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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10월 23일 월요일

'야간사서' 문제, 비정규직의 정규직화와 공공도서관

밤의 도서관 夜間 사서의 눈물

  • ● 밤 10시까지 도서관 지키는 ‘야간 사서’, 정규직 전환에서 제외
  • ● 사서 자격증 있어도 月 150만 원도 못 받아
  • ● “경과적 일자리다” 對 “상시·지속 업무다”
  • ● 고용부 “정규직 전환 여부, 도서관에 맡길 것”
‘야간 사서’란 평일 오후 1시 이후에 도서관에서 근무하는 비정규직 사서를 말한다. 주말 이틀 중 하루도 도서관을 지킨다. 전국 공공도서관은 2007년부터 평일 밤 10시, 주말 오후 6시까지로 도서관 운영 시간을 늘렸다. 야간 사서는 이렇게 연장된 개관시간을 책임지는 도서관 직원이다. 올해 기준으로 전국 512개 공공도서관에서 1258명이 야간 사서로 근무하고 있다. 이들은 지난 1년 사이 100여 명이 늘었을 정도로 매해 증가하는 추세다. 

(중략)

현재 야간 사서에게 지급되는 월 급여(기본급)는 주당 40시간 근무를 기준으로 147만6500원. 공무원 9급 3호봉에 해당한다(2016년 기준 기본급, 각종 수당 제외). 연차에 따라 급여가 오르는 구조는 아니다. 7년차 야간 사서인 김씨 역시 148만 원을 받고 있다. 또한 야간 사서의 고용 조건은 보통 평일 4일 근무, 주말 1일 근무이기 때문에 주말에 근무하더라도 주말근무수당이 지급되지 않는다. 명절휴가비, 상여금 등 각종 수당도 받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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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는 지난 7월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을 발표하면서 ‘경과적 일자리’는 예외로 하기로 했다. 경과적 일자리란 일종의 취업지원 정책으로, 구직자에게 일정한 근로 경험을 제공해 더 나은 일자리로 이동하도록 돕는 것을 목표로 한다. 취업의욕과 기초직업능력이 낮아 일자리를 찾는 데 어려움을 겪는 취업취약계층을 대상으로 한다. 이러한 경과적 일자리 사업은 정부 재정이 투입되는 ‘직접’ 일자리 사업이기 때문에 근로자의 반복 참여가 제한된다. 야간 사서와 보훈섬김이 모두 경과적 일자리에 속한다.

그러나 보훈섬김이는 해당 업무의 상시·지속성을 고려해 정규직(무기계약직) 전환 대상에 포함됐다. 국가보훈처 혁신행정담당 최예은 서기관은 “지난 10년간 보훈섬김이 서비스를 운영해온 결과 근로자 평균 근속기한이 5년을 웃돌았다. 또 보훈섬김이 서비스는 수혜자들의 만족도 등을 고려할 때 장기적으로 운영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판단됐다. 이에 따라 보훈섬김이 근로자들을 정규직 전환 대상으로 분류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소식을 접한 야간 사서 김씨는 “밤늦게까지 공공도서관 문을 여는 것 또한 이제는 중단될 수 없는 사업”이라며 답답한 심경을 토로했다.  

“주민들은 과거보다 도서관 이용이 편리해졌다고 좋아합니다. 도서관 측도 연장 운영이 필요하다는 걸 잘 알고 있어요. 그렇다면 야간 사서도 보훈섬김이와 마찬가지로 상시·지속성을 띠는 일자리가 됩니다. 저와 같이 장기간 근무해온 야간 사서가 꽤 많아요. 우리 역량이 제대로 대우받지도, 활용되지도 못해 속상합니다.”

공공도서관 비정규직 사서 형태는 다양하다. 야간 사서 외에도 작은도서관 순회사서, 주민센터가 운영하는 도서관 전담사서, 도서 관외대출 서비스 전담사서, 주말 사서 등이 있다. 이들 비정규직 사서는 정부가 추진하는 정규직 전환 대상에 포함된다. 야간 사서만 예외다. 지난 8월 문체부는 지자체 소속 공공도서관에 ‘야간 사서는 정규직 전환 대상이 아니다’라는 내용의 공문을 발송했다.  

