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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2월 26일 월요일

요즘 무슨 책 읽어요?/ 정은숙 마음산책 대표

처음 만난 자리에서 무례한 질문을 던지는 사람이 생각보다 많다. 대개는 낯서니까 긴장하고 조심한다지만 예의에 대한 감수성이 다른 사람들이 있는 것이다. 거침없이 사적인 질문을 하거나 정치적인 문제를 꺼내 논쟁이 될 만한 사안에 대한 유도형 질문을 하는 것이다. 대화하는 법은 재능이 아니라 훈련이고 연습이라고 생각한다. 
해외여행 중에 ‘테이블 북’을 발견했다. 손님을 맞는 거실, 건물 로비의 테이블 위에 놓여 있는 화보집. 아예 출판 장르로 구분해 부르기도 한다. 누군가를 기다리는 동안 들춰볼 수도 있고, 첫 만남에 그 책을 화제로 말머리를 자연스럽게 여는 데도 도움이 된다. 활자가 없는 화보집을 한두 페이지 넘기며, 서로의 사생활이 아닌 삶에 대한 교양미를 드러내는 것. 좋은 아이디어라고 생각했다.
우리의 옛사람이 안부 인사로 “밥 먹었어요?” 질문하듯 이제 “요즘 무슨 책 읽어요?”라고 물었으면 좋겠다. 내가 출판인이어서 갖는 바람이 아니라 사람 관계에서 아름다운 대화가 꽃피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서다. 책 이야기로 시작하면 얼마든지 깊은 대화가 가능하다. 
누군가 내게 질문해줬으면, 무슨 책을 읽는지를. 출판인임을 아는 지인은 주로 무슨 책을 만들고 있는지를 묻고, 아예 모르는 사람은 그런 질문 자체를 하지 않는다. 내게는 답이 준비되어 있는데 말이다. 
나는 요즘 뉴스에서 만나는 문화계 인사의 추잡한 행동에 놀라고 답답해서 어찌할 바를 모르겠다는 심정으로 <남자들은 모른다>를 읽는다. 오래전 내가 만든 책이기도 하다. 앤솔로지인 이 책을 다시 읽으며 위로와 힘을 얻는다. 안타깝게도 책이 상당 기간 품절되어 서점에서 구할 수는 없다.
지금은 정년퇴직하였지만 당시 국문학과 교수이던 김승희 시인이 ‘여성, 여성성, 여성문학’의 키워드로 44편의 시를 뽑고 거기에 이야기를 붙인 책이다. 출간 당시 단정적이고 도발적인 제목 때문에 화제가 되었다. ‘남자들은 모른다’라니. 책에는 가부장제 문화가 제공하는 여성 정체성과 그 환상을 수동적으로 받아들이지 않는, 여성주의적 주체 인식이 분명히 드러나는 시들이 수록되었다.
<남자들은 모른다>에 실린 시를 반복해서 보다가 시구를 소리 내어 읽기도 한다.
어젯밤에는 책에서 최영미 시인의 ‘어떤 족보’를 읽었다. “아브라함은 이삭을 낳고 이삭은 야곱을/ 야곱은 유다와 그의 형제를 낳고/ 유다는 다말에게서 베레스를 낳고/ 베레스는 헤스론을 헤스론은 람을/ 람은 암미나답을 낳고/ 다윗은 우리야의 아내에게서 솔로몬을 낳고/ 솔로몬은 르호보얌을 낳고/ 르호보얌은 아비야를…// (허무하다 그치?)// 어릴 적, 끝없이, 계속되는 동사의 수를 세다 잠든 적이 있다” 
끝없이 아버지가 아들을 낳고 있는, ‘낳다’는 동사 반복인 시. 가부장 중심주의의 이상한 족보를 의문스럽게 생각하는 시인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다 잠들었다. 어머니는 어디로 갔단 말인가, 단성생식의 소생이 남자란 말인가. 신화의 견고한 부권제를 의심 없이 받아들였던 독자에게 이 시가 던지는 물음이 곧 여성 자각의 힘이 될 수 있다. 
지금 만들고 있는 책에도 이런 여성 자각의 이야기가 있다. 영화배우 문소리와 일본 감독 니시카와 미와의 대담에서. 이제는 직함에 영화감독도 붙은 배우 문소리는 작년에 상영했던 <여배우는 오늘도>를 연출하면서 여배우의 민낯이 드러난 삶의 이야기로 ‘여성적 삶’의 보편성을 획득했다. 자신의 목소리로 살아가는 모든 여성이 공감할 수 있는 영화를 만든 연출력에 마음껏 박수를 보냈다.
배우 문소리는 니시카와 감독이 여성성 캐릭터 연기를 잘하는 비결을 묻자 이렇게 답한다. “제가 평범하게 산 일상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하고, 그것들이 나의 큰 재산일 수 있다고 늘 그렇게 생각해요. 나의 평범한 일상이 내 연기를 비범하게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하니까, 나는 ‘이런 여배우임을 밝히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자’고 합니다”라고. 여성으로 태어나 남자들이 잘 모르고 의식하지 못하는 일을 일상적으로 겪는 이 땅의 현실. 영화 속에서도 묘사된 외면할 수 없는 여러 풍경들을 통해 현실 인식을 정확히 드러냈다는 점에서, 여성의 삶에 대한 풍자가 통렬한 <여배우는 오늘도>를 높이 기려야 한다고 생각했다. 
누군가 내게 무슨 책을 읽느냐고 물었다면, 이렇게 책으로 시작해서 영화로 건너가는 이야기로써 우리의 현실과 뉴스 속 참담한 사건을 여성의 시선으로 말할 수 있겠다.
그러니까 요즘 무슨 책을 읽느냐고 안부 인사를 건네주시기를. 
원문보기: 
https://goo.gl/ebia1i

서강대 떠난 철학자 최진석/ 송화선 신동아 기자

"짜릿하다. 앞으로 펼쳐질 삶이 기대된다"
[신동아]
● 호랑이가 우리 안에서 죽을 수는 없지
● 욕망대로 살지 않는 건 천형을 받는 것과 같은 일
● 인류 역사는 위험한 곳으로 건너간 이들의 흔적
● 변방에서 중앙을 전복하리라
[조영철 기자]
노장철학 전문가 최진석(59)이 서강대를 떠났다. 지난해 1월 사표를 냈고, 12월 대학본부가 이를 수리했다. 국내 대학교수 정년은 65세. 7년 이상 보장된 '안정된' 일자리를 박차고 황야로 나선 이유가 궁금했다.
사표를 쓰게 된 계기가 있나. 
"오래전부터 생각해온 일이다. 대학이 요구하는 학문 체계가 있다. 엄밀하라. 빈틈없이 너의 논리를 세워라. 그러나 난 인문학 분야의 경우 빈틈없음이 최고의 가치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자기를 확장하는 일은 빈틈 하나 없는 논문이 아니라 구멍이 듬성듬성 나 있는 이야기로 가능하다고 믿는다. 학생들에게도 늘 '자기 생각을 논증하기보다는 이야기로 풀어낼 수 있는 자' '모호함을 명료함으로 바꾸기보다는 모호함 자체를 품어버리는 자'가 되라고 했다. 
2015년 '건명원' 설립 때부터 원장을 맡아 이런 신념을 현실에서 펼치고자 노력하고 있기도 하다. 그러면서 나 자신은 기존 대학 체계 안에 계속 머무르는 게 온당한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동안 학생들에게 '편안한 데 머물지 말고 경계에 서서 불안을 감당하는 자가 돼라'고 했는데, 학교를 떠남으로써 비로소 언행일치를 할 수 있게 된 것 같다."

