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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5월 7일 수요일

‘참사 그 이후’ 우리는 무엇을 할 것인가

❶ 가장 가슴 아팠던 대목은?
❷ 가장 큰 책임은 누구, 혹은 어디에 있나?
❸ 한국 사회는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까?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지 보름이 넘었습니다. 시간이 지나도 여러 의혹은 가시지 않고, 슬픔과 분노, 무기력함이 사회를 점점 더 무겁게 짓누릅니다. 세월이 흐른다고 나아질까요? 이번엔 아닐 것 같습니다. 아니어야 합니다. 대체 어디서부터 다시 시작해야 할지 모두가 머리를 맞대고 고민해야 할 때입니다. ‘국가 개조’를 자신 있게 말하기에 앞서, 진지한 성찰과 토론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한겨레21>이 각계 인사들에게 물었습니다. 물론 이들이 내놓은 답이 정답은 아닐지 모릅니다. 지면의 제약으로 모든 이야기를 옮겨싣지 못해 아쉽습니다. 그래도 갈 길을 잃은 이들에게 꼭 필요했던, 생각의 이정표가 돼주길 바랍니다. _편집자
가슴 아픈 게 아니라 분노해야 할 일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장
❶ 사람이 만든 배가, 사람 앞에서 가라앉는데 한 사람도 구하지 못했다는 건, 가슴 아픈 게 아니라 분노해야 할 일이다. 사람이 죽는데 가슴 아프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겠어? 분노해야 한다. 이런 법이 어딨어. 한 사람도 못 구한 게 약 올라서 죽겠다.
❷ 참사가 아니라 나라가 죽인 거야. 그러니까 책임은 딱 한 사람이 져야 해. 박근혜 대통령이 책임지고 물러가야 한다. 사과도 할 거 없어. 대통령이 자격 없고, 능력 없어. 국가가 살인을 했으면, 국가를 책임진 대통령이 물러나야 해.
❸ 정부는 극복하려고 하지 않아. 설계 수명이 다한 고리 원전 1호기의 수명을 10년 또 연장해주고, 세월호 참사가 있고 난 직후에 재가동했잖아. 이거 터지면 70만 명 이상이 죽어. 폐기해도 시원찮은데. 이러면서 무슨 안전 대책을 내놓겠다는 거냐. 거짓말이야. 국민과 인류의 안전을 망치려고 하는 거야.
그들만의 세상에 사는 권력자들
김종철 <녹색평론> 발행인
❶ 며칠 전 안산 임시분향소에 다녀왔는데,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이 2~3시간 동안 비 맞고 서서 분향을 기다리고 있었다. 끊임없이 우는 사람들이 많고. 그걸 보면서 눈물이 나더라. 우리나라 사람들이 정말 착하구나 싶어서. 이걸 망가뜨린 게 권력자들, 탐욕스런 인간들이다. 백성들이야 무슨 죄가 있나.
❷ 결국 사람이다. 자질의 문제다. 우리나라는 지도자가 되려면, 출세하려면 사람 되기를 포기하게 만드는 구조다. 넓은 의미에서 인문적 교양이랄까, 그런 게 없다. 교육부 장관이 진도체육관에서 라면을 먹은 것 등은 우연한 사고가 아니다. 우리나라 지도자라는 사람들은 이게 무슨 사태인지를 모른다. 진심으로 자기가 무슨 잘못을 했는지 모른다. 그들만의 세상, 딴 나라에 살고 있다.
❸ 사람이 되자. 그러려면 정치가 중요하다. 시민들이 주도권을 쥐고 정부부터 뜯어고치도록 압력을 넣고 싸워야 한다. 지금 야당을 비롯한 기성 정치권은 국민 마음에 와닿는 눈물겨운 발언 한마디 하지 못한다. 기성 정치권에만 맡겨서는 안 된다. 일상으로 돌아가 잊어버리고 (비슷한 사고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정치 다음으로는 교육이 중요하다.
기득권 깨고 문화혁명 펼쳐나가야
홍세화 <말과 활> 발행인
❶ 실종자라고 계속 말하는 것에 화가 났다. 실종자는 종적을 알 수 없어 생사 불명인 사람 아니냐. 그런데 눈에 빤히 보이고, 어디 있는지 아는 사람을 두고 실종자라고 했다. 코앞에 있는 생명을 그렇게 안이하고 무능하게 대응하는 건 나라가 아니다. 모든 역량을 총동원해서, 배를 조각내는 한이 있더라도 다각적으로 구출했어야지.
