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지

2014년 12월 29일 월요일

매경, 2014년을 여는 책 50선과 2015년을 여는 책 50선


--------------
2015년을 여는 책 50 선정도서

한 해가 저물어간다. 책을 통해 떠나가는 한 해를 갈무리하고, 새로운 해를 열어보는 것은 어떨까. 미래가 불안할수록 책 속에서 길어낸 혜안이 빛나는 법이다. 

매일경제와 교보문고가 전문가들 도움을 받아 2015년을 여는 5가지 키워드를 선정했다. ‘자본주의의 미래’ ‘미생에서 완생으로’ ‘불안의 서’ ‘당신과 나의 역사’ ‘삶의 격’이 그것이다. 이 키워드를 담아낸 책 50권도 가려 뽑았다. 

불안한 시대에 책은 일상의 삶을 어떻게 영위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주목했다. 정의와 도덕 이전에 인간 존엄성부터 물어야 함을 일깨워주는 ‘삶의 격’(페터 비에리)은 그런 점에서 선두에 꼽힐 책이다. ‘걷기, 두 발로 사유하는 철학’(프레데리크 그로)과 ‘정희진처럼 읽기’는 걷기와 읽기가 호흡처럼 삶의 일부가 되어야 함을 강조한 책이었다. 정여울 문학평론가는 ‘철학자와 하녀’(고병권)를 “인문학자의 철학에세이에 아름다운 문체까지 더해졌다”고 추천했다. 

예상치 못한 비극이 찾아온 한 해였다. 문학은 너른 품으로 이 시대 아픔을 어루만져줬다. 동시에 어두운 시대와 불안함을 담아냈다. 한국어로 처음 완역된 페르난두 페소아의 ‘불안의 서’를 문학을 대표하는 키워드로 꼽은 건 그런 이유에서다. 성석제의 ‘투명인간’과 한강의 ‘소년이 온다’는 이 땅의 1960~80년대를 그린 걸작이라는 평을 들으며, ‘역사소설의 귀환’이라는 트렌드를 이끌었다. 백원근 한국출판연구소 책임연구원은 ‘투명인간’을 “아무렇게나 대한민국 현대사에 던져진 너와 나, 우리들 모두의 이야기”라고 추천했다. 

14년 만에 장편을 낸 밀란 쿤데라의 ‘무의미의 축제’도 거장다운 깊이를 담아냈다는 호평을 들었다. 김연수 소설가는 한국에 처음 소개된 플래너리 오코너 단편집 ‘좋은 사람은 찾기 힘들다’에 대해 “사건들은 기묘하고 인물들은 괴상하고 이야기는 대개 폭력적으로 끝나지만 그 아래 깊은 곳에는 선과 악이라는 종교적 주제가 흐르고 있다”고 추천했다. 

인문서 가운데서는 역사 속에서 불안한 현대사회를 돌아보는 책이 다시 각광받았다. 과거 속에서 독자들은 삶에 의미를 찾기 시작했다. 

‘나의 한국현대사’ ‘류성룡, 나라를 다시 만들 때가 되었나이다’ 등이 선택받은 건 그런 이유에서다. 김두식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메이드 인 경상도’를 “80년대 한국 사회에 관한 세밀화이자 현재 갈라진 정치지형을 이해하게 돕는 탁월한 책”이라고 추천했다. 

황현산 문학평론가는 ‘그리스의 끝 마니’(패트릭 리 퍼머)에 대해 “저자 자신이 서술 세계와 동일한 것이 되지 않으면 쓸 수 없는 여행기”라고 찬사를 보냈다. 

김민정 시인은 ‘백석평전’을 “1912년생 백석, 그의 시와 삶을 동시에 조명한 책으로 근 100년에 걸친 우리 시사와 우리 근대사에 대한 앎과 이해를 두루 권하고 있다”고 추천했다. 

과학서로는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가 ‘장하석의 과학, 철학을 만나다’를 꼽으며 “우리 시대 가장 주목받는 과학철학자가 과학과 철학의 융합을 설명한다”고 추천했다. 

경제학계에서는 ‘자본주의 논쟁’이 뜨거웠다. 핵폭탄급 위력으로 상륙한 토마 피케티의 ‘21세기 자본’이 촉발한 논쟁이었다. 저성장과 불평등 확산이라는 ‘뉴노멀’ 사회에서 피케티가 일으킨 논쟁은 ‘자본주의 미래’에 대한 고민으로까지 나아갔다. 일본의 작은 시골 빵집이 실천한 대안적인 삶을 기록한 ‘시골빵집에서 자본론을 굽다’(와타나베 이타루)는 그런 면에서 큰 반향을 가져왔다. 경쟁보다는 협력의 가치를 역설한 ‘경쟁의 배신’(마거릿 헤퍼넌), 공유경제 사회의 도래를 예측한 ‘한계비용 제로 사회’(제러미 리프킨)등도 자본주의 미래를 점쳐 보게 하는 책이다. 

‘미생 신드롬’ 속에서 직장인들의 애환도 주목받았다. 모두가 ‘미생’인 시대에 ‘완생’이 되기 위해선 어떠한 노력을 해야 할까. 김찬호의 ‘모멸감’은 ‘갑을 관계’가 크고 작은 문제를 일으키는 이 시대 갈등 원인을 파헤치는 책이다. 

‘다윗과 골리앗’(말콤 글래드웰)은 이 시대 다윗이 살아남는 법을 알려준다. ‘구글은 어떻게 일하는가’(에릭 슈밋)와 ‘에디톨로지’(김정운)도 직장과 사회에서 창의성을 발휘하는 법에 대한 통찰을 주는 책이다. 

한국 사회가 ‘맛’에 빠진 한 해였다. 미국에서 먼저 열풍을 일으킨 뒤 한국에도 상륙한 잡지 ‘킨포크’는 소박한 밥상을 차려 이웃과 나누는 라이프 스타일을 선도했다. 

■ 어떻게 선정했나 

매일경제와 교보문고가 ‘2015년을 여는 책’을 선정하는 작업은 올 한 해 키워드 5가지를 정하는 작업부터 시작됐다. 선정된 키워드에 어울리는 책 50종을 고르는 작업은 올해 1월 1일부터 12월 31일까지 출간된 모든 책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1차 설문은 문학, 인문, 경제, 역사, 정치, 실용, 과학 등 각 분야 전문가 11명과 현장에서 독자들을 만난 교보문고 MD를 대상으로 실시됐다. 

이렇게 추려낸 책이 총 126종이었다. 설문 결과를 놓고 매일경제 문화부와 교보문고가 수차례 토론을 거친 끝에 복수 추천된 책 50종을 선정했다. 

선정된 책은 매일경제 지면에 소개됨과 동시에 교보문고 온·오프라인 매장에 마련되는 특설 매장에서 독자들과 만나게 된다. 

※ 매경·교보문고 공동선정 

-----------------------
◆ 5가지 테마별 양서 50권

“제대로 된 독서를 하면 더욱 더 풍요로운 삶을 누릴 수 있다.”

미국을 대표하는 문학비평가 해럴드 블룸이 한 말이다. 책은 새로운 세계를 만나게 해주는 길이자 세상을 비추는 거울이다. 새해를 앞두고 삶의 각오를 다지고 있을 이들에게 책 50권을 추천한다.

매일경제와 교보문고는 MD와 각 분야 전문가 11명에게 도움을 구해 ‘2015년을 여는 키워드’ 5가지를 선정했다. 각 키워드를 대표할 만한 책 10여 권도 함께 뽑았다. 올해를 여는 책 50권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미생에서 완생으로 ’ ‘불안의 서’ ‘당신과 나의 역사’ ‘삶의 격’ ‘자본주의의 미래’다. 50권은 전문가들이 세심하게 선정한 올해 최고의 책 목록이기도 하다.

첫 번째 키워드로 선정된 것은 ‘미생에서 완생으로’다. 모두가 ‘미생’인 시대에 ‘완생’이 되는 길을 돕는 책을 골랐다. 김찬호의 ‘모멸감’을 통해 한국 사회에 만연한 모멸감의 본질은 무엇인지 분석했다. ‘다윗과 골리앗’(말콤 글래드웰)은 가난, 장애, 불운, 압제 등 시련 앞에 선 평범한 사람들이 승리를 거둔 방법을 알려준다. ‘구글은 어떻게 일하는가’(에릭 슈밋), ‘창의성을 지휘하라’(에드 캣멀), ‘알리바바 마윈의 12가지 인생강의’(장옌)도 혁신적인 기업들의 비밀을 소개했다.