논문의 세계에서 이야기의 세계로

건명원은 어떤 곳인가. 
"창의적 인재 양성을 목표로 하는 교육기관이다. 오정택 두양문화재단 이사장이 사재를 출연해 설립했다. 건명원이라는 이름엔 '밝은 빛을 세우는 터전(建明苑·건명원)'이라는 뜻이 담겨 있다. '명(明)'이라는 한자를 보면 대립된 해(日)와 달(月)이 공존한다. 해를 해로 보고 달을 달로 보는 것은 지(知)의 영역이다. 명(明)은 그런 구획되고 구분된 차원을 넘어 두 개의 대립 면을 하나로 장악할 수 있는 능력을 상징한다. 우리나라의 미래를 개척하려면 이런 능력을 갖춘 인재를 길러내야 한다는 게 오 이사장의 뜻이다. 거기 공감하는 교수들이 모여 소수의 학생에게 인문 예술 과학 등을 가르친다. 교육비는 전액 무료다." 
건명원과 대학 둘 다에서 강의할 수는 없나. 
"그래도 된다. 나 자신이 그럴 수 없었을 뿐이다. 달리 말하면 그러기 싫었다. 내가 지향하는 것이 '이야기의 세계'라면 '논문의 세계'는 떠나야 한다고 봤다. 그것이 나에게 진실한 행동 아니겠나."

20년간 지켜온 교단을 떠나는 게 쉽지는 않았을 텐데. 
"교수를 그만둔다고 내 삶이 크게 달라지지는 않을 거다. 다만 서강대를 떠나는 데 대해 이런저런 생각이 들기는 했다. 내가 장학금을 받으며 공부했고, 1998년 교수가 된 뒤부터는 월급을 받아 가정을 꾸릴 수 있게 해 준 곳이다. 2월 3일 아침 마지막으로 연구실에 들렀는데 그 안에서 지내온 여러 순간이 주마등처럼 머리를 스쳐가더라. 짐을 다 빼 텅 빈 공간에 대고 '고맙다'고 작별 인사를 했다."

주변 반응은 어떤가. 
"어떻게 먹고살려고 저러나 하는 시선이 가장 많은 것 같다(웃음). 그런데 사실 내가 안정적인 공간을 박차고 나간 게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1990년 서강대 철학과에서 박사과정을 밟다가 학교를 그만두고 중국에 간 일이 있다. 한중수교 전의 일이다. 그때는 중국에서 뭘 공부하겠다거나 나중에 뭐가 되겠다는 생각조차 없었다. 당시의 내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아 완전히 새롭게 시작해야겠다고 결심했을 뿐이다. 중국에 간 뒤 2년 정도를 대책 없이 떠돌았다. 가장 깊숙한 곳에서부터 나 자신을 돌아보고, 앞으로 어떻게 살 것인지 처절히 고민했다. 그렇게 지내다 1992년 한중수교가 이뤄지면서 다시 철학을 공부할 기회가 생겼다. 이후 헤이룽장대, 베이징대에서 공부하고 돌아와 교수가 된 것이다. 이번에 내가 사표 썼다는 소식을 듣고 후배 중 한 명이 '중국으로 표표히 떠나던 때의 뒷모습이 오버랩됩니다'라는 문자를 보냈더라. 나도 요즘 종종 그때 생각을 한다." 
1990년 당시 스스로에게 그토록 불만을 느낀 이유가 뭔가. 
"논리적으로 설명하기는 어렵다. 어느 날 아침 일어나 거울을 보는데, 그 속에 학문적 진보가 없고 인격적으로도 엉망진창인, 아무것도 아닌 한 인간이 서 있더라. 그게 나라는 걸 견딜 수 없었다. 이런 삶을 일단 멈춰야 한다고 생각해 그렇게 행동한 것이다." 
이미 결혼하고 아이도 있던 때 아닌가. 
"그래서 더 절박했을 거다. 그 모습 그대로 산다면 자식 앞에서 얼마나 별 볼일 없는 아비가 되겠나. 아내에게는 또 어떻겠는가. 물론 내가 중국으로 떠나면 우리 가족이 배를 곯게 될 것은 분명했다. 하지만 당장 굶어 죽을 상황은 아니었다. 그렇다면 여기서 버티기보다 어떻게든 돌파구를 마련해 내가 제대로 된 모습으로 성장할 방법을 모색하는 게 중요하지 않겠나. 그게 우리 가족을 진정 책임지는 자세라고 생각했다. 당시 세상 모든 사람이 내게 '그러면 안 된다'고 했지만 오직 한 사람, 우리 아내만 '그렇게 하세요'라고 말했다. 그 말에 힘을 얻었다."

스스로에게 진실하게

이번에도 마찬가진가. 
"이번에는…(웃음). 우리가 31년을 같이 살았다. 그사이 집사람이 내 결정에 대해 '잘했어요'라고 하지 않은 게 이번이 처음이다(웃음). 학교에 사표를 냈다고 하니 처음으로 다시 한번 생각해보라고 하더라. 대학에서도 다시 생각해보라고 무급휴직을 줬다. 하지만 1년 가까이 시간이 흘러도 마음이 변하지 않았다. 돌아보면 내가 스스로에게 가장 진실했던 때가 30대 초반 중국으로 무작정 떠났을 때다. 거기서 학문과 인생에 대한 눈을 떴다. 내가 전보다 조금은 넓고 깊은 사람이 된 것도 그 시간 덕분이다. 그 뒤로 나는 사람이 자기 자신한테 정말 진실하게 행동하면 우주 대자연이 주는 선물이 있다고 믿는다. 인생 방향은 다수결로 정하는 게 아니다. 내가 원하는 것, 내 욕망에 진실한 것이 중요하다. 허투루 흘려보내기엔 삶이 너무 짧지 않나." 
뭔가 절박하게 들린다. 
"장자 지북유 편에 이런 말이 있다. '하늘과 땅 사이에서 사람이 사는 시간은, 천리마가 벽의 갈라진 틈새를 내달려 지나치는 순간과 같다. 홀연할 따름이다.' 나는 살아가며 중요한 선택의 기로에 설 때마다 이 구절을 떠올린다. 돌아보면 정말 그렇다. 정신 안 차리면 10년, 20년이 훅훅 지나간다. 이처럼 인생이 홀연하다는 걸 아는 사람은 늘 긴장하며 살 수밖에 없다. 어영부영 지내다가는 한순간도 별처럼 살지 못한 채, 남이 별처럼 사는 것을 평가하고 박수만 치다 가버리게 된다." 
별처럼 살고 싶은가. 
"물론이다. 나뿐 아니라 세상 모든 사람이 별처럼 살기를 바란다. 인간은 매우 특별한 존재다. 자신이 모르는 것을 꿈꾸고, 위험한 곳으로 기꺼이 간다. 생각해보면 참 신비한 일이다. 인류 역사는 그런 사람들의 흔적으로 이뤄져 있다. 그들을 움직인 힘이 내 안에도, 당신 안에도 있다. '우리'가 아니라 각자 자기 안에 자기를 빛나게 할 힘을 갖고 있다는 얘기다. 그런 소중한 '자기'를 제 마음에 들지 않은 상태로 내버려두는 건 큰 잘못이다. 결국은 천형을 받는 것 같은 고통을 겪게 된다." 
사표를 쓴 이유를 묻는 한 지인에게 "호랑이가 우리 안에 갇혀 죽을 수는 없지"라고 했다던데. 
"그랬다(웃음). 말이 멋있지 않나. 내가 친구들 앞에서 좀 폼을 잡는 게 있다. 결국은 같은 얘기다. 한 번뿐인 인생, 오직 나를 생각하며 가장 나다운 모습으로 살고 싶다."

聖人爲腹不爲目

1998년부터 재직해온 서강대 강단을 떠나 새로운 출발선에 선 철학자 최진석. [조영철 기자]
모든 사람이 그렇게 '자기'만을 생각하면 사회가 제대로 굴러갈까.
 
