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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5월 7일 수요일

"박근혜, 대통령 자격 없다 집권층 무너져도 혼란 없어"

"박근혜, 대통령 자격 없다
집권층 무너져도 혼란 없어"

[위험사회를 말하다 1] 김수행 성공회대 석좌교수 인터뷰
출처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1988396

월호 참사가 일어난지 20일이 지났습니다. 시민들의 슬픔과 안타까움, 분노의 감정도 여전합니다. 어디서부터, 무엇이, 우리를 '괴물'로 만들었을까요. <오마이뉴스>는 김수행, 홍성태, 김택환 등 3인의 교수를 만났습니다. 우리사회를 되짚어보기 위해서입니다. 천박한 한국식 자본주의와 민주주의 부재, 무능한 정부의 리더십을 고민해보고, 대안을 생각해봅니다. 첫번째는 <자본론>을 국내에 처음으로 소개한 김수행 성공회대 석좌교수입니다. [편집자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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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수행 성공회대 석좌교수.
ⓒ 이희훈

1시간여쯤 흘렀을까. 어느새 노(老)교수의 눈가에 이슬이 맺혔다. 기자에게 질문의 틈조차 없었다. 가끔 한숨을 내쉬기도 했지만, 거침없는 말투는 여전했다. 경상도 특유의 억양도 그대로였다. 김수행(72) 성공회대 석좌교수. 세월호 참사는 노(老) 교수에게도 충격이었다. 이 정도까지는 상상도 못 했다고 했다. "정신이 산란해서 일을 제대로 할 수 없었다"고 했다.

지난달 30일 그의 연구실에서 마주 앉았다. 성공회대 개교 100년 행사 참석차 학교에 나왔다고 했다. 세월호 참사로 이날 기념식도 간소하게 치러졌다. 2008년 서울대에서 정년을 마치고 난 후에도, 그는 대학원 강의뿐 아니라 시민을 상대로 한 각종 강연 등 왕성한 활동을 해오고 있다.

붉은 체크무늬 셔츠에 모자를 쓴 그가 연구실 문을 열고 들어왔다. "(기념식) 행사가 생각보다 늦게 끝났다"면서 손을 내밀었다. 기자가 "오랜만에 뵙는다"고 하자, "요즘 세상이 하수상해서…"라며 자리를 잡고 앉았다. 그와의 대화는 이렇게 시작했다.

노(老) 교수의 탄식 "오로지 '돈, 돈, 돈' 하며 그렇게 살아왔다"

-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지 보름이 됐습니다.
"(고개를 끄덕이며) 사람들이 이번 사고에 다들 책임을 느껴요. 어린아이들이 저렇게 가는 것을 보고… 너무 안타까워서 말이야." 

그는 곧장 말을 이었다. 잠시 들어보자.

"내가 참 많은 생각이 들더라구. 이번에 선장, 선원들, 그리고 공무원들… 죄를 지었으면 책임을 물으면 되겠지만 말이야. 과연 이것이 말이야, 뭣 때문에 그런 거야? 이게 말이야, 전부 '돈'이야, 돈… 사람은 없었던 거야. 우리가 그렇게 살아왔어."

그에게서 나지막한 탄식이 흘러나왔다. 그는 마르크스 경제학의 대부다. 50여 년 가까이 자본주의 모순과 대안을 연구해 온 학자다. 자본의 탐욕에 인한 계층과 계급 간 불평등, 이로 인한 사회적 갈등과 위험을 꾸준히 경고해 온 그였다. 하지만 그 역시 이런 참사 앞에선 고개를 떨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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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수행 성공회대 석좌교수.
ⓒ 이희훈

- 사고 자체도 문제였지만, 정부의 대처 방식에도 많은 국민들이 분노하고 있습니다.
"그렇지. 그게 말이야, 우리와 같은 서방 나라들도 자본주의를 하고 있어요. 근데 말이야, 그들은 민주주의도 함께 발달해 왔어. 최소한으로 국민, 노동자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정부가 어떻게 해야 하는지는 갖고 있지."

- 우리는 아직 그 정도는 아니다?
"(곧장) 그래. 우리는 오로지 성장이야, 성장만 했어. 자본가도, 정부도 말야. 게다가 그 사이 정부와 자본이 유착까지 돼 가지고 서민이나 노동자, 빈민들은 안중에도 없었던 거지. 그런 억압은 결국 터지게 마련이고, 그래서 4·19혁명이나 87년 민주항쟁 등이 나왔던 것이고…."

"박근혜 대통령은 마치 하늘에 있고, 국민은 단지 땅에 있는..."

- 그래서 정치적 민주주의는 어느 정도 이뤘다는 평가도 있지 않습니까.
"그게 말이에요. 겉으로 보기엔 그래. 우리는 아직까지 제대로 된 민주주의를 해보지 못했어. 그 사이 경제성장이라는 이름 아래 자본, 재벌과 정부, 관료의 독재는 더욱 심화돼 온 거지. 국내 최대 재벌이라는 곳에서 사람들이 죽어 나가고, 노조도 없는 것이 당연시되는 나라잖아. 이명박(대통령)은 아예 대놓고 기업 친화(비즈니스 프랜들리)를 외치고, 박근혜 대통령은 국정원이 개입한 부정선거에 휘말리고 말이야…."