문학 분야 11권을 꿰는 키워드는 ‘불안의 서’다. 페르난도 페소아의 아름다운 산문집 ‘불안의 서’는 올해 많은 이들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며 잔잔한 인기를 얻었다. ‘투명인간’(성석제)과 ‘소년이 온다’(한강)는 가슴 아픈 현대사를 문학의 언어로 증언하며, 독자를 위로한 소설들이다. 많은 인문학자들이 ‘당신과 나의 역사’ 속에서 오래된 지혜를 엿봤다. 알랭 드 보통은 현대인에게 종교의 자리를 대체한 ‘뉴스의 시대’를 분석했고, 송복은 ‘류성룡, 나라를 다시 만들 때가 되었나이다’를 통해 ‘징비록’을 다시 읽었다.

‘삶의 격’은 팍팍한 일상 속에서도 존재의 의미를 되찾자는 책들을 묶어준 키워드였다. 페터 비에리의 ‘삶의 격’은 존엄성을 되찾아 품격 있는 삶을 살아가는 방법을 철학적으로 풀어냈다. 마지막 키워드는 ‘자본주의의 미래’다. 토마 피케티의 ‘21세기 자본’은 한국에 상륙하면서 자본주의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선정된 책은 오늘자 특집 지면을 통해 소개되고 교보문고 온·오프라인 특설 매장에서 독자들과 만난다.
 기사의 0번째 이미지
[김슬기 기자]

------------------

◆ 2015년을 여는 책 50 / 미생에서 완생으로 ◆ 

강자가 늘 승리하는 경기만큼 재미없는 것이 또 있을까. 우리는 거인과 싸움에서 당연히 거인이 이길 것이라고 가정하지만 통계적으로 강대국과 약소국 간 전투에서 약소국이 이길 확률은 28.5%나 된다. 10번을 싸웠을 때 3번은 강대국이 패할 수 있다는 얘기다. 베트남은 세계 최강 미국을 맞아 싸운 수많은 전투에서 승률 63.6%를 올렸고 결국 최후 승리를 거머쥐었다. 베트남은 강대국 룰을 따르지 않고 자신들만의 게릴라전을 펼쳐 미국을 꺾었다. 인생이라고 다르지 않다. ‘미생’이 ‘완생’을 굴복시킬 수도 있는 인생은 그래서 더 살 만한지 모른다.

◆ 모멸감
 기사의 0번째 이미지
모멸은 ‘정서적인 원자폭탄’이라는 비유가 있다. 그것은 인간이 인간에게 가할 수 있는 가장 무서운 폭력이며, 평생을 두고 시달리는 응어리를 가슴에 남기기 일쑤다. ‘올드보이’나 ‘디스커넥트’ 같은 영화에서 잘 묘사했듯이 사람들 앞에서 창피를 당한 기억은 세상에 대한 증오 또는 자기에 대한 혐오를 불러일으킨다. 억울하게 수모를 당했다는 피해 의식은 다른 집단에 대한 맹렬한 공격성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매일 접하는 뉴스에서 확인할 수 있듯 규모와 강도에서 차이가 있을 뿐 이유 없는 저주와 맹목적인 폭행이 지금도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많은 사례에서 그 씨앗은 모멸감으로 밝혀진다.

한국인과 한국 사회를 구성하는 일상의 문법을 연구해온 저자는 한국 사회에 만연한 모멸감의 본질은 무엇이며, 우리는 무엇 때문에 모욕을 주고받는지, 크고 작은 모욕이 이어지는 데는 어떠한 역사적 배경이 있는지 살펴본다. 또 모멸감을 극복하는 힘은 어디에 있으며 인간을 존엄하게 하는 삶이 어떻게 가능한지 조명한다. 김찬호 지음, 문학과지성사 펴냄.

◆ 다윗과 골리앗
 기사의 1번째 이미지
우리 모두는 더 크고, 더 강하고, 더 부유해지는 게 언제나 우리에게 최고의 이득이 된다고 가정한다. 그러나 골리앗은 너무 컸기에 그가 원하는 것을 얻지 못했다. 엘라 계곡에서 벌어진 거인과 양치기 간 전투에서 사람들 눈은 칼과 방패 그리고 번쩍이는 갑옷을 입은 남자에게 쏠렸지만 최후 승리는 우리가 상상한 것보다 더 많은 힘과 목적의식을 지닌 양치기에게 돌아갔다. 아무것도 잃을 게 없을 때 뜻하지 않은 자유가 온다. 난독증 환자들은 때때로 자신에게 큰 장점이 있다는 것을 입증할 수 있는 다른 기술을 개발함으로써 장애를 보충한다. 읽는 재능이 없다면 듣는 재능이 생기게 된다. 어머니나 아버지가 없어진다면 고통과 절망의 원인이 될 수 있으나 열 명 중 한 명은 절망에서 빠져나와 불굴의 힘을 얻게 된다.

책은 영민하게 자기 약점을 이용해 승리한 우리 시대 다윗들에 관한 이야기를 담아내고 있다. 말콤 글래드웰 지음, 21세기북스 펴냄.

◆ 생각의 시대
 기사의 2번째 이미지
지식의 시대는 저물고 생각의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 지식은 네트워크 안에 넘쳐나는 데다 개별적이고 미시적이며 수명마저 짧다. 우리 관심은 어떻게 격변하는 환경을 꿰뚫을 수 있는 보편적이고 거시적이고 합리적인 전망과 판단을 획득할 수 있느냐에 쏠려 있다. 기원전 8세기에서 5세기 사이 그리스인들은 문명 전반에서 이집트인보다 못했으며 건축과 천문학에서는 800년이나 먼저 살았던 고대 바빌로니아인들에게도 뒤처졌다. 그런 그리스인들을 일순간에 황금기로 이끌며 서양 문명, 나아가 인류 보편의 문명을 창조하게 만들었던 역사상 가장 혁신적인 지혜가 있었다. 바로 ‘생각’이다. 메타포라(은유), 아르케(원리), 로고스(문장), 아리스모스(수), 레토리케(수사) 등 생각의 도구들은 호메로스가 씨앗을 뿌리고, ‘소크라테스 이전 철학자’들이 키워 얻은 열매다. 책은 다섯 가지 도구를 이용해 인간이 보유한 가장 강력한 도구인 ‘생각’은 어떤 것이고, 어떻게 습득할 수 있으며, 더 나아가 어떻게 가르쳐야 하는지에 대해 알려준다. 김용규 지음, 살림 펴냄.

◆ 우주비행사의 지구생활 안내서
 기사의 3번째 이미지
오랜 기간 우주비행사 훈련을 거쳐 4000시간이라는 긴 시간을 우주에 체류했던 우주비행사 크리스 해드필드가 우주와 지구를 오가며 배운 삶의 지침을 소개한 책이다. 저자는 우주비행사로 사는 것이 어떻게 자신에게 결단력과 기지, 매사에 준비하는 자세를 가르쳐주었는지 들려주면서 우주왕복선 발사, 중력을 이용한 우주 유영 등 우주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일들을 흥미롭게 전개한다. 아홉 살 꼬마는 달에 첫발을 디딘 닐 암스트롱 모습에 넋을 잃고 우주비행사를 꿈꾸기 시작한다. 이후 진짜 우주비행사가 되기까지 과정과 우주비행사로서 훈련받는 과정에서 얻은 통찰들을 1부 발사 준비에 담았고, 실제 발사 전 격리에서부터 발사, 우주정거장 입성, 우주정거장 생활과 다양한 에피소드들을 2부 이륙에 소개한다. 그리고 소유스 로켓을 타고 지구로 무사히 돌아오는 과정을 지구 귀환편에 펼친다. 우주비행사 경험담을 들려주면서 평생의 꿈을 이루기 위해 가져야 할 마음가짐이란 어떤 것인지, 좌절과 절망을 딛고 다시 일어서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인생 조언도 풀어놓는다. 크리스 해드필드 지음, 더퀘스트 펴냄. 


 기사의 0번째 이미지
정글 같은 회사 생활에서 살아남는 법도, 창업자의 지혜도 모두 책 속에 들어 있다. 새해엔 책과 함께 ‘완생’이 되는 법을 배워보자.