"도로 위 차선을 한번 생각해보라. 얼마나 허약한가. 가느다란 줄 하나에 불과하다. 그런데 그것이 차선이 되는 순간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 사람들은 나와 상대 모두 그 선을 넘지 않을 것이라는 걸 믿고 시속 100km 이상 속도로 도로를 질주한다. 그게 사람이다. 정해놓은 것을 그렇게 잘 따르면서, 동시에 정해지지 않은 것을 추구한다. 경계 안에 머물면서 그 밖을 꿈꾼다. 그런 각자가 모여 있는 곳이 이 사회다. 구성원 모두가 '자기'를 생각하는 게 결코 사회의 이익과 배치되지 않는다. 오히려 각자 자신 앞에 진실해지고, 자신의 욕망을 최우선으로 생각해야 사회가 발전한다고 믿는다." 
노자의 '도덕경' 중에서 '자신의 몸을 천하만큼 아낀다면 (그에게) 천하를 맡길 수 있다'는 대목이 떠오른다. 
"그렇다. 공자는 '살신성인'이나 '극기복례'를 중시했다. 나의 이익보다 공익을 우선하는 '멸사봉공'의 태도를 가져야 한다고 봤다. 노자는 다르다. 자신을 사랑하고 자신을 귀하게 여기는 것을 가장 중요하게 여겼다. 도덕경에는 '성인은 배를 위하지 눈을 위하지 않는다(聖人爲腹不爲目)'는 구절이 있다. 여기서 배(腹)는 구체적이고 개별적이며, 바로 여기 있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는 배가 부르거나 고플 때 어떤 이념 체계를 근거로 판단하지 않는다. 그저 느낄 뿐이다. 반면 눈(目)은 밖을 향한다. 무엇인가를 보려면 필연적으로 그것과 다른 것을 구분해야 한다. 그 준거로 기존 관념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우리가 책상을 식별하려면 책상이라는 이미 형성된 관념에 바탕을 두고 책상을 책상이 아닌 다른 것들과 격리해야 한다. 노자는 이런 행위를 느낌보다 오히려 낮게 봤다. 노자 사상을 대표하는 말 중 '저것을 버리고 이것을 취하라'가 있는데, 이 또한 마찬가지 뜻이다. 노자가 버리라고 한 '저것'은 공고히 구조화된 이념적 가치 체계 혹은 이성이고, 취하라고 한 '이것'은 개별적 신체성, 달리 말하면 개인의 욕망이다." 
‘자기에게 진실해라' '별처럼 살아라' '배를 위하라'가 모두 하나로 통한다. 
"그렇다. 그렇게 해야 비로소 우리는 저 멀리 걸려 있는 낡고 보편적인 이념을 '소비'하는 데서 벗어나 지금 이 시대, 바로 나 자신에게 맞는 이념을 '생산'하는 사람이 될 수 있다. '나'는 개별적으로 동떨어진 존재가 아니기 때문에 자기 자신과 진실하게 대면하는 사람은 필연적으로 자기가 사는 시대 전체를 고민하게 될 수밖에 없다. 그 과정에서 발견하는 자기 욕망은 시대의 문제와 당연히 맞닿게 된다. 
나는 우리 시대의 가장 큰 문제가 세상이 변했는데도 새로운 언어가 생기지 않는 것, 다시 말하면 과거의 틀 안에 갇혀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지금 우리에게는 비전이 없다. 지금처럼 과거의 언어로 현재를 계속 다뤄서는 결코 미래를 열 수 없다. 돌아보라. 이 세계에 존재하는 위대한 것, 창의적인 것 가운데 고유하지 않은 것이 하나라도 있나. '따라 하기'를 통해서는 결코 위대해질 수 없다. 나는 한국이 계속 이 상태에 머물러 있으면 앞으로 나아가지 못할 뿐 아니라 오히려 엄청난 치욕을 다시 당하게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것을 알았을 때 철학자가 할 일이 무엇일까. 사회에 경고음을 울리고 행동하는 것 아니겠나." 
그러니까 나 자신을 가장 위하는 길이, 궁극적으로는 이 시대의 문제를 풀어내는 것이라는 말인가. 
"노자가 '자신의 몸을 천하만큼 아낀다면 (그에게) 천하를 맡길 수 있다'고 한 게 바로 그런 의미다. 나는 지금 내가 이 시대에 수행해야 할 책임이 있다고 여긴다. 눈보다 배를 위하는 사람, 철 지난 언어와 신념에서 벗어나 자기 언어와 자기 비전을 가진 사람, 그것을 바탕으로 이 시대를 성찰하고 시대의 병을 고치고자 나서는 사람을 길러내는 것이다."
최진석은 현재 한국이 모든 면에서 한계에 도달했다고 본다. 이 상황을 극복하지 못하면 머잖아 '치욕'을 당하게 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왜 그가 학자로서 이 사회에 경고음을 울려야 한다고 생각했는지 물었다. 
그에 따르면 지난 시절 우리는 '따라 하기' 방식으로 나라를 발전시켜왔다. 다른 이들이 만든 문명, 제도, 물건 등을 가져다가 그대로 흉내 냈다. 이 영역에서 탁월한 능력을 발휘한 덕에, 결과적으로 우리는 종속적인 문명이 닿을 수 있는 최고 높이에 도달했다. 
그러나 이것에 만족해서는 다음 차원으로 넘어갈 수 없다는 게 최진석의 생각이다. 종속적인 문명에 익숙해진 사람은 스스로 생각하는 대신 남이 해 놓은 생각을 자기 행동의 기준으로 삼는다. 분명한 기준이 있으니 그에 맞으면 참, 그렇지 않으면 거짓이라고 본다. 섣부른 '진위 논쟁'에 빠지고, '선악'에 대한 가치판단에 집착한다. 우리 사회가 이승만/김구, 친미/반미, 반북/친북, 보수꼴통/친북좌빨 등으로 양분돼 소모적 갈등을 지속하는 건, 우리 생각의 차원이 이 단계에 묶여 있기 때문이라는 게 최진석의 생각이다. 
그는 우리나라가 앞으로 나아가려면 이 단계를 넘어서야 한다고 본다. 지금 세계는 굳건히 자리 잡은 기준을 바탕으로 하는 '판단'보다 개방적으로 진행되는 '사유'를 통해 진보한다. 우리도 스스로 생각하는 창의적인 사회, 정답을 말하는 게 아니라 질문을 던질 수 있는 사회, 전술적인 차원을 넘어 전략을 고민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최진석이 '반역자'를 키우는 교육을 강조하는 이유다.