❷ 우리 자신을 다 되돌아봐야 한다. 나라면 그 상황에서 누구처럼 행동했을까? 소유에 대한 지나친 집착, 물신주의, 그리고 무조건 비용을 줄여야 한다는 생각. 이런 것들이 이미 인간성 자체를 훼손시킨 상태다. 야금야금 인간성이 소멸돼가고 위축돼가고 있었다. 우리 자신도 거기에 조금씩 밀려가고 있지 않았나 생각해봐야 한다.
❸ 돈으로 사람의 가치를 평가하는 사회란 건, 결국 가치관의 문제다. 총체적 부실이라고 하는데, 뿌리는 가치관이 무너진 거다. 일종의 문화혁명, 의식에 대한 혁명이 필요한 시기라고 본다. 정치·경제·사회의 모든 영역에서 기득권 세력을 깨고 문화혁명을 형성해나가는 것이 필요하다. 대학·종교 등 어떤 것도 여기서 자유롭지 못하다.
자기 앞가림하는 아이 키우는 학교를
조한혜정 연세대 명예교수(문화인류학)
❶ ‘가만히 있으라’고 한다고 가만히 있었다는 아이들. 그래도 철석같이 어른들을 믿고 갑판에 나오지 않고 가만히 있었다는 아이들을 생각하면 참 기가 막힌다.
❷ 선장과 선원, 청해진해운의 책임이 가장 크다. 돈밖에 모르는 회사는 돈으로 보상을 해야 한다. 그들이 가진 돈을 다 내놓아야 한다. 가족들이 자녀를 기리기 위해 도서관을 만들든지, 장학기금을 마련하든지, 위령탑을 세우든지 그 돈으로나마 아이들의 희생이 헛되지 않게 해야 한다. 선박 규제를 풀어주고 안전 규정대로 관리하지 않은 이들도 처벌해야 한다. 직접적이진 않지만 무책임한 교육제도를 유지하는 데 급급한 교육 관계자들, 아이들의 생존 능력을 제대로 길러주지 못하고 입시 공부만 시키는 학교를 묵인한 부모들도 일말의 책임감을 느껴야 한다.
❸ 프랑스 사회학자 브뤼노 라투르는 최근 ‘내 은행 잔고만 제대로 확보된다면 세상은 망해도 상관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아지는 현실을 비판하면서, 무관심과 무력감에서 벗어나 일상을 제대로 돌보는 것을 가르쳐야 한다고 말했다. 우선 부모들이 나서서 다시 교육의 본질을 생각하고, 자기 앞가림하는 아이, 어려움을 극복하는 아이를 키우는 학교를 만들기 위해 교육에 관여해야 한다.
전관예우·담합 구조, 무책임 낳았다
이태호 참여연대 사무처장
❶ 참사 순간이 마치 손에 닿을 듯이 보이는데, 맥없이 세월호가 스러져가는 걸 보면서 무기력했다. 하이테크놀로지 사회에 장비도 인력도 없고, 구조도 못하는 게 믿어지지 않았다. 마음의 상처로 남았다.
❷ 일단 무책임한 선장의 책임을 무시할 수 없다. 그러나 선장이나 특정 종교 성향의 해운회사에만 책임이 있진 않다. 비정규직 양산, 화물 과적, 안전진단 무시 등 효율만 생각하는 시스템을 국가가 권장해온 것 아니냐. 여기에 전관예우와 담합 같은 관료의 부패 구조가 더해졌다. 이런 구조가 무책임을 낳았다.
❸ 모두가 미안하고 부끄러운 이유는, 이윤 추구를 누구의 탓만으로 돌릴 수 없기 때문이다. 우리의 우선순위가 ‘싸고, 빨리빨리’에 몰려 있었기 때문이다. 시민들이 잠시 멈춰서서 토론하고, 새로운 사회계약을 맺어야 한다. 방위비 지출 10위 국가인 한국에서 해난 구조에 얼마나 투자를 하는가? 선박의 수명 연장이 문제였다면 핵발전소의 수명 연장은 어떻게 믿나? 우리 주변의 잠재된 재난이 가져올 위협에 대해 전반적으로 점검해야 한다.
피해 당사자와 유가족은 희망의 자원
김종엽 한신대 교수(사회학)
❶ 학생들의 동영상이 가장 가슴 아팠다. 아이들이 충분히 위험을 자각했는데 착해서 안 움직인 것.