◆ 구글은 어떻게 일하는가

세계 최고 검색엔진부터 지메일, 구글지도, 안드로이드, 크롬까지. 구글의 혁신은 세계를 열광시키고 있다. 세상을 바꾸는 구글의 힘은 어디에서 올까. 구글 전 CEO인 에릭 슈밋과 전 수석 부회장인 조너선 로젠버그가 구글 창업과 성장 과정을 특유의 구글정신 관점에서 들려준다. 이 책의 키워드이자 구글에서 가장 중시하는 개념은 ‘전문성과 창의력’이다. 에릭 슈밋 외 지음, 김영사 펴냄.

◆ 창의성을 지휘하라

실리콘밸리에서 태어난 영화사 픽사를 이끌었고 디즈니에 인수된 뒤 CEO로 ‘겨울왕국’ 성공 신화를 진두지휘한 에드 캣멀이 30여 년간 경영 경험과 통찰을 집약한 책이다. 노트데이 토론회, 사후분석회의 등 자발성과 창의성, 문제 해결력을 끌어올리는 조직문화를 소개한다. 에드 캣멀·에이미 월러스 지음, 와이즈베리 펴냄.

◆ 알리바바 마윈의 12가지 인생강의

2014년 9월 19일 뉴욕 증권거래소에는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알리바바가 미국 증시 사상 최고가로 상장됐다. 별 볼 일 없는 대학교에서 영어 강사로 일했던 알리바바 창업주 마윈 회장은 어떻게 이런 기적 같은 성공을 이뤘을까. 이 책은 ‘성장, 끈기, 창업, 기회, 경영, 리더, 관리, 혁신, 경쟁, 전략, 투자, 생활’이라는 12가지 키워드를 바탕으로 이 질문에 답한다. 장옌 지음, 매경출판 펴냄.

◆ 에디톨로지

문화심리학자 김정운은 “세상 모든 것은 끊임없이 구성되고, 해체되고, 재구성된다. 이 모든 과정은 한마디로 ‘편집’”이라고 정의한다. ‘에디톨로지(edit+ology)’는 ‘편집학’이다.
에디톨로지는 인간의 구체적이며 주체적인 편집 행위에 관한 설명이다. 김정운 지음, 21세기북스 펴냄. 

◆ 대통령의 글쓰기

8년 동안 대통령의 말과 글을 쓰고 다듬은 저자는 이 책에서 고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에게서 직접 보고, 듣고, 배운 글쓰기 비법을 40가지로 정리한다. ‘독자와 교감하라’ ‘메모하라’ ‘제목을 붙여라’ 등 글쓰기 방법을 저자가 겪은 독특하고 흥미진진한 에피소드와 함께 제시한다. 강원국 지음, 메디치미디어 펴냄.



◆ 2015년을 여는 책 50 / 불안의 서 ◆ 

문학이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어둠 속의 빛, 절망 너머의 희망을 그려내는 것은 늘 문학의 몫이었다. 동시에 어둠과 불안을 정면으로 응시하는 것 또한 문학의 의무일 것이다. 그러니 이렇게 다짐해본다. 다시 한 번 문학이라는 ‘불안의 서’를 읽어가겠노라고. 새로운 한 해를 맞이할 당신 옆에 이 책들을 놓아두길 권해본다. 그리고 부디 발견하길. 우리의 아픈 과거와 그늘진 곳을 ‘오늘의 문학’은 여전히 응시하고 있다는 사실을.

◆ 불안의 서
 기사의 0번째 이미지
페소아라는 낯선 이름이 한국땅에 소개됐다. 이 책이 배수아의 번역으로 출간되자 작가들이 먼저 찾아 읽었고, 그를 흠모한다고 앞다퉈 말하기 시작했다. 포르투갈 국민작가가 베르나르두 소아레스라는 ‘이명’으로 남긴 480여 편에 이르는 글이 실렸다. 각 글은 주제와 흐름도 없이 파편처럼 이어진다. 하지만 이들은 인간, 삶과 죽음, 내면의 심리와 갈망에 관해 서로 긴밀하게 연관되어 있다. 흔히 명예, 성공, 편리함, 소음과 번잡함 등이 인정받는 시대에 페소아는 그와 정반대되는 어둠, 모호함, 실패, 곤경, 침묵 등을 노래한다. 포르투갈 도시 리스본, 특히 도라도레스라는 장소를 중심으로, 그곳 사람들, 그곳 풍경, 그곳에서 촉발된 상상력을 그 무엇에도 구애받지 않고 맘껏 펼쳐 보인다. 서늘하고 아름다운 책이다. 페르난두 페소아 지음, 봄날의책 펴냄.

◆ 소년이 온다
 기사의 1번째 이미지
모두가 5월 광주에 대해 무슨 더할 말이 있느냐고 할 때 이 소설이 나왔다. 철저한 고증과 취재를 통해 특유의 정교하고도 밀도 있는 문장으로 쓴 ‘참회의 시’ 같은 소설. 중학교 3학년이던 소년 동호는 친구 정대의 죽음을 목격한 이후 도청 상무관에서 시신들을 관리하는 일을 돕게 된다. 매일같이 합동분향소가 있는 상무관으로 들어오는 시신들을 수습하며 주검들의 말 없는 혼을 위로하기 위해 초를 밝히던 그는 시신들 사이에서 친구 정대의 처참한 죽음을 떠올리며 괴로워한다. 그리고 그날, 돌아오라는 엄마와 돌아가라는 형, 누나들 말을 듣지 않고 동호는 도청에 남는다. 동호와 함께 상무관에서 일하던 형과 누나들은 5·18 이후 경찰에 연행되어 끔찍한 고문을 받으며 살아 있다는 것을 치욕스러운 고통으로 여기거나 일상을 회복할 수 없는 무력감에 빠진다. 저자는 비극적인 사건 속에 숨죽이며 고통 받았던 인물들의 숨겨진 이야기를 들려주며 그들의 아픔을 어루만진다. 한강 지음, 창비 펴냄.

◆ 투명인간
 기사의 2번째 이미지
‘이 시대 이야기꾼’ 성석제의 ‘구라’가 절정에 달한 장편소설. 두메산골에서 3남3녀 중 넷째로 태어난 만수는 어려서부터 큰 머리와 긴 팔다리, 커다란 앞니가 돋보이는, 어딘가 모자란 듯하지만 순박하기만 한 인물. 만수의 신앙은 가족이다. 베트남전에 파병된 큰형이 고엽제로 인해 목숨을 잃고 가족들이 서울로 이사하면서 만수는 온갖 궂은일을 하며 전 가족을 부양한다. 연탄가스에 중독돼 바보가 된 누나와 종적도 없이 사라져버린 남동생의 아들까지 떠맡아 키우면서도 가족을 위해서라면 싱글벙글이다. 30여 명에 달하는 이들 목소리로 만수의 삶을 그리는 입체적인 소설이자, 1960~70년대 어린 시절을 보낸 이들의 고향 풍경을 손에 잡힐 듯 묘사하는 향수가 물씬한 이야기다. 작가는 만수의 삶을 통해 현대사의 질곡을 온몸으로 통과한 베이비붐 세대의 아픔을 위로한다. 성석제 지음, 창비 펴냄.

◆ 무의미의 축제
 기사의 3번째 이미지
밀란 쿤데라가 ‘향수’ 이후 무려 14년 만에 펴낸 장편소설. 오랜 기다림에 호응하며 이 거장은 독창적인 이야기를 들려준다. 6월, 파리 거리를 거닐던 알랭은 배꼽티를 입은 여성들과 마주친 후 배꼽이야말로 이 시대, 남자를 유혹하는 힘이 되었다고 생각하며 배꼽이 우리에게 말해 주는 에로틱한 메시지가 무엇인지 고민한다. 한편 암에 걸리진 않았을까 걱정하던 다르델로는 의사를 만나 건강에 문제가 없다는 말을 듣고 안도한다. 하지만 거리에서 우연히 마주친 예전 직장 동료 라몽에게 자신도 모르게, 자신이 암에 걸렸다고 이야기하고는 묘한 희열을 느낀다. 이처럼 종횡무진 전개되는 서사 속에서 알랭, 칼리방, 샤를, 라몽 등 네 주인공은 ‘무의미의 축제’를 벌이고 인간과 인간 삶의 본질을 탐구한다. 밀란 쿤데라 지음, 민음사 펴냄.

