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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1월 27일 화요일

“정부가 사상 통제”…문화계 ‘우수문학도서’ 선정기준 반발 확산





등록 : 2015.01.26 18:56
우수문학도서로 선정되었다가 뒤늦게 취소된 <재미동포 아줌마, 북한에 가다>의 지은이 신은미씨가 지난 10일 법무부 강제퇴거 명령으로 출국하기 앞서 인천국제공항에서 지인들과 작별 인사를 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의 우수도서 선정 기준에 대해 문단과 출판계의 반발이 끓어오르고 있다. 인천/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이념 치우치지 않은 순수문학’ 규정
작가회의·출판인회의 공동성명
“시대착오적 운영방침 철회” 요구
신은미씨 책 사태와 연관된 듯
문체부 “현재는 수정 가능성 없어”

문화체육관광부가 주관하는 우수도서(세종도서) 문학 분야 심사 기준에 “특정 이념에 치우치지 않은 순수문학 작품”이라는 규정이 포함된 데 대한 문학·출판계 반발이 본격화하고 있다.
한국작가회의(이사장 이시영)와 한국출판인회의(회장 윤철호)는 26일 공동성명을 내어 “문화체육관광부의 우수 문학 도서 잣대 속에는 국가 기관의 사상 통제와 검열이라는 구시대 발상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며 “시대착오적 운영방침과 발상의 철회를 강력히 요청한다”고 밝혔다.
두 단체는 ‘사상·표현의 자유 억압하고 출판 검열 획책하는 세종도서 운영방침을 즉각 철회하라’는 제목을 단 성명에서 “문화부의 운영방침은 민주주의 국가의 기본권인 ‘사상·표현의 자유’를 침해하고 있으며 더 나아가, 작가들의 상상력을 미리 제한함으로써 한국문학의 저변을 심각하게 위축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국의 대표적 문인 단체인 한국작가회의와 역시 대표적 단행본 출판사 모임인 한국출판인회의가 특정 사안에 대해 공동 성명을 발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국작가회의는 도종환의원실과 함께 세종도서 운영방침에 대한 국회 토론회를 열기로 했다. 정우영 한국작가회의 사무총장은 “세종도서 문학 분야 선정 기준의 문제점을 논의할 토론회를 열기로 합의했으며 일정과 형식 등 세부 사항을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문단과 출판계에서는 이밖에도 원로 문인 기자회견, 주요 문학 출판사들의 우수도서 신청 거부, 문인들의 우수도서 선정 신청 및 심사 참여 거부 방안을 논의하는 등 세종도서 심사 규정에 대한 반발이 커지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주 문제의 규정이 포함된 ‘2015년도 우수도서(세종도서) 선정사업 추진방향’을 밝혔다. 이에 따르면 문학 분야 도서 선정 기준은 “특정 이념에 치우치지 않은 순수문학 작품” “예술성과 수요자 관점을 종합적으로 고려, 우수문학의 저변 확대에 기여할 작품” “인문학 등 지식 정보화 시대에 부응하며 국가경쟁력 강화에 기여하는 도서”로 되어 있다. ‘세종도서’로 불리는 우수도서는 문학 분야와 함께 학술과 교양 분야 등 세 부문으로 되어 있는데, ‘특정 이념’ 여부를 심사 기준에 포함시킨 것은 문학 분야가 유일하다.
재미동포 작가 신은미씨의 책 <재미동포 아줌마, 북한에 가다>는 최근 종북 논란에 휘말려 우수문학도서 선정이 취소되었다.
세종도서 문학 분야 심사 기준에 “특정 이념에 치우치지 않은”이라는 표현이 들어간 것은 2013년 우수문학도서로 선정되었다가 이른바 ‘종북 논란’에 휘말려 얼마 전 선정이 취소된 재미동포 작가 신은미씨의 책 <재미동포 아줌마, 북한에 가다> 사태와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지난 연말 신씨의 북토크를 두고 ‘종북 콘서트’ 운운하며 마녀사냥 식 여론 몰이를 한 수구 언론이 문학·예술 분야의 좌파 잠식을 과장하며 대책을 촉구한 데 따른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와 관련해 원로 문학평론가 염무웅 영남대 명예교수는 “우리 문단에서 순수-참여 논쟁이 가장 치열했던 것이 1960년대였으니 반세기 동안 잠들어 있던 망령이 되살아나 세상을 어지럽히는 격”이라며 “이른바 ‘순수문학’을 주장한 이들이 대체로 부패한 권력에 빌붙은 어용 문인이라는 사실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문학·출판계의 반발과 논란에 대해 김일환 문체부 출판인쇄산업과장은 “해당 규정은 진보나 보수와는 관련 없이 역사를 왜곡하거나 사회 갈등을 조장함으로써 국민 세금으로 운영되는 사업 취지와 맞지 않는 작품을 걸러내기 위한 것”이라며 “세종도서 문학 분야 선정 사업이 하반기에 시행되는 만큼 추가로 논의하고 검토할 시간이 있지만 현재로서는 특별히 규정을 수정할 가능성은 없다”고 밝혔다.
최재봉 선임기자 b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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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출판인회의 "세종도서 운영방침 철회"