❷ 대통령에게 있다. 재난이 발생했을 때 구호 시스템이 잘 작동하지 않은 건, 말단 조직들의 잘못만이 아니다. 처음 몇 시간 동안 대통령이 좀더 제대로 지휘했고, 언딘마린인더스트리(언딘) 같은 곳이 시간을 허비하지 않았더라면 달라졌을 것이다. 배 밖으로 나온 사람 이외에 한 명도 구하지 못하는 시스템은 전체 사회에 문제가 있다는 거다.
❸ 삼풍백화점, 대구 지하철 사고 등 과거 경험에 비춰보면, 지금은 안 잊을 것 같지만 사람들은 잊는다. 하지만 피해 당사자와 유가족은 잊지 않는다. 그 사람들이 희망의 자원이다.
이런 사람들이 갑작스런 상황이라 준비가 안 돼 갈기갈기 찢어지거나 보상금 때문에 갈등도 생기곤 한다. 신뢰할 만한 단체 등이 도와야 한다. 세월호 유족들이 의지를 갖고 끈끈하게 모인다면, 재난 없는 사회를 위한 운동의 중심축이 될 수 있다. 민주화실천가족운동협의회(민가협)가 비슷한 예다. 국가 개혁만이 아니라, 재난에 대한 외부 조직을 만들어야 한다.
대통령의 잘못된 리더십의 책임
표창원 범죄과학연구소장(전 경찰대 교수)
❶ 가장 안타까운 건 1시간 가까이 단 한 명도 구조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❷ 대통령이 행정부 수반으로서 상징적인 책임이 있다. 또 하나는 대통령의 잘못된 리더십. 사고 직후에 안전행정부와 해경 등 관계기관과 청와대가 살릴 수 있는 생명을 살리지 못하게 했고, 피해자 가족을 자극하거나 사태를 악화시켰다. 해경은 대통령에게 혼나지 않을까, 위만 쳐다보고 있었다. 그 이면에 잘못된 리더십이 있다. 국가정보원 사건 등 권력형 범죄를 덮으려고만 했고, 측근들로만 정부를 채워서 업무가 비정상으로 돌아간 것이다.
❸ 오직 피해자만 생각하면 된다. 피해자를 제외한 채 법이나 기구 등 문제를 논의해봐야 과거와 똑같은 문제가 발생할 뿐이다. 피해자가 제일 바라는 건 진실이다. 누가 무엇을 잘못했고, 아무 잘못이 없는 사람에게 왜 이런 사고가 일어났는지를 숨김없이 밝히는 게 중요하다. 이게 피해자 치유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 그다음 단계인 대책도 피해자가 납득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잊으라거나, 용서하라거나 이렇게 접근하는 건 절대 안 된다.
긴 줄 서서 추모하는 것밖에 없다니…
박상훈 후마니타스 대표(정치학 박사)
❶ 엄청난 비극에 대해 사회가 대응할 수 없다는 무기력함. 사회가 할 수 있는 게 애도하고 긴 줄로 서서 추모하는 것밖에 없다는 점이 가장 가슴 아프다. 도대체 어찌해야 할 바를 모르고 있다. 국가밖에 안 보이고, (민주주의를 이끌어갈) 사회가 보이지 않는다. 우리 사회의 민주적 수단이 너무 나빠져 있구나 싶다.
❷ 사과와 반성을 한다면, 절반은 정부가 해야 하지만 나머지 절반은 관련 있는 집단 내에서도 왜 이렇게 무기력하게 되었는지를 되짚어봐야 한다. 선원들은 왜 노조의 보호를 받지 못했고, 교육운동단체는 뭘 하고 있었나 등등.
❸ 각자의 자리에서부터 작은 가능성을 챙겨가야 한다. 학계에선 민주화 25년 이후에도 변화하지 않은 한국 사회의 함축적인 문제, 예를 들어 자기 직업에 대해 열의와 책임을 갖지 못하게 된 사회 등을 분석하고, 야당도 집권했을 때 이같은 비극을 반복하지 않으려면 어떤 법·규정·예산이 필요한지 마스터플랜을 내놓고, 언론도 재난보도 지침을 재검토하고 그래야 한다. 시간이 지나면 비극도 의례화되면서 잊혀진다. 그냥 무작정 추모하고 성금 내고 하는 건 망각하는 방법이다. 그러다가는 ‘노란’ 애도 물결만 휩쓸고 가면 끝이다. 사건이 함축하는 내용을 하나하나 따져서 다시는 퇴행하지 않도록, 지렛대를 하나씩 박아줘야 한다.
지금 이 순간 가까운 데부터 돌아봐라
김찬호 성공회대 교수(사회학)
❶ 빈 교실. 하얀 국화, 빨간 장미들이 놓여 있는 빈 교실 장면이 가슴 아팠다. 학생들이 생활했던 공간이라서 그런지 눈물이 쏟아지더라.