◆ 여자 없는 남자들
 기사의 4번째 이미지
하루키가 ‘도쿄 기담집’ 이후 9년 만에 펴낸 단편집. 주인공은 하나같이 중년 남성이다. 병으로 인해 사별한 가후쿠와 그의 전속 운전 기사 미사키의 이야기를 그린 ‘드라이브 마이 카’, 쉰두 살의 독신 성형외과 의사로 유부녀나 진짜 연인이 있는 여자들과만 만나던 도이카가 뜻하지 않게 깊은 사랑에 빠지는 ‘독립기관’, 카운터 제일 안쪽 항상 같은 자리에 앉던 남자를 떠올리는 기노의 사연을 담은 ‘기노’까지. 제목처럼 여자 없는 남자들을 모티프로 여러 가지 사정으로 여자를 떠나보낸 남자들 혹은 떠나보내려 하는 남자들을 이야기한다. 한층 연륜이 느껴지는 필치로 연인이나 아내를 상실한 주인공들을 통해 사랑과 인간관계에 관한 균열을 적나라하게 묘사하고 있다.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문학동네 펴냄. 

올해 한국에 처음 소개된 보석 같은 외국 문학이 많았다. 독일이 자랑하는 소설가 제발트, 미국 현대 문학을 대표하는 단편 작가 플래너리 오코너 작품 등이 그렇다. 또한 프리모 레비 책은 세월호 사건이란 비극을 겪은 사회에 묵직한 질문을 던졌다.

◆ 현기증. 감정들
 기사의 0번째 이미지
이 작가를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13년 남짓한 세월 동안 장편소설 네 편만으로 20세기 독일 문학을 대표하는 자리에 오른 제발트에게 수전 손태그는 “문학의 위대함이 여전히 가능함을 보여주는 몇 안 되는 작가”라고 상찬했다. 형식적인 측면에서 짧은 이야기 두 편과 긴 이야기 두 편으로 직조된 책. 내용적인 면에서 볼 때 이 작품은 스탕달과 카프카에 화자 자신을 겹쳐 넣고, 단테와 발저, 루트비히 2세, 그릴파르처, 카사노바 등 이미 죽은 이들과 마주하는 환영에 사로잡혀 흘러다니는 일종의 여행 문학이자 자전 문학이기도 하다. W G 제발트 지음, 문학동네 펴냄.

◆ 저지대
 기사의 1번째 이미지
데뷔작으로 펜/퓰리처상과 퓰리처상을 수상하며 미국을 대표하는 작가로 우뚝 선 줌파 라히리의 두 번째 장편. 서로 다른 성격, 서로 다른 선택으로 판이한 삶을 살아가는 두 형제와 가족 일대기를 그린 작품이다. 친밀한 두 형제와 이들 아내가 된 한 여자를 주인공으로 4대에 걸친 개인사를 들여다본다. 1960~70년대 인도와 미국을 배경으로 시대와 개인, 개인과 개인 관계를 섬세하게 묘사한다. 줌파 라히리 지음, 마음산책 펴냄.



◆ 좋은 사람은 찾기 힘들다
 기사의 2번째 이미지
미국 조지아주 출생인 이 여성 소설가는 투병 끝에 39세를 일기로 생을 마감했다. 짧은 생애 동안 장편소설 2편과 단편소설 32편을 남긴 오코너는 미국 남부의 고딕문학 계열 작가로 분류되며, 종교적 색채가 짙은 소설을 주로 썼다. 이 책에 실린 대표작들은 청교도적 금욕으로 자신을 옭아맨 채 부자유스러운 욕망을 꿈꾸었던 미국 남부인들의 위선적인 삶을 섬세하게 그려낸다. 부조리한 상황이 초래하는 블랙유머와 선악의 경계가 모호한 인물 설정이 일품이다. 플래너리 오코너 지음, 문학수첩 펴냄.

◆ 가라앉은 자와 구조된 자
 기사의 3번째 이미지
아우슈비츠 생존 작가 프리모 레비의 생애 마지막 작품.

레비가 수용소에서 풀려난 지 40년, ‘이것이 인간인가’를 집필한 지 38년 만에 쓴 책으로, 아우슈비츠 경험을 바탕으로 나치의 폭력성과 수용소 현상을 분석한 탁월한 에세이다.

특히 레비가 자살로 생을 마감하기 한 해 전에 쓰고, 생환자로서 그의 삶의 핵심 주제였던 아우슈비츠 문제를 정면으로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유서(遺書)로도 읽힌다. 프리모 레비 지음, 돌베개 펴냄.

◆ 당신의 그림자는 월요일
 기사의 4번째 이미지
김중혁의 세 번째 장편. 자기 비밀을 탐정에게 의뢰해 세상에서 지워지게 하는 ‘딜리터’를 주인공으로 박진감 넘치는 미스터리를 들려준다.

힘 있는 재력가와 그의 추악한 비밀을 차지한 이들 사이에 거래가 벌어지고, 그들에게서 비밀을 지워 달라는 딜리팅 요청을 받은 탐정 구동치는 수사에 나선다. 비밀이 가진 무게와 인간이 남기는 흔적에 관한 흥미로운 질문이 담겼다. 김중혁 지음, 문학과지성사 펴냄.

◆ 칼데콧 컬렉션
 기사의 5번째 이미지
현대 그림책의 시작으로 꼽히는 칼데콧 그림책을 엮었다. 칼데콧이 에번스와 함께 매년 크리스마스 때마다 두 권씩 총 18가지 이야기를 그림책 16권으로 펴낸 것을 한 권에 담아냈다.

주제의 깊이와 표현 방식 때문에 칼데콧 그림책은 어린이들보다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성인들에게 더욱 큰 의미로 다가간다. 당대 문호들 시와 희극, 영국 전래 동요, 발라드 등 다양한 장르의 작품들을 소재로 19세기 영국 사회의 단면을 예민하게 표현했다. 랜돌프 칼데콧 지음, 아일랜드 펴냄. 

◆ 2015년을 여는 책 50 / 당신과 나의 역사 ◆

한 편의 그림과 시에는 세상이 담겨 있다. 예술가들이 살았던 시대와 사회, 주변 사람들과 상호작용 끝에 작품이 탄생한다. 철학과 여행도 마찬가지다.

위대한 화가와 시인, 철학자, 여행작가의 저서를 통해 과거를 탐험할 수 있다. 올해도 그런 맥락의 인문서들이 대중의 사랑을 많이 받았다.

◆ 이중섭 평전
 기사의 0번째 이미지
1956년 9월 6일 서대문의 한 병원에서‘무연고자’ 한 명이 세상을 떠났다. 길지 않은 생애 식민지 백성으로, 피란민으로, 아내와 두 아들을 일본으로 떠나보낸 채 외롭게 살아간 화가 이중섭이었다.

미술사학자 최열은 “이중섭이 세상을 떠난 다음 살아남은 자들의 기억이 만들어낸 이중섭 신화는 이중섭이 아니다”고 말한다.

최열은 실체는 사라지고 환상만 남아 ‘1000개의 모습으로 변신을 거듭’한 이중섭의 생애를 추적하고 그동안 잘못 알려진 사실을 바로잡는다. 최열 지음. 돌베개 펴냄.

◆ 나의 조선미술 순례
 기사의 1번째 이미지
일본 교토에서 재일조선인 2세로 태어나 디아스포라 문제에 천착해 온 저자가 한국의 미술가들에 대한 이야기를 엮었다. 책 제목의 ‘조선미술’은 조선시대를 뜻하는 것은 아니다. 저자는 서문에서 자신은 ‘조선’이라는 말을 “시간적으로, 공간적으로 더 넓은 차원에서 바라본 총칭으로 사용한다”고 밝혔다.

저자는 1949년 전남 광주에서 태어나 민중미술 운동의 효시인 ‘현실과 발언’ 동인으로 참가한 신경호, 1939년생으로 여성주의 미술의 대모이자 페미니스트 화가 1세대로 불리는 윤석남 등 자신의 시각으로 꼽은 미술가를 이야기한다. 서경식 지음. 반비 펴냄.

◆ 장하석의 과학, 철학을 만나다
 기사의 2번째 이미지
케임브리지대학 석좌교수 장하석이 전하는 ‘생각하는 사람들을 위한 과학철학 입문서’다. 장 교수가 런던대학과 케임브리지대학에서 20년간 강의한 과학철학의 내용을 담았다.

우리가 알고 있던 과학지식의 본질과 문제들을 여러 가지 시각에서 다시 조명하며, 과학과 철학의 만남으로 인문학적 사유의 깊이를 더한다. ‘과학과 종교는 무엇이 다른가’ ‘과학적이라는 말은 긍정적으로, 비과학적이라는 말은 부정적으로 쓰이는데 과연 둘 사이의 차이는 무엇일까’ 등 과학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에서부터 과학과 연관된 역사적 사건들을 소개한다. 장하석 지음. 지식채널 펴냄.

