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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3월 17일 화요일

“문학은 문화 전반의 초석…문학진흥법 꼭 필요”/한겨레 최재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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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오후 국회의원회관 제2세미나실에서 문학진흥법 전문가 간담회에 참석한 이들이 토론을 벌이고 있다.

‘문학진흥법’ 전문가 토론회
영화·음악과 달리 전담 지원법 없어
도종환 의원실 이달 중순 발의키로
정책위·국립문학관 설립 등 주요내용
전문가들 “문인들 오랜 숙원사업…
문학 몰락땐 문화 전체 악영향” 지적 

침체 일로를 걷고 있는 문학의 저변을 튼실하게 다지고 문학 창작과 향유를 돕기 위한 법안이 추진된다.
국회 도종환 의원(새정치민주연합)은 13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 제2세미나실에서 문학진흥법(가칭) 전문가 토론회를 마련해 추진되는 법안을 설명하고 전문가들의 조언을 들었다. 이시영 한국작가회의 이사장, 이상문 국제펜클럽한국본부 이사장, 한분순 한국문인협회 부이사장, 문정희 한국시인협회 회장, 김영민(연세대)·방현석(중앙대)·유성호(한양대)·방민호(서울대) 교수, 강태형 문학동네 출판사 대표 등 30여명이 참석했다.
■ 추진 배경
다른 문화 장르에 비해 문학은 법률적 지원이 미비하다는 판단이 문학진흥법 추진으로 이어졌다. 현재 문화예술 진흥과 관련해서는 만화진흥에관한법률, 박물관및미술관진흥법, 음악산업진흥에관한법률, 영화및비디오물의진흥에관한법률, 대중문화예술산업발전법, 공예문화산업진흥법과 음악·연극·무용 등을 포괄하는 공연법 그리고 출판문화산업진흥법 등이 있다. 하지만 문학 진흥을 전담하는 별도 법률은 없다. 국립현대미술관, 국립국악원, 국립중앙박물관, 국립중앙도서관 등 분야별 국가 주요 문화 시설이 있는 반면 ‘국립문학관’ 같은 기관도 없다. 도종환 의원은 “최근 대학 구조조정 과정에서 문예창작과를 비롯한 문학 관련 학과들이 폐과 1순위로 꼽히는 현실은 문학을 중심으로 한 인문 정신의 기반이 무너지고 있다는 증거”라며 “인문 정신을 진흥하자면 그 기초라 할 문학을 진흥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밝혔다.
■ 어떤 내용이 담기나
도종환 의원실에서 추진하는 문학진흥법의 핵심 내용은 두가지로 요약된다. 문화체육관광부장관 주도로 문학진흥기본계획을 5년마다 수립·시행하며 관련 사항을 심의하기 위해 문학진흥정책위원회를 두고, 국립문학관을 설립한다는 것이다. 국립문학관과 함께 지방자치단체가 설립하거나 출연하는 공립문학관, 법인과 단체 또는 개인이 설립·운영하는 사립문학관 역시 관련 법률에 따라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하며, 이를 위해 현행 학예사 시험에 문학사와 서지학 등을 포함시킬 계획이다.
■ 추진 과정과 남은 절차
도종환 의원실은 지난해 5월 한국문학진흥법 초안을 마련해 6월에 1차 전문가 간담회를 열었다. 그 결과를 참조하고 법제실의 검토를 거쳐 지난달 문학진흥법 수정안을 작성했다. 도종환 의원은 이달 중순에 법안을 발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도 의원은 “현 19대 국회에서 법안을 통과시키자면 사실상 올해 안에 절차를 밟아야 하는데 일정이 매우 빠듯한 것이 사실”이라며 “문학계 인사들이 적극적으로 관심을 기울이고 힘을 모을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 전망과 과제
13일 전문가 간담회에서 이정우 문화체육관광부 예술정책과장은 “국립문학관 설립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현실적으로 재정 지원 결정을 내려야 할 지식경제부 등을 설득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며 “무리하게 국립문학관 설립 조항을 법에 포함시키느니 일단은 국립중앙도서관 안에 국립문학자료센터 형태로 먼저 출발시키고 장기적으로 국립문학관으로 바꾸는 게 낫다고 본다”고 밝혔다. 정부쪽 분위기를 엿볼 수 있는 발언이었다.
이에 대해 이시영 이사장은 “국립문학관은 문인들의 오랜 숙원이며 문학진흥법의 핵심”이라며 “문체부 관료들이 문인들의 절박한 심정을 이해하고 함께 노력해 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방현석 교수도 “문학진흥법을 문학에 대한 특별한 지원이라고 오해해서는 곤란하다”며 “문학은 문화 전반의 기초 장르이며 문학의 몰락은 한국 문화 전체에 악영향을 끼친다는 점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간담회에서는 한국문학번역원(번역원)을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출판진흥원)과 통폐합시키려는 일각의 움직임에 대한 우려도 나왔다. 문학나눔 사업의 우수문학도서 선정을 출판진흥원의 세종도서 사업에 포함시키는 과정에서 문제가 나타난 것처럼 번역원을 출판진흥원에 흡수 통합할 경우 그동안 쌓아 온 한국문학 세계화의 성과가 무너진다는 것이다.
글·사진 최재봉 선임기자 b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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