2015-01-26 11:39:52 게재
문화체육관광부 세종도서 선정사업의 '특정 이념에 치우치지 않는 순수문학' 기준을 철회하라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내일신문 1월 21일자 19면 참조> 한국작가회의와 한국출판인회의는 26일 '사상·표현의 자유를 억압하고 출판 검열을 획책하는 세종도서 운영방침을 즉각 철회하라'는 제목의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한국작가회의 등은 성명에서 "문학작품을 정권의 방침에 맞게 규제하고 제한하겠다는 의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낸 것"이라면서 "이 선정기준에서 지난날 폭력적인 억압으로 우리의 입과 귀와 생각을 규제한 군부독재 시대를 떠올리는 것을 누가 문학의 지나친 상상력이라 할 것인가"라고 주장했다.

한국작가회의 등은 '특정 이념에 치우치지 않는'이라는 기준에 대해 "모든 작가는 자신이 세계를 바라보는 '특정한 이념과 세계관'을 표현할 자유가 있다"면서 "문체부의 운영방침은 민주주의 국가의 기본권인 '사상·표현의 자유'를 침해하고 있으며 더 나아가 작가들의 상상력을 미리 제한함으로써 한국 문학의 저변을 심각하게 위축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이 기준은 출판의 가이드라인을 은연중에 제시함으로써 다양한 사상과 이념을 담은 작품들을 출판하고 그것을 동시대의 독자들과 공유할 출판인들의 자유와 권리마저도 원천적으로 봉쇄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순수문학'이라는 기준에 대해서는 1960년대의 철지난 '순수·참여 논쟁'을 떠올리게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작가회의 등은 "문학은 '순수'와 '참여'로 나눌 수 없으며 좋은 작품이란 그 자체로 '순수'하다"면서 "문학작품이 나름의 방식으로 세계에 개입하며 '참여'한다는 것은 이제 건전한 의식을 가진 독자라면 누구나 동의하는 상식"이라고 말했다.

한편 문체부는 '2015년도 우수도서(세종도서) 선정사업 추진방향'이라는 문건에서 문학분야 우수도서 선정기준으로 '특정 이념에 치우치지 않는 순수문학'을 명시했다. 이 기준은 올해부터 적용된다.

기사 원문 링크 :http://www.naeil.com/news_view/?id_art=137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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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계, '우수도서 선정기준' 반발‥"시대착오적 발상"

최종수정 2015.01.26 08:19기사입력 2015.01.26 08:08

[아시아경제 이규성 기자]문화계가 문화체육관광부의 '2015년 세종도서 우수도서' 선정 기준에 반발하고 나섰다. 최근 문체부의 '2015년 우수도서(세종도서) 선정사업 추진 방향' 운영지침'에 따르면 우수도서 선정 기준에 '특정 이념에 치우치지 않는 순수문학 작품', '인문학 등 지식정보화 시대에 부응하며, 국가경쟁력 강화에 기여하는 도서'라는 항목이 새로 추가됐다.

