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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4월 6일 월요일

[김정헌의 내 인생의 책]백년의 고독 - 근대화 100년, 신기루일 수도/경향신문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504052212095&code=960205


▲ 백년의 고독 |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나는 화가지만 지금까지 책을 읽어 왔고 지금도 책을 읽을 수 있는 것을 감사하게 생각한다. 내 그림의 영감은 대부분 책에서 왔다.

2004년의 개인전 ‘백년의 기억’ 전은 ‘백년’이 들어간 다른 책들을 참조해 나 스스로 기획한 전시회다. 그 당시 참조했던 책들이 귄터 그라스의 <나의 세기>, 친기즈 아이트마토프의 <백년보다 긴 하루>, 그리고 마르케스의 <백년의 고독>이었다. 나는 ‘백년’을 우리의 근대화 100년으로 설정했으므로 이 책들 중 가장 참조가 됐던 것은 당연히 <나의 세기>였다. 그는 한 세기, 즉 100년 동안 일 년에 한 가지씩 100개의 사건을 회상한다. 그에 비해 나는 100년을 10년 단위로 나누어 그 당시의 사진을 이용해 우리의 근대화 100년을 재구성했다.

이들 책 중에서 재미로 보자면 단연 마르케스의 <백년의 고독>이다. 나의 상상력을 자극해 환상의 세계에 데려다 놓곤 했다. 또한 엉뚱하면서도 신화적인 상상력을 마술처럼 구사한다. 한 가문과 한 마을의 흥망성쇠를 블랙 유머와 풍자와 패러디를 이용해 자유자재로 그려내고 있다. 그림에서도 가장 중요한 풍자와 유머와 패러디를 이용해 그는 환상과 현실을 마술처럼 오간다. 현실에다 환상을 잘 버무려 새로운 가상의 세계를 제시하는 건 그림이나 소설이 다르지 않다. 이를 우리는 리얼리즘이라고 하는데 특히 마르케스가 그린 세계를 마술적 리얼리즘이라고들 한다.

우리와 마찬가지로 라틴아메리카도 제국주의의 침탈을 받으며 근대화의 길을 걸어왔다. 서양에서 들여온 근대화된 문명도 한낱 신기루에 불과할지도 모른다는 것을 이 소설은 탁월하게 묘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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