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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4월 9일 목요일

도서정가제 먼저 흔드는 출판인들…국민들은 납득할까

http://vip.mk.co.kr/news/view/21/21/2325527.html

책은 가치를 가격으로 재단할 수 없는 특수한 문화상품이다. 적어도 출판인들은 이구동성으로 그렇게 말한다. 출판인들은 우리 사회의 소중한 독서문화 창달을 위한 도서시장 선진화에 불가피한 조치라며 도서정가제 전면 시행을 요구해왔고, 지난해 11월 헌법이 보장하는 '시장의 원리'에 예외를 두는 도서정가제 전면 시행에 이르렀다. 

시장 원리를 해치고 소비자에게 피해를 주는 또 하나의 '단통법(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이라며 비판이 없지 않았다. 그러나 비판은 잦아들었고, 다수 국민들은 수긍하고 따랐다. 출판인들이 말하는 대로 출판 마케팅과 유통 구조가 개선돼 보다 양질의 도서들이 싼 가격에 나오길 기대하는 마음에서였을 것이다. 

그러나 정가제 시행후 5개월이 돼가는 지금 정가제 합의를 주요하게 떠받들어야 할 대형출판사들이 앞다퉈 제도 취지를 훼손하는 기존의 할인 마케팅으로 회귀하면서 논란을 키우고 있다. 
이대로라면 정가제가 결국 출판인들만 배불릴 것이라는 일각의 우려가 현실화하면서 정책 실패와 국민 불신 심화로 귀결되리란 우울한 전망이 나온다. 

애초 제도 마련 때부터 불완전하고 허점이 많은 정책이라는 말들이 많았다는 점에서 이후 정부와 출판계의 제도 홍보와 계도, 의지 부족을 드러낸 결과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 앞다퉈 홈쇼핑 마케팅 나선 대형출판사…"너만 힘드니?" 

홈쇼핑 채널을 통한 도서 할인 판매에 나선 출판사는 다산북스와 민음사 계열 비룡소, 미래엔, 삼성출판사 등 주로 대형급에 속하는 출판사들이다. 

이같이 전집 할인 판매가 가능한 건 현행 도서정가제가 '세트도서 구성'에서 가격 책정의 예외를 두고 있기 때문이다. 애초 정가제 규제 최종 합의 과정에서 출판업계는 세트도서 가격과 구성 도서 정가 합은 같아야 한다는 요구가 적지 않았으나 논의 과정에 반영되지 않았고, 차별적 구성 허용이 이 같은 편법 창구로 활용되는 현실이다. 

홈쇼핑 매체는 가격 할인을 장점으로 내세운 판매 창구다. 홈쇼핑이 유난히 발달한 우리나라 상거래 현실을 감안해야 하지만, 전 세계적으로 홈쇼핑 창구를 통한 책 판매는 유례가 없다는 지적은 한번 돌이켜볼 대목이다. 

한국출판연구소 백원근 책임연구원은 "책의 홈쇼핑 판매는 해외에서도 유례가 없다"며 "정가제는 도서시장에서 가격할인이 아닌 새로운 마케팅을 권장하는 제도 취지를 담고 있어 대형 출판사들부터 철저하게 제도 취지를 지킬 필요가 있는데 기존 관행에서 탈피하지 못하고 있는 건 문제"라고 말했다. 

중견 단행본 출판사들 중심의 한국출판인회의 내에선 이 같은 대형출판사들의 '일탈'이 이미 예견된 수순이라는 진단이 나오기도 했다. 

익명을 요청한 한 관계자는 "도서정가제 시행 이후 특히 아동출판에서 매출이 절반으로 떨어지는 엄청난 혹한기여서 다들 곡소리를 내는 실정이었다"며 "구간 도서들이 풍부하고 할인판매에 길들여진 대형출판사들이 전집류 할인을 통해 곧 돌파구를 찾을 것이란 예측들이 많았다"고 말했다. 

그는 "결국 자기들만 살겠다고 어렵게 이룬 합의 정신을 깨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 시장감시인력 부족·ISBN 정책 혼선 등 "정부의지 부족" 

출판계 자율규제 기구의 감시 인력은 태부족인 현실이지만, 정부의 지원도 태부족이어서 도서정가제 관철에 대한 의지 부족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도서정가제가 시장에서 안착할 수 있도록 감시하고 규제하는 기능은 출판계 자율기구인 '출판유통심의위원회'가 맡고 있으나, 이 기구는 출판계 역량 부족으로 인해 현재 문화체육관광부 산하기관인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소속으로 운영되는 실정이다.


출판유통심의위 관계자는 "애초 사재기 감시 기능 이외에 도서정가제 위반에 대한 감시와 심사 기능이 더해졌지만, 인력 충원이나 개편 등이 이뤄지지 않은 상황"이라며 "가동 인력이 태부족이어서 제대로 업무하기 어려운 실정"이라고 말했다. 

