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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11월 22일 수요일

미국인 선교사 배위량의 ‘텬문략해'

미국인 선교사 배위량의 ‘텬문략해'
천체의 생성과 운행은 하나님 뜻
정영택 편역 책 세밀한 그림 돋보여


토성에 멋진 테가 있다는 사실은 누구나 알고 있다. 천체망원경을 통해 직접 눈으로 본 사람은 그리 많지 않더라도 토성의 테 자체는 천문학 상식 중의 하나다. 또한 태양의 둘레를 도는 행성들 역시 순서대로 외우는 이들이 많다. 수, 금, 지, 화, 목, 토, 천, 해, 명. 그러나 명왕성은 더는 행성이 아니다. 전세계 천문학자들은 2006년에 명왕성을 행성이 아닌 왜행성으로 재분류했다. 20세기에 교육받은 기성세대 중에서는 아직 명왕성을 행성으로 알고 있는 이들이 꽤 된다.

이러한 천문학 상식들은 언제부터 우리의 필수 교양이 되었을까? 토성에 테가 있다거나 태양계 행성들의 순서 같은 지식을 어릴 때부터 아무런 의심 없이 당연하게 받아들인 것은 언제부터일까? 관측천문학이 발달한 서양에서 넘어온 것임은 분명해 보이지만 정작 근대 천문학이 이 땅에 들어온 역사는 그간 널리 알려지지 않았다.

한국 최초의 근대 천문학 책은 1908년에 나온 <천문학>(天文學)이다. 교육자였던 정영택(1874~1948)이 일본의 요코야마 마타지로가 1902년에 와세다대학 출판부에서 낸 <천문강화>(天文講話)를 편역해서 출판한 것이다. 이 책 앞부분에는 100여개에 이르는 그림이 실려 있는데, 여기에 토성의 테를 비롯하여 달 표면의 상세한 지형도, 꼬리가 세밀하게 묘사된 혜성들, 비처럼 쏟아지는 유성우 등등 다양한 내용이 나온다.

정영택은 보성전문학교 교장을 지냈으며 일제강점기에는 중국에서 독립운동을 한 인물이다. 과학을 전문적으로 공부한 사람은 아니었는데, 그 때문인지 ‘천문학’ 책에 일부 오류도 있다는 사실이 후대의 연구로 밝혀지기도 했다. 아무튼 이 책은 일제강점기에 조선총독부에서 교과서로 인가를 받은, 국내 최초의 천문학 교과서다. 책머리에 천체들의 운행 궤도를 자세히 그린 그림이 많이 있지만, 본문에는 수식이 거의 나오지 않는다. 그래서 중학생 정도의 교육 수준에 걸맞은 교과서로 추정하고 있다.

1908년에는 또다른 천문학 책이 출간된 기록도 있다. 미국인 선교사이자 숭실대학교 설립자인 윌리엄 베어드(William M. Baird·1862~1931)가 낸 <텬문략해>(天文略解)다. ‘배위량’(裵偉良)이라는 한국식 이름도 가지고 있던 그는 미국과 중국에서 나온 천문학 책을 일부 번역하여 책을 냈는데, 흥미롭게도 순우리말체다. 국한문 혼용체였던 정영택의 ‘천문학’과 달리 ‘텬문략해’는 외국인이 냈음에도 순우리말체였던 까닭은 천문학 지식의 전달 못지않게 선교라는 목적을 염두에 두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이 책에는 ‘하나님’, ‘아버지’라는 표현이 빈번하게 등장하며 천체의 생성과 운행은 모두 하나님의 뜻이라고 서술되어 있다.

베어드는 개인적으로 천문학에 관심이 많아 ‘텬문략해’를 직접 냈지만, 이 책은 정영택의 ‘천문학’에 비하면 그다지 널리 보급되지는 못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베어드가 평양에 처음 설립한 기독교연합대학에는 수학과 천문학을 가르친 칼 루퍼스(Carl W. Rufus)가 있었다. 루퍼스는 훗날 연희전문학교에서 제자 이원철을 키웠고, 이원철은 미국으로 유학을 가서 1926년에 미시간대학교에서 천문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는다. 바로 그가 우리나라 최초로 이학 박사 학위를 받은 인물이다.

1908년에 나란히 선을 보인 우리나라 최초의 천문학 서적 둘은 얼마 지나지 않아 잊히고 말았다. 책을 낸 사람들이 천문학을 전공한 학자가 아니었던 이유도 있고, 일제강점기로 접어들면서 일본 책들이 교과서 구실을 하게 된 탓도 컸다. 우리나라 사람이 쓴 천문학 교과서가 다시 등장하기까지는 무려 50년이 훨씬 넘는 세월을 기다려야 했다. 일본 유학파 출신으로 공주사범대에서 물리학을 가르치던 이은성은 1962년에 <천문학 개론>을 집필해 출간했다. 그는 1965년에 한국천문학회가 출범할 당시 창립 회원이었으며 나중에 한국천문학회와 한국과학사학회의 회장을 지냈다.

원문보기: 
http://www.hani.co.kr/arti/science/science_general/819693.html#csidx094dab87c21e91da97df173dde06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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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hani.co.kr/arti/science/science_general/819693.html#csidx00637227931ed689bba53ee1a28607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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