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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1월 15일 목요일

반퇴시대, 퇴직쓰나미, 2차 베이비붐 세대, 에코 베이비붐 세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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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해도 못 쉬는 '반퇴시대' 왔다

[중앙일보] 입력 2015.01.15 01:25 / 수정 2015.01.15 07:34

반퇴시대 <1> 노후설계는 가족설계다
정년퇴직 뒤 노후 20~30년 생계 위해 일해야
60년대생 포함 해마다 퇴직자 80만 명 쏟아져
"임금피크제 등 실질적 정년연장 대책 필요"


현대중공업은 14일 과장급 이상 사무직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는다고 발표했다. 대상은 1500여 명에 이른다. 사무직 전체 직원 1만여 명의 15%에 해당한다. 262명이던 그룹 내 조선 3사의 임원 숫자도 31%(81명) 줄였다. 지난해 3분기까지 3조2000억원에 달하는 누적 적자를 낸 데다 내년부터 정년이 55세에서 60세로 연장되는 데 따른 비상조치다. 현대중공업뿐만이 아니다. 경기 침체에 정년 연장이란 ‘복병’이 만나 국내 산업 전반에 50대 퇴직 바람을 몰고 오고 있다. 지난해 KT가 8000여 명, 은행·증권·보험이 5000여 명 감원 했다.

 그러나 최근 50대 조기 퇴직은 앞으로 5년 후 덮칠 ‘퇴직 쓰나미’에 비하면 예고편에 불과할 수도 있다. 1955~63년생 1차 베이비부머 세대(710만 명·14.3%)의 퇴직 쇼크가 가시기도 전에 2차 베이비붐 세대인 68~74년생(604만 명·12.1%) 퇴직이 바로 이어진다. 그 뒤엔 1차 베이비부머의 자녀인 에코 베이비붐 세대(79~85년생 540만 명·10.8%)가 기다리고 있다. 55~85년생 퇴직이 30년 동안 숨 돌릴 틈 없이 이어진다는 얘기다. 특히 인구 비중이 높은 ‘386세대’(60년대에 태어나 80년대 대학을 다녔고 30대였던 90년대 진보정권 탄생을 주도한 세대)의 선두주자인 60년생이 만 60세가 되는 2020년 전후엔 법정 정년으로 퇴직할 인구가 한 해 80만 명이 넘는다. 여기다 구직 시장을 떠나지 못한 조기 퇴직자까지 엉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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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86세대부터는 평균수명도 높아졌다. 2013년 생명표 기준으로 기대여명은 평균 81.9세(남 78.5세, 여 85.1세)에 이른다. 전광우(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 연세대 석좌교수는 “사고나 중대 질병을 겪지 않으면 90세까지 살 수 있다는 의미”라 고 지적했다. 이러다 보니 퇴직하고도 은퇴하지 못하고 수십 년 구직 시장을 기웃거려야 하는 ‘반퇴(半退) 시대’가 일상이 됐다. 본지가 지난해 12월 만 40~59세 국민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에서도 이런 변화가 감지된다. 

앞으로 30년간 퇴직 쇼크 … “노후 준비 패러다임 바꿔야”

이미 퇴직을 경험한 55~59년생 다섯 중 네 명이 지금도 일을 하고 있다고 답했다. 국내 민간기업의 실질 퇴직연령이 평균 53세를 갓 넘긴다는 점을 고려하면 퇴직자 상당수가 재취업·창업·귀농 등을 통해 구직 시장을 떠나지 않은 셈이다. 

 서울시 은평구 의 서울인생이모작지원센터. 2년 전 대기업에서 명예퇴직한 고영수(56)씨는 요즘 도심에서 고부가가치 과일이나 채소를 재배하는 도시농업 기술을 익히고 있다. 고씨는 “중소기업으로 눈높이를 낮춰 여기저기 원서를 내봤지만 오라는 곳이 없었다”며 “함께 퇴직한 동료들도 비슷한 처지”라고 말했다. 요즘 이 센터는 고씨처럼 재취업이나 새 일거리를 찾아 나선 50대들로 북새통을 이룬다. 원창수 서울인생이모작지원센터 사무국장은 “2013년 2월 문을 연 지 2년도 안 돼 센터를 찾은 상담자가 1만 명을 넘어섰다”며 “올해는 지난 2년의 두 배로 늘 것에 대비해 예산도 지난해 20억원에서 35억원으로 늘렸다”고 말했다. 