◆ 그리스의 끝 마니
 기사의 3번째 이미지
영국인들의 사랑을 받았던 제2차 세계대전의 전쟁영웅이자 20세기 최고 여행작가 중 한 사람인 패트릭 리 퍼머의 펠로폰네소스 남부 여행기. 그리스는 모든 곳이 흥미진진하고 어디에나 이야깃거리가 깃들어 있다. 하지만 그 넓고 깊은 그리스를 일필휘지로 묘사하기는 만만치 않았다. 하여, ‘마니’라는 황량하고 쓸쓸한 도시를 취해서 우회한다.

마니는 이런 곳이다. 유럽의 최남단 심장부 마니는 그리스에서 가장 동떨어지고 황량하며 고립된 지역 가운데 하나다. 우뚝 솟은 타이게토스 산맥으로 나머지 그리스와 단절되어 있고, 에게해와 이오니아해에 둘러싸인 마니는 과거로부터의 오랜 전통이 일상의 삶 속에서 생생하게 살아 있는 곳이다. 패트릭 리 퍼머 지음. 봄날의책 펴냄.

◆ 백석 평전
 기사의 4번째 이미지
안도현 시인은 조각조각 단편적으로 흩어져 있던 백석 시인(1912~1996년)의 생애에 관한 많은 자료를 찾아 읽었다. 당시 구체적 사실을 증언해 줄 수 있는 사람들을 만나면 완전히 하나의 끈으로 꿰어냈다. 백석에 대한 슬픔과 애착, 사랑을 내내 마음속에 품고 살았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의 행적을 따라가다가 새로운 사실도 밝혀냈다. 고당 조만식이 백석의 집에서 하숙하지 않았고, 백석이 사모했던 통영 박경련이 신현중(언론인)과 혼인한 뒤에 아이를 낳은 적이 없었다는 것을 밝혀냈다. 안도현 지음. 다산책방 펴냄. 


 기사의 0번째 이미지
역사는 현재의 거울이다. 비슷한 사건이 반복되기 때문이다. 지금 돌파구가 안 보여 답답한 사람들이 과거에서 답을 찾는 이유이기도 하다. 인문 역사서를 읽으면서 오늘을 살아갈 지혜를 얻을 수 있다. 불안한 현대인들에게 타산지석의 가르침을 주는 인문 역사서들이 각광받고 있다.

◆ 뉴스의 시대

‘일상의 철학자’ 알랭 드 보통이 미디어에 중독된 우리에게 말을 건넨다. 요즘 사람들은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머리맡 스마트폰을 켠다. 인터넷 포털과 SNS에 올라온 새로운 소식을 검색하면서 하루를 시작한다. 친구와 진지한 대화를 할 때도, 중요한 업무회의 시간에도 틈만 나면 뉴스를 검색한다. 수시로 검색하지 않으면 초조해질 정도로 뉴스에 중독됐다.

그런데 혹시 아무도 눈치채지 못하는 사이에 뉴스가 우리 판단력과 명상 시간을 빼앗고 있는 것은 아닐까. 우리는 왜 뉴스에 열광하는 것일까. 첨단 미디어 시대에 언론은 어떤 사명을 지녀야 하는 것일까. 일상에서 겪는 불안과 곤경을 날렵하게 파고드는 작가는 좀 더 생산적이고 건강하게 뉴스를 수용하는 법에 대해 말한다. 그는 1969년 스위스 취리히에서 태어났다. 영국 케임브리지대에서 수학했으며 영어 프랑스어 독일어에 능통하다. 스물세 살에 쓴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가 베스트셀러에 오르면서 세계적으로 유명해졌다. 알랭 드 보통 지음. 문학동네 펴냄.

◆ 류성룡, 나라를 다시 만들 때가 되었나이다

보수 성향 정치사회학자인 송복 연세대 명예교수가 임진왜란을 치러낸 유성룡의 리더십을 재조명했다. 유성룡은 치욕스러운 역사 현장에서 전시수상(영의정)과 군 최고사령관 격인 도체찰사로서 전쟁을 이끌었다.

저자는 유성룡의 활약을 토대로 임진왜란을 두 가지 시각으로 분석했다. 4년에 걸친 강화 협상을 통한 ‘조선분할저지전쟁’과 폐허가 된 나라에서 식량을 조달하는 ‘군량전쟁’이다. 유성룡이 조선을 분할하겠다고 엄포를 놓는 명나라 장수를 대할 때 강직함보다는 온유함을 내세우거나 백성을 약탈하지 않은 채 공명첩 등으로 군량 문제를 해결한 일 등을 소개한다. 문신인 권율을 육군 장군에 발탁한 일, 육군으로 경력을 쌓은 이순신을 수군에 천거한 일 등 인사와 관련한 리더십도 살펴본다.

저자는 ‘징비록’ ‘진사록’ ‘서애전서’에 나오는 보고서 형식 상소문과 예하 기관에 전달한 공문의 일종인 문이 등 총 549건에 이르는 자료를 빠짐없이 분석했다. 송복 지음. 시루 펴냄.

◆ 젤롯

세계적으로 명성을 얻고 있는 작가이자 종교학자인 레자 아슬란의 저서다. 테헤란에서 태어난 저자는 1979년 이란혁명 때 미국으로 이주해 지금은 캘리포니아대학에서 종교학과 문예창작학을 가르친다. 10대 때 복음주의 기독교에 심취했다가 모태신앙인 이슬람교로 개종했다. 교회의 틀에 갇힌 신적 존재가 아니라 유대의 독립과 민중을 위해 싸운 혁명가로서 예수의 면모를 조명한 논픽션이다. 저자는 수백 건에 달하는 저명한 학자들 저작을 근거로 예수가 당시 널리 퍼진 ‘젤롯(ZEALOT)’ 신념을 간직한 정치적 혁명가임을 강조한다.

복음서가 그리는 예수 모습이 혁명가와 거리가 먼 것은 유대인들이 로마 초기 기독교인들에게 선교하기 위해 복음서를 집필하면서 민족주의와 혁명주의 색채를 지웠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누가복음에는 열두 살 예수가 예루살렘 성전에서 히브리 성서 내용을 놓고 랍비들과 논쟁을 벌인 것으로 돼 있지만 그의 성장 환경과 당시 유대 농민 문맹률이 97%에 달한 점을 감안하면 예수는 문맹일 가능성이 높다는 내용도 나온다. 레자 아슬란 지음. 와이즈베리 펴냄.

◆ 메이드 인 경상도

페이소스 진한 작품들로 마니아층을 꾸준히 확보한 만화가 김수박이 동서 간 지역감정을 소재로 그려낸 만화. 경상도 토박이인 작가 특유의 유머감각이 녹아든 1980년대 경상도 풍경 속엔 지역감정의 뿌리가 고스란히 담겼다. 작가가 그리는 1980년대 경상도 일상은 ‘먹고 살기 바쁜’ 현장이다. 강한 사람만이 살아남을 수 있던 시대 1980년 광주의 경험을 묻는 주인공에게 아버지는 말한다. “묵고살아야 될 거 아이가?! 묵고살아야….”

작가는 “부모 세대와 내 세대가 살아온 세월 속에 갈등의 원인이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며 “한 아이의 관찰기를 통해 우리의 현재를 함께 느낄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지난해 11월부터 지난 8월까지 창비 문학블로그 ‘창문’에 연재된 이 만화는 선거철이면 화살처럼 쏟아지는 “경상도, 도대체 왜 그러냐?”라는 질문에 대한 경상도 토박이 작가의 대답이다. 김수박 지음. 창비 펴냄.

◆ 나의 한국현대사

스스로를 ‘프티부르주아 리버럴’이라고 부르는 유시민. 대중의 욕망이라는 키워드로 한국 현대사 55년을 기록했다. 그가 출생한 1959년부터 현재까지 현대사 주요 사건들을 큰 줄기로 삼았다. 어떤 시각과 기준으로 역사적 사실을 바라보느냐에 따라 역사 인식의 층위가 달라지기 때문에 끊임없는 역사 논쟁이 되풀이되고 있다. 저자는 충분한 대화와 소통으로 그 간격을 줄여나가고자 했다.
그는 냉정한 관찰자가 아니라 번민하는 당사자로서 현대사를 살핀다. 전작 ‘거꾸로 읽는 세계사’와 ‘내 머리로 생각하는 역사 이야기’ 저자답게 특유의 속도감 넘치는 필력으로 전개해 나간다. 이 책은 이승만 대통령 시절 부정 선거와 4·19혁명으로 인한 하야, 곧이어 일어난 5·16 군사쿠데타와 18년 군사독재, 산업화를 이루기 위한 경제 성장, 전두환 정권과 5·18 광주민중항쟁, 1970년대 반독재투쟁, 1980년대 민주화투쟁, 노태우·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 대북정책 등 굵직한 정치적 이슈를 다룬다. 유시민 지음. 돌베개 펴냄. 




