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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12월 24일 수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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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不信의 그늘…외면받는 대통령 도서관

입력 2014-12-23 20:58:45 | 수정 2014-12-24 09:50:42 | 지면정보 2014-12-24 A33면
운영주체 못구한 'YS도서관'
서울대·중앙대에 운영 타진…비용·정치적 부담 이유 '난색'

美 대학은 유치경쟁 치열
'오바마 도서관' 벌써 4곳 경합…한국 민주주의 미성숙 지적도
내년 4월 서울 상도동에 지하 4층, 지상 8층 규모로 문을 여는 ‘김영삼 대통령 기념 도서관’(사진)이 운영 주체를 구하지 못하고 있다. 도서관을 짓고 있는 ‘김영삼 민주센터’가 김 전 대통령의 모교인 서울대와 도서관 인근의 중앙대에 운영을 맡아 달라고 의뢰했지만, 두 대학은 운영비 문제와 정치적 부담을 이유로 난색을 표하고 있다. 전직 대통령 기념 도서관조차 운영주체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한국 민주주의가 성숙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영삼 도서관은 김 전 대통령의 민주화 정신 등을 기념하기 위해 2012년 4월 첫 삽을 떴다. ‘전직대통령 예우에 관한 법률’에 의해 건립비의 30%를 국고에서 지원한다. 당초 지난해 6월 완공 예정이었는데, 재원 문제 등으로 완공이 미뤄지는 우여곡절을 겪었다.

도서관이 완공되더라도 내년부터는 국고 지원이 끊겨 운영비를 자체적으로 마련해야 한다. 이미 김 전 대통령이 출연한 사재와 모금액 등을 건립 공사에 투입한 김영삼 민주센터 측은 여력이 없는 상태다.

김영삼 민주센터가 서울대와 중앙대에 운영을 맡아달라고 ‘부탁’한 이유도 이 때문이다. 민주센터 관계자는 “대학처럼 공공성을 갖추고 있으면서 학문연구를 수행하는 곳이 운영을 맡는 게 가장 이상적”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대학들은 아직 뚜렷한 답을 내놓지 않고 있다. 김영삼 민주센터 부이사장인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까지 나서 성낙인 서울대 총장 등 두 학교 고위층과 접촉하고 있지만, 연간 8억원에 달하는 운영비를 감당하기 어렵다는 양교 실무진의 반대가 적지 않아서다.

대학들은 전직 대통령 도서관이 갖는 정치적 의미에 대해서도 부담스러워하는 눈치다. 한 서울대 교수는 “서울대 출신인 YS가 하나회 척결이나 금융실명제 실시와 같은 업적이 있지만, 어쨌거나 IMF 외환위기를 막지 못했던 만큼 논란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대통령 도서관은 김영삼 도서관뿐만이 아니다. 서울 상암동에 2012년 개관한 박정희 도서관은 공공도서관 위탁운영을 둘러싼 서울시와의 갈등으로 전시관만 열어 놓고 있다. 2003년 문을 연 김대중 도서관도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에 따라 2010년께 장서 대부분을 연세대 중앙도서관으로 옮겼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고향인 경북 포항에 있는 한동대는 지난 10월 기념 도서관 건립을 추진했다가 총학생회 등의 반발로 논란에 휘말리기도 했다.

한국과 달리 미국의 대통령 도서관은 지역사회의 자랑거리가 된 지 오래다. 미국 대통령을 기념하는 첫 도서관은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이 1939년 자신의 공문서, 편지 등을 국가에 기증해 건립됐다. 1955년엔 대통령도서관법도 제정됐다. 이후 조지 W 부시에 이르기까지 대통령 퇴임을 전후로 도서관을 짓는 게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았다. 현직인 버락 오바마 대통령 기념도서관 유치엔 벌써부터 시카고대, 컬럼비아대 등 4개 대학이 뛰어들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내가 싫어하던 대통령이라도 기념하는 것을 용인하는 ‘관용’이 부족해 생긴 문제”라며 “한국 민주주의 미성숙의 한 단면”이라고 논평했다. 강원택 서울대 교수도 “우리가 이룬 경제성장과 민주주의 발전에 대한 기념이란 점에서 대승적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정치를 냉소와 불신의 대상으로 만들어 놓은 정치권과 대통령이 짊어져야 할 멍에”라는 지적도 나온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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