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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5월 19일 월요일

도서정가제 개정안 통과와 후속 과제

출처 
http://blog.naver.com/PostView.nhn?blogId=khhan21&logNo=220003698136

도서정가제 개정안 통과와 후속 과제
 백원근 재단법인 한국출판연구소 책임연구원 bookclub21@korea.com



2014년 4월 29일 도서정가제 규정이 담긴 출판문화산업진흥법 개정안이 제324회 국회 임시회 제2차 본회의에서 가결되었다. 이날 상정된 동법 개정안은 215명의 의원이 참석해 찬성 212명, 반대 1명, 기권 2명으로 통과되었다. 반대 1표는 표결기 착오에 의한 것으로 밝혀졌고, 기권 2표는 국회 홈페이지에 취미를 독서라고 밝힌 새누리당 이한구, 서용교 의원에 의한 것이었다. 이번 법안은 4월 16일 국회 교문위(교육문화 관광체육위원회) 법안 심사 소위원회를 통과한 이래, 4월 24일 교문위 전체회의 가결, 4월 28일 법제사법위원회 통과에 이어 그 다음 날 본회의에서 가결되며 일사천리로 개정되었다. 그간의 국회 행보에 비추어 볼 때 매우 신속한 이 같은 경과는 당초 개정안이 지역 서점 생존권 등과 관련된 시급한 민생 법안으로 분류된 데다, 4월 16일에 발생한 세월호 참사 이후 일하는 국회의 모습을 보이고자 각성한 분위기에 힘입은 바 크다.

지난해 1월 9일 출판계와 서점계의 요청으로 최재천 의원이 대표발의한 개정안 원안은 할인율에 대한 온오프라인서점 간의 이견으로 1년 넘게 표류하다가, 올해 문화 체육관광부 중재가 시작된 지 한 달 만에 민간 합의안을 도출했다. 국회는 도서정가제 적용 범위 확대와 최대 10% 할인율을 규정한 개정안 원안대로 법안을 통과시키기 위해 노력하기보다 민간 합의가 있어야만 개정안 통과가 가능하다며 스스로 총대를 메려 하지 않았다. 이에 출판계와 온오프라인서점계가 합의점을 찾기 위해 노력했으나 개정안 원안(정가의 10% 총 할인율 허용)을 고수하는 한국서점조합연합회 등 오프라인서점계와 현행(정가의 19% 총 할인율) 유지를 주장하는 온라인서점계의 팽팽한 대립으로 1년을 허송세월했다. 이는 현실적으로 타협이 어려운 양 극단의 이해관계자 간 대립 속에서, 확고한 무게중심 역할을 해야 할 출판단체들의 불분명한 태도가 자초한 측면이 크다.

타율적으로 만들어진 15% 할인 정가제 시대
교착 상태에 빠진 합의안 마련에 돌파구가 마련된 것은 올해 1월 문화체육관광부가 적극적인 중재에 나서면서부터였다. 여러 채널을 통해 윗선에 전달된 도서정가제 개정안 처리의 중요성을 문화부가 직접 챙기게 된 것이다. 그리하여 출판계(대한출판문화협회, 한국출판인회의), 유통업계(한국서점조합연합회, 한국서적경영협의회, 예스24, 인터파크, 교보문고), 소비자 단체(소비자시민모임, 책읽는사회문화재단)의 실무 책임자들이 참여 하여 세 차례의 전체회의, 여섯 차례의 온오프라인서점계 회의를 통해 쟁점이던 15% 총 할인율에 합의하는 도서정가제 확대 개정 법안을 위한 협약을 지난 2월 25일에 도출했다. 문화부는 10%와 19%의 중간인 15%를 제시하고 온오프라인서점계 양쪽을 강하게 견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입법 기구와 행정 기구가 정가 대비 10% 총 할인율이라는 개정안 원안의 의미나 소수 언어권 시장에서 도서정가제의 필연성을 법제화하는 능동적 역할 대신 이해관계자 간 타협만을 강제한 결과가 15% 총 할인율의 법제화였다. 정가 대비 10% 총할인율이라는 개정안 원안은 정가제 시스템에서의 심리적 마지노선으로, 소비자 보호를 고려한 최대 할인 한도이다. 여기에는 스스로를 정가제의 주체가 아니라 객체로 전락시킨 출판단체의 중립적인 입장이 한몫했다. 문화부 중재 회의에서 온오프라인서점계의 합의 수준이 무엇이든 따르기로 한 점은 출판단체들이 할인율에 대한 명확한 입장도 없이 도서정가제 협상에 임했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는 지난 1월 24일 한국출판인회의가 회원사들에게 보낸 공문 「도서정가제 확립을 위한 출판문화 산업진흥법 법률 개정 추진 경과 보고」에서 “법안의 핵심 사항인 할인율은 중소서점(10%)과 온라인서점(10┼10%)의 이견으로 합의되지 못하였습니다”라고 마치 남의 일, 남의 탓인 양 설명한 데서도 알 수 있다.