❷ 외형적으로 드러나는 건 누구나 지적하는 바인데, 우리가 이걸 모르지 않았는데 다 방치한 것 아닌가 생각한다. 모든 엘리트가 몰려 있는 공무원 집단의 무사안일과 무능에 대해서도 따져봐야 한다. 우리 사회에서 ‘공공의 적’이 돼버린 직장이, 사실은 많은 부모들이 자기 아이가 갖기를 바라는 가장 선망받는 직장이라는 모순된 구조가 깨지지 않는 한 바뀌지 않는다. ‘너는 어떤 공무원 될래?’라는 질문이 시작돼야 한다.
❸ 가까운 데부터 돌아봐야 한다. 지금 이 순간에도 자살한 아이, 맞아죽은 아이, 굶어죽는 아이들이 있다. 신자유주의를 비판하지만, 부모가 아이들을 그런 삶으로 몰아넣고 자신도 그런 삶을 산다. 우리는 당장 터진 사건에 대해 감정적으로 흥분하는 것에만 익숙하다. 흥분을 일상으로 가져갈 때는, 새로운 눈을 떠야 한다. 삼풍백화점 등 비슷한 참사에서 배우지 못했다는 건, 구조적인 문제도 있지만 우리가 그 안에 동참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른 꿈을 꾸는 사람들이 삶을 함께 만들어나가는 데서 실마리가 잡힐 수 있다.
목소리 누르는 정부, 암담하다
서복경 서강대 현대정치연구소 선임연구위원
❶ 첫날 ‘전원 구조’ 보도가 계속 머리에 맴돈다. 당시 구조 상황을 전혀 판단하지 못한 해경과 확인 없이 받아쓴 무참한 언론 현실을 집약적으로 보여준 것 같다.
❷ 사회가 건강하려면 노동조합 등 일상적인 결사의 자유가 보장되고 그들이 조직된 목소리로 문제제기를 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 사회에서 개인은 힘이 없다. 전직 청해진해운 직원이 안전 문제 등을 제기했었다고 하는데, 개인이 아닌 집단이었다면 이 정도까지 오기 전에 브레이크를 걸 수 있지 않았겠나. 또 하나 일상적으로 업계와 관료 집단의 카르텔과 안전 문제, 정부의 재난 대응 문제를 지적하는 언론의 ‘알람 기능’이 작동하지 않았다. 사회적으로 결사체와 언론이 작동 못한 게 시스템의 마비를 가져왔구나 싶다. 결국 민주사회의 결정적인 인프라를 해체시켜온 정치권의 책임이 크다.
❸ 일단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진상 규명을 해야 한다. 모두가 합리적인 의심을 제기한다. 그런데 정부는 학생들의 문제제기까지 다 제어하려 든다. 첫 단추를 아주 잘못 꿰고 있는 거다. 또 공론장에서 사람들의 목소리가 터지게 해줘야 한다. 특히 이번 사고로 상처가 컸을 유가족·중고생의 목소리가 공적인 공간에서 대변되도록 해야 한다. 그런데 정부가 나서서 그 목소리를 누르는 중이다. 암담하다.
책임 추궁하고 책임지는 과정 필요해
권김현영 여성학자
❶ 3일 동안 아무도 찾지 못한 것. 거기서 총체적 무능을 봤다. 그 긴 시간 동안 원양도 아닌 연안에서 뭘 하는 건가 싶었다. 구석구석 하나도 제대로 된 것이 없어 ‘어떻게 이런 일이 생길 수 있지?’ 하는 생각만 거듭했다.
❷ 사회 전체적으로 모든 볼트가 풀려 있었다. 사고를 보면서 떠오른 장면은 박근혜 대통령 취임식 때 소방관들이 의자를 깔던 모습이다. 소방관을 영웅으로 대접하지 않는 나라라고 씁쓸하게 이야기했던 게 기억난다. 사회안전망을 담당하는 이들을 공적 자원으로 대우하기보다 권력자를 위해 동원하는 사회다.
❸ 시민들이 가진 하나하나의 의문에 대한 답을 검증하고, 책임 있는 사람들이 모든 질문에 답하도록 하는 거다. 사회가 어떻게 망가졌는지를 돌아보는, 정확한 진단을 위한 아주 커다란 플랫폼이 만들어져야 할 것 같다. 그에 따라 책임을 추궁하고, 책임을 지는 과정이 필요하다. 광우병 촛불 때도 제대로 못했는데, 문제제기로만 끝나지 말고 답을 듣고 해결책을 만드는 프로세스부터 시작했으면 좋겠다.
