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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10월 12일 일요일

"이대로 가면 노년층 70∼80%가 은퇴 빈곤층 전락"

원문출처 http://www.yonhapnews.co.kr/economy/2014/10/10/0325000000AKR20141010109500008.HTML

자녀 교육비와 결혼비용이 최대 '은퇴 리스크' 
은퇴 후에도 일할 수 있는 '평생 현역' 준비해야
(서울=연합뉴스) 김지훈 임수정 기자 = "지금부터 독한 맘 먹고 준비하지 않으면 우리 노년층의 70∼80%가 '은퇴 빈곤층'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최대의 '은퇴리스크'인 자녀 교육비와 자녀 결혼비용을 줄여야 합니다."
은퇴설계교육 1세대인 강창희(68) 트러스톤연금교육포럼 대표는 12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국내 노년층의 은퇴 준비 상황에 대한 평가를 묻는 질문에 이같이 대답했다. 그만큼 준비가 부실하고 문제가 심각하다는 것이다.
우리보다 먼저 베이비부머 세대의 은퇴를 경험한 일본은 65세 이상 노인 중 국민연금 가입 비율이 약 96%에 달하지만 우리는 35%에 불과하다. 가입자의 평균 수령액은 일본이 160만원, 우리는 34만원이다. 
부모는 자식의 교육과 결혼을 지원하느라 노후준비를 할 여유가 없지만 요즘 청년들은 대학졸업 후 취직이 어려워 은퇴한 부모를 부양하기는커녕 자기 앞가림도 할 여유가 없다. 
"은퇴 후 주 수입원이 연금인 사람의 비율이 미국과 일본 등은 70∼80%인데 우리는 13%에 불과합니다. 1980년에는 자식의 도움을 받아 산다는 응답이 72%였는데 지금은 30%로 줄었고 앞으로 10년쯤 지나면 1∼2% 수준으로 낮아질 겁니다. 앞으로 수명이 길어지면 자식도 노인이 될 텐데 노인이 노인을 부양하긴 어렵지 않습니까." 
늙어서 자식에 의존하지 않으려면 은퇴 전에 미리 준비하는 수밖에 없다고들 하지만 이런 얘기는 이론 속에서나 존재하는 얘기일 뿐 현실은 다르다. 회사에서 언제 밀려날지 모르는데 자녀 키우며 어렵사리 생활하다 보면 은퇴준비는 배부른 소리에 불과하지 않느냐고 그에게 물었다. 
강 대표는 "자녀 교육비와 자녀 결혼비용이 최대의 '은퇴 리스크'"라면서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서는 노후준비가 어려울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그가 주장하는 은퇴 리스크 관리법은 자녀를 위해 교육비와 결혼비용을 쏟아붓는 시대는 지나갔으므로 교육비와 결혼비용을 최대한 줄여야 한다는 것이다.
과거엔 사교육비를 많이 들여서 자녀의 성적을 올려주면 좋은 대학과 좋은 직장 들어가서 많은 급여를 받으며 부모를 부양하는 공식이 성립했지만, 이젠 이런 공식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 세상이 됐다는 것이다.
"아무리 좋은 대학 나와서 좋은 직장 다녀봐야 40대만 되면 직장에서 밀려납니다. 요즘 4년제 대학 졸업자 29만5천명 중에 직장 건강보험에 가입하는 사람은 14만명 뿐이고 나머진 대학원·군대·아르바이트 등으로 빠집니다. 그런 세대가 은퇴한 부모를 부양하고 책임질 여유가 있겠습니까." 
강 대표는 1973년 당시 한국증권선물거래소에 입사한 뒤 대우증권 리서치센터장을 거쳐 현대투신 사장, 굿모닝투신 사장, 미래에셋 부회장 등 증권업계에서만 40년을 보낸 '증권맨'이다. 
거래소 신입사원 시절 도쿄에 연수를 갔을 때 일본에서 고령화 사회를 준비하는 열풍이 부는 것을 보고 우리나라에도 조만간 같은 현상이 나타날 것임을 예감했다고 한다. 대우증권의 도쿄사무소장 시절엔 일본에서 은퇴준비와 관련된 방대한 도서와 자료를 수집하면서 국내 언론에 기고하는 등 착실히 공부를 해왔다.
강 대표에 따르면 20대와 30대는 3층연금(국민연금·퇴직연금·개인연금)만 가입하고 나머지는 자신의 몸값을 높이는 데 투자하는 게 좋다. 혹시 여유가 있으면 주식형 펀드에 가입해두는 정도면 족하다. 
40대에 들어서면 건강문제가 생길 것에 대비해 보험을 준비해야 하고 이른바 '자녀 리스크' 관리를 시작해야 한다. 자녀가 초등학교 고학년에 접어들 시기이기 때문이다. 리스크 관리는 자녀에게 경제교육, 절약교육을 시키고 부부가 제대로 된 노후대비교육을 받으면서 은퇴 이후의 인생에 대해 공통된 소신과 의식을 갖는 게 중요하다. 
50대는 퇴직을 앞두고 있기 때문에 가계자산의 구조조정에 착수해야 한다. 부채를 안고 퇴직하면 노후가 괴롭기 때문에 집을 줄여서라도 부채를 줄이는 게 중요하다. 우리나라 가계자산의 80%가 부동산이므로 이를 바꿔야 한다. 그러고 나서는 퇴직 후에 무엇을 하며 살 것인가를 고민하고 준비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은퇴 후 할 수 있는 일이 아파트 경비원밖에 없는 것 같다고 하자 그게 바로 미리 준비하지 않아서 그런 거란다.  
강 대표는 "제가 노후설계 강연을 하고 다니는데 10년 전에 이런 직업이 있을 줄 누가 알았겠습니까? 앞으론 노인들이 '워킹맘'들을 위해 공동 보육을 해준다거나 젊은 노인이 나이 많은 노인을 보살펴준다든지 하는 예전엔 생각지도 못했던 일자리들이 생겨날 겁니다. 미리 준비하면 이런 게 가능해집니다"라고 역설했다.
은퇴 후 하루에 11시간 정도가 여유시간으로 남는다고 치면 60세부터 80세까지 20년간 여유시간이 8만300시간이다. 은퇴 전 현역시절 근무시간으로 계산하면 38년이고 100세까지 산다면 76년이다. 자식에 기대 '뒷방 늙은이'로 보내기엔 너무나 긴 시간이다.  
앞으로는 공부해서 일하고 은퇴 후 다시 공부해서 다른 일자리를 찾아야 하는 '순환적 인생의 시대'가 열린다. 다른 일자리를 찾기 위해 공부하고 준비해야 한다는 게 바로 강 대표가 열심히 주장하는 '평생현역론'의 핵심이다.
은퇴 후 일자리를 찾아야 하는 게 반드시 경제적인 이유 뿐만은 아니다. 강 대표는 그 또 다른 이유를 이렇게 설명하며 인터뷰를 맺었다.
"일본에서 부인들을 대상으로 한 조사결과를 보니 은퇴한 남편 중 가장 인기있는 남편은 '요리 잘하는 남편'이 아니고 '건강한 남편', '싹싹한 남편', '집안일을 잘 도와주는 남편'도 아니었습니다. 바로 '집에 없는 남편'입니다."
hoonkim@yna.co.kr, sj997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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