개정안의 핵심 사안에 대해 도서정가제 운용의 핵심 주체이자 도서 공급의 주체인 출판계가 결연하게 총력을 쏟지 않은 가운데 소매업계 간 이해 절충, 민간 합의만 강제하는 입법 및 행정 절충주의에 의해 탄생한 것이 15% 할인이다. 10% 할인 판매에 마일리지 등 추가로 판매가의 10%에 상당하는 경제적 이익을 제공하던 과거 경품고시의 낡은 잔재가 개정된 법에서 청산되지 못한 것은 매우 유감스러운 일이다.


  표1- 출판문화산업진흥법 개정에 따른 도서정가제 관련 규정 변화
구분
현행법
개정법
(2014년 11월중 시행 예정)
정가제 적용
분야
공정거래법(고시)에 따라 실용서, 초등 학습참고서를 제외한 분야
(삭제) 모든 분야의 도서에 정가제 적용
할인율
(신간) 정가 10% 이내 직접할인 허용, 판매가 10% 이내의 간접할인(할인권, 마일리지 등) 추가 허용
= 총 할인율 19%
정가 15% 이내에서 직접할인+간접할인 허용(직접할인은 10% 이내로 제한)
= 총 할인율 15%
정가제 비적용
간행물의 범위
발행일로부터 18개월 경과 간행물
(구간)
(삭제) 구간도 정가제 대상에 포함
(신설) 18개월 경과 후 정가 변경 가능
도서관, 사회복지시설 판매 간행물

사회복지시설에 판매하는 간행물
(도서관 판매 간행물은 정가제 대상)
저작권자에게 판매하는 간행물,
기타(국가기관 등 판매) 간행물
(현행과 같음)
재검토 규정
-
(신설) 시행일 기준 매 3년마다 타당성 검토

그럼에도 이번에 국회에서 가결된 개정안은 대상 및 기간에 대한 도서정가제의 적용 범위를 대폭 확장시킴으로써, 무늬만 정가제였던 기존 정가제의 폐해를 상당 부분 개선하는 데 기여했다. 그간 도서정가제에서 제외되었던 실용도서와 초등 학습참고서, 발행 후 18개월이 경과한 구간 도서, 도서관 판매 도서가 15% 할인율이 적용되기는 해도 정가 판매 대상이 됨으로써 도서 분야, 적용 기간, 판매 대상을 불합리하게 차별하는 제도적 흠결만큼은 대부분 해소되었다.

특히 도서정가제가 공정거래법 및 하위 법령의 통제를 받도록 했던 규정인 법 제22 조 제3항을 삭제하여 출판문화산업진흥법이 독립적인 도서정가제 기본법으로서 명실상부한 위상을 갖게 된 점, 구간에 대한 무한 할인 허용으로 풍선 효과를 만들어 과당 덤핑 판매를 조장했던 규정인 법 제22조 제4항이 삭제된 점은 향후 완전한 도서정가제로 가기 위한 제도적 기반을 만들었다는 점에서 그 의의가 매우 크다.

개정해야 할 하위 법령
이번 개정 법률은 5월중 정부 공포를 거쳐 공포일로부터 6개월 후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원래 개정안 원안에서는 3개월 후 실시하는 경과 규정을 두었으나, 법안 심의 과정에서 수정된 개정 규정에는 정부쪽 요청으로 6개월 후로 변경되었다. 개정법 시행을 위한 세부적인 시행령과 시행규칙을 준비하는데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하위 법령의 개정에서는 무엇보다도 유통상의 가격 혼란을 최소화하고 모법에서 규정한 총 할인율 15%가 편법적인 판매 방식에 의해 왜곡되지 않도록 제대로 된 선제적 예방 장치를 마련하여 법 개정의 법리를 충분히 반영시켜야 하겠다.