내가 나를 장례 지낸다

반역자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종교적 회심 수준의 결단이 필요하다. 현재의 자기를 부정하고 반성하며 때로는 그동안 누려온 모든 것을 포기해야 한다. 장자의 표현을 빌리면 '오상아(吾喪我)', 즉 '내가 나를 장례 지내는 것'이 필요하다. 나는 이 말을 '자기 살해'라고 풀이한다. 자신을 살해한다고 할 만큼 철저히 기존의 자기와 결별하지 않고는 새로운 나를 만날 수 없다는 의미다. '오상아'의 '오(吾)'는 새로워진 우주 질서에 동참하거나 인격적으로 성숙해진 자아, '아(我)'는 기존 가치와 이념에 고착돼 있는 자아다. '오'가 '아'를 죽여야 비로소 장자가 '소요(逍遙)'라고 표현한 특별히 자유로운 정신적 경지에 도달할 수 있다." 
내가 나를 죽여야 한다? 어찌 들으면 섬뜩한 말이다. 
"앞서 말했듯 인생은 짧다. 그 소중한 순간을 다른 사람이 만들어놓은 사상 이념 비전 언어에 갇혀 흘려보내는 건 너무 아깝다. 참자기를 찾는 게 결코 쉽지 않지만 그러기 위해 끝없이 노력해야 한다. 그게 인간답게 사는 길이다. 자신을 편한 자리에서 내쫓아 벼랑 끝에 세우면 동물적인 감각, 야생적인 투지가 되살아난다. 지금 여기 내가 고도로 살아 있음이 느껴진다. 요즘 내가 그렇다. 광활한 우주 안에 생명을 갖고 존재함을 각성한다. 이런 내 모습이 마음에 든다." 
존재에 대한 고민, 살아 있음에 대한 각성 같은 건 사춘기에 하고 그만두는 건 줄 알았다. 
"나는 나이 들수록 오히려 그런 데 더 예민해지는 것 같다(웃음). 늘 그런 건 아니다. 인터뷰를 하다 보니 나를 좀 포장하게 되는데 사실 나도 허투루 보낸 시간이 적잖다. 근기가 약하고 경솔한 사람이라 여기저기 다른 길로 빠진 적도 많다. 그나마 '인생은 짧다' '매 순간을 나 자신으로 살아야 한다'는 생각을 꾸준히 해왔기에 지금 이만큼이나마 살고 있는 것 같다. 나는 매일 아침 일어나면 '나는 금방 죽는다'고 서너 번 되뇐다. 그러면 적어도 얼마만큼은 덜 쩨쩨해진다. 좌고우면 하지 않고 나 살고 싶은 대로 살자 하는 마음이 된다. 허튼 데 시간 쓰는 일도 줄어든다." 
자, 그렇게 새로운 출발선에 섰다. 기쁜가. 
"기쁘기보다는 짜릿하다. 앞으로 내 인생이 어떻게 펼쳐질지 기대된다."

죽을 때까지 '동사'로 살겠다

최진석은 건명원, 섬진강인문학교 등에서 시대를 거스르는 창조적 반역자를 길러낼 계획이다. [조영철 기자]
앞으로의 계획을 말해달라. 
"건명원에서 강의한다. 대중을 대상으로 한 저술과 강연 등도 할 것이다. 모든 활동의 목표는 소수로서 다수를 전복하는 것, 주변에서 중심을 전복하는 것이다. 머리로 생각하면 다수와 중심이 깨었을 때 역사적 진보가 일어날 것 같다. 하지만 인류 역사를 보라. 실상은 그렇지 않다. 소수와 주변이 깨어났을 때 그 힘으로 거대한 변화가 이루어져 왔다. 현재 우리나라는 소수와 주변 구실을 하는 지역 혹은 지방이 전부 서울의 아류가 되려고 안달이다. 교육기관들은 하나같이 명문대를 따라가려고 안간힘을 쓴다. 이 틀을 벗어나야 한다. 지난해 서강대를 휴직하면서부터 전남 순천의 한 폐교 건물에 문을 연 '섬진강인문학교' 교장을 맡고 있다. 오충근 지휘자가 이끄는 부산심포니오케스트라와 함께 지역을 돌며 '노자와 베토벤'이라는 철학과 음악이 함께하는 콘서트도 하고 있다. 이런 활동을 통해 소수, 주변의 힘을 깨우려 한다." 
그런 노력으로 구체적 변화가 나타날 수 있을까. 
"어떤 일을 할 때 결과부터 생각하는 건 옳지 않다. 시대의 문제를 인식했다면 그것을 해결하고자 뛰어드는 게 먼저다. 지금 내게 있어 가장 의미 있는 건 가만히 있지 않고 무엇인가 '한다'는 것이다. 건명원을 하고, 섬진강인문학교를 하고, '노자와 베토벤'을 한다. 가만히 앉아 기존의 개념이나 이념을 갖고 남들 행동을 비판하고 분석만 하는 데서 벗어나, 내가 직접 무엇이든 해보려고 덤빈다. 사람은 이렇게 무엇인가를 함으로써만 우주의 운행에 참여할 수 있다는 게 내 생각이다. 무엇인가를 할 때 나는 역사의 평가자가 아니라 참여자, 달리 말하면 역사의 주체가 되는 것이다." 
최 교수는 "우리나라 지성들은 언젠가부터 분석과 비판에 매몰되거나 다른 학자들이 이미 해놓은 분석과 비판을 자기 삶에 수용하는 데만 경도돼 있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우리가 무엇을 분석하고 비판하는 것은 그것을 바탕으로 행동하기 위해서가 아닌가"라고 했다. 긴 시간을 돌아, 그가 왜 학교를 떠났는지에 대한 해답을 받아 든 느낌이었다. 이제 최진석은 그동안 공부해온 철학을 온몸으로 살아가려는 것이다. 
최진석에 따르면 개념이나 이념, 원칙은 항상 제자리에 머물러 있는 명사다. 반면 세계는 끊임없이 변하고 움직이는 사건들 즉, 동사다. 그는 명사를 벗어나 동사 속으로 뛰어들었다. 그 안에서 '짜릿하게' 달려가고 있다.
| 송화선 기자 spring@donga.com
출처 http://v.media.daum.net/v/20180225090203454

2018년 2월 22일 목요일

일본에서 소규모 서점들이 문을 닫고 있다/ 김진우 경향신문 도쿄 특파원

일본 도쿄 요요기우에하라역 앞에 있는 ‘고후쿠쇼보(幸福書房)’는 60㎡ 정도의 작은 서점이다. 1980년 이와다테 유키오(岩楯幸雄) 부부가 동생 부부와 함께 시작했다. 오전 8시부터 밤 11시까지 영업하면서 지역 주민들로부터 사랑받아왔다. 특히 6년 전 단골이 된 작가 하야시 마리코(林眞理子)의 친필 사인본을 판매하면서 하야시 팬들의 ‘성지’로 알려졌다.

이 서점이 20일 문을 닫았다. 20년 전부터 매상이 감소, 이와다테는 임대차계약 갱신을 앞두고 연령과 체력, 출판계의 향후 상황 등을 감안해 폐점을 결정했다. 한 단골은 “몸의 일부가 없어지는 느낌”이라고 NHK에 말했다.


 지난해 12월3일에는 도쿄 센다가야에 있는 서점 ‘유’가 문을 닫았다. 이 서점이 있는 상점가는 1970년대 후반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가 재즈카페를 운영했던 곳이다. 그때 하루키와 인연을 맺었던 서점주 사이토 유(齊藤祐)는 2년 전부터 재즈카페의 등롱, 하루키의 친필 사인 등으로 서점을 장식하고, 그의 작품 감상 모임을 매달 개최해왔다. 매년 10월 노벨 문학상 발표 때는 ‘하루키스트(무라카미 팬)’들과 수상 응원 이벤트를 열었다. 한 단골은 “안타깝다. 노벨상 수상 때까지 계속하길 바랐다”고 마이니치신문에 밝혔다.

일본에서 소규모 서점들이 문을 닫고 있다. 민간조사업체 알미디어에 따르면 전국의 서점은 지난해 5월 1만2526곳으로, 2000년 2만1654곳에서 43% 줄었다. 전국 지자체 20%에 해당하는 420곳은 한 곳도 없다. 특히 일본 서점의 절반을 차지하는 50평 미만의 작은 서점은 2016년 4821곳으로 지난 4년간 1147곳이 문을 닫았다.


소규모 서점들의 고전은 독서 인구 감소와 인터넷 보급으로 잡지나 책의 매출이 떨어진 때문이다. 특히 이익률과 회전율이 높아 매상의 주축이었던 잡지 판매가 부진한 탓이 크다. 2016년 출판물 판매액은 1조4709억엔으로 12년 연속 줄어들었는데, 서적이 전년 대비 0.7% 감소한 반면 잡지는 5.9% 감소했다.

지역 서점의 등불을 살려나가려는 움직임도 나오고 있다. 아오모리현 하치노헤시는 지난해 12월 북센터를 열었다. 잡지나 베스트셀러를 다루지 않고, 지방에선 구하기 어려운 전문서를 취급하고 있다. 지난해 8월 문을 연 가가와현 다카마쓰시의 서점 ‘루누강가’는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개업자금 일부를 모았다. 당초 목표액 50만엔을 넘은 75만엔을 모았다.

