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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12월 20일 수요일

저자가 책을 소유하는 ‘펀딩출판’/ 김준호 1인1책 대표

포장마차에서 만난 U 출판사 사장은 아무 말 없이 소주를 연거푸 마실 뿐이다. 조심스레 말을 건네 본다. “사장님, 뭐 걱정꺼리라도 있으신가요?”

“김 대표님, 출판 경기가 너무 안 좋아요. 창고에 쌓인 반품으로 들어온 우리 도서들을 보면 울화통이 터져요. 출판밥 15년인데, 이제 출판을 접어야 하는 건 아닌지...”

U 출판사 사장을 가장 현실적으로 위로하는 일은 내가 술을 사는 것이다. 이러한 풍경은 조금이라도 출판계에 적을 두고 있는 사람이라면 낯설지 않을 상황이다.

출판사 사장들은 단군 이래 출판이 불황이라는 문구는 기억하기 싫다. 근 십 수 년 들어서 들어온 이런 말은 출판계 사람들을 더욱 지치게 만들 뿐이다.

출판업은 엄연히 비즈니스이다. 몇몇 사람의 경우, 출판업을 직업으로 가졌다면 참 좋은 직업이라는 식으로 이야기한다. 그만큼 돈도 되지 않은 일을 하지만 사회에서 꼭 필요한 일이라는 식의 속내가 들어있는 말이다. 하지만 책 역시 수익을 내기 위해 만드는 엄연한 하나의 상품이다.

대형서점에 책을 진열해 놓는 것은 본격적인 상업출판의 시작이다. 상업성을 띠는데, 수익이 나지 않는다면 그 사업은 접어야 하는 것이 맞다. 따라서 출판사가 책을 펴낸다는 것은 그 책에 투자를 한다는 얘기에 다름 아니다.

만일 출판사가 저자가 보내온 출판 기획물을 출판하지 않는다는 의미는 그 책에 투자할 만큼 매력적인 기획이 아니기 때문이다. 또는 기획은 좋으나 해당 출판사가 마케팅을 할 자신이 없을 때 책을 낼 수가 없다. 특히 가뜩이나 종이책 시장이 위축된 현실에서 출판사의 투자는 극히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그런데 출판사가 투자하는 책이라도 실제로 출판사가 할 수 있는 마케팅은 별로 없다. 한 대형서점의 관계자가 출판인을 모아서, ‘향후 출판 트렌드의 방향’에 관한 세미나를 개최한 적이 있다. 이때 행사 주최자가 제안한 대표적인 마케팅 수단이 ‘저자의 활동력이 책 판매를 좌우한다’는 명제였다.

여기서 나온 사례는 한 기자출신의 저자 겸 1인출판사 대표가 언론사를 돌아다니면서 책의 홍보를 했던 사건이었다. 강연자는 저자가 언론사에 직접 홍보를 적극적으로 해서 책의 판매가 잘된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홍보를 하려면 실질적인 투자금이 많이 드는 상황에서 출판사가 저자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현 출판 마케팅의 현실이 웃기고 서글플 뿐이다.

이러한 현실에 대안은 없을까. 지난 11년 동안 213권의 책을 기획출판한 필자로서는 책을 투자하는 주체가 달라지면 어떨까하는 생각을 하게 됐다. 실제로 자신이 책을 투자하는 저자를 만나 출판을 해 본 결과 매우 유의미한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출판 네트워크가 많은 필자는 한 출판사와 협약을 맺었다. 그 출판사에서는 저자가 투자한 소정의 소액 투자금을 갖고 편집진행과 인쇄 제작을 한다. 또한 책이 나오면 서점 유통을 맡아준다. 투자금은 저자가 내기에 책의 소유주는 저자이다. 책을 1,000부 찍으면 그중 50~70%는 저자가 갖고 나머지는 서점에 유통한다. 만일 서점에 유통하는 한 부의 책이 팔려 나가면 그 책 수익의 45%는 저자가 가져간다. 서점 유통을 대행한 출판사가 15%, 나머지 수익은 서점이 가져간다.

필자는 이렇게 저자가 투자하는 출판 과정을 ‘펀딩출판’으로 명명했다. 펀딩출판은 출판사가 출판을 투자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저자가 책 제작 소요금액을 모두 내기에 저자가 해당 책의 대주주가 된다.

물론 펀딩의 주체가 저자가 아니어도 된다. 주변의 지인과 친구가 될 수도 있다. 최근 출판 관련 클라우드 펀딩의 경우 책을 읽는 독자들이 펀딩 주체가 된다. 펀딩을 하는 과정에서 책이 홍보도 되고 최소한의 독자를 확보하게 되니 일석이조가 되기도 한다.

파킨슨병을 앓고 있는 어려운 상황에서도 ‘1인1책’ 김동일 저자는 필자와 함께 <와르르 아재개그>라는 책을 펴냈다. 바로 이 시스템으로 진행해 책이 나온 후, 유머 분야에 각 서점별로 베스트셀러가 됐다.

김 저자는 사춘기를 한참 겪고 있는 그의 딸을 위해 아재개그를 직접 만들었고 이를 묶어 책을 집필했다. 이 스토리 때문인지 그의 책은 독자에게 강하게 어필됐다. 그는 책이 팔려나가는 대로 한달 간의 정산을 통해 책 수익의 45%를 가져간다. 따라서 인세도 적지 않았다는 후문이다.

이제 출판사로부터 출판의 부담을 없애주는 것은 어떨까. 투자를 주저하는 출판사에게 집단 기획제안 이메일을 보내 출판사를 귀찮게 하지 말자. 자신이 쓰고 싶은 기획, 지금의 출판 트렌드에서 성공할 기획, 책 제작 이후 마케팅도 스스로 할 기획이 있다면 스스로 펀딩을 만들어 출판하면 된다.

지난 11년 동안 필자는 저자가 출판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을 연구해 왔다. 필자의 1인1책 플랫폼에서는 전자출판, POD(Publish On Demand) 출판, 옵셋 인쇄 출판 등 출판을 통해 저자와 출판사가 연결하는 경험을 쌓아왔다. 연말에 걱정거리가 많을 U 출판사 사장에게 한마디 전하고 싶다.

“U 사장님, 이제 책 제작 경비는 걱정 마세요. 책만 잘 만들어 주세요. 사장님의 책 만드는 노하우가 필요해요”

[MK스타일 / 글 : 김준호 (1인1책 대표)] 

출처 http://news.mk.co.kr/newsRead.php?year=2017&no=838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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