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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11월 24일 금요일

‘디어 랄프 로렌’/ 손보미/ 김지영 동아일보 기자

“그 친구는 내가 학교에 안 나간 후부터 내 집 문을 두드렸어요. 노크 말이에요. 누군가 내 집 문을 노크해줬죠. 섀넌, 나는 그걸 계속 비웃었지만. 이제는 비웃는 걸 그만해야 할까 봐요. 섀넌, 이 세상의 누군가는 당신의 문을 두드리고 있을 거예요. 그냥 잘 들으려고 노력만 하면 돼요. 그냥 당신은 귀를 기울이기만 하면 돼요.”

-손보미 소설 ‘디어 랄프 로렌’에서 
손보미 씨의 장편 ‘디어 랄프 로렌’은 올해 대산문학상 수상작이다. 37세의 젊은 작가인 그가 첫 장편으로 국내 주요문학상 수상자가 된 것을 보니 한국문학의 세대교체가 이루어졌음이 확연히 와 닿는다.  

‘디어 랄프 로렌’이라는 영어 표현을 그대로 쓴 것도 그렇거니와, 랄프 로렌이라는 패션 브랜드를 한국 소설에 끌어왔다는 것부터 흥미롭다. 무라카미 하루키가 작품에 폴 스미스(영국 패션브랜드)를 등장시킨 건 신선하고도 자연스럽게 읽혔지만, 한국 소설에선 낯설어 보였던 터다. 더욱이 이 소설은 그 브랜드의 디자이너 ‘랄프 로렌’의 일대기를 한국의 젊은이 종수가 추적해 나가는 이야기다. 종수를 통해 하나하나 알려지는 랄프 로렌의 이야기는, 소설인지라 허구다.  


물론 랄프 로렌의 삶이 소설의 메시지는 아니다. 소설은 대학원에서 쫓겨난 뒤 자신의 인생에서 박탈당했다고 생각했던 종수가 상처를 극복해 나가는 과정이다. 랄프 로렌을 탐구하겠다고 나선 종수는 그와 관련된 사람들을 만나게 되고, 그 사람들과의 부대낌 속에서 위로를 받게 된다. 홀로 좌절 가운데 있는 듯 싶지만 실은 누군가가 계속 자신을 노크하고 있다는 것, 이것이 종수가 알게 되고 타인과 나누게 되는 깨달음이다. 그 또래의 젊은이 다수가 공감할 만한, 절망에 빠진 한 청년을 손보미 씨는 이렇게 따뜻하고 다감한 방식으로 끌어올린다.  

손보미 씨는 2011년 동아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했을 때 당선소감에서 “나도 나만의 세계를 가지고 싶다”고 밝혔다. 그의 바람은 이뤄진 것 같다. 


원문보기: 
http://news.donga.com/Main/3/all/20171123/87424508/1#csidx375e5bd75dc649c938ea1d4002e85f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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