<도쿄 | 김진우 특파원 jwkim@kyunghyang.com>


원문보기: 
http://m.khan.co.kr/view.html?artid=201802202140005&code=970203#csidxe5b3a10d3e34b9796ae97c4a851d5e7 

뉴욕의 도서관에서 조지 워싱턴의 머리카락을

George Washington's hair found tucked in old book in New York library

Strands of the first US president’s hair thought to have been gift to book’s owner from James Alexander Hamilton, son of the famous Treasury secretary

A researcher at the Schaffer Library in New York has discovered what is believed to be a lock of George Washington’s hair inside an 18th-century almanac. The strands are thought to have been given to the book’s owner by the son of Alexander Hamilton, the first US secretary of the Treasury immortalised in the hit musical that bears his name.
Archivist Daniel Michelson found the copy of Gaines Universal Register or American and British Kalendar for the year 1793 while digging through the oldest books held in the Schaffer Library, part of Union College in Schenectady, New York. Within the covers of the book, which is believed to have belonged to Philip Schuyler, son of one of Union College’s founders, General Philip Schuyler, he discovered a series of Philip Schuyler’s handwritten notes on topics including how to “preserve beef for summer’s use”.
But when librarian John Myers examined the almanac further, he discovered what the college described as a “slender yellowed envelope”, containing “several strands of grey or whitening hair, neatly tied together by a single thread”. Written on the envelope were the lines: “Washington’s hair, L.S.S. & (scratched out) GBS from James A. Hamilton given him by his mother, Aug. 10, 1871.”
James Alexander Hamilton was the third son of Alexander and Eliza Schuyler Hamilton – the general’s daughter – who themselves were close to George and Martha Washington. Washington died in 1799.
“In an era when people frequently exchanged hair as a keepsake, it’s quite probable that Martha had given Eliza some of George’s hair, which in turn was given to their son, James, who later distributed it, strand by strand, as a precious memento to close friends and family members,” said the scholar Susan Holloway Scott, author of the historical novel I, Eliza Hamilton.
Although the hair has not been DNA tested, the manuscripts dealer John Reznikoff, who has a Guinness world record for the “largest collection of hair from historical figures”, told the college: “Without DNA, you’re never positive, but I believe it’s 100% authentic.” He speculated that the strands might be worth “maybe $2,000 to $3,000” (£1,400-£2,100).
The library’s head of special collections and archives, India Spartz, called the find “a very significant treasure” and “a tremendous testament to history”. “As an archivist, we come across interesting material all of the time,” she said. “But this is such a treasure for the campus.”
출처 https://www.theguardian.com/books/2018/feb/21/george-washington-hair-found-old-book-new-york-library

2018년 2월 21일 수요일

미국 마이애미 웨스트 티스버리 도서관( West Tisbury Library)의 어르신 서비스/ by Julie Pfitzinger

Winter delivers a charm all its own to Martha’s Vineyard, but it’s also the time of the year when life can be a little isolating for the area’s older residents.
“We live in a beautiful place, but it’s rural,” said Beth Kramer, director of the West Tisbury Public Library, one of more than 35 libraries belonging to CLAMS (Cape Libraries Automated Materials Sharing Network) on Cape Cod. “A lot of people don’t go out except for the essentials.”
The West Tisbury Library offers a robust assortment of special events and programs for all ages throughout the year, but is particularly valued for its comprehensive library services during the winter and its draw as a vibrant gathering place for older adults.
West Tisbury Library는 연중 내내 모든 연령대를 대상으로 강력한 행사 및 프로그램을 다양하게 제공하지만, 특히 겨울철에는 포괄적 인 도서관 서비스와 노인들을위한 활기찬 모임 장소로서의 가치를 인정 받고 있습니다.

In 2015, the library conducted a survey to tap into the needs of those who used the library; 75 percent of respondents were 51 and older. In 2017, the West Tisbury Library released a strategic plan which included a vision for the library as “a community center where life-long learning happens in a blended environment of quiet and collaborative space allowing self-discovery and connections between people.”

2015 년에 도서관은 도서관을 이용하는 사람들의 필요를 채우기 위해 조사를 실시했습니다. 응답자의 75 %는 51 세 이상이었다. 2017 년 West Tisbury Library는 도서관을 "개인 발견과 연결을 가능하게하는 조용하고 협조적인 공간의 혼합 된 환경에서 평생 학습이 이루어지는 공동체 센터"라는 비전을 포함하는 전략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Kramer offered one small example of how the library meets that goal each week: “We share a campus with the Up-Island Council on Aging, and most of our patrons use both services,” she said. “On Tuesday mornings, they host a popular discussion group, and after that’s over, many people come over to the library to read the paper, check out books or just visit with each other.”
크레이머 (Kramer)는 매주 도서관이 그 목표를 어떻게 달성하는지 보여주는 작은 예를 제시했습니다. "우리는 고령화에 관한 Up-Island Council과 캠퍼스를 공유하고 있으며, 대부분의 후원자는 두 가지 서비스를 모두 사용합니다. "화요일 오전에는 대중 토론 그룹을 주최합니다. 끝나면 많은 사람들이 도서관으로 와서 신문을 읽거나 책을 체크하거나 서로 방문합니다."

Best Ways to Build Community

Kramer, who has been the library director for 10 years, said that a few years ago, the library staff decided they wanted to offer enhanced programming for older residents, and sought their feedback. Two years ago, the West Tisbury Library and the Up-Island Council on Aging formed a small core group of local individuals who met regularly to discuss what they were interested in learning around the topics of aging and healthy lifestyles.
“Rather than offer a dry series of presentations, we wanted to feature programs that were really of interest,” said Kramer, adding that a series of free workshops on Balance with Chi Kung, Yoga and Breath was created, and ongoing hand massage sessions were introduced.
Other programs include TED Talk screenings, and discussions of green burials (environmentally friendly ones), a topic which Kramer said is of great interest to members of the community. The library also hosts Death Cafés, a space to engage in frank conversations about dying and bereavement.
다른 프로그램으로는 TED 토크 상영과 녹색 장례식 (환경 친화적 인 장례식)에 대한 토론이 있습니다.이 주제는 지역 사회 구성원들에게 큰 관심거리라고 Kramer는 말했습니다. 도서관에는 죽음과 사별에 관한 솔직한 대화에 참여할 수있는 Death Cafés도 있습니다.
“Many times, when we offer various programs, we serve homemade soup, bread and fruit,” she said. “We are really building community and inviting nourishing talks about shared concerns.”
Guests can also participate in creative classes, including painting and paper making. The library offers a Second Sunday Jazz Series for all ages, and is currently featuring a Women’s Winter Film Series. Library patrons can even rent instruments — including mandolins, guitars and ukuleles — and enroll in guitar lessons scheduled throughout the year.
“What we offer has been defined by who is participating,” said Kramer, adding that suggestions from patrons have resulted in the richness and variety of programming.

This Library Is About Books and More

It is a library after all, so guests can find books and DVDs, join a book club, and brush up on their technology skills or learn new ones.
“We have older residents who come in with different grasps on technology,” said Kramer. “Our IT/Reference librarian, Rachel Rooney, works one-on-one with residents on everything from downloading books to e-readers to miscellaneous computer questions that might come up.”
To further enhance the comfortable atmosphere of the light-filled library, coffee and biscotti (made at a local bakery) are available at minimal cost. Since Martha’s Vineyard is home to many authors, playwrights and poets, Kramer said that, in keeping with the library’s vision, quiet rooms have been set aside for people to work. Occasionally, the writers ask the library staff for their opinions. “We try not to edit material, but we are here to serve the people,” Kramer said with a laugh.

