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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4월 6일 월요일

"출판계, 바닥을 치고 아예 땅을 파고 들어가" [인터뷰] 우일문 1인 출판사 <유리창> 대표/오마이뉴스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096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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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일문 <유리창> 대표
ⓒ 김진하

화랑 실내는 어두웠다. 조명이 벽면에 걸린 그림들을 집중해서 비췄기 때문이다. 작은 화랑 한쪽에 탁자와 의자가 놓여 있었다. 탁자를 사이에 두고 우일문 <유리창> 대표와 마주앉았다. 인사동 '나무아트' 화랑이었다. 인터뷰 장소는 우 대표가 정했다. 

지난달 30일, 우일문 <유리창> 대표를 만났다. 그가 이번에 출간한 이명수의 <그래야 사람이다>를 보고, 그를 만나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출판계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는데 <유리창>은 어떻게 버티고 있는지, 우 대표가 그렇게 원하는 '대박'을 친 책은 있는 건지 궁금했다. 

우 대표 인터뷰는 이번이 두 번째다. 첫 번째 인터뷰는 2012년 5월로, 창업 1년 즈음이었다. 3년 전이다. 20년 전문편집인이 창업한 1인 출판사의 전망이나 현황을 알고 싶었다. 그래서 인터뷰를 했다. 그가 <오마이뉴스> 블로거라는 것도 이유 가운데 하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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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인터뷰'를 하자고 연락을 했더니 대번에 '좋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인터뷰를 하면서 알게 된 것이지만, 나는 그의 근황이 궁금했으나 그는 <그래야 사람이다> 홍보가 절실했다. 

우 대표는 2011년 5월, 1인 출판사 <유리창>을 창업한 뒤 지금까지 20여 권의 책을 출간했지만 기대만큼 팔리지 않았다. 적자 행진이 이어지고 있다. 책이 팔려야 다음 책을 낼 수 있는 힘과 더불어 자금을 확보하는데, 책이 팔리지 않기 때문이다. 
우 대표는 이번에 출간한 <그래야 사람이다>에 희망을 걸고 있다. <그래야 사람이다>는 이명수 저자가 <한겨레신문>에 연재한 글을 묶어낸 책으로 세월호 참사와 더불어 용산 참사, 쌍용차 해고사태, 강정마을 해군기지 건설, 밀양 송전탑 등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 책은 읽고 있노라면 마음에 무거운 쇳덩어리가 하나씩 둘씩 얹히는 것 같은 느낌에 사로잡힌다. 그리고 목울대가 뻑뻑해지고 눈에 물기가 차오르면서 앞이 뿌옇게 흐려지는 부작용이 있다. 어떻게 이 책을 출간하게 됐는지 호기심도 생겼다. 

다음은 우 대표와 한 인터뷰를 정리한 내용이다. 사진은 인터뷰 장소를 제공한 김진하 나무아트 화랑 대표가 찍었다. 김 대표는 <그래야 사람이다> 표지 글씨 '사람'을 썼다. 

- 2011년 5월에 1인 출판사를 창업해 만 4년이 된다. 어떻게 지내고 있나?
"견디고, 버티고 있다. 꾸준히 책을 내긴 했는데, 최근 1년 동안 3권정도 냈나? 처음에는 1년에 6권을 냈다. 못 내도 2달에 1권은 냈는데, 지금은 분기에 1권을 내기도 벅차다. 책이 팔려야 또 책을 내는데 안 팔리기 때문이다."

- 그동안 대박을 친 책은 있나?
"대박은커녕 소박을 친 것도 하나도 없다."

- 창업 당시, 2011년은 출판계가 '단군 이래 최고의 불황'이라는 얘기가 나돌았다. 하지만 지금은 그 때보다 더 출판계가 어려워졌다고 한다. 사실인가?
"바닥을 치고 아예 땅을 파고 들어가고 있다."