당초 '2014년 세종도서-문학나눔사업'을 진행한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의 '세종도서 심사위원회 운영지침'에는 “예술성과 수요자 관점을 종합 고려해 우리 문학 저변 확충에 적절한 작품”을 선정 기준으로 제시하고 있다. 즉 이번에 정부가 ‘특정 이념’과 ‘국가경쟁력’이라는 조항을 우수도서 선정 기준으로 제시, 논란을 일으켰다.

26일 한국작가회의, 한국출판인회의 등 문화계는 "세종도서 우수문학도서’ 운영 방침에는 현 정부의 문학에 대한 몰이해와 구시대적 발상이 단적으로 드러난다"며 "헌법에 보장된 사상·표현의 자유와 출판의 자유를 심각하게 훼손하고 있"고 반발했다. 문체부의 우수도서 사업은 교양ㆍ학술ㆍ문학 3개 부문 우수도서를 선정해 공공도서관과 사회복지시설 등에 배포하는 사업이다. 올해 142억원이 투입된다. 이에 문화계는 공동성명 및 각종 토론회 등을 통해 정부의 방침에 맞설 계획이다. 반면 문체부는 "이번에 내놓은 기준은 대안 중의 하나"라며 "각계의 의견을 수렴해 오는 3월 사업 공고 때 구체적인 심사 기준을 제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문화계는 이번 우수도서 선정 기준 변경이 '종북콘서트'로 논란이 된 재미동포 신은미씨 사태와 관련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신씨가 쓴 '재미동포 아줌마, 북한에 가다'는 2013년 문체부 우수문학도서로 선정됐다가 종북 논란에 휘말려 최근 선정 취소 및 회수 조치 당했다. 이어 문체부는 ‘2015년 세종도서-문학나눔의 선정 기준'을 변경, 특정이념 및 국가경쟁력을 제시하면서 정부와 문화계의 충돌이 불가피해졌다. 이와 관련, 한국작가회의 등은 새 기준이 문학작품에 대한 정부의 규제 잣대로 받아들이고 있다. 특히 한국작가회의는 "민주주의 국가의 기본권인 ‘사상·표현의 자유’를 침해하고, 작가들의 상상력을 미리 제한해 한국문학의 저변을 심각하게 위축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국출판인회의도 "우수문학도서 선정 기준은 출판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함으로써 다양한 사상과 이념을 담은 작품들을 출판, 동시대의 독자들과 공유할 출판인들의 자유와 권리마저 원천 봉쇄하게 될 것"이라고 반발했다.

문단은 이번 지침이 오래전에 폐기된, 철 지난 순수문학논쟁을 연상한다는 분위기다. 이시영 한국작가회의 이사장은 "모든 위대한 문학은 순수문학이며 참여문학이다. 순수와 참여를 가르는 이분법적 논쟁은 이미 60년대 초에 끝난 이야기"라며 "문체부의 기준은 정부에 우호적이지 않은 문학을 배격,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염무웅 영남대 명예교수 역시 "순수문학을 굳이 분별하려는 것은 덧없는 일"이라며 "60년대는 지금과 달리 문학이 사회적 의제의 공급원 노릇을 하던 시기였으므로 순수, 참여 논쟁은 문단을 넘어 사회 전반에 걸쳐 진보·보수 세계관을 대표하는 시금석으로 유통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금의 사회 의제는 정치·사회적 갈등과는 다른, 새롭고도 유례없는 도전에 직면해 문학이 자원의 고갈, 인구 폭발, 기후 변화, 종족 갈등, 빈부 격차 및 양극화 등의 문제와 맞서고 있다"고 강조했다.