◆ 2015년을 여는 책 50 / 삶의 격 ◆ 

인생의 큰 즐거움 중 하나가 먹는 것이다. 맛있는 요리를 먹을 때만큼 힐링이 되는 순간이 없다. 식도락가들이 쓴 책을 읽으며 맛의 세계에 빠져보자. 살과 돈이 좀 걱정이 된다면 이 책을 통해 대리만족하는 것도 큰 기쁨일 것이다.

◆ 백년식당
 기사의 0번째 이미지
요리사인 저자의 오래된 식당 탐방기. 해장국의 참맛을 이어가고 있는 ‘청진옥’에서 대구 ‘옛집식당’의 육개장, 부산 삼화고무의 전성기와 함께한 ‘할매국밥’, 스탠딩 갈비 바의 원조 ‘연남서서갈비’까지 세대를 이어 ‘백년식당’을 꿈꾸는 한국평 노포(老鋪)의 역사를 기록한 책이다. 1년여의 취재시간 동안 어렵게 찾아낸 18곳의 노포는 대를 이어 전수한 음식 맛의 비밀을 인심 좋게 내어준다. 오랜 세월을 버티고 맛을 지켜온 고집스러움과 함께 격변기의 사회사와 역사의 고단함, 갑남을녀의 아련한 기억들이 담겼다. 박찬일 지음, 노중훈 사진, 중앙M&B 펴냄.

◆ 킨포크 Vol.1
 기사의 1번째 이미지
예술가 커뮤니티 ‘킨포크’가 펴낸 감성매거진의 첫 번째 책. 이번 권에선 혼자 즐겁게 시간을 보내는 방법, 둘이서 혹은 가족이 함께 즐거움을 나누는 방법을 소개한다. 꽃꽂이 팁에서부터 종이 활용법, 여름에 어울리는 노래들, 그림파티 등 알찬 정보로 가득하다. 킨포크는 힐링이 되는 글과 사진으로 세계적으로 많은 인기를 끌었다. 글보다는 사진과 이미지로 설명하는 게 주다. 독자로 하여금 창조적 감성을 불러일으킨다. 킨포크매거진 지음, 김미란·최다인 옮김, 책읽는수요일 펴냄.

◆ 18세기의 맛
 기사의 2번째 이미지
인문학자 23명이 맛을 중심으로 18세기 세계사를 살피는 책. 당시는 먹고살기 위해 먹던 ‘먹을거리’에서 ‘맛’의 차원으로 변화하던 시기였다. 고급스러운 음식이 대중화되고 이국적 음식이 세계화됐다. 이 책엔 버터에 면죄부를 발행한 교황청, 악마의 작물이란 누명을 쓴 감자, 조리사를 이끌고 강남으로 맛 기행을 떠난 중국 황제 건륭제, 고추장에 푹 빠진 영조 등 이야기를 흥미롭게 풀어낸다. 조선에서 봄철에만 먹을 수 있는 복어는 중독사고가 많아 식용 여부를 두고 사대부들 사이에서도 논쟁이 뜨거웠다. 안대회 등 지음, 문학동네 펴냄.

◆ 요리를 욕망하다
 기사의 3번째 이미지
요리의 사회문화사. 최근 유명 요리사와 음식을 주제로 한 리얼리티 쇼가 인기를 끌고 각종 정보 프로그램엔 맛집 소개가 빠지지 않는다. 오늘날 요리가 어떻게 이와 같이 퍼포먼스로까지 진화했는지, 이런 행위의 연원과 문화적 맥락이 얼마나 밀접한지를 유쾌하면서 위트 있게 풀어낸다. 성서 ‘레위기’에서 자세히 다뤄질 정도로 과거엔 고기를 불에 굽는 행위가 일종의 의식이었다. 마이클 폴란 지음, 김현정 옮김, 에코리브르 펴냄. 





인간은 사유하는 동물이다. 밥벌이는 생존이지만 철학은 마음을 윤택하게 한다. 이 책들을 통해 팍팍한 일상 속에서도 인간의 존엄성과 존재의 의미를 찾아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고리타분하고 따분할 것 같지만 실제론 그다지 어려운 책들은 아니다. 한 페이지를 채 넘기기도 전에 잠들어버릴 염려는 잠시 붙들어 매고 도전해 보자.

◆ 삶의 격
 기사의 0번째 이미지
독일 최고의 철학 부문 에세이상 ‘트락타투스’ 2014년 수상작. 인간은 어떻게 자신의 존엄성을 지키며 품격 있는 삶을 살아갈 수 있는지에 대해 고찰한다. 저자는 일상생활과 문학, 영화 등 여러 작품에 나타난 사례를 근거로 존엄성이란 어떤 절대적인 속성이 아니라 삶의 방식, 즉 ‘삶의 격’이라는 주장을 펼친다. 우리가 자립성, 진실성, 가치 있는 삶에 대한 기준을 바로 세워 나갈 때 비로소 존엄성이 드러난다는 얘기다. 버클리·하버드·베를린자유대학 등에서 활발히 철학 연구를 해온 저자의 깊고 날카로운 통찰이 빛나는 책이다. 페터 비에리 지음, 문항심 옮김, 은행나무 펴냄.

◆ 걷기, 두 발로 사유하는 철학
 기사의 1번째 이미지
‘걷기’에 대해 인문학적으로 고찰한 책. 프랑스 파리12대학의 철학 교수이자 미셸 푸코 권위자인 저자는 걷기가 인간의 심신에 어떤 작용을 하는지, 삶에 얼마나 의미 있는 역할을 하는지 살핀다. 책에는 끔찍한 두통에 고통스러워하면서도 알프스의 질스마리아를 걷고 또 걸었던 니체, 유럽과 아프리카를 종횡무진 오갔던 시인 랭보, 몽상하는 고독한 산책자 루소 등 유명인의 다채로운 걷기를 소개한다. 충족감, 깨달음, 희열, 고통, 고독, 우울 등 갖가지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걷기는 인간 사유의 근육을 키워주는 하나의 철학이다. 프레데리크 그로 지음, 이재형 옮김, 책세상 펴냄.

◆ 정희진처럼 읽기
 기사의 2번째 이미지
국내 대표 여성학자인 저자가 8년 만에 내놓은 신작. 그가 2012년부터 2014년 봄까지 쓴 서평 중 79편을 선정해 펴냈다. 이청준의 ‘벌레 이야기’부터 앤드루 솔로몬의 ‘한낮의 우울’, 파이어스톤의 ‘성의 변증법’, 홉스봄의 ‘극단의 시대’까지 당대 우리 사회의 고통, 주변과 중심, 권력, 앎, 삶과 죽음이라는 문제를 고찰했다. 이 책에 담긴 79편의 독후감은 책 읽기를 통한 자기 탐구의 기록이자 우리 사회 통념과 상식에 대한 전복적 성찰의 기록이다. 정희진 지음, 교양인 펴냄.



◆ 철학자와 하녀
 기사의 3번째 이미지
하루하루를 법 없이도 살아가는 선량한 소시민 ‘하녀’들에게 헌정하는 철학서. 저자는 무력감에 빠진 마이너리티들에게 철학이라는 도구를 안겨주고 나아가 하녀도 철학을 통해 자신의 삶과 사회의 삶을 다시 바라볼 수 있다고 전한다.

저자가 규정하는 철학은 불가능과 무능력, 궁핍과 빈곤을 양산하고 규정하는 모든 조건에 맞서 분투하는 것이다. 그리스 신화부터 현대 철학의 중요한 개념들, 형제복지원을 통해 본 ‘시설 사회’ 문제 등 당대 사건들까지 쉽게 해설했다. 개인적 경험과 일상 속에 철학적 질문과 명제들을 자연스레 녹이는 저자의 시각이 돋보인다. 고병권 지음, 메디치미디어 펴냄.

