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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12월 16일 화요일

한국일보 교육희망 프로젝트 10-2, 교육을 통한 계급 불평등 완화, 보편적 복지에 입각한 평등주의, 스웨덴 대학 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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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12월 10일, 한국일보, 정지용 기자

스웨덴 35개 대학 모두 정부가 운영… 서열도, 중앙 쏠림도 없어



룬드대학 미아 오베리씨
교환학생으로 룬드대에 다니고 있는 이호윤(25ㆍ서울대)씨는 학벌을 따지지 않는 스웨덴의 사회적 분위기에 놀라움을 드러냈다. 지난달 24일 룬드대에서 만난 이씨는 “우리나라에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룬드대는 세계적인 수준의 대학인데도 ‘우리 대학이 최고’라는 식으로 학벌을 내세우는 경우를 본 적이 없다”고 전했다.
학벌 체계는 대학 간판에 의한 사회적ㆍ경제적 차별로 공고화되지만 스웨덴 대학들은 서열이 없어 ‘학벌 프리미엄’도 없다. 간판을 따기 위해 대학에 가는 경우도 드물어 대학은 공부를 하고 싶은 학생을 위한 ‘상아탑’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한다. 전문가들은 스웨덴 정부의 강력한 개입으로 ‘학벌 없는 사회’가 만들어졌다고 평가했다.
스웨덴 대학 교육은 보편적 복지에 입각한 평등주의를 지향한다. 룬드대에서 아시아학 석사 과정을 밟고 있는 미아 오베리(26)씨의 대학 등록금은 무료다. 스웨덴의 모든 대학들은 학사ㆍ석사ㆍ박사 과정 모두 무료다. 대학생들은 교육부 산하 학생보조중앙위원회로부터 연 398만원(2만,6960크로나)의 학업지원금을 받고, 연 803만원(5만4,440크로나)을 2%의 낮은 금리로 대출(60세까지 상환)받을 수 있다. 국가에서 주는 용돈을 받으며 공부하는 셈이다.
스웨덴에는 종합대학 14개, 전문대학 21개가 있는데 모두 국가가 운영하기 때문에 서열은 없다. 스웨덴 정부는 북부지방 우메오대부터 지역별로 1~2개씩 대학을 배치해 ‘수도권 쏠림 현상’을 방지했다. 전공을 새로 설치하거나 입학 정원을 늘릴 때도 정부의 허가가 필요해 학교 간 ‘과잉 경쟁’을 막는다. 스웨덴 정부특수재정국장을 역임한 황선준(57) 경기도교육청 초빙연구위원은 “정치학 분야에서 가장 뛰어난 곳은 한국의 지방대에 해당하는 외레브로대이고, 실제 입학경쟁률도 가장 높다”며 “스웨덴에서 대학은 간판이 아니라 전공별 교육 과정과 연구 수준에 의해 평가된다”고 말했다.
대학 입학 기회도 열려 있다. 오베리씨는 룬드대에 입학하기 전 2년 동안 스톡홀름의 크리스티아 한스 댄스전문대학을 다녔다. 그는 “고교 때 춤을 좋아해 댄스 전문대학에서 발레와 현대무용을 배운 후 종합대학에 들어왔다”며 “대부분의 학생들이 늦은 나이에 대학에 입학하는데 직장생활 여행 등을 통해 공부할 필요를 느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스웨덴 대학생의 30% 가량은 30대이고, 40대 대학생도 10%나 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박수미 룬드대 경영학과 교수는 “스웨덴의 대학 제도는 중앙정부에 의한 규제를 통해 평등을 지향한다”며 “교육을 통해 계급 불평등을 완화하는 것을 눈 여겨 볼 필요가 있다” 고 지적했다.
룬드(스웨덴)=정지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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