- 요즘은 출판계가 어려워서 초판을 500권, 천권을 찍는다고 하던데?
"500권 얘기는 못 들어봤지만 천 권을 찍는다는 얘기는 자주 들었다. 초판 천 권을 찍으면 제작비를 생각하면 본전은커녕 마이너스다. 2천권을 찍어 다 팔아도 마이너스인데, 2천부가 다 팔리나? 안 팔리지. 10년 전에는 초판을 5천권에서 7천권쯤 찍었다."

우 대표는 "그 때는 7천권을 찍으면 서점에 2천~3천 권을 깔아놓았는데, 지금은 동네서점이 다 망해서 책을 깔아놓을 데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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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일문 <유리창> 대표
ⓒ 김진하

- 지금은 대부분 인터넷서점으로 판매를 하는 게 아닌가?
"인터넷이 중심이 된 건 맞는데, 책이 팔리지 않는 건 작년에 시행된 도서정가제 때문이다. 도서정가제를 시행하기 전에 할인판매를 엄청나게 했다. 5만 원짜리를 5천 원에 팔고... 이렇게 할 수 있는 데는 최소한 메이저거나 중견급 이상 출판사로 종수가 많다. 그 때 책 욕심이 있는 사람들이 많이 샀다."

- 도서정가제 실시를 기점으로 출판시장이 더 가라앉고 있다는 건가?
"그렇다. 도서정가제는 반드시 필요하다. 한데 유예기간을 길게 두는 바람에 온갖 편법들이 난무하면서 할인판매를 했다. 그래서 작은 출판사들뿐만 아니라 메이저출판사도 매출이 50% 이상 줄었다고 한다. 재고떨이 잠깐 해서 현금을 좀 만지고 같이 죽어가고 있다. 그 때 돈 좀 벌어서 쟁여놓은 출판사는 그거로 견디면서 구조조정하고 신간 덜 내면서 버틸 거고, 그것도 안 되는 아예 아무 것도 없는 조그만 출판사는 이도저도 아닌 게 됐다."

우 대표는 책이 팔리지 않는 이유로 세월호 참사를 포함한 작년에 일어났던 사건, 사고들을 꼽았다.

"신문에, 언론에 볼 것도 많고 분노할 것도 많다보니 독자들이 책 볼 여력이 없다. 마음도 없고. 경제도 계속 바닥이지 않나. (독자들이)돈도 없고. 모든 출판사가 바닥으로, 수면 아래로 가라앉는 모든 조건들이 충족되고 있는 거다."

- 책이 팔리지 않고, 읽지 않으니 출판계 전망이 밝지 않다.
"국민의 정부나 참여정부 때는 리더들이 방송에 나와서 '요즘 이런 책을 읽고 있는데 참 재미있다' 하는 얘기를 한 번씩 해줬다. 그게 독자들에게 어떤 식으로든 영향을 끼쳤다. 꼭 그 책이 아니더라도 다른 책이라도 팔렸다. 그런데 이명박 전 대통령이나 지금 대통령은 책 얘기는커녕 책이라는 말조차 꺼내는 것을 본 적이 없다."

- 지금까지 <유리창>에서 책을 몇 권이나 냈나?
"23권정도 되나?"

우 대표는 지난 4년 동안 출판사를 운영하면서 적자행진을 이어갔기 때문에 손익계산을 하면 늘어난 빚만 남는다면서 자세하게 밝히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23권 가운데 손익분기점을 넘긴 책은 5권 정도밖에 되지 않는단다. 

작년에 출간한 <태양연대기>가 그 가운데 한 권이다. 5500권정도 팔렸는데 '베스트셀러'라고 할 수 있다나. 베스트셀러라는 말이 무색해지는 순간이었다. 

"요즘은 좋은 책 내겠다고 나선 작은 출판사들은 직원들을 없애거나, 사무실 작은 것 갖고 있다가 처분하고 집으로 들어가거나 하는 데가 굉장히 많다. 임대료도 부담이라서."
<유리창>처럼 작은 출판사는 홍보도 어려움을 겪는다. 새 책이 나와도 신문이나 뉴스에서 소개해주지 않는다. 아무리 좋은 책을 만들어도 독자들이 모른다면 판매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우 대표는 그 예로 작년에 <유리창>에서 출간한 <조선노비열전>을 들었다. 

