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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2월 3일 월요일

김남주 20주기, 시대는 그의 시를 놓아주지 않는다

전사 시인’ 김남주의 20주기를 맞아 그의 시를 망라한 최초의 시전집이 출간되고 문학 세계를 다루는 심포지엄이 열리는 등 다양한 추모 행사가 마련된다. <한겨레> 자료사진

시전집 출간 등 추모행사 활발
한국 문학사에서 가장 강력하고
감동을 주는 전투적 정치시 평가

“그러나 어디에 있는가, 나의 날개, 나의 노래는/ 나의 햇살, 나의 바람, 나의 혼은/ 어디에 어디에 내가 있는가?/ 황혼에 쓰러진 거목이 되어 버림받고 있는가/ 고여 있는 바닥 어둠의 뿌리가 되어 썩어가고 있는가/ 자유의 나무가 되어 피흘리고 있는가”(김남주 <봄> 부분)
‘민족시인’ 김남주(1945~1994)의 20주기(2월13일)를 맞아 그의 삶과 문학세계를 조명하는 작업이 활발하다. 출판사 창비는 그의 시 519편을 망라한 최초의 <김남주 시전집>과 김남주에 관한 평론 모음 <김남주 문학의 세계>(이상 염무웅·임홍배 엮음)를 이달 말께 펴내기로 했다. 28일 저녁 6시30분에는 서울 연희문학창작촌 미디어랩실에서 이 책들의 출판기념회를 겸한 ‘김남주를 생각하는 밤’ 행사가 한국작가회의(이사장 이시영) 주관으로 열린다. 고전문학자인 박석무 다산연구소 이사장과 시인 김준태, 소설가 황석영, 김남주의 친구 이강씨 등이 나와 시인을 회고한다. 김남주 자신의 육성 시 낭송을 다시 듣고, 젊은 후배 시인들의 헌정 시 낭송도 예정되어 있다.
이에 앞서 12일 오후 1~6시에는 경향신문사 5층 강당에서 20주기 심포지엄(실천문학사 주관)이 열려 염무웅·김대현·진태원 등 평론가들의 발표와 토론이 이어질 참이다. 계간 <실천문학> 봄호는 이 심포지엄의 발표문을 중심으로 특집을 꾸미기로 했다. 김남주의 고향인 전남 해남의 후배 시인 김경윤이 회장을 맡은 김남주기념사업회는 15일 오전 11시 광주 망월동 옛 5·18묘지의 김남주 묘소에서 유족이 참가하는 추모제를 마련한다. 기념사업회는 아울러 시극 <이 두메는 날라와 더불어>(가제)와 시화전, 유품 전시, 세미나 등이 어우러지는 추모문화제를 9월 말께 열 계획이다.
“나는 혁명시인/ 나의 노래는 전투에의 나팔소리/ 전투적인 인간을 나는 찬양한다// 나는 민중의 벗/ 나와 함께 가는 자 그는/ 무장이 잘 되어 있어야 한다/ 굶주림과 추위 사나운 적과 만나야 한다 싸워야 한다// 나는 해방전사/ 내가 아는 것은 다만/ 하나도 용감 둘도 용감 셋도 용감해야 한다는 것/ 투쟁 속에서 승리와 패배 속에서 그 속에서/ 자유의 맛 빵의 맛을 보고 싶다는 것 그것뿐이다.”(김남주 <나 자신을 노래한다> 부분)
평론가 염무웅(영남대 명예교수)은 김남주가 1974년 <진혼가> <잿더미> 등 시 8편을 <창작과비평>에 발표하면서 등단했을 때 그의 투고 원고를 받아 게재를 결정한 편집 책임자였으며, 10주기였던 2004년에는 시선집 <꽃 속에 피가 흐른다>를 엮은이로서 펴낸 인연이 있다. 염 교수는 “김남주를 좋아하는 이도 있고 싫어하는 이도 있겠지만 그는 전집으로 정리할 만한 가치가 있는 문학사적 존재”라며 “시와 정치의 관계 또는 현실에 대한 문학적 접근이 새삼 관심사가 되는 최근 상황에서 그의 시전집 발간은 큰 의미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김남주의 시 중에는 비슷한 주장을 되풀이하는 것도 있고 지나치게 과격하거나 도식적인 표현도 없지 않지만, 한국 문학사를 통틀어서도 가장 강력하고 감동적인 전투적 정치시를 쓴 중요한 시인임에는 틀림이 없다”고 강조했다.
한편 부인 박광숙씨는 “평소 김남주의 시가 안 읽히는, 행복한 시대가 왔으면 좋겠다고 말하곤 했는데 지금 세상은 김남주가 맞서 싸우던 70, 80년대보다 더 험악한 상황으로 돌아가는 듯하다”고 20주기를 맞는 소감을 밝혔다. 김경윤 김남주기념사업회장은 “해남군에 건립 중인 ‘땅끝 순례 문학관’(가칭)이 올가을 개관하면 윤선도를 비롯한 조선 시대 시인들부터 이동주·박성룡·김남주·고정희처럼 작고한 현대 시인 그리고 김준태·황지우 등 현역 시인들까지 아우르는 전시 공간이 마련될 예정”이라며 “김남주의 생가 터 일대에 별도의 문학관을 만드는 것이 장기적인 과제”라고 말했다.
최재봉 기자 bong@hani.co.kr

출처 http://www.hani.co.kr/arti/culture/book/622266.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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