◆ 세상물정의 사회학
 기사의 4번째 이미지
세속이라는 현실을 향한 한 사회학자의 자전적 기록. 책에는 상식, 명품, 프랜차이즈, 불안, 종교, 이웃, 성공, 수치, 취미 등 세상 물정 이야기로 가득하다. 저자에 따르면 세상 물정 모르는 착한 바보로 살다가는 ‘좋은 삶’을 살 수 없다. 좋은 삶은 착한 삶과 동일하지 않다. 우리가 발 딛고 살고 있는 사회는 그렇게 만만하지 않다. 현실은 선한 의지만을 가진 사람을 겉으로 칭찬하지만, 그런 사람의 현실은 가난한 삶에 가깝다. 노명우 지음, 사계절 펴냄.


◆ 나무늘보가 사는 숲에서
 기사의 5번째 이미지
숲이 사라져 서식지를 잃은 나무늘보에게 헌정하는 팝업북. 인간의 무분별한 욕심이 자연에 어떤 피해를 낳게 되는지 시각적으로 보여주는 동시에 희망을 이야기하는 책이다. 숲속에서 쉬거나 놀고 있는 새와 고슴도치, 사람들이 등장한다. 많은 말을 담아내기보다는 시각적인 섬세함이 일품이다. 나무늘보를 주인공으로 설정했지만 이 책에 나오는 모든 생명체를 평등하게 그려놨다. 프랑스 출산 삽화가인 저자의 재치가 넘친다. 아누크 부아로베르·루이 리고 지음, 이정주 옮김, 보림 펴냄.




◆ 2015년을 여는 책 50 / 자본주의의 미래 ◆ 
 기사의 0번째 이미지
부(富)의 양극화와 불평등이 심화되는 것은 어제오늘 이야기가 아니다. 그러나 체감하는 사회적 불만은 눈에 띄게 높아지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후 자본주의 모순과 문제에 대한 반성이 이어지고 있는 이유다. 세계적인 석학들도 500년간 이어져 온 자본주의 체제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기 시작했다. ‘자본주의 위기의 원인은 무엇인가’ ‘자본주의 대안과 미래는 무엇인가’ 또 ‘기업과 정부는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가’. 2015년 서점가 풍경 역시 한국 자본주의 본질과 방향에 대한 질문과 응답이 이어질 것이다.

◆ 21세기 자본
 기사의 1번째 이미지
지난해 국내에 자본주의 논쟁을 촉발시킨 주인공이다. 저자인 토마 피케티 파리 경제대 교수는 “돈이 돈을 버는 속도가 경제 성장 속도보다 빠르다. 자본주의 아래에서 부자는 더 부유해지고 가난한 자는 더 가난해질 수밖에 없다”고 꼬집는다. 120여 년 전 카를 마르크스 말을 연상시키는 대목이다. 700여 쪽이나 되는 피케티 책은 출간되자마자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주장하는 요지는 이렇다. 세계의 부와 소득이 미국을 비롯한 서방 선진국의 일부 극소수 부자에게 편중되어 있어서 이대로 두면 국가별 소득 불평등 수준이 위험 수위를 넘게 되고 그래서 전쟁과 혁명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는 이야기다. 결국 21세기 자본주의는 큰 위기에 처할 수밖에 없다. 이를 예방하려면 선진국이 앞장서서 부자들 소득에 대해 80%까지 세금을 매겨 환수해야 하며 부자들 엑소더스를 막기 위해 국제적으로 동시에 실시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토마 피케티 지음. 글항아리 펴냄.

◆ 시골빵집에서 자본론을 굽다
 기사의 2번째 이미지
일본 가쓰야마라는 시골마을 빵집주인 와타나베 이타루가 쓴 책이다. ‘이윤 남기지 않기’를 모토로 내걸고 일주일에 사흘은 가게를 닫는, 천연효모만으로 빵을 굽는 착한 빵집 ‘다루마리’는 잔잔한 반향을 일으켰다. 책에서 저자는 마르크스 ‘자본론’과 천연균-발효를 접목시킨다. 균형은 순환 속에서 유지되는 것이며 균에 의해 발효와 부패가 일어나야 하는데, 현실은 자연의 섭리를 일탈한 부패하지 않은 음식, 즉 부패와 순환하지 않는 돈이 자본주의의 모순을 낳았다고 꼬집는다. 와타나베 이타루 지음. 더숲 펴냄.

◆ 한국자본주의
 기사의 3번째 이미지
저자인 장하성 고려대 교수는 자타가 공인하는 한국 기업 지배구조 개편 전문가. 2006년 ‘장하성 펀드’로 불린 ‘기업지배구조개선 펀드’를 주도했으며, 지난 18대 대선에서는 안철수 대통령 예비후보 정책 총괄을 맡는 등 이론과 실천력을 갖춰온 지식인으로 손꼽힌다. 그는 단적으로 피케티 주장은 한국 현실과 맞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근거는 피케티 교수가 선진 자본주의 국가들의 광범위한 통계자료를 기반으로 삼아 논증하고 있다는 점이다. 장 교수 주장에 따르면 한국을 포함한 신흥시장 국가들에서 자본수익률이 성장률을 늘 앞선다는 피케티의 부등식은 반드시 성립하지 않는다. 특히 그는 우리 경제체제가 여전히 시장경제의 기본도 갖추지 못한 기형적 상태에 머물고 있다고 지적한다. 고용과 임금, 분배에 대한 고려가 없는 3무(無) 상태라는 것. 따라서 우리 사회에선 적극적인 노동·임금정책이 더 시급하고 견제받지 않는 재벌 총수의 ‘황제 경영’에 메스를 들이대는 것이 더 시급하다는 결론을 내놓는다. 장하성 지음. 헤이북스 펴냄.

◆ 장하준의 경제학 강의
 기사의 4번째 이미지
장하준 영국 케임브리지대 교수가 쓴 지금 우리를 위한 새로운 경제학 교과서다. 30여 년간 유일한 경제학적 진리로 군림하면서도 글로벌 금융위기에 아무 해법도 내놓지 못하는 신고전주의 경제학에서 벗어나 다양한 경제학적 접근법을 소개한다. 경제와 경제학을 바라보는 새로운 안목을 제시한다.

1부에서는 경제란 무엇이고 경제학을 왜 알아야 하는지를 이야기한다. 신고전주의를 비롯해 고전주의, 마르크스학파, 오스트리아학파, 케인스학파, 슘페터학파, 개발주의, 제도학파, 행동주의 등 9가지 주요 경제학파를 소개하고 장단점을 조목조목 설명한다. 경제학에 익숙해지고 난 뒤에는 우리 생활과 밀접하게 관련된 일, 즉 실업과 불평등, 빈곤 등을 비롯해 정부와 기업의 역할, 국제 무역 등 거시경제까지 아우르며 ‘경제학 사용법’을 알려준다. 가볍고도 재미있는 ‘사용자 친화적’인 경제가이드북인 셈이다. 장하준 지음, 부키 펴냄. 


‘뉴 노멀(new normal)’은 패러다임 변화에 따른 새로운 기준을 말한다. 기존 기준은 ‘올드 노멀’로 퇴색된다. 예컨대 중국 등 신흥국 부상을 ‘뉴 노멀’이라고 한다면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이 주도한 국제 경제 질서는 ‘올드 노멀’이라 부른다. 올드 노멀에서 ‘경쟁’을 중시했다면 뉴 노멀 시대는 ‘경쟁’ 대신 ‘협력’이 중요하다.

◆ 경쟁의 배신
 기사의 0번째 이미지
원하는 상대와 결혼에 골인했다 해도 행복이 보장되는 걸까. 결혼 이후 삶 또한 기나긴 전투다. 집안일 분담에서 배우자의 성공까지 끊임없는 비교가 시작된다. 나의 희생에도 불구하고 상대에게서 제대로 된 보상을 받지 못하면 불륜까지 이어지는 사례가 많다. 결혼 생활을 유지하기 위한 가장 중요한 미덕은 ‘경쟁’이 아닌 ‘협력’인 셈이다. 이 책은 결혼과 과학, 언론, 교육, 스포츠, 종교, 영화, 음악, 건축에 이르는 모든 분야에서 ‘경쟁’이 어떤 모습을 양산하는지 광범위한 생생하게 그려낸다. 그리고는 “지나친 경쟁은 누구도 승자로 만들지 않는다”고 단언한다. ‘슈퍼 협력자’들이 세상을 움직이게 될 것이라는 예언이다. 마거릿 헤퍼넌 지음, 알에이치코리아 펴냄.