야간 사서가 속한 공공도서관 개관시간 연장사업은 문체부가 2007년 국민문화향유 기회 확대 및 전문인력 일자리 창출을 목표로 시작한 사업. 예산은 중앙정부와 시·도 지자체가 반반씩 부담한다. 즉, 야간 사서는 정부 재정이 지원돼 만들어진 직접 일자리로 “실업·복지대책 차원에서 제공하는 경과적 일자리”라는 것이 문체부의 설명이다. 문체부 관계자는 “야간 사서는 정부가 지원을 중단하면 없어지는 한시적 일자리라는 고용노동부 의견이 있다”며 “고용부 방침이 바뀔 조짐이 보이지 않는 이상 어쩔 수 없다”고 설명했다. 올해 공공도서관 개관시간 연장사업 예산은 총 288억 원(국비 118억 원, 지방비 170억 원)이다. 

그러나 도서관 근로자 관련 노동단체는 공공도서관 개관시간 연장사업이 상시·지속업무 요건을 모두 충족하기 때문에 야간 사서를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것이 정부 정책에 부합한다고 주장한다. 이들은 그 근거로 △문체부 국고보조사업 중 상시·지속업무로 지정된 점(2012년 6월) △야간 사서 상당수가 반복 참여하며 장기 근무하는 점을 제시한다. 실제로 상당수 야간 사서가 계약을 반복적으로 갱신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고용부에 따르면 2016년 채용된 야간 사서 1152명 중 계약을 1회 이상 갱신한 경험이 있는 야간 사서가 1016명에 달했다. 전체의 약 88%가 반복 참여하는 셈이다.  

정부가 상시·지속업무라고 판단하는 기준은 두 가지다. 첫째, 연중 9개월 이상 계속되는 업무. 동일한 장소에서 유사한 업무를 수행하는 기간제 근로자가 수개월 단위로 반복 사용되면 연중 계속되는 업무로 간주된다. 둘째, 향후 2년 이상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업무. 사업 명칭과 관계없이 향후 성격이 비슷한 업무가 2년 이상 계속 수행될 것으로 예상되면 정규직 전환 대상에 포함된다. 

그러나 고용부는 이 사업이 ‘일자리 창출을 목적으로 하는 사업’이라는 입장을 고수한다. 다양한 사람에게 근로 경험 기회를 주자는 취지로 만든 일자리이기 때문에, 이를 정규직으로 전환하면 사업 취지에 반한다는 것이다. 다만 고용부는 도서관 현장에서 불거진 논란을 의식해 자격 및 근무역량 등을 고려해 일부 야간 사서를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추가지침을 마련하기로 했다. 고용부 관계자는 “야간 사서가 일괄 정규직으로 전환되는 것은 아니고, 각 도서관이 심의위원회를 열어 정규직 전환 여부를 결정하게 될 것”이라며 “야간 사서의 정규직 전환 가능성을 열어둔 것으로 이해해달라”고 했다. 고용부의 이번 방침은 향후 정부 재정지원 직접일자리 사업에 고용된 기간제 근로자의 정규직 전환을 판단하는 주요 선례가 될 전망이다. 

이 같은 야간 사서 사안은 정부의 공공부문 정규직화 대책에 사각지대가 존재함을 보여준다. 남우근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정책위원은 “이번 논란은 공공부문 정규직화를 위한 정부의 컨트롤타워가 부재한 데서 비롯됐다”며 “부처마다 입장이 다르다 보니 정부가 일관된 입장을 보이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재정 부담’을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야간 사서를 정규직으로 전환한 이후 정부의 재정지원이 중단될 경우 지자체의 부담이 커진다는 것이다. 기간제 교사의 정규직화를 둘러싼 갈등과 같은 맥락의 논란도 발생할 소지가 있다. 일부 야간 사서가 정규직으로 전환되면 향후 정규직 사서 선발 인원이 그만큼 줄어들 수 있다는 것이다.

야간 사서 김씨는 “상시·지속 업무임에도 정부가 재정을 지원한다는 이유로 정규직 전환 사각지대에 놓이는 일이 없길 바란다”고 바람을 피력했다.  


출처 http://shindonga.donga.com/3/home/13/11007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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