‘우리 마음속의 선장’을 바라봐야
문요한 정신과 전문의
❶ 다른 재난과 달리, 순식간에 생명을 잃고 상황이 종료되는 사건이 아니었다. 죽어가는 과정을 무력하게 지켜봤고, 그 무력감과 분노가 이번 사건을 더 힘들게 만들었다.
❷ 우리 사회의 자율성 부족이 드러난 사건이 아니었나 생각한다. 생존할 수 있는 시간이 있었는데 왜 안 됐는가. 스스로 판단하고 결정한 사람이 없었다. 선장이 가장 대표적인 인물이다. 공무원들도 위에서 시키는 것만 기다리고, 자율적인 대처를 못했다. 관료주의의 문제이기도 하다.
❸ 가장 염려되는 건, 앞으로 우리 사회의 공동체 의식이 무너지고 이기심이 팽배해질지도 모른다는 점이다. 정신의학적 용어로 ‘회복 탄력성’이란 게 있다. 건강하지 못한 사회가 사회적·심리적 재난을 겪으면 사회적 불신이 더 고조될 수 있다. 회복 탄력성이 없어서다. 특히 청소년들의 기성세대에 대한 반감이 커질 것 같다. 분노의 감정이 가라앉으면 ‘우리 마음속의 선장’을 바라봐야 한다. 다행히 ‘미안합니다’라고들 이야기하고 있다. 나만 괜찮으면 된다는 마음에 대한 자책은 건강한 미안함이다. 우리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 진지하게 성찰하고 변화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임계 수준으로 올라간 ‘관료사회의 적폐’
이범 교육평론가
❶ 학생들이 선내 방송만 믿고 제자리를 지켰는데, 초기에 상당수가 살아 있을 거라고 추정했는데 결국 살아 있지 못하게 된 것이 안타깝다.
❷ 국가가 국가답게 기능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관료 조직의 병폐 때문이다. 자기 밥그릇 지키고 넓히는 게 우선이다. 교육 분야에서도 현장 전문성이 없는 사람들이 정책을 만들고 닦달하는 게 너무 심하다. 전문가는 없고 관료만 있다. 행정 편의가 우위에 놓이고, 교육의 가치는 하위 범주가 된다. 주객전도다. 그러다가 고위 관료 상당수는 퇴임해서 사학으로 간다. 해경과 언딘 사이에서 나타난 민관 유착을 봐라. 세월호 참사는 정치권이 리더십 개혁에 실패했고, 거기서 벌어진 적폐가 임계 수준으로 올라가는 상징적인 사건이다.
❸ 관료주의를 바꿀 체계적인 개혁안이 나와야 한다. 정부가 바뀐다고 해서 달라지는 관료 자리는 그리 많지 않다. 관피아가 곧 정부다. 관건은 관료의 권한을 현장에서 어떻게 재구성하느냐다. 관료 개혁의 성공 사례를 만들어내야 한다.
테러 연구보고서·현장책임자 청문회 해야
김호 더에이치랩 대표
❶ 어린 학생들이 물속에서 죽어가고 있고, 다른 사건과 달리 하루하루 피해자가 늘어나는 것. 이번 뉴스의 특징은 한번에 안 좋은 소식이 나가는 게 아니라, 계속해서 위기가 커진다는 점이다.
❷ 위기 발생의 책임은 선장이 아닌 청해진해운과 오너를 봐야 한다. 또 위기관리의 책임은 대통령으로 대변되는 정부에 있다. 한 명도 구조를 못했고, 이렇게 못할 수는 없었다. 그만큼 준비가 안 돼 있었다는 뜻이다.
❸ 성수대교 등 과거에서 배운 게 없었다. 보스턴 마라톤 테러가 일어난 1년 뒤 보스턴을 방문했는데, 사고 관련자를 전부 인터뷰하고 연구보고서를 만들었더라. 그다음에는 위기관리 전문가 100명을 불러서 하루 종일 발표를 한다. 테러 위기로부터 배울 게 뭔지 의견을 모은다.
그리고 의회에서 당시 위기관리 현장책임자를 불러서 청문회를 한다. 꾸짖는 게 아니라, 정치인들이 배우려는 것이다. 배울 자세가 되어 있느냐. 성숙한 사회는 제대로 배우고, 제대로 개선하는 게 중요하다.
정리 황예랑 기자 yrcomm@hani.co.kr·취재 신윤동욱·이완·김성환·엄지원 기자

출처 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635762.html?_fr=mt1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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