① 우선 개정법 제22조 제2항에서 “발행일로부터 18개월이 지난 간행물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정가를 변경할 수 있다”고 규정하였으므로 이에 관한 시행령 마련이 필요하다. 자칫 이 조항이 악용될 경우 현재와 같은 반값 할인 판매 등 과당 마케팅 경쟁의 도구로 활용될 여지가 없지 않다. 발행일로부터 18개월이 지난 간행물의 정가를 변경하고자 하는 출판사는 모든 판매처에서 동시에 간행물 구매자가 변경된 정가의 식별이 가능하도록 표시하여야 하며, 동일한 간행물에 여러 가격이 혼재하지 않도록 단일 가격에 유통시켜야 한다는 내용의 규정이 신설되어야 한다. 정가 변경 도서 가격의 과당 홍보 규제와 일물이가一物二價 방지가 필요하다.

② “발행일로부터 18개월이 지난 도서”의 ‘발행일’의 기산점을 개정법 시행 이후 발행된 도서부터 적용하도록 경과 규정을 둠으로써 출판시장의 정가제 연착륙을 유도해야 한다. 만약 발행일에 대한 기산점을 명확히 하지 않으면 소급 적용에 의해 개정법 시행일 바로 당일부터도 18개월이 지난 도서의 반값 할인가 책정이 가능할 수 있어 유통상의 혼란을 부를 수 있다.

③ 배송료 등을 소비자에게 제공하는 경제상의 이익으로 명확히 포함시켜야 한다. 개정법은 제22조 제4항에서 정가 판매 의무를 규정하면서도 제5항에서는 정가 대비 15% 총 할인율을 인정하고 있다. 정가의 10% 이내 가격 할인과 물품, 마일리지, 할인권, 상품권 및 “소비자가 통상 대가를 지급하지 아니하고는 취득할 수 없는 것이라고 인정되는” 기타 경제상의 이익을 포함한 것이다. 여기에서 “소비자가 통상 대가를 지급하지 아니하고는 취득할 수 없는 것”의 범위를 시행령에 “배송료 등을 말한다”라고 구체적으로 적시함으로써 편법적인 할인 행위를 엄격하게 규제할 필요가 있다. 현재 국내 온라인서점들의 무료 배송은 대체로 구입 금액 기준 1만 원 이상이며, 1만 원 미만의 경우 2000원의 배송료를 책정하고 있다. 그러나 사실상 구매 가격 1만 원 이상이 대부분인 인터넷 구매에서 2000원에 상응하는 무료 배송이라는 추가 할인이 이루어짐으로써, 오프라인서점보다 우월적 판매자의 지위를 확보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따라서 5% 이하의 할인율을 적용하거나 무료 배송 중 택일하도록 하는 프랑스의 사례처럼 시행령 규정을 정립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④ 국가기관 등에 대한 할인판매 허용을 규정한 현행법 시행령 제15조 제4항의 개정이 필요하다. 현행 출판문화산업진흥법 시행령 제15조 제4항은 법 제22조 제4항 에서 규정한 도서정가제 적용 제외 대상을 열거하고 있는데, 이번 개정에서 발행일로부터 18개월이 지난 구간 및 도서관에 판매하는 간행물을 제외시켰던 규정은 모두 삭제된 반면 사회복지시설에 판매하는 간행물, 저작권자에게 판매하는 간행물, 그 밖에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간행물은 존치시켰다. 여기에서 “그 밖에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간행물”을 현행 시행령은 “1. 국가기관, 지방자치단체, 그 밖에 문화체육관광부령으로 정하는 공공단체의 도서실・자료실에 판매하는 간행물, 2. 군부대, 교도소, 그 밖에 문화체육관광부령으로 정하는 보호시설에 판매하는 간행물, 3. 외국에서 발행한 간행물, 4. 최종소비자에게 판매되었던 간행물로서 다시 판매하는 중고 간행물”로 규정하고 있다. 모법에서 도서관 대상 판매를 정가제 대상에 포함시킨 만큼 현행 시행령의 1, 2 및 관련 시행규칙을 삭제하는 것이 타당하다. 이처럼 정부 예산이 소요되는 도서관, 군부대, 보호시설 등이 정가 판매 대상으로 변경될 경우 예상되는 구입 장서량의 감소는 점차적인 도서구입비 확충을 통해 해결해 나가야 한다.

출판계와 서점계, 무엇을 할 것인가
이번 도서정가제 관련법 개정에 따라, 그간 극심했던 과당 할인 판매 경쟁이나 문학서를 실용서로 둔갑시켜 판매하는 등의 얌체 상혼을 상당 부분 잠재울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개정법 시행일 직전까지 마지막 할인 운운하는 광풍 할인 마케팅 이벤트나 18개월이 지난 도서의 재정가 책정에 의한 유사 반값 할인 행태 등이 나타날 가능성도 높을 것으로 우려된다.

