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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5월 7일 목요일

제2기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을 앞두고 풀어야 할 생각의 차이/ 김기옥 (한즈미디어 대표/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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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에 대한 정부와 업계의 시각차가 존재한다.
 
사례 하나. 토론자가 어느 토론 자리에서 진흥원은 정부를 바라보지 말고 업계를 바라봐야 한다. 180뒤로돌아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이는 진흥원이 출판업계를 고객으로 설정하는 정부의 산하(하급) 기관이라는 지위에 함몰되지 말고, 출판업계를 구성원으로 하는 대정부 전위 역할을 해달라는 취지였다.
 
거기에 대해 토론자로 나온 정부의 담당자는 이렇게 말했다. “진흥원은 정책 기관이 아니다.” 정책 기관이 아닌 집행 기관이라는 얘기로 해석된다. 진흥원도 문화관광부 출판인쇄산업과를 으로 모시는 집행 기관임을 감추지 않는다. 그럴 거라면 무엇 하러 진흥원장에게 차관급의 직위를 부여하는가.
 
정부가 산하기관을 만들 때는 대개 집행기관을 만들고자 한다. 진흥원도 예외는 아니다. 하지만 우리가 오랫동안 진흥기구 설립을 주장하고 준비해올 때의 생각은 달랐다. 출판 단체들과 정부의 역할만으로는 풀기 어려운 종합적인 정책 개발과 제도 개선, 인프라 구축이라는 역할을 기대했다.
 
사례 둘. 어느 공식 회의 자리에서 토론자가 진흥원 개혁에 대해 몇 마디 했다. 그 자리에 있던 진흥원의 간부 한 분이 이렇게 답했다. “진흥원 개혁을 왜 자꾸 에서 얘기하는지 모르겠다.” 놀랄만한 인식 차이다. 출판업계를 으로 인식하고 있구나... 거기에 토론자는 답했다. “진흥원은 모든 출판사들을 국민으로 하는 정부여야 한다. 밖이 아니라 국민의 목소리다.”
 
진흥원의 위상과 역할에 대한 정부와 진흥원의 시각, 그리고 출판업계의 시각은 이렇게 180도 다르다. 이래서는 제아무리 서로 대화를 한들 허공에 대고 말하는 꼴이다.
 
산하기관이라는 게 원래 그런 것이라고 치부해버리지 말자. 어떻게 운용하는가는 하기 나름이다. 차관급 인사가 수장을 맡는 독립된 기관이다. 눈과 귀를 어디로 둘지는 정하기 나름이다. 진흥원은 출판업계를 바라보고, 그들의 목소리와 고통과 바라는 바를 집약하여 정책을 개발하고 정부 정책을 움직이는 존재여야 한다. 정부 산하 기관아닌 출판사들의 대표 기관이 되어야 한다.
 
2. 예산이 느는 것은 독이 될 수도 있다.
 
진흥원 3년을 얘기할 때, 진흥원 구성원들에게 자주 들은 말이 예산이 늘었다이다. 물론 치적으로 생각해서 나오는 말이다. 예산이 늘었다는데, 줄어드는 것보다야 나은 거지, 그거에 시비를 걸 이유가 있나 하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여기에는 우려되는 대목이 있다. ‘어떤 예산인가 하는 점이다. 분석을 필요로 하는 사항이다. 여기서는 토론자가 한국출판인회의 정책위원장으로서, 진흥원의 이사로서 진흥원을 접하며 느꼈던점을 얘기하고자 한다. 차제에 분석이 뒤따르면 좋겠다.
 
우선 진흥원의 역할이 출판계가 원하는 방향으로 구축되지 않은 점에 기인한다. 이에 대해서는 한기호 소장님의 발제가 충분히 설명했다. 문제는 정작 해야 할 일의 예산이 늘었는가 하는 점이다. 어떤 예산이든 늘면 좋다는 생각은 위험하다. 그 예산이라는 것이 정작 해야 할 일에 대한 인력과 시간과 에너지를 뺏는 것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진흥원 구성원들의 분위기도 이런 우려를 더 강하게 한다. 구성원들의 말을 들어보면 뭔가 좋은 일을 하고 싶어 하는 것 같다. 빈곤층, 문화소외지역, 작은 출판사 등에 좋은 일을 하는 사람들이 되고 싶어 하는 느낌을 강하게 받는다. 하나하나 보다 보면, , 좋은 일이네, 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본연의 임무가 무엇인지, 이에 대한 인식 차가 있는 상황에서 보면, 집안의 수도관을 고치고, 전기 배선을 손질하고, 빗물이 새지 않게 방수를 하고 해야 할 가장이 자꾸 이웃들 돕는 일에 관심을 갖는 것 같은 기분이다.
 
예산을 늘리는 데는 현 정권의 관심사에 기반 하는 것이 좋은 방법이다. 정권이 복지에 방점을 찍고 있다면 복지와 결합된 사업을 만드는 것이 예산 통과 가능성을 높여준다. 실업률 낮추기에 방점을 찍으면 그에 관한 것에, 경기 부양에 방점을 찍으면 그에 관한 것에 사업을 만드는 것이 유리하다. 하지만 그러다보면 정작 그 예산들이 해야 할 일들의 발목을 잡고 배가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가게 만들 수 있다.
 
3. 진흥원장이 꼭 출판인이어야 하는가?에 대하여.
 
정부 사람들과 얘기를 하다 보면 진흥원장의 역할과 자질에 대해, 출판인들의 생각을 편협하게 보는 느낌을 많이 받는다. 똑똑하고, 일 잘 하고, 인맥 두텁고, 경험 많고, 열정적인 사람이라면 내외부를 가릴 것 있느냐는 것이다.
 
아니 오히려 출판인들이 그 역할을 수행하기는 버거울 것이라는 얘기에 가깝다. 일리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현 이재호 원장의 취임을 전후해서도, 이재호 원장의 인맥과 에너지가 출판인들을 위해 반드시 큰 힘이 될 것이라 했고, 임기 중반에도 예산 정국 등에서 보여준 원장의 부지런함과 치열함을 자주 언급하곤 했다.
 
하지만 역할과 예산에 대한 인식 등에서 보듯이, 우리가 원하는 진흥원장은, 적어도 그 정체성을 확고히 하는 시기까지 만이라도, 출판을 머리로 이해하는사람이 아닌 가슴으로 이해하는사람이 맡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출판계 인사라는 원칙을 고수하는 것은 그런 사람을 출판계 밖에서는 찾을 수 없다고 보기 때문이다.
 
현실적인 문제도 거론된다. 원장은 상근직이다. 더구나 세종시로 옮기는 상황에서 출판사 경영자가 3년 동안 회사의 공백을 각오하고 그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 것인가 하는 점이다.
 
출판인=절대선이냐고도 묻는다. 출판인이 맡는다고 해도 적임이 아닌 사람이 원장직을 맡게 되면 오히려 출판계 대다수의 의사와 다른 방향이 전개될 수도 있고, 그러다보면 출판계 내의 분열만 초래할 수도 있지 않느냐는 지적이다.
 
어떤 의견이든 전혀 일리가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런 원론적인 접근, 예상되는 악수의 경우까지 생각할 상황이 아니다. 그런 점들은 최선을 다해보자는 것이 대전제이다.
 
우리가 원하는 원장은 정부가 아닌 우리를 바라보고,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출판을 이해하고, 설득과 이해를 구하는 것이 아닌 눈빛으로 대화할 수 있는 사람이다. 분명한 것은, 그런 사람이 출판계 안에는 분명히 다수 존재한다는 것이고, 출판계 밖에는 아예 없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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