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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11월 29일 토요일

고릴라, 앤서니 브라운, 동물원, 코끼리, 생태맹, 황윤

http://www.hani.co.kr/arti/society/environment/666677.html

등록 : 2014.11.28 19:32수정 : 2014.11.29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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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판] 황윤·김영준의 오! 야생

한달 전 이 지면을 통해 서커스와 동물원을 낭만적으로 묘사한 ‘잔혹동화’와 ‘잔혹그림책’에 대해 썼다. 이번에는 전혀 다른 관점의 책들을 소개하고자 한다. 훌륭한 그림책은 어린이뿐 아니라 어른에게도 감동을 주는데, 영국 출신의 세계적인 작가 앤서니 브라운이 대표적이다.
그가 동물원을 묘사하는 방식은, 숱한 그림책에서 동물원을 알록달록 낙원으로 묘사하는 방식과 분명한 차이를 보인다. <고릴라>라는 책에서, 동물원은 주인공 소녀 한나가 가고 싶은 곳, 바빠서 놀아주지 않는 아빠와 함께 꼭 같이 가보고 싶은 곳이다. 이쯤 되면 동물원을 ‘꿈의 동산’으로 그릴 법도 하지만, 이 책에서 동물원은 그렇게 묘사되지 않는다. 한나가 본 동물원 고릴라들은 어두컴컴한 전시장 안에 갇혀 있다. 침팬지, 오랑우탄은 철창에 갇힌 채 정면을 똑바로 바라본다. 그들의 눈동자가 응시하는 것은 한나, 그리고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이다. 유인원들의 시선은 그림책 안에 머물지 않고, 책장 밖으로 나와 현실 독자들의 가슴을 파고든다. 그 시선은 그리 썩 편한 시선이 아니다. 그러나 그 불편한 시선을 통해 우리는, 유인원이 우리에게 무엇을 말하는지 생각하게 된다. 작가는 많은 글을 쓰기보다 다큐멘터리 사진처럼 사실적으로 유인원들의 표정을 페이지 가득 그려 넣음으로써, 동물원의 비윤리성을 어떤 말보다 강렬히 표현한다.
<동물원>에서는 더욱 직접적으로 동물원에 대한 작가의 관점이 드러난다. 권위적인 아버지의 인솔 아래 그다지 행복하지 않은 나들이를 하는 가족의 모습은 철창 안에 갇힌 동물들의 우울한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다. 코끼리가 썰렁한 콘크리트 방구석에 고개를 숙인 채 서 있다. “오랑우탄은 웅크린 채 구석에서 꼼짝도 하지 않았다. 아무리 고함을 지르고 유리창을 탕탕 두드려도 가만히 있었다. 불쌍했다.” 엄마는 “동물원은 동물을 위한 곳이 아닌 것 같다. 사람들을 위한 곳이지”라고 말한다. 그날 밤 주인공 소년 ‘나’는 꿈을 꾼다. 동물원 철창 안에 갇히는 꿈이다.
조은수 작가가 지은 <나야, 고릴라>는 동물원 동물들의 ‘본래 자리’가 어디인지를 일깨우는 훌륭한 그림책이다. 이 책의 전반부는 야생 ‘고릴라 어린이’의 일상을 묘사한다. 엄마 배 위에서 잠들고, 과일을 먹고, 엄마 등에 올라타고, 매일매일 숲에서 놀며 배우는 아기 고릴라, 인내심과 사랑으로 아기를 키우는 엄마 고릴라. 부럽기만 한 ‘홈스쿨링’이다. 채식주의자이며 다정함과 부드러운 심성이 가득한 야생 고릴라를 작가는 이렇게 묘사한다. “고릴라는 단단해. 장딴지가 단단해. 고릴라는 단단해. 가슴팍이 단단해. 하지만 고릴라는 연하다. 마음이 연하다. 마음은 여리뭉클 연두부.” 고릴라가 거친 폭도로 묘사되는, 기존 대중매체가 심어놓은 이미지가 여지없이 무너진다. 이쯤 되면 이 책은 생태맹 어른들을 위한 시(詩)에 가깝다. 그런데 행복한 정글의 삶에 갑자기 시련이 닥친다. 밀렵꾼에 의해 고릴라 가족은 몰살을 당하고 아기 고릴라는 동물원에 팔려간다. 잡힐 때의 충격과 가족을 한꺼번에 잃은 슬픔으로 아기 고릴라는 마음에 깊은 상처를 입는다.
<숲으로 간 코끼리>(하재경)는 서커스에서 가혹한 훈련을 받으며 쇼를 하다가 늙어서 더 이상 쇼를 못하게 되자 동물원에 팔려갈 처지에 이른 한 코끼리가 주인공이다. 어느 날 밤. 요정이 나타나 코끼리를 철창 밖으로 꺼내준다. 코끼리는 요정을 따라 숲으로 간다. 평소 하고 싶었던 진흙목욕도 하고 마음껏 뛰놀며 평생 처음으로 행복한 시간을 보내는 코끼리. 스포일러가 될까봐 자세히 쓸 수 없지만, 나는 이 책을 아이에게 읽어주면서 얼마나 울었는지 모른다. 몇 번이고 읽어도 슬프고 아름다운 책이다.
황윤·김영준 부부
전쟁을 미화한 책, 인종차별과 성차별을 미화한 책을 아이들에게 읽어줄 부모는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왜 유독, 동물에 대한 인간의 지배를 미화한 책에 대해서만큼 무비판적으로 수용할까? 인간은 야생의 생명들을 붙잡아 전시함으로써 그들의 존엄성을 파괴하고, 갇힌 자들의 고통을 낭만적으로 미화함으로써 그들을 모욕한다. 동물원이 어떤 이유로든 존재하고 있다면, 우리는 그들을 단순한 구경거리가 아니라 ‘야생의 위기를 알리러 온 홍보대사’로 바라보고 극진히 대접할 의무가 있다. 동시에, 동물원과 야생동물을 책과 영상매체, 뮤지컬 등에 재현하는 방식에 대해서도 매우 신중해야 한다.
황윤 다큐영화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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