그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는 인터뷰 내내 '독재'라는 표현을 썼다. 자본가 계급이나 정부관료, 특히 대통령을 언급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박 대통령이 국무회의 자리에서 이번 참사에 대해 사과를 한 것을 두고 "기본적으로 사람에 대한 배려가 없는 행동"이라고 지적했다. 다시 그의 말이다.

"난 말이야, 작년 대선 때부터 알아봤어. 박 대통령이 후보 때 인혁당 사건을 가지고 제대로 사과하지 않고 말이야. 자기 아버지 시대에 무고한 사람들이 죽었는데, 그것을 제대로 인정하지도 않은 사람인데…. 이번에도 거기(진도)까지 내려갔으면 유족들 손잡고 진심으로 사과하면 되잖아. 그런데 안 했잖아. 왜 그렇겠어?"

- 왜 그랬을까요?
"내 생각엔 기본적으로 인간에 대한 배려가 전혀 없는 사람이야. 대통령으로서 자격이 없어요. 마치 대통령이 하늘에 있는 사람이야, 국민들은 땅에서 그냥 있는…."

그는 대통령의 '자격'을 꺼내 들었다. 김 교수는 아예 "박근혜 대통령이 된 다음에 한 게 뭐 있나"라고 되물었다. 지난 대선 때 경제민주화와 복지를 외쳤을 때에도 반신반의했다고 한다. 결국 돌이켜보면 단지 '표'를 위한 정치적인 쇼에 불과했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김 교수는 "지금 정부가 하겠다는 것이 규제를 없애서 성장을 하겠다는 것 아닌가"라며 "철저히 기업가, 자본을 위한 정책들"이라고 말했다. 이번 세월호 침몰사고를 보고도 정부가 규제 완화를 밀어붙치겠다면 국민적인 저항에 부딪힐 수도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집권층 무너지더라도 큰 혼란 없을 것... 젊은 층이 국가 혁신 나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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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수행 성공회대 석좌교수.
ⓒ 이희훈

- 국민적 저항이라면?
"지금 같은 (국민들의) 분위기라면 당장이라도 뭔가 폭발할 것 같아."

- 고등학생부터 젊은 학부모 등이 이미 침묵시위를 계속하고 있는데요.
"(고개를 끄덕이며) 정말 국민들이 화가 많이 났구나라는 것을 알려야 해. 아니 아이들이 물에 빠져 죽어가는 것을 빤히 쳐다봤는데, 어떤 국민들이 이런 정부를 믿을 수 있겠어. 시위든, 집회든, 나는 많이 참여해서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생각해요."

- 청와대 게시판에 실명으로 일반 국민이 박 대통령의 하야를 요구하기도 했는데요.
"뭐든 할 수 있는 것을 해야지. 내각 모두가 사표를 내고, 대통령도 책임을 져야지. 청와대나 지배층은 아직도 국민들을 누르면 꼼짝 못 할 것이라고 생각할지 몰라. 지금 대통령 주변에 있는 사람들을 봐봐. 국민들이 힘을 모아야 돼."

- 일부에선 대통령 하야까지 요구하는 것은 무리라는 의견도.
"(잠시 생각한 후) 지금 우리 대중들은 우리 세대보다 훨씬 더 능력도 있고, 의식도 높아요. 대통령까지 물러나면 당장이라도 나라가 난리 날 것처럼 하겠지만, 그렇지 않아요. 집권층을 대신할 만한 인재들이 많이 있어요. 젊은 사람들이 나서서 국가를 혁신해야지."

그와의 이야기는 어느새 1시간을 훌쩍 넘겼다. 그는 외투와 모자를 벗고 다시 그의 이야기를 이어갔다. 기자가 오는 6월 지방선거를 꺼내자, 그는 "이번 선거는 당연히 현 정부에 대한 심판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지금과 같은 정당과 인물로선 기대하기 어렵다는 말도 했다. 그에게 요즘 '국가란 무엇일까'라는 생각을 자주 한다고 했다. 김 교수의 답이다. 

"지금 말이에요. 우리가 문제를 정확히 인식해야 돼. 우리 아이들이 저렇게 죽어갔는데, 우리 주변 사람들 삶도 마찬가지야. 전 세계에서 노동자들이 가장 많이 죽어 나가는 나라가 우리나라예요. 억울한 우리 아이들뿐 아니라 우리의 삶도 살려내라고 요구를 해야 돼요. 그것을 만들어내는 것이 국가예요."

"우리는 그렇게 해온 거야. (경제) 성장을 왜 하는지, 누굴 위해 하는지, 생각을 못 했거나, 아예 하지 않았거나…. 국민들에게 정말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그런 것을 제껴두고 말이야."

