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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1월 27일 화요일

‘2015 한경 대학 최고위과정 평가’ 관련 기사/ 김태호 기자




한경, 2015 대학 최고위과정 평가

"文·史·哲로 통찰력 갖추자"…인문과정, 경영 이어 입학 선호 2위

입력 2015-01-26 20:47:34 | 수정 2015-01-27 04:19:22 | 지면정보 2015-01-27 A5면
서울대 인문학과정 1위…홍익대 현대미술 뒤이어
네트워크 구축보다 '수업의 質' 최우선 고려
인문학은 ‘취업에 도움이 별로 안 된다’는 이유로 대학 학부에서 외면받고 있지만 최고위과정에서는 주목받는 학문으로 나타났다. ‘문사철(文史哲, 문학·역사·철학)’을 통해 통찰력을 익힌 리더들이 기업 경영에서 돋보이는 성과를 내고 있다는 산업계의 인식에다, 고도 성장기 기업에서 젊은 시절을 보낸 간부들의 학문적 소양 쌓기에 대한 욕구 등이 더해지면서 이 같은 결과를 가져왔다는 분석이다.


‘2015 한경 대학 최고위과정 평가’에서 설문에 응답한 최고경영자(CEO) 등 기업 간부와 고위직 공무원 등 322명 가운데 16.1%(52명)가 1순위로 가고 싶은 최고위과정으로 ‘인문·문화계열’을 꼽았다. 205명(63.7%)이 선택한 상경계열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이번 평가의 조사대상이 상경계열 18개, 법·행정계열 13개, 인문·문화계열 4개임을 감안하면 높은 인기를 얻은 것이다.

‘인문·문화계열’ 과정을 운영하는 4개 대학 중 서울대 인문대학의 최고지도자인문학과정이 응답자들이 가장 선호하는 곳으로 꼽혔다. 홍익대 미술대학원 현대미술최고위과정이 2위, 숭실대 중소기업대학원의 문화예술최고위과정과 동국대 불교대학원 불교경영자최고위과정이 그 뒤를 이었다.

1위를 차지한 서울대 최고지도자인문학과정은 기업인 사이에서 ‘AFP’(ad fontes program·‘원천으로 돌아간다’는 뜻의 라틴어)로 불린다. 2007년 8월 개설한 이 과정은 인간과 문화에 대한 원천적인 이해를 추구하는 인문학을 통해 최고의 리더를 양성하는 것을 교육 목표로 삼고 있다. 조사에 참여한 기업인 절반이 이 과정의 최고 장점을 ‘교육 내용 및 다양한 정보’로 꼽을 만큼 커리큘럼이 탄탄하다. 훈민정음에서부터 바이올린 이야기, 도스토예프스키의 문학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인문학적 지식을 가르친다.

홍익대 현대미술최고위과정은 대학가에서 가장 오래된 미술 분야 특화 최고위과정이다. 올해 18년째 운영되고 있고 37기 신입 원우를 모집할 예정이다.

주태석 홍익대 미술대학원장은 “기업인, 공직자, 그림 경매시장에 관심 있는 사람들, 화랑 주인들, 글을 쓰는 작가까지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이 ‘문화’를 배우려고 최고위과정에 등록한다”며 “네트워크보다는 배움의 욕망을 가진 사람이 많고, 학교 측에서도 이들이 원하는 강사를 초빙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문·문화계열’ 최고위과정이 인기를 끄는 이유는 이 분야에 대한 공부가 기업 경영에도 큰 도움이 된다는 인식 때문이다. 스티브 잡스가 2011년 한 강연회에서 “애플 기술은 인문학과 결합돼 있다”고 발언한 이후 기업인은 물론 일반인들도 인문학 책을 사서 볼 정도로 열풍이 불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동양사학 전공),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서양사학 전공) 등 재벌가 오너들이 인문학을 전공했다는 점도 이 같은 열풍에 한몫했다.

이번 조사에서 ‘인문·문화계열’을 선택한 기업인들은 다른 과정을 희망하는 응답자와는 수강 이유와 목적이 달랐다. ‘인문·문화계열’ 최고위과정 수강을 희망한 기업인들은 ‘교육내용’, ‘리더에게 필요한 소양 습득’ 등 수업의 질과 연결된 부분을 먼저 고려한다는 대답이 75%에 달했다.

‘상경계열’, ‘언론계열’, ‘법·행정계열’ 등의 최고위과정 평가조사에서 해당 분야를 선호하는 이유로 수강생 절반 이상이 ‘각계각층 인사 네트워크 구축’을 꼽은 것과는 다른 모습이다.

서울대 인문학과정을 수강한 주재성 우리금융경영연구소 대표는 “인문학 최고위과정 수강 이후 이 분야에 관심을 둔 사람들과 함께 모여 강사를 직접 초빙해서 자체 수업을 계속 이어가고 있다”며 “경영분야에서는 이미 업적을 이룬 사람도 많고, 은퇴를 앞둔 사람도 꽤 있어서 인문학적 소양 함양에 관심을 갖고 수업에 열중하는 수강생이 많았다”고 전했다.

김태호 기자 highkick@hankyung.com

http://www.hankyung.com/news/app/newsview.php?aid=2015012657961&meun=&nid=realti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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