전성태 작가는 "현재의 한국문학은 다양성의 가치와 의미를 존중하며 시대의 흐름 속에서 분투해 온 문학인과 출판인들이 힘겹게 쌓아 올린 자산이며 역사"라며 "현 정부는 소중한 우리의 문학적 성과와 출판의 역사를, 시대착오적 발상으로 돌연 수십 년 전으로 되돌리려 한다"고 설명했다.

"지금도 문단 바깥에는 순수문학 대 참여문학의 대립 구도가 고정관념처럼 남아 있다. 그 시각으로 오늘의 한국문학을 바라보는 사람들이 있다. 순수-참여논쟁은 벌써 반세기 전의 일이므로 오늘의 쟁점을 담아내기에는 시효가 지났다. 시인·작가들의 직접적인 관여를 요구하는 현실 사회의 호소와 압력은 언제 어디에나 존재해왔다. 문학의 현실 참여는 작가의 내면에서 솟아난 주체적 욕구이면서 동시에 외부 현실에서 가해지는 객관적 요구일 따름이다." 염무웅 교수의 의견이다.

이규성 기자 peace@asiae.co.kr


기사 원문 링크 : http://view.asiae.co.kr/news/view.htm?idxno=2015012306445090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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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에 대한 정부의 후진적 인식부터 극복해야"
김여란 기자 peel@kyunghyang.com
‘특정 이념에 치우치지 않는 순수문학’ ‘국가 경쟁력 강화 기여’같은 선정 기준이 포함된 정부 우수도서 사업에 문학·출판계가 반발하고 나섰다.

26일 한국작가회의와 한국출판인회의는 논평을 내고 “문화체육관광부의 ‘세종도서 우수문학도서’ 운영방침에는 현 정부의 문학에 대한 몰이해와 구시대적 발상이 단적으로 드러난다”며 “정부가 제시한 방침이 헌법에 보장된 사상·표현의 자유와 출판의 자유를 심각하게 훼손하고 있음을 엄중히 경고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특정 이념’과 ‘국가경쟁력’같은 문학 도서 선정 기준이 최근 신은미씨의 저서 <재미동포 아줌마, 북한에 가다> 우수도서 선정 취소 등 일련의 사건과 연계돼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문학작품을 정권의 방침에 맞게 규제하고 제한하겠다는 의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낸 것”이라며 “국가 기관의 사상 통제와 검열이라는 구시대적 발상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 이 선정기준에서 지난날 폭력적인 억압으로 우리의 입과 귀와 생각을 규제한 군부독재시대를 떠올리는 것을 누가 문학의 지나친 상상력이라 할 것인가”라고 밝혔다.

또 “모든 작가는 자신이 세계를 바라보는 ‘특정한 이념과 세계관’을 표현할 자유가 있다”며 “문화부의 이와 같은 운영방침은 민주주의 국가의 기본권인 ‘사상·표현의 자유’를 침해하고 있으며 더 나아가, 작가들의 상상력을 미리 제한함으로써 한국문학의 저변을 심각하게 위축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전했다.

‘순수문학’이라는 용어에 대해서는 “강압적 반공이데올로기가 기형적으로 한국사회를 지배하고, 정부가 문학과 출판을 마음대로 통제하던 시절에 문학을 ‘순수’와 ‘참여’로 나누어 재단하고 규제하던 낡은 논리”라고 지적했다. 작가회의 등은 “문학은 ‘순수’와 ‘참여’로 나눌 수 없으며 좋은 작품이란 그 자체로 ‘순수’하다. 문학작품이 나름의 방식으로 세계에 개입하며 ‘참여’한다는 것은 이제 건전한 의식을 가진 독자라면 누구나 동의하는 상식”이라며 “화석화된 ‘순수문학’이라는 용어가 좋은 작품의 기준이 된다는 것 자체가 요즘과 같은 민주화, 정보화의 시대에는 웃음거리가 될 뿐”이라고 밝혔다.

