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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11월 27일 목요일

세상에서 가장 멋진 투자 / 박민희, 제임스 헤크먼, 헤크먼 방정식

http://www.hani.co.kr/arti/opinion/column/666266.html?_fr=mr1

등록 : 2014.11.26 1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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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민희 국제부장

2000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제임스 헤크먼 미국 시카고대 교수에 따르면, 가장 탁월한 투자는 교육이다.
한 사회가 아이들 교육에 투자하는 것은 매년 7~10%의 수익률을 내는 ‘고효율 투자’라고 그는 말한다. 대충 나온 결론이 아니다. 1960년대부터 미시간주와 노스캐롤라이나주에서 수백명의 아이들이 40대가 되기까지의 변화를 조사·연구한 결과다. 예를 들어 조기교육에 대한 사회적 투자로 범죄율을 낮추는 데 드는 비용은 경찰관 수를 늘리는 방법에 비해 5분의 1이라고 그는 지적한다.
국가가 5살 이하 아이들의 교육에 투자하면 장기적으로 범죄율이 낮아지고 우수한 인력이 많아져 세수도 늘어나게 되는 등 사회 전반에 이익이 된다는 ‘헤크먼 방정식’은 미국 오바마 행정부의 정책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헤크먼 교수는 “국가가 아이들 교육에 투자해서 얻는 이익은 빈곤층뿐 아니라 세금을 내는 중산층과 부유층을 포함해 모든 사회에 광범위하게 공유된다”고 강조한다.
이런 시각에서 보면, 내년도 예산안 심사 과정에서 정치권이 초·중·고 무상급식과 3~5살 무상보육을 정치적 도박판 위에 올려놓고 벌여온 진흙탕 싸움은 더욱 씁쓸하다. 저출산으로 나라가 망할 거라며 호들갑을 떨면서도, 실제로는 정부와 정치권이 사회의 미래나 사람의 가치, 함께 아이들을 돌보고 가르치는 공동체 의식에 대한 고민은 전혀 보여주지 않기 때문이다.
세수가 부족하다며 무상보육과 무상급식 예산을 지자체에 떠넘기려는 정부·여당의 행태도, 박근혜 대통령의 무상보육 공약 사수를 위해 야당 주도로 실시된 무상급식을 뒤흔들려는 행태도 얄팍하고 비겁하다. 특히 여당과 보수 언론은 무상급식을 ‘공짜 밥’이라 비아냥거리며 ‘부잣집 아이들까지 먹이는 공짜 밥 때문에 예산이 모자라 공교육의 질이 떨어진다’ ‘공짜 밥 때문에 어린이집 지원 예산이 없다’는 식으로 여론몰이를 한다. 무상급식과 무상보육 중 하나만 ‘해줄 수 있다’는 식의 제로섬 게임판을 만들면서 국가의 의무는 감추려는 무책임의 극치다.
미국에서는 최근 무상급식이 확대되고 있다. 뉴욕에선 교실 내 아침 무상급식을 조속히 실시해야 한다는 논의가 한창이다. 2003년 마이클 블룸버그 당시 뉴욕시장이 무상급식 프로그램을 시작했지만 수업 전에 학교 간이식당에서만 먹도록 해, 너무 일찍 학교에 나와야 하는데다 무상급식 대상자임이 드러나는 것을 우려해 이용자가 적은 문제를 해결하려는 것이다. 지난해 당선된 빌 더블라지오 뉴욕시장은 선거운동 과정에서 교실 안에서 학생들이 다함께 먹는 무상급식을 약속했고, 교원노조와 시민단체, <뉴욕 타임스> 등은 최근 이 공약 이행을 적극 촉구하고 있다. 뉴욕 외에 뉴어크, 디트로이트, 로스앤젤레스 등은 이미 교실 안에서 보편적 무상급식을 하고 있고, 특히 미국 최대 도시 중 하나인 로스앤젤레스는 매일 학생 43만1000명에게 무상급식을 하고 있지만, 무상급식 탓에 다른 아동복지를 줄여야 한다는 주장은 등장한 적이 없다.
반면 우리 정부는 예산 부족을 내세우며 복지가 ‘시혜’인 양 독단적으로 이런저런 예산을 줄이거나 지자체에 떠넘기고 있다. 우리 사회가 가진 자원을 놓고 무엇이 가장 필요하고 의미있는 투자인지를 다양한 계층에게 듣고 합의를 이뤄가는 과정은 없다. 복지는 국민이 공짜로 국가의 시혜를 받는 것이 아니다. 세금을 낸 시민이 정당하게 요구할 수 있는 권리다. 시·도교육청이 부담하고 있는 누리과정 어린이집 예산이 1조6301억원, 전국 초·중·고 무상급식 예산은 1조5666억원인데, 우리가 미국에 전작권 전환 재연기를 요청한 뒤 사들이기로 결정한 F-35 등 미국산 무기 가격은 약 10조원에 이른다. 무기보다는 교육·복지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싶다는 논의와 합의는 불가능한가.
박민희 국제부장 mi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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