따라서 출판계와 서점계는 이번 개정법이 완전한 도서정가제로 나아가는 뚜렷한 전환점이 될 수 있도록 할인 또는 유사 할인을 자제하면서 가격 경쟁이 아닌 콘텐츠 경쟁과 출판시장 확대, 마케팅 선진화, 경영 건전화의 기틀을 잡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15% 할인을 허용하는 매우 불완전한 도서정가제 시스템이 출판시장의 선순환 구조 확대에 견인차가 되기는 어렵다. 출판 수요를 확충하고 시장 지반을 넓히며 침체된 출판시장에 역동성을 부여하는 일은 또 다른 과제이다. 출판물불법유통신고 센터 등 공적 기구를 활용한 모니터링 강화도 요청된다.

개정법 시행이 동네서점을 비롯한 출판시장의 모세혈관을 튼튼히 하는 데 다소 도움이 되겠지만 이것만으로 오프라인서점이 활성화되기는 어렵다. 출판사로부터의 공급률(매입률)을 낮추기 위한 노력, 특히 중소서점들이 공동 주문이나 물류 협동화를 통해 규모의 경제를 갖추어 경영 안정화를 꾀하고, 미국서점협회가 벌인 전국적인 북센스 프로모션 같은 협동화 사업이나 경영 혁신으로 본원적인 체질 변화가 수반되어야 한다. 지역서점과 중소서점의 경쟁력 제고를 위한 특단의 정책 지원, 매력적인 서점상을 만들려는 각고의 자구 노력이 경주되어야 한다. 이번 기회에 지역 도서관의 지역 서점 구매 의무화도 강화해야 한다.

출판계는 완전한 도서정가제를 적극 추진해야 한다. 이번 법 개정 과정에서 국회가 비록 정부 중재안이었지만 민간 합의안을 그대로 수용함으로써 그 중요성이 부각되었다. 출판 단체들이 온라인서점 등 유통 권력의 눈치를 보기보다는 공급자의 위상과 책임에 걸맞게 확고한 정가제를 천명하고, 범출판계 완전 도서정가제 추진기구를 조기에 출범시켰으면 한다. 세계 도서정가제 역사에서 각국의 도서 가격제도를 결정짓는 핵심 변수는 ‘그 나라의 출판계가 정가제에 대해 어떤 태도를 취하는가’였다.

일본의 경우 올해 4월부터 소비세(부가가치세)가 5%에서 8%로 늘었다. 일본은 완전정가제이지만, 결과적으로 책을 구입하는 소비자는 정가의 8%를 과외로 부담하는 셈이다. 이에 비해 책에 부가세가 적용되지 않는 한국의 도서 구입자들은 10%의 부가세 면세로 원천적인 할인 효과를 보는 데다가, 15%만큼의 할인율을 적용할 경우 실질적으로 모든 책에 대해 무려 25%나 할인을 받는 셈이다. 프랑스는 어떤가. 프랑스의 소비재 부가세는 20%이고 책은 5.5%인데, 평등한 경쟁을 위해 5% 할인 또는 무료 배송 중 택일하도록 랑법(도서정가법)을 개정했다. 이른바 반反아마존법이라 불리는 개정법은 2013년 10월 3일 하원에서 가결된 후 2014년 1월 9일 상원에서도 가결되었다. 프랑스 출판시장에서 온라인서점 비율은 20% 정도인데, 아마존닷컴의 온라인서점 점유율은 7할로 온라인 유통에서 독점적 지위를 차지하며 동네서점과 토종 온라인서점들을 경영난에 빠뜨렸고 출판사들은 점차 유통권력에 예속화되고 있다. 한국의 15% 할인 정가제는 조만간 한국에서 전자책과 온라인서점 사업을 시작할 것으로 알려진 아마존닷컴에게 정가제가 뿌리내린 프랑스, 독일, 일본에서보다도 훨씬 강력한 시장 지배력의 발판을 만들어줄 가능성이 높다.

도서정가제는 모국어 출판산업과 책 생태계의 유지 및 발전을 위한 유통질서, 특히 가격질서에 대한 공동선의 규정이다. 이조차 반칙과 거품 없이 경쟁하자는 게 아 니라 15%까지는 할인하는 것처럼 눈속임하는 거품가격을 만들자고 합의한 법 개정이, 우리 앞의 버거운 현실을 해결하는 데 어떤 도움을 줄지는 의문이다. 완전한 도서 정가제를 바탕으로 사막화된 독서 생태계를 가꾸며 출판, 유통, 수요의 혁신을 함께 꿈꾸고 만들어가야 할 때이다.

‘기획회의’ 368호 2014. 5.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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