Helping Out in the Community

In addition to building up community spirit at the West Tisbury Library, Kramer said, volunteers gather up books, tea, coffee and cookies twice monthly and pay a visit to Windemere Nursing Home and Rehabilitation Center in West Tisbury.
“It’s great for the people who live there to have that connection with the library. Some of them are former librarians, so their life’s work is tied to the library. It feels so good for volunteers to be able to spend time with them,” said Kramer.
And in certain cases, a librarian’s outreach is never done. “Sometimes I’ll go out to someone’s home and fix a computer problem,” Kramer admitted,  “or drop off a book.”

Tell Us About Your Local Library

Does your library offer innovative programming, special events or other resources for older adults?  Have you learned something new by participating in workshops or classes at your library? What makes your library a valued part of your community? We’d like to hear from you. Send an e-mail to Julie Pfitzinger or visit our Facebook page.

출처 http://westtisburylibrary.org/this-library-creates-community-for-older-residents/

인생을 풍요롭게 해준 그림책의 마법/ 김명숙

아이가 조금 자라고 나니 엄마의 숙제 중에 가장 큰 영역을 차지했던 책 읽어주는 시간이 빠져나갔다. 그림책을 책을 잔뜩 쌓아놓고 “엄마 그만~” 할 때까지 소리내어서 현장감을 살리면서, 읽고 또 읽었다가 잠이 들기를 반복했다. 습관이 참 무서운거라, 우리집의 가장 큰 일과였던 책 읽기 숙제에서 해방되니 뭔가 시원섭섭하다는 말로 표현하기 힘든 아쉬움이 남는다. 첫째 아이도 그렇고 둘째도 한글을 떼고서도 엄마와 책 읽는 시간을 떼지 못하였으니 한 15년 정도, 그림책에서 이야기책으로 이야기의 바다로 뛰어들었던 것 같다.

아이였을 때 그림책을 접하지 못한 나는 아이 덕분에 그림책의 매력을 체험할 수 있었다. 필자가 어렸을 때는 그림책 같은 건 없어도 좋을 만큼 육아 환경이 좋았던 것 같다. 전기도 들어오지 않은 산골에서 무엇이 더 필요했겠는가, 집을 나서면 바로 뱀도 나오고 개구리도 잡아먹을(?) 수 있는 자연이라는 교과서가 있는데. 그때는 부모가 양육에 특별한 신경을 쓰지 않아도 동네 동무들과 하루종일 뛰어놀면서 신체능력을 길렀고 마을 어르신에서부터 옆집 엄마, 아빠, 삼촌, 이모들의 보살핌을 받으며 공동체 예절도 배웠으니까.

오늘날의 육아 환경은 예전과 정말 다르다. 문 밖에만 나서면 아이들이 뛰놀 수 없는 위험지역이고 모르는 사람들의 세상이니…. 이런 열악한 육아 환경에서 책읽기를 좋아하지 않는 부모들도 늘어난다. 중고생들 사이에서는 ‘책따’라는 말이 있다. 교과서 말고 책을 펴는 아이들을 ‘책읽는 왕따’ 로 불리며 왜 굳이 책을 보느냐는 놀림을 받기도 한다. 그렇게 자라서 부모가 된 사람 중에 ‘책(=교과서)’이란 학교에서나 보는 것으로 인식할 수도 있겠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부모가 되어서 책을 싫어해서 그림책 따위는 안 본다는 사람을 만난다면 무척 아쉬운 마음이 들것 같다. 책을 읽어주면 국어실력이 좋아지고 어휘력이 는다는 식을 말은 하고 싶지 않다.

일본의 저널리스트 야나기다 구니오(柳田 邦男)는 <마음이 흐린 날을 그림책을 펴세요>(수희재, 2006)라는 책에서 인생에서 세 번 만나는 것이 그림책이라고 주장한다. 이 책에는 먼저 자신이 아이였을 때, 다음에는 아이를 기를 때, 그리고 세 번째는 인생 후반이 되고 나서 자신을 위해 그림책을 펼치라는 내용이 담겨있다. 물론 세 번은 상징적인 표현에 불과하며 그림책에서 손을 떼지 말라는 의미이다.

야나기다 구니오의 말을 빌리지 않더라도 그림책을 읽는 즐거움은 당신이 상상하는 이상의 힘을 발휘한다. 그림책은 글이 많아서 펼치기 전부터 주눅 드는 그런 책이 아니다. 그림책이란 글 읽기가 어려운 유아기 아이들을 위해 글과 그림으로 이루어진 이야기책이니. 그렇다고 그림책을 만만하게 보아서는 안 된다. 500페이지에 달해서 베개 대용으로도 쓸 수 있는 벽돌책에 담긴 핵심 메시지를 몇쪽 안 되는 그림책에서 만날 수도 있다. 다년 간 그림책 읽는 노비 즉, ‘책비(?)’로 살아온 유경험자의 말이니 한번 믿어봄이 어떨지….

그림책 연령의 아이가 있는 부모라면 그림책 읽기에 올인해 보길 바란다. 이야기에 재미를 붙인 아이들의 집중력은 놀라우니, 아이가 그만할 때까지 지치지 말고, 쉬지 말고 읽어주시라. 성장발달단계 전체를 놓고 볼 때 아이가 책 읽어달라고 할 때는 잠시일 뿐이니 부모도 그 시간을 즐기겠다는 마음을 가졌으면 좋겠다. 책 육아만큼 안전하고 확실한 육아는 없는 듯하다. 그렇게 이 책에서 저 책으로 미끄러지듯 즐기다보면 부모도 인생의 책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나의 경우는 <못생긴 당나귀> 같은 책이었다.

<못생긴 당나귀>는 이효석의 명작 <메일꽃 필무렵>의 동물판 같은 줄거리의 이야기다. 이야기는 말과 당나귀 사이에서 출생한 어린 노새의 시선으로 전개된다. 늘씬한 엄마 말이 자랑스런 ‘나’는 장날을 오고가는 길에서 늘 만나는 못생긴 당나귀 아저씨가 싫다. 거기다가 엄마를 바라보는 시선이 몹시도 거슬린다. “엄마만 보면 코를 벌름거리고 이상한 소리도 내는 저 당나귀 아저씨, 저번에는 혀로 내 볼을 핥다니! 보면 볼수록 못생긴 아저씨가 싫어요.”

잠방거리며 쏘다니던 노새는 늙은 승냥이에게 쫓기는 신세가 된다. 죽을 힘을 다해 달렸지만 승냥이와의 거리는 점점 더 가까워져 오고, 어린 노새는 낭떠러지 앞에서 털썩 주저앉게 되는데 뒤따라오던 승냥이는 곧장 낭떠러지로 내려꽂힌다. 다리가 풀려 오도 가도 못하는 노새를 구하러온 것은 바로 그 못생긴 당나귀 아저씨. 아저씨와 헤어진 어린 노새는 물웅덩이에 비친 자신의 얼굴이 당나귀 아저씨와 닮은 것을 확인하고 “혹시 아저씨와 나는?” 이런 암시의 문장을 남기고 끝난다. 승냥이에게 쫓기는 대목에서 아이는 두 눈을 깜빡거리며 내 팔에 매달렸고 낭떠러지 대목에서는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엄마는 막장드라마에서도 쉽지 않은 출생의 비밀에 관한 극적 반전에 감탄했다. 향토색이 물씬 묻어나는 그림체 덕분에 더욱 사랑했던 그림책이었다.

<사과나무>는 사과나무 과수원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집 없는 벌레들 새들이 사과나무에 깃들려고 할 때, 다른 모든 나무들이 “시끄러워서 싫어! 지저분해서 싫어! 발바닥이 간지러워서 싫어!”라는 이유를 들어 거부할 때 한 사과나무는 집 없는 이들 모두를 받아들인다. 나비도 놀러오고, 새도 놀러오고 한 귀퉁이를 틀어 집도 짓고 알도 낳고, 벌레들은 뿌리 곁에 터를 잡고…. 그리고 겨울이 찾아온다. 무성했던 나뭇잎도 다 떨어지고 찬바람이 쌩쌩 부니 쓸쓸하기만 하다. 그러나 모두를 받아들인 사과나무 한 그루는 쓸쓸할 틈이 없다. 여기저기서 두런두런거리는 소리, 발 밑에는 애벌레들이 굼실굼실, 하하호호 웃음소리가 그치지 않은 겨울의 풍경이 그려진다.