도서를 시장에 내놓기 전에 반드시 거쳐야 할 'ISBN' 부여 요건을 강화하면 시장 내에서의 이 같은 할인 판매 편법을 손쉽게 차단할 수 있으나 이 권한을 가진 국립중앙도서관과 그 상위 부처인 문체부 사이에 정책협의가 부재한 것도 문제다. 


실제로 연합뉴스가 문의한 결과 도서관 관계자는 세트도서 합산시 단권 정가의 합보다 낮게 책정할 수 없다고 밝혔지만, 문체부 관계자는 이와 달리 말하는 등 정부 내에서도 도서정가제에 대한 기초적인 정책 공유도 이뤄지지 않은 것 아니냐는 의문도 제기된다. 

문체부 관계자는 "현재 시장 움직임을 주시하고 있고, 문제점을 인정한다"며 "'ISBN' 부여 과정에서 개선점이 있는지 검토해볼 것"이라고 말했다. 

jb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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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goo.gl/hWgRRf

대형출판사들, 잇따라 도서정가제 위반 논란 휩싸여


민음사·삼성출판사 등 자율규제기구 유통심의위와 대립각
"자사 이기주의 앞세운 대형출판사들의 고질병" 비판도 
(서울=연합뉴스) 김중배 기자 = 민음사 계열인 비룡소와 삼성출판사 등 대형출판사들이 잇따라 도서정가제 취지에 반하는 시장 행위에 나서며 출판업계 자율규제 기구인 유통심의위원회와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자칫 어렵게 합의해 시행한 도서정가제 근본 취지가 퇴색되고 정가제가 유명무실해지는 상황으로 치닫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9일 출판업계에 따르면 비룡소의 북클럽 상품 '비버'와 삼성출판사의 '에버북스', 또 미래엔(구 대한교과서)의 아동용 도서 브랜드 '아이세움'의 세트도서 등 상품들이 실제 구성한 도서 정가보다 낮은 할인판매 방식으로 홈쇼핑 등 시장에 판매되면서 잇따라 유통심의위의 정가제 위반 심사 대상에 올라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해당 출판사들은 일제히 도서정가제 규정을 어긴 적이 없다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정가제에 따르면 도서 정가의 15%까지만 할인이 가능하지만 세트도서 재구성시 예외를 두는 규정 등을 앞세운 반발이다. 적법성 여부를 떠나 출판계 스스로 도서정가제 안착을 위해 만든 민간 차원의 자율규제기구이지만, 이를 떠받쳐야 할 주요 행위자들이 먼저 규제기구와 마찰을 빚는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특히 최근 삼성출판사가 내놓은 '에버북스' 문학전집 30권은 공개 보도자료를 통해 특별 할인가 판매를 홍보해 도서정가제 취지를 완전히 무시하는 행태를 보이는 것 아니냐는 지적마저 나온다.
이 전집은 기존 도서의 판형을 달리했을 뿐 구간 도서와 다를 바 없는 내용이지만, 출판사 측은 전 30권을 홈쇼핑 판매가 12만6천원에 내놓으며 양장본 권당 4천원꼴의 파격적인 할인가임을 앞세웠다. 각각의 책에는 정가 1만2천원이 명시돼있어 현행 정가제대로라면 31만6천원 이하로 판매가 불가능하지만 홈쇼핑 특가 이후에도 자사 온라인몰에서 14만원에 판매 중이다.
이 같은 전집 가격 할인은 현행 도서정가제의 허점을 파고들어 사실상 정책 취지에 반하는 기존 할인판매 마케팅으로 회귀하는 행위라는 비판을 면키 어려워 보인다.  
문화체육관광부 출판인쇄산업과 관계자는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주요 출판사들의 홈쇼핑 판매 행위 등을 주시하고 있다"며 "현행법 규정상 정가제 위반으로 적용하기엔 시비가 있을 수 있으나 어렵게 만든 법 취지를 훼손하는 측면은 분명히 존재한다"고 말했다.  
유통심의위는 지난 8일부터 대형출판사들의 위반행위 여부를 점검하는 실사에 나서는 등 본격적인 대응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출판사들은 변호사의 법률 검토 사항을 담은 답변서를 통해 항변하는 등 적극적으로 대응할 태세여서 법적 공방으로 비화할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출판학회 회장인 윤세민 경인여대 교수(영상방송학)는 "대형출판사들이 자사 이기주의를 앞세워 눈앞에 이익을 좇는 것은 문제"라며 "출판계의 고질적인 부익부 빈익빈 현상을 부추길 수 있어 비판받아 마땅하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삼성출판사 정선주 본부장은 연합뉴스에 "도서정가제 취지 위배로 볼 여지가 있음은 인정하지만, 제작비와 개발비를 따져도 책값이 그렇게 비쌀 필요가 없기에 할인을 결정한 것"이라며 "책을 잘 접하지 않는 50~60대들이 편하게 접할 수 있도록 하는 취지에서 만든 전집 구성"이라고 말했다.
삼성출판사가 내놓은 장년층 대상 전집 '에버북스'
삼성출판사가 내놓은 장년층 대상 전집 '에버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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