◆ 바른 마음
 기사의 1번째 이미지
왜 빈민층은 우파를 지지할까. 뉴욕대학 스턴경영대학원 교수인 조너선 하이트는 이 질문에 대한 답을 ‘도덕’에서 찾는다. 선거에서 좌파는 남에게 끼치는 피해와 공평성을 이야기하지만 우파는 충성과 권위, 고귀함 등을 자극한다. 이 때문에 빈민층은 공평한 사회를 원하지만 충성과 권위 등 도덕적 가치가 무너지는 것을 두려워해 우파에게 표를 던진다는 것이다. 도덕은 이처럼 양날의 칼이다. 사람들을 뭉치게도 하고 두 눈을 가리기도 한다. 인간 본성은 본래 도덕적이기도 하지만, 도덕적인 체하고 비판을 잘한다. 도덕이란 개인의 윤리 혹은 착한 성격으로 좁게 이해될 수도 있지만 집단적인 힘과 리더십 문제, 개인의 행복이나 취향 차원에서도 어떤 신념보다 강력한 요인이라고 저자는 주장한다. 조너선 하이트 지음, 웅진지식하우스 펴냄.

◆ 한계비용 제로 사회
 기사의 2번째 이미지
‘노동의 종말’이란 책으로 자본주의 위기를 예언한 세계적인 미래학자 제레미 리프킨은 ‘협력적 공유사회’라는 새로운 경제 시스템이 세계 무대에 등장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이 패러다임은 이미 우리 경제생활에 큰 변화를 가져다 주고 있으며 신규 사업과 수백만 개 일자리를 창출하고 소득 격차를 줄여 글로벌 경제의 민주화를 촉진하고 환경지향적인 사회를 정립한다는 것이다. 특히 사물인터넷(IoT) 플랫폼은 커뮤니케이션 인터넷, 에너지 인터넷, 물류 인터넷이 결합한 형태라고 정의한다. 세계적으로 크고 작은 돌풍을 일으키는 ‘공유경제’ 실험들도 주목할 만한다. 소유 중심의 교환 가치에서 접속 중심의 공유 가치로 옮겨 가는 모습이 새로운 경제 시대를 이끌 기술적·사회적 동력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제레미 리프킨 지음, 민음사 펴냄.

◆ 신호와 소음
 기사의 3번째 이미지
저자인 네이트 실버는 2012년 본인 정치 블로그를 통해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재선될 것을 족집게처럼 맞혀 일약 스타가 됐다. 여론조사기관과 언론마저 무릎 꿇린 일개 블로거의 날카로운 예측력이었다. 이 책은 그가 대선 직전에 본인 통계학과 예측 철학을 담아 출간한 책이다. 빅데이터 시대에 우리는 어마어마한 정보에 둘러싸여 산다. 그 속에서 진짜 신호를 찾아내지 못한다면 미래를 예측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실제로 9ㆍ11테러, 금융위기, 후쿠시마 원전사고 등 대사건이 발생하기 전 수많은 신호들은 무시됐다. ‘21세기형 점쟁이’는 자신이 ‘베이즈 정리’ 통계학을 기반으로 어떻게 잘못된 정보(소음)를 거르고 진짜 의미 있는 정보(신호)를 찾아내는지 흥미진진하게 알려준다. 네이트 실버 지음, 더퀘스트 펴냄.

◆ 사회를 바꾸려면
 기사의 4번째 이미지
2011년 3월 동일본 대지진 여파로 일본 후쿠시마 제1원전에서 방사능 물질이 유출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일본 정부는 1년 뒤 중단됐던 원전을 재가동하기로 결정했고 이런 계획이 알려지자 시민 10만여 명이 일본 총리관저 앞에서 시위를 벌였다. 저자인 오구마 에이지 게이오대 역사사회학 교수는 사람들이 거리로 나오는 것은 현대 사회에서 필연적일 수밖에 없다고 설명한다. 껍데기만 남은 투표권에 만족해선 안 된다는 것이다. 시민들에게 행동의 필요성을 어떻게 설득하고 조직해낼 것인지 구체적인 방법론도 제시하고 있다. 오구마 에이지 지음, 동아시아 펴냄.

◆ 불황 10년
 기사의 5번째 이미지
“집을 살까요, 말까요?” “산다면 어떤 집이 좋을까요?” “창업해도 괜찮을까요” 등 청년과 중년 사이인 30대는 모든 게 고민스럽다. 혼자서 끙끙 앓거나 어설픈 지인을 동원해 숙제를 풀어 보려 하지만 뭔가 개운치가 않다. ‘88만원 세대’ 저자인 경제학자 우석훈은 바로 불황이라는 거대한 사막을 건너는 30대를 위해 생활경제 안내서를 펴냈다. 부동산 투자부터 창업ㆍ육아까지 실전 팁이 쏠쏠하다. 우석훈 지음, 새로운현재 펴냄. 



[특별취재팀 = 배한철 기자 / 전지현 기자 / 이향휘 기자 / 김슬기 기자 / 이기창 기자]



참고
2014년을 여는 책 50 선정도서

※ 교보문고·매경 공동선정

 "책은 한 권 한 권이 하나의 세계다." 영국 시인 윌리엄 워즈워스가 한 말이다. 책은 새로운 세계를 만나게 해주는 통로이자 선생이다. 새해를 맞아 새로운 다짐을 품고 있을 이들에게 50권의 책을 추천한다. 책과 함께 새해를 여는 것은 앞으로 1년을 맞는 가장 현명한 선택일지 모른다.

매일경제와 교보문고는 각 분야 전문가 16명에게 도움을 받아 2014년 키워드 다섯 가지를 선정했다. 각 키워드를 읽을 수 있는 책 10여 권도 골랐다. 올해를 여는 책 50권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어제까지의 세계' '불평등의 대가' '부드러운 혁신' '디어 라이프' '개인의 취향'이다. 50권은 전문가들이 세심하게 선정한 '2013년 최고의 책' 목록이기도 하다.

첫 번째 키워드는 '어제까지의 세계'다. '총ㆍ균ㆍ쇠' 저자인 제레드 다이아몬드는 저서 '어제까지의 세계'에서 원시부족 사회를 통해 현대인의 문제를 풀 오래된 지혜를 엿봤다. '1913년 세기의 여름'(플로리안 일리스), '병자호란'(한명기), '이젠 없는 것들'(김열규), '폭격'(김태우)도 우리가 잃어버린 역사에 대해 질문하는 책이다.

또한 불투명한 미래를 헤쳐나가는 방법은 '부드러운 혁신'에 있다. '심플러'(캐스 선스타인), '기브앤테이크'(애덤 그랜트), '디지털 치매'(만프레드 슈피처)는 보다 단순해지고, 이타적인 방법으로 혁신을 이루는 법을 알려준다. '강신주의 감정수업'은 "이성보다는 감성에 충실하라"고 조언한다.

세계적인 경제학자 조지프 스티글리츠는 '불평등의 대가'라는 책으로 이 시대를 읽어냈다. 지구촌이 불평등 그늘에서 신음했던 한 해, 이 책은 묵직한 화두를 던졌다. '우리는 왜 불평등을 감수하는가'(지그문트 바우만), '정글만리'(조정래), '선진국의 역습'(매일경제 세계지식포럼사무국), '플루토 크라트'(크리스티아 프릴랜드), '사람을 위한 경제학'(실비아 나사르)은 불평등을 해결할 방법과 부의 비밀을 알려준다.

아름다운 문학은 '소중한 삶(Dear Life)'을 선물해준다. 앨리스 먼로의 '디어 라이프', 황현산의 '밤이 선생이다', '알랭 드 보통의 영혼의 미술관'은 깊이 있는 통찰과 영롱한 언어의 진수를 맛보게 해준다. '배를 엮다'(미우라 시온), '시를 어루만지다'(김사인), '수학자의 아침'(김소연)도 함께 권한다.

독신 시대가 열렸다. 마지막 키워드로는 '개인의 취향'을 선정했다. '혼자 산다는 것에 대하여'(노명우), '고잉 솔로 싱글턴이 온다'(에릭 클라이넨버그), '아무래도 싫은 사람'(마스다 미리)은 홀로 사는 즐거움에 대해 말하는 책이다. '연필 깎기의 정석'(데이비드 리스), '깃털'(소어 핸슨), '서민의 기생충열전'(서민), '아비 바르부르크 평전'(다나카 준)은 소소한 취향에서 '우주'를 발견하는 사람들 이야기다. 선정된 책은 오늘자 특집 지면을 통해 소개되고 교보문고ㆍ오프라인 특설매장에서 독자들과 만난다. 

[김슬기 기자]
[특별취재팀=전지현 기자 / 이향휘 기자 / 김슬기 기자 / 이선희 기자 / 이기창 기자]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