또 “세종도서 사업은 권력의 입맛에 맞는 방식이 아니라, 대다수 국민의 보편적인 상식에 맞게 운영되어야 한다”며 “‘우수문학’의 기준을 정부가 미리 설정하고 그것을 통해 문학, 출판을 통제할 수 있다고 믿는다면 그것은 착각”이라고 밝혔다.

기사 원문 링크 :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501261045301&code=96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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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http://www.hanjak.or.kr/



[(사)한국작가회의와 한국출판인회의 공동성명]

사상·표현의 자유 억압하고 출판 검열 획책하는
세종도서 운영방침을 즉각 철회하라

지난 1월 21일 공개된 문화체육관광부의 ‘세종도서 우수문학도서’ 운영방침에는 현 정부의 문학에 대한 몰이해와 구시대적 발상이 단적으로 드러난다. 이에 한국작가회의와 한국출판인회의는 정부가 제시한 방침이 헌법에 보장된 사상·표현의 자유와 출판의 자유를 심각하게 훼손하고 있음을 엄중히 경고하고자 한다.

문화부가 <2015년도 우수도서(세종도서) 선정사업 추진방향>이라는 문건에서 밝힌 문학분야 우수도서의 선정 기준에는 2014년도에는 들어 있지 않던, “특정 이념에 치우치지 않는 순수문학 작품”, “인문학 등 지식정보화 시대에 부응하며, 국가경쟁력 강화에 기여하는 도서”라는 항목이 올해 새로 추가되었다. 2014년도 세종도서-문학나눔사업을 진행한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의 <세종도서 심사위원회 운영지침>에 의하면 2014년에는 “예술성과 수요자 관점을 종합 고려하여 우리 문학 저변 확충에 적절한 작품”만이 선정 기준으로 제시된 바 있다. ‘특정 이념’과 ‘국가경쟁력’이 올해 사업에서 정부가 제시하는 우수문학의 새로운 기준인 셈이다.

그런데 이러한 기준은 최근 한 달간 ‘우수문학도서사업’과 관련해 진행된 일련의 사건들과 연계되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신은미 씨의 『재미동포 아줌마, 북한에 가다』라는 에세이에서 시작된 종북몰이, 총리의 ‘우수문학도서 사업’에 대한 유감 표명, 신은미 씨의 앞의 책 우수문학도서 취소 결정, 이어서 나온 문화부의 ‘2015년도 세종도서-문학나눔의 선정 기준 강화’와 ‘선정 작품 사후 취소와 배포작품 회수를 가능하게 한 규정 신설’ 등은 결국 무엇을 의미하는가. 이는 그야말로 문학작품을 정권의 방침에 맞게 규제하고 제한하겠다는 의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낸 것이다. “특정 이념에 치우치지 않는 순수문학 작품”과 “국가경쟁력 강화에 기여하는 도서”라는 잣대 속에는 국가 기관의 사상 통제와 검열이라는 구시대적 발상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 이 선정기준에서 지난날 폭력적인 억압으로 우리의 입과 귀와 생각을 규제한 군부독재시대를 떠올리는 것을 누가 문학의 지나친 상상력이라 할 것인가.

어떤 문학이든 그 작품의 기반에는 작가가 세계를 보는 관점과 세계를 이해하는 기준이 각인되어있다. 그것을 일러 우리는 세계관이라 하기도 하고 사상이나 이념이라 하기도 한다. 그 세계관과 사상 덕분에, 그리고 그것을 표현하고 전달하는 능력 때문에 우리는 문학을 정신문화의 소중한 자산으로 보호하려 하며 작가를 예술가로 존중하는 것이다. 모든 작가는 자신이 세계를 바라보는 ‘특정한 이념과 세계관’을 표현할 자유가 있다. 그러므로 문화부의 이와 같은 운영방침은 민주주의 국가의 기본권인 ‘사상·표현의 자유’를 침해하고 있으며 더 나아가, 작가들의 상상력을 미리 제한함으로써 한국문학의 저변을 심각하게 위축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어디 이뿐인가. 이 선정 기준은 출판의 가이드라인을 은연중에 제시함으로써 다양한 사상과 이념을 담은 작품들을 출판하고 그것을 동시대의 독자들과 공유할 출판인들의 자유와 권리마저도 원천적으로 봉쇄하게 될 것이다.