그는 외투를 벗어 의자 위에 올려놨다. 그리곤 펜을 쥔 손으로 책상을 툭툭 쳐가며 이야기를 이어갔다. 김수행 성공회대 석좌교수의 인터뷰는 결코 만만치 않다. 모든 인터뷰가 그렇지만, 그와의 대화는 긴장의 연속이다. 사전 질문지도 무용지물이다. 그렇다고 이야기의 주제에서 벗어나는 법도 없다. 

- 이번 참사를 선장이나 회사의 책임으로 몰아가려는 경향도 엿보이는데요.
"(고개를 흔들며) 그냥 몇몇 사람만 감옥에 집어넣고 끝날 것 같으면 오히려 쉽게 해결될 수도 있지. 근데 세월호 사고가 어디 그런 건가. 밑바닥엔 '돈'이 있잖아. 단순한 '돈'이 아닌 우리 사회를 좌지우지하는 것이 그 '돈'이라는 거야."

그가 말하는 '돈'은 자본주의의 상징이다. 그 체제를 굳건히 지켜주는 핵심이기도 하다. 마르크스 경제학과 공황을 연구해 온 그에게 자본주의는 극복대상이었다. 반복되는 경제위기와 계층 간 부의 양극화, 사회적 갈등은 이미 오래전부터 그의 입에서 예고됐던 것들이다. 그의 '돈' 이야기는 계속됐다.

"누굴 위한 성장인가, 철저히 기득권층을 위한 성장"

"서구 자본주의 역사를 보면 돼. 빈부격차에 따른 불평등은 계속되고 경제위기도 함께 이어져요. 예나 지금이나 위기의 직접적인 피해는 노동자, 서민들에게 집중됐고, 더이상 그들도 참고만 있을 수 없었던 거예요. 유럽은 말할 것 없고, 미국의 잘나가던 재벌들이 해체되고, 노동자의 권리가 크게 높아진 것도 그런 위기 때였어."

그는 "서방 국가들은 자본주의가 성장하면서 민주주의도 한 발 더 앞서갔다"면서 "하지만 우리는 오로지 성장만 있을 뿐 민주주의에 대한 체험도 부족했고, 제대로 된 경험도 없었다"고 회고했다. 김 교수는 특히 우리 사회의 뿌리 깊은 기득권층에 비판의 날을 세웠다. 그들은 정부관료를 비롯해 여야 정치권도 포함된다. 재벌기업들도 한 축을 이룬다. 

- 이명박 정부 이후 진보진영에선 개발독재의 회귀라는 지적도 있었는데요.
"(고개를 끄덕이며) 김대중이나 노무현 정부도 진보정권이라고 말하긴 어렵지만, 그래도 민주주의에선 어느 정도 진전하려는 노력이 있었지. 그런데 말야, 이명박 시대부터는 완전히 과거로 돌아간 거야. 일부 대기업과 기득권 중심으로 철저히 자신들만의 이익을 위한 정치를 했잖아."

- 이번에 관료들에 대한 비판도 거센데요.
"예전부터 독재정권은 관료들과 밀접하게 연결돼 있을 수밖에 없어. 지금은 많이 투명해졌다고 하지만, 관료와 정치권, 언론 등의 결탁은 오히려 더 교묘하게 유지되고 있잖아. 퇴직 이후 공무원들 산하기관에 재취업하게 해주면서 정치권과 기업, 관료들이 한통속이 되고, 언론은 이에 대해 침묵하고…."

"늙은 사람들도 제정신 차리고, 젊은이들 중심으로 새로운 사회 준비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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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수행 성공회대 석좌교수.
ⓒ 이희훈

그와의 인터뷰 말미에 물었다. 이번 사고로 많은 국민의 안타까움과 슬픔이 크다고, 어떻게 치유할 수 있을까 하고 말이다. 그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이어 자신이 옛 서울대 상과대학 출신 동기들의 이야기를 꺼냈다. 

"그때 함께 학교를 다녔던 친한 동기 10여 명을 지금도 만나고 있어. 몇 해 전에 한 명이 세상을 등져서 9명인데, 이 친구들이 모두 보수, 여당 지지자들이에요. 그동안 우리 사회 여러 곳에서 활동했다는 애들인데 현 체제가 무너지면 안 된다는 생각이 크더라고. 과거 독재의 타성을 버리지 못하고 있는 거야."

그러면서 그는 "우리 나이 먹은 사람들부터 정신을 다잡고 살신성인하는 자세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노인빈곤이 세계에서 가장 높은 나라인데도 정부를 비판할 줄도 모른다"고도 했다. 독재로 민주주의에 대해 갈망이 컸던 사람들이 후세들이 제대로 설 수 있도록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이어 젊은 사람들이 나서 새로운 사회를 준비해야 한다고도 했다. 

"내가 평생 마르크스를 공부해왔지만, 당장 자본주의가 어떻게 될 거라곤 생각하지 않아. 그렇다고 지금 우리 사회가 이대로 가서는 안 되잖아. 최소한의 서구 자본주의 국가들이 했던 복지국가로 가는 노력이 있어야지. 젊은 사람들, 시민들이 서로 연대하고, 힘을 모아서 새로운 사회를 준비하고 만들어가야 돼. 물론 시간이 걸리겠지만, 그렇게 가는 것이 맞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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