 곳은 아무래도 시민사회단체와 대학가다. 마포 민중의 집과 교육공동체 ‘벗’ 등이 함께 운영하는 ‘숨쉬는 도서관’이 대표적이다. 2011년부터 서울 마포 지역사회에서 다양한 이벤트 행사를 통해 사람책 대여사업을 벌여온 이곳에 등록된 사람책 목록은 80여 개. 자급자족 귀농부부, 자립음악생산협동조합 소속 뮤지션, 공동주택에 사는 이웃, 병역거부운동가, 동성애자 등 소수자가 많다. ‘숨쉬는 도서관’ 운영자인 박은주(하품)씨는 “대안적인 삶을 주제로 하는 사람책이 인기가 많은 편”이라고 말했다. 인디문화가 꿈틀대는 홍익대 인근에 있다는 지역적 특성이 반영된 결과다.
민간 ‘사람도서관’도 등장
감명 깊게 사람책을 읽은 이가 많아질수록, 휴먼라이브러리도 더 멀리 퍼져나간다. 서울 마포구 신수중학교에선 ‘숨쉬는 도서관’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한 영어 교사가 지역 주민들을 학생들에게 대여하는 도서관을 새로 만들어 ‘숨쉬는 책’이라고 이름 붙였다. 서울 성동구 서울숲에서 2011년부터 해마다 열리는 ‘리빙라이브러리’ 행사도 중·고등학교 학생들이 직접 사람책을 섭외하는 기획 행사다. 고려대와 연세대에서도 노숙인, 탈북자, 무슬림, 남성 페미니스트 등이 사람책으로 참여하는 행사가 2011~2012년과 2013년 각각 열린 바 있다. 연세대에서 지난해 5월 열린 행사를 처음 제안한 정재훈씨는 “친구들이 자신의 편견을 마주하고 생각해볼 기회가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사람책을 소수자 위주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바람은 지방에도 불고 있다. 광주재능기부센터는 2년째 ‘사람을 빌려주는 도서관’을 매달 열고, 대전시 사회적자본센터는 지난해 10월 개원 첫 행사로 휴먼라이브러리 페스티벌을 선택했다. 대구에서는 방과후 학교에 사람책을 보내주는 민간 ‘사람도서관’까지 등장했다.
조금은 결이 다른 흐름도 존재한다. 2012년 설립된 소셜벤처 ‘위즈돔’은 일종의 상업화된 휴먼라이브러리다. 지식과 경험을 공유하는 플랫폼을 표방하는 이 회사 홈페이지에는 현재 750명이 사람책으로 등록돼 있고, 1만7천 명이 사람책을 빌려봤다. 방식은 간단하다. 자신을 ‘책’으로 등록하고 싶은 사람이 주제, 만날 시간과 장소를 정해 인터넷에 띄우면, 그 책을 읽고 싶은 독자가 만남을 신청하면 된다. 다만 참가비가 있다는 점이 휴먼라이브러리와 다르다. 독자는 1만~3만원의 참가비를 내야 하고, 위즈돔은 참가비의 30%를 수수료로 챙겨간다.
살아 있기에 형태와 방식도 진화한다
“사이트에 등록된 사람책의 대부분은 유명 인사가 아니다. 평범한 사람들의 지식이나 경험도 유명 인사나 교수처럼 정당하게 가치를 인정받는 문화가 형성돼야 한다. 그런 점에서 참가비를 받는 게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종이책 시장에서도 서점과 도서관이 공존하지 않나?” ‘상업화’ 우려에 대한 한상엽 위즈돔 대표의 답이다. 한 대표는 “참가비를 기부하고 싶어 하는 사람책들에게서 장학금을 모아, 취업준비생이나 차상위계층에겐 참가비를 무료로 해주는 시스템을 운영 중”이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반면 ‘숨쉬는 도서관’ 운영자인 박은주(하품)씨의 생각은 조금 다르다. “사람책은 대가 없이 활동해야, 자신을 포장하지 않고 순수하게 재능을 기부한다는 의미를 살릴 수 있다”는 것이다.
휴먼라이브러리는 ‘살아 있는’ 도서관이다. 살아 있기에, 그 형태와 운영 방식도 진화한다. 도서관이든, 소셜벤처든, 사회단체든, 그 색깔은 달라도 휴먼라이브러리 운영자들이 입을 모으는 대목이 하나 있다.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로 책장이 채워져야 한다는 것. 휴먼라이브러리의 주인공은 바로 당신, 그리고 당신 옆에 있는 사람이다.
밴쿠버(캐나다)=김외현 기자 oscar@hani.co.kr
황예랑 기자 yrcomm@hani.co.kr 

http://h21.hani.co.kr/arti/cover/cover_general/36210.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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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am a Griot -- it is in my blood.
In an age of fast tweets and selfies, I continue to take even greater pride in oratory traditions. Some may insist on calling me an old soul in a young man's body, but nothing is more enticing to me than sharing and hearing life stories. After all, the only thing that separates man or woman from a book is a few organs. That is exactly why I was elated when the Rochester Public Library and the University of Rochester approached for the third time for their Human Library series.
This Saturday from 1 pm to 4 pm, Rochester Central Library and the University of Rochester will host their third Human Library at the Central Library on South Avenue. For those who don't know, a Human Library is precisely what it sounds like. Library patrons will have the opportunity to pick from a myriad of different books (or humans) for a 30 minute reading session in the Harold Hacker Hall. Community members can choose from books that offer enticing titles or synopsis and sit down with their bookto learn more. If you're interested in a particular chapter in the book, or rather a stage or philosophy in the person's life, than don't be afraid to ask.
The genesis of Human Libraries hails from Denmark. In response to a surge in youth violence, Human Libraries offered a positive image of young Danes. More recently, the Human Library movement established a strong following in Canada before finally finding a home in the States. The University of Rochester is the first New York State academic institution to house the program.
For a storyteller like me, Human Libraries are as real as life ought to be. It is an escape from judging a book from its social media cover and a return to the basics. Whether a story makes you cry, laugh, yell or ponder, it will certainly remind you to relish human interaction and internalize the stories of each book that you come across. It also will give me the microphone to do what I love the most: sharing stories

http://www.democratandchronicle.com/story/yp/2014/01/22/ur-and-rochester-public-library-bring-books-to-life-at-human-library/4747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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