저 선정기준에서 제시한 ‘순수문학’이라는 용어는 우리로 하여금 1950년대의 ‘순수주의 문학’으로 위장한 반공문학, 1960년대의 철지난 ‘순수·참여 논쟁’을 떠올리게 한다. 강압적 반공이데올로기가 기형적으로 한국사회를 지배하고, 정부가 문학과 출판을 마음대로 통제하던 시절에 문학을 ‘순수’와 ‘참여’로 나누어 재단하고 규제하던 낡은 논리이다. 문학은 ‘순수’와 ‘참여’로 나눌 수 없으며 좋은 작품이란 그 자체로 ‘순수’하다. 문학작품이 나름의 방식으로 세계에 개입하며 ‘참여’한다는 것은 이제 건전한 의식을 가진 독자라면 누구나 동의하는 상식이다. 이처럼 화석화된 ‘순수문학’이라는 용어가 좋은 작품의 기준이 된다는 것 자체가 요즘과 같은 민주화, 정보화의 시대에는 웃음거리가 될 뿐이다. ‘국가경쟁력’ 운운하려면 문학에 대한 정부의 후진적인 인식과 가치관부터 극복해야 할 것이다. 현재의 한국문학은 다양성의 가치와 의미를 존중하며 시대의 흐름 속에서 분투해 온 문학인과 출판인들이 힘겹게 쌓아 올린 자산이며 역사이다. 그런데 현 정부는 이처럼 소중한 우리의 문학적 성과와 출판의 역사를, 시대착오적 발상으로 돌연 수십 년 전으로 되돌리려 한다.

‘우수문학도서 지원사업’은 10여 년 동안 지속되면서 상당한 문학적 성과를 보이고 있는 사업이며 문학과 출판 양쪽으로 미치는 파급력도 적지 않다. 그러니만큼 그 운영의 기본 원칙은 국민의 세금으로 좋은 문학을 지원하고 그 지원의 혜택이 수요자인 국민에게 돌아가도록 하는 방향으로 설정되어야 한다. 중소 출판인들의 사업을 보호함으로써 출판문화의 다양성을 확보하는 것 또한 중요한 사업기조일 것이다. 세종도서 사업은 권력의 입맛에 맞는 방식이 아니라, 대다수 국민의 보편적인 상식에 맞게 운영되어야 한다. ‘특정이념’이나 ‘국가경쟁력 강화’ 같은 자의적 기준과 후진적 발상으로 국민의 문화적 자긍심을 훼손해서는 안된다.

우리는 ‘우수문학’의 선정이 독자의 기대와 관심을 받을 수 있기를, 그래서 ‘우수문학’ 선정이 출판인과 문학인들에게도 명예가 될 수 있기를 바란다. ‘우수문학’의 기준을 정부가 미리 설정하고 그것을 통해 문학, 출판을 통제할 수 있다고 믿는다면 그것은 착각이다. 그렇게 선정된 ‘우수문학’은 결국 독자에게 외면당할 것이며, 출판인과 문학인들에게도 불명예로 남을 것이다.

명예로운 ‘우수문학’을 위해 우리는 문화부의 시대착오적 운영방침과 발상의 철회를 강력히 요청한다. 강압적 군사독재 시대에나 통용되던 통제의 칼날을 함부로 휘두르지 말라. 국민의 저항만 자처할 뿐이다. 우리에게 오직 필요한 것은 어떤 사상과 이념이든 논의하고 표현할 수 있는 자유, 그 사상과 이념의 가치를 독자가 지혜롭게 판단하고 선택할 자유이다.


2015년 1월 26일
(사)한국작가회의, 한국출판인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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