<조선노비열전>은 아주 괜찮은 책이라는 평가를 받았지만 초판으로 찍은 2천 권 가운데 1천 권정도만 팔렸다. 나머지는 창고에 쌓여 있다. 볼 때마다 안타깝다. 

"책이 나온 걸 아는 사람이 없어요. 이 책은 우리 사회의 직장인들, 자영업자들이 돈의 노예거나 직장의 노예상태라고 생각하면서 조선 시대 노비들의 삶을 들여다보고자 기획했던 거거든요. 기획자 입장에서 충분히 현대인들에게 울림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내 처지와 다르지 않네, 이럴 거라고 생각했던 건데, 책이 나온 거를 모르는 거예요."

언론에서 신간소개조차 하지 않으니, 우 대표는 답답하고 속이 탄다. 기자들 입맛에 맞지 않는 책만 내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하게 되고. 우 대표가 페이스북 등 SNS를 통해서 홍보하는 게 고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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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야 사람이다> 책 표지
ⓒ 유리창

- <그래야 사람이다>는 어떻게 출간하게 됐나? 이명수 저자와 아는 사이인지?
"저자가 <한겨레신문>에 쓴 칼럼을 봤다. 찾아서 읽는 것마다 울컥하더라. 그래서 수소문해서 메일 주소를 알아내 메일을 보냈다. 아주 가난한 출판사입니다, 읍소를 하면서 출간 제의를 했다. 이 분이 이미 메이저 출판사 등에서 출간제의를 받았는데, 책 낼 생각이 없다고 했다고 한다. 그래도 뵙고 말씀드리고 싶다고 하고 안산 '치유공간 이웃'을 찾아갔다."

저자는 우 대표를 만나 "현장을 팔아서 내 책을 내는 것 같아 싫다"고 출간제의를 거절했지만, 우 대표는 "사람답게 사는 게 어떤 것이냐에 대한 성찰이고 통찰로, 모아서 책으로 엮는 게 의미가 있다"고 저자를 설득했다. 

어렵사리 저자를 설득했으나 책을 만드는 과정에서 우여곡절이 있었다. 상업적인 의도를 모조리 배제하고 싶어 하는 저자와 책을 많이 팔고 싶어 하는 출판사 대표의 이해관계가 딱 맞아떨어지기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의견을 절충하면서 저자를 설득하는 과정은 쉽지 않았다.

우 대표가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하는 건 저자의 아내인 정혜신 박사의 추천글을 책에 실을 수 있었다는 것이다. 저자는 그것도 하지 않으려고 했단다. 아내의 유명세에 편승해서 책을 팔겠다는 얄팍한 상술 같아서. 

<그래야 사람이다>는 저자의 의사를 반영해, 사진을 한 장도 넣지 않고 글만 채운 담백한 책이 되었다. 사진이 없다고 해서 '아픈 현장'이 보이지 않는 건 아니다. 상상의 힘은 사진을 넘어선다. 그 때문에 읽고난 뒤 여운과 울림이 더 오래 남는 것이지도 모르겠다. 

- 전에 한 인터뷰에서 빵빵한 저자 꼬셔서 대박치고 싶었다고 했는데 대박을 칠 수 있는 빵빵한 저자를 아직 못 찾은 건가?
"아니다. 초기에 낸 책들은 죄다 빵빵한 저자들이었다. 정연주 전 KBS 사장, 김명곤 전 문화부 장관, 고은광순, 최재천 의원 정도면 빵빵하다. 책이 안 팔려서 그렇지."

- 책이 안 팔리면 살아남기 어려운데 앞으로 어떻게 할 생각인가? 
"좋은 책 내야지. 이 책, 팔릴 거다. 좋은 책이다. 자신한다."

우 대표는 다음 책을 준비하고 있지만 어떤 책인지 밝히지 않겠다고 말했다. <그래야 사람이다> 판매가 저조하면 못 낼 수도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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