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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1월 8일 월요일

출판 발행인의 소명/ 표정훈

출판사 신문사 잡지사 등을 법적으로 대표하여 출판물을 발행하는 이를 발행인이라고 한다. 1908년 신문관에서 발행한 최초의 근대 잡지 ‘소년’의 발행인은 최남선의 형 최창선이었다. 신문관은 1907년 당시 17세의 최남선이 일본에서 인쇄 설비를 가지고 와서 설립했지만 공식적으론 최창선이 우리 근대 잡지 최초의 발행인이다. 한국잡지협회 제정 ‘잡지의 날’인 11월 1일은 ‘소년’의 창간일이다.

발행인 개념은 출판물이 이윤을 창출하는 상품으로 자리 잡으면서, 법적 권리와 책임 관계를 확실히 해야 할 필요가 커진 근대 이후의 산물이다. 20세기 초까지 인쇄소를 겸하는 출판사가 많았기 때문에, 발행인은 인쇄소·출판사 대표를 뜻했다. 1884년 3월 설립된 최초의 근대적 민간 출판사 광인사(廣印社)는 첫 책으로 한문 도서 ‘충효경집주합벽(忠孝經集註合璧)’을 펴냈지만 발행인 사항은 불분명하다. 여러 사람이 합작 투자하여 설립했기 때문이다.


1947년 국사원에서 펴낸 ‘백범일지’의 발행인·편집자는 백범 김구의 아들 김신 전 공군참모총장이다. 저작권자의 권리는 저작자 생존기간 및 사후 50년까지 보호됐기 때문에(2013년 7월 1일부터는 사후 70년), 1949년 별세한 백범의 저작물은 1999년까지 저작권을 주장할 수 있었다. 김신은 ‘백범일지’가 더욱 널리 출간돼 읽히길 바라는 뜻에서 저작권을 일찍 해제하였다.

탄압을 우회하기 위해 가상의 발행인을 내세우기도 한다. 스피노자는 ‘신학·정치론’(1670년)을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익명으로 펴내면서 발행지를 독일 함부르크로 꾸미고 발행인도 가상의 인물 헨리쿠스 퀸라트로 하였다. 조너선 스위프트는 당대 현실을 풍자한 ‘걸리버 여행기’(1726년)를 펴낼 때, ‘최초 발행인 리처드 심프슨이 독자들에게’라는 서문을 실었다. 심프슨은 걸리버의 사촌으로 설정된 가상의 인물이다. 

중국 청나라의 장해붕(1755∼1816)은 자신의 방대한 장서를 바탕으로 학진토원(學津討原) 1048권, 묵해금호(墨海金壺) 727권, 차월산방휘초(借月山房彙초) 283권 등 여러 총서를 펴냈다. 그가 발행인의 소명을 말한다. “책을 모아 소장하는 것은 읽는 것만 못하고, 읽는 것은 책을 펴내는 것만 못하다. 독서는 자신을 위한 것이지만 출판은 남을 이롭게 한다. 작가를 기리고 후대 사람들의 수양을 뒷받침하며 학문을 이끈다. 이 길보다 더 넓은 것이 있을까.” 
  
표정훈 출판평론가 

원문보기: 
http://news.donga.com/Column/3/all/20180108/88062832/1#csidxa97bf53493fc5eabab0b3b1cd7bcd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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