통섭의 과학자 최재천 선생과 인문학자 도정일 선생이 생태계는 단순계보다 복잡계가 더 경쟁력이 있다는 내용을 담은 <대화>라는 대담집을 낸 적이 있는데 <사과나무>는 과학적 용어 같은 건 하나도 쓰지 않고 <대화>에서 주장하는 핵심 메시지를 담아내고 있다. 우리네 인생도 별반 다르지 않다. 아, 공자님도 말씀하셨지 “덕은 외롭지 않다. 반드시 이웃이 있다(德不孤, 必有隣)”

아이 덕분에 그림책 읽는 즐거움과 효용을 알게 되었다. 더욱 고마운 것은 그림책을 즐길 한 번의 기회가 더 남았다는 거다. 그 때에도 혼자보다 함께 읽고 싶다. 함께 읽다가 흥에 겨우면 춤도 추고 노래도 불러야겠다. 그림책은 왁자지껄 떠벌떠벌거리며 읽어야 제맛이니까! 그림책 읽는 노년, 왠지 모르게 설렌다. 나는 기다린다. 나만을 위해서 그림책을 펼칠 그날을! 순수한 즐거움으로 몰입할 그날을!


 

출처 : 미디어제주(http://www.mediajeju.com)

이용악 시전짐/ 윤영천 교수/ 문학과지성사

백석과 더불어 1930년대 중·후반을 대표하는 시인으로 꼽힌 이용악(1914~1971)의 전집이 발간됐다.

20일 문학과지성사는 한국 근대시사에서 국내외 유이민의 현실적 질곡을 깊이 있게 통찰한 시인 이용악의 시전집이 출간됐다고 밝혔다.

앞서 1988년 동명의 책이 발행되고 1995년 증보판도 한 차례 나온 바 있다. 문학평론가인 윤영천 인하대 명예교수가 시전집의 책임 편집을 맡고 관련 자료를 추가해 완성시켰다.

이용악은 1914년 함경북도 경성에서 적빈한 가정의 아들로 태어났다. 일찍이 그의 아버지는 달구지에 소금을 싣고 러시아 영토를 넘나들던 중 객사했고, 그의 어머니는 다섯 형제 모두를 진학시키느라 어렵게 생계를 꾸려나갔다. 가난이 몸에 밴 이용악은 일본 조치대학에서 수학할 당시에도 온갖 품팔이 노동꾼으로 일하며 학비를 조달했다. 방학 때마다 간도 등지를 몸소 답사하며 만주 유이민의 참담한 삶을 주시했다.

이용악은 유이민의 침울하고 패배적인 생활사를 묘사함에 있어 자신의 '가족 이야기'를 동원해 탁월한 역량을 발휘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그는 자칫 빠지기 쉬운 과장과 감상성을 걷어내고 아버지의 주검을 객체로 바라볼 정도로 냉정한 시선을 유지함으로써 당시의 비극적 실상을 선명하게 드러냈다. 바로 이러한 점이 이용악 시 세계의 고유한 특징으로 손꼽힌다. 

문학과지성사는 "시전집 최초 출간 30년 만에 새롭게 선보이는 책"이라면서 "이 시전집을 통해 '월북시인 이용악'이라는 그간의 일면적 이해를 넘어 1930년대 중후반을 대표하는 그의 시 세계를 폭넓은 관점으로 조망할 수 있게 됐다"고 소개했다.

월북 전 작품으로는 시집 '분수령'(1937), '낡은 집'(1938), '오랑캐꽃'(1947), '이용악집'(1949)의 수록작 및 시집 미수록작이 담겼다. 월북 후 작품으로는 '리용악 시선집'(1957)의 수록작 및 시집 미수록작이 실렸다.


산문으로는 이용악이 쓴 인상기와 번역 후기, 논고로는 당대 문인들이 쓴 작품론과 윤영천 교수의 이용악론 등이 더해졌다. 582쪽, 3만2000원.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한국이 소멸한다 /전영수 지음

한국이 소멸한다
전영수 지음|비즈니스북스|324쪽|1만6000원

“노예 산업이 없었다면, 그래서 아프리카 전체의 절반에 해당하는 거대한 인구가 이동하지 않았다면 오늘의 아프리카도 사뭇 양상이 달라졌을 수 있다.”

‘학령인구 급감, 4년 뒤 대학 폐교 도미노 온다!’, ‘반 토막난 임용, 교대생 집단 백수 위기’, ‘30년 내 산촌의 80% 이상 지방소멸’… 연일 뉴스를 통해 보도되는 소식들이다. 이제 한국 경제사상 초유의 인구 변화가 시작됐다.


문제는 ‘인구 오너스(onus·부담)’의 기조가 장시간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저출산과 고령화 현상이 좀처럼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 등 앞으로 우리 사회에 인구위기는 외환위기, 금융위기보다 더 거대하고 질기게 다가올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4차산업혁명’, ‘일자리’, ‘균형발전’과 함께 ‘인구 절벽’을 혁신과제로 제시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인구 문제가 본격화되기 전에 점진적으로 대응하지 못하면 인구 충격의 파고를 먼저 겪은 일본보다 더 깊고 큰 경기침체가 예견된다. 게다가 한국 전쟁 당시보다 더 심각한 생산인구의 감소는 한국이 처음 맞는 변화로, 장기적인 접근과 대응이 요구된다.

경제학자 전영수는 인구 변화로 인해 한국 경제가 겪게 될 미래를 보여준다. 크게 3가지 시점으로 2018년, 2020년, 2030년이다. 2018년은 생산가능인구의 감소세가 현실 경제로 나타나는 시점이다. 2020년은 1700만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가 시작되는 시점이고, 2030년은 
1700만 베이비붐 세대가 75세가 되는 시점이다. 이 시점이 중요한 이유는 그 변화의 규모가 유례없이 거대하기 때문이다.

이전에는 ‘인구 통계’가 거시 경제와 투자 흐름을 가늠하기 위해 전문정보를 접하고 가공할 수 있는 일부에게만 소구됐다. 그러나 저출산과 고령화로 생산과 성장이 악화된 지금은 가계 경제를 설명하는 가장 중요한 변수로 대두되고 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02/09/2018020902461.html

2018년 2월 20일 화요일

왜 지금 글쓰기인가/ 박송이 경향신문 기자

일요일 저녁 6시. 최병진씨(37)가 집을 나선다. 텔레비전에서는 얼마 남지 않은 주말을 붙잡으려는 예능 프로그램이 방송 중이다. 다가올 월요일을 앞두고 마음이 조금씩 붐비는 시간이지만 집을 나서는 최씨의 마음은 그 어느 때보다 가볍다. 최씨가 향하는 곳은 서울 행당동에 위치한 ‘하숙공방’. 매주 일요일 저녁 7시부터 10시까지 이곳에서는 글쓰기 모임이 진행된다. 서울 송파구 최씨 집에서는 50분 가까이 걸리는 곳이지만, 물리적 거리나 시간이 부담스러웠던 적은 없다. “주중에는 일을 하니까 모임에 가기 힘들잖아요. 일요일이니까 마음 편하게 가요. 글쓰기 모임에서 마음을 여는 시간이 많이 있거든요. 놀러가듯 즐겁게 가죠.”