 그러나 국내 제도와 관행은 여전히 고도성장기에 맞춰져 있다. 내년부터 정년이 연장된다고는 하나 실제 정년이 늘어나자면 임금피크제나 시간제 일자리 활성화 등 후속 대책이 따라줘야 한다. 김동원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현재 진행되고 있는 노동시장 개혁이 이뤄지지 않은 채 386세대의 퇴직 쓰나미를 맞는다면 좌우 이념대립 못지않게 세대 간 갈등이 불거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반퇴 시대가 장기화하면 경기회복도 요원해진다. 무직과 비정규직을 오가며 30년을 버텨야 하는 반퇴 시대 퇴직자들이 많아지면 안 그래도 위축된 소비가 꽁꽁 얼어붙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특별취재팀=김동호·김기찬 선임기자 
박진석·박현영·염지현·최현주·박유미·김은정 기자 hope.banto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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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억 은퇴자산 9년도 못 버틴다

[중앙일보] 입력 2015.01.16 01:39 / 수정 2015.01.16 09:53

반퇴 시대 <2> 수입 안 끊기게 재테크 하라
자녀 둘 교육·결혼비 쓰고
월 생활비 238만원에 살면
55세 가장, 반퇴 30년 캄캄
"매달 수입 있게 노후 설계를"


그동안 재테크는 말 그대로 돈을 모으는 기술이었다. 금리가 높았기 때문에 목돈을 굴릴수록 유리했다. 부동산 불패 신화도 통했다. 그러나 반퇴 시대엔 더 이상 이런 공식이 작동하지 않는다. 본지가 15일 시뮬레이션해 본 결과에 따르면 재산을 은행예금과 부동산만으로 굴려선 30년 반퇴 시대를 건널 수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평균적인 50대 한국인 김한국(55·가상 인물)씨 사례를 보자. 재산(총재산-부채)은 ‘삼성생명 은퇴백서’ 설문조사 결과에서 도출된 50대 평균 순자산(4억5077만원)을 감안해 5억원으로 가정한다. 하지만 이 돈을 모두 노후설계에 쓸 순 없다. ▶통계청이 조사한 50대 평균 자녀 교육비 5년치(2500여만원)와 ▶한국소비자원이 조사한 아들·딸 2인의 평균 결혼비용 2억5000여만원을 빼니 2억2500만원이 남았다. 삼성생명 설문조사에 따르면 퇴직자 월평균 생활비는 238만원이었다. 은행 예금금리는 지난해 11월 평균치인 연 2.1%, 물가상승률은 지난해 소비자물가 상승률 1.3%를 적용했다. 이를 토대로 추산해보니 김씨는 부동산까지 모두 노후자금으로 투입한다고 해도 9년 뒤면 빈털터리가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병원비 등 예상치 못한 지출은 감안하지 않은 결과다. 물론 62세가 되는 7년 뒤부터는 국민연금을 받을 수 있지만 현 상태로는 30년을 버티기엔 턱없이 부족하다.

 5억원 대신 50대 평균 순자산 4억5077만원을 적용하면 반퇴 자산은 1억7500만원으로 줄어 생활비 고갈 시점도 ‘7년 뒤’로 더 앞당겨진다. 김씨가 교육비나 결혼자금을 한 푼도 안 쓴다고 해도 은행예금에만 넣어두면 16년밖에 못 버틴다. 부동산을 팔거나 주택연금의 담보로 넣지 않는다면 생활비 소진 시점은 훨씬 빨리 온다. 김진영 신한은행 미래설계센터장은 “지금까지는 부모가 살던 집 한 채는 유산으로 여겨 정리하지 않았지만 이젠 유산이 아니라 노후설계에 투입할 가용자원으로 인식을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재테크 공식이 바뀐 만큼 은행 예·적금과 부동산에 대한 집착도 버려야 하지만 국내에선 여전히 부동산 역모기지에 대한 인식이 부정적이다. 이를 바꾸지 않고선 반퇴 시대 노후설계 자체가 불가능해졌다.

 위험 부담을 안고 투자에 나서는 것도 불가피해졌다. 시뮬레이션 결과 4억5077만원으로 30년을 쪼개 쓰자면 최소한 수익률이 연 6.6%는 돼야 한다. 은행 예·적금으론 불가능해 중위험·중수익 투자상품이나 해외 투자로 눈을 돌려야 한다. 긴 기간 동안 돈을 분산시켜 수입이 끊기지 않게 관리하는 기술도 중요해졌다. 매달 일정액의 생활비가 꾸준히 월급처럼 손에 들어올 수 있도록 ‘돈의 흐름’을 잘 관리해야 한다는 뜻이다. 김 센터장은 “상당수의 50대가 옛 방식의 재테크를 고집하는데 이러다간 낭패를 볼 수 있다”며 “‘세상이 달라졌고 나는 아무것도 모른다’는 자세를 갖지 않으면 30년 반퇴 시대를 넘기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특별취재팀=김동호·김기찬 선임기자
박진석·박현영·염지현·최현주·박유미·김은정 기자 hope.banto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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