모임에 앞서 매주 한 편의 글을 쓰는 게 과제. 스트레스는 전혀 없다. 잘 쓰면 좋겠지만, 꼭 잘 쓰지 않아도 괜찮다. 지켜야 할 분량도 없다. 글쓰기 모임 이름도 ‘너도나도 글쓰기’. “말 그대로 너도나도 누구나 글을 쓸 수 있다는 의미예요.” 모임장 어효은씨(29)의 소개다. ‘너도나도 글쓰기 모임’은 지난해 12월부터 자신의 감정을 주제로 글을 쓰고 있다. 지난 4일 열린 모임의 주제는 ‘설렘’. 글을 준비하면서 최씨는 자신의 감정을 좀 더 들여다보게 됐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설레다’라는 단어를 사용한 적이 있는가 싶을 정도로 내겐 너무 낯선 단어가 되었다. 아님 나이가 들어가면서 무덤덤해졌든지….” A4용지 한 장 분량의 글을 마무리하고 나니 자신과 좀 더 가까워진 느낌이다. “글을 쓰다 보면 스스로를 좀 더 깊게 대하게 돼요. 또 주제가 감정이다 보니 ‘내 안에 이런 것들이 있구나’라는 것을 한 번씩 더 생각해 보게 되고요.”

■ 이제 누구나 글을 쓴다

포털 사이트에서 ‘글쓰기 모임’을 검색하면 다양한 글쓰기 모임 소개가 쏟아져 나온다. 글쓰기 강사가 모집하는 모임도 있고, 등단을 꿈꾸는 예비작가들의 모임도 있다. 그러나 ‘너도나도 글쓰기 모임’처럼 직업적인 목적이나 특별한 프로그램이 없이 글을 쓰는 모임도 많다. “한 달에 두 번 모여 함께 글을 씁니다.” “글을 쓴 후 이를 토대로 대화합니다. 글에 대해 합평하지는 않습니다.” “자유롭게 글을 씁니다. 전문 강좌가 아닌 취미 모임입니다.” ‘글쓰기’ 혹은 ‘글쓰는 시간’ 자체에만 방점을 찍은 모임 공지글이다. 한때는 진입 장벽이 높은 소수의 전유물처럼 여겨지던 글쓰기가 많은 사람들이 자유롭게 드나드는 넓고 평평한 공유지로 바뀌었다.

“왜냐하면 지금은 아무도 나를 대신 설명해주지 않는 시대거든요.” 취미로 혹은 일상의 한 부분으로 글을 쓰려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이유를 묻자 김대성 문학평론가가 답했다. 김 평론가는 2013년부터 부산에서 독서·글쓰기 모임 ‘곳간’을 운영해왔다. 김 평론가는 줄곧 ‘생활글쓰기’의 중요성을 이야기해 왔다. 자신의 생활을 돌보고 스스로를 존중하기 위해 ‘생활글쓰기’가 필요하다는 관점이다. 1970년대부터 노동운동 진영을 중심으로 ‘생활글쓰기’ 모임은 이어져 내려오고 있다. 그러나 지금의 글쓰기 열풍은 그와는 성격이 좀 다르다. “주류 매체, 주류 글쓰기 가 없어졌잖아요. 작가에 대한 관심도 많이 적어졌죠. 이전에는 권위 있는 누군가가 개인들의 삶을 설명하고 정리해줬어요. 권위자가 해결해줄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던 거죠. 그런데 지금은 내 삶은 내가 설명하지 않으면 아무도 몰라요.” 김 평론가의 설명이다. <대통령의 글쓰기>의 저자 강원국 전 청와대 연설비서관은 “ ‘읽기’ ‘듣기’만 있던 사회에서 ‘말하기’ ‘쓰기’ 사회로 가고 있다”고 말했다. 자신의 삶을 대신 설명해주던 권위 있는 저자가 사라지고, 그 자리에 자신의 삶을 직접 설명하고 싶은 수많은 ‘나는’이 등장했다.

이는 “준거집단이 사라진 시대”라는 진단과도 맞닿아 있다. “나이에 대한 발달과업이 낡은 이야기가 됐다. 나와는 다른 배경과 상황을 가진 멘토의 조언도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 인생의 방향이 사지선다처럼 어느 정도 정해져 있던 예전과는 달라졌다.”(강한나·김보름의 <마이크로 트렌드 심리학>) 다양한 삶의 방식이 공존하면서 앞 세대의 길이 내 길이 되리라는 보장은 사라졌다. 어떻게 하면 ‘나답게’ 살 수 있는지에 대한 적극적인 고민이 시작됐고 글쓰기 열풍은 그 연장선상에 있다.

성은숙씨는 재작년부터 지인들과 ‘월세’라는 온라인 글쓰기 모임을 하고 있다. ‘월세’는 일기를 쓰는 모임이다. 글쓰기 플랫폼인 ‘브런치’에 공동계정을 만들어 월요일 오후 3시까지 글을 올린다. 생각, 사건, 업무, 가족 이야기, 책 이야기 등 소재의 제한이나 형식의 구애 없이 정해진 시간에 각자의 일상을 기록하면 된다. ‘월세 프로젝트’ 참여자들의 직종은 다양하다. 20대 신입사원부터 의사, 카피라이터, 경단녀, 대기업 부장, 동화작가 등. 다양한 직종을 넘어 글쓰기를 하려는 사람들이 모였다.

직업이 정체성을 압축한 시대도 있었다. 그러나 직업과 상관없이 글을 쓰려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것은 직업이 더 이상 정체성을 설명해주는 유일한 수단이 되지 못함을 의미한다. 강 전 비서관은 “지금은 누구나 쓰고, 누구나 써야 하는 시대”라고 말했다. “ ‘어디에 다닙니다’라고 하면서 스스로의 존재를 드러냈던 시대가 아니거든요. 내가 나로서 살아가기 위해서는 스스로 자기 존재를 드러내야 하는데 그런 수단은 사실 글밖에 없어요.”

■ 글쓰기는 지금, 여기의 즐거움이다

소셜미디어가 글쓰기를 도운 기술적 배경임에는 분명하다. 하지만 지금의 글쓰기는 오프라인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장은수 편집문화실험실 대표는 “ ‘축적’이 더 이상 삶의 원리가 되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장 대표에 따르면 이전의 삶의 원리는 ‘축적’이었다. 한마디로 시간이 지나면 좋아진다는 논리다. 은행에 돈을 넣으면 언젠가는 목돈이 되어 돌아올 것이라는 믿음, 연공서열제에 따라 회사를 참고 오래 다니면 언젠가는 갑이 될 거라는 기대 같은 것들이다. 소설가 김영하씨는 그의 책 <말하다>에서 “많이 벌고 많이 쓰고 많이 저장하는 삶은 더 이상 지속가능하지 않다. 이런 비관적 인식하에 지금 여기에서 어떤 즐거움을 누릴 수 있을까를 개인적으로, 독자적으로, 개별적으로, 현실적으로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글쓰기는 바로 축적이 불가능한 시대에 지금, 여기에서 즐거움을 누리는 고민에 대한 하나의 대답인 셈이다. ‘너도나도 글쓰기 모임’에 참여하고 있는 권경덕씨(32)의 말이다. “정답이 없는 삶인데 친구들과 어떻게 살아갈지에 대한 이야기도 하고 돈 안 쓰고 재미있게 노는 활동을 많이 해보자는 취지에서 글쓰기 모임을 시작했어요. 소비 위주의 생활 말고요.” 장 대표는 “ ‘축적’이라는 감각이 없을 때 미래보다 현재가 중요해진다. 글쓰기는 현재를 의미 있게 살아가기 위한 방법이라고 본다. 글쓰기로 자기 일상을 돌아보면서 끊임없이 자기 삶의 평범한 흐름에 깊이를 부여하게 된다”고 말했다.

권씨는 글쓰기를 혈액순환에 비유했다. “글을 쓰면 혈액순환이 되는 것 같아요. 스트레칭 혹은 체조 같은 것이죠. 스스로를 차분하게 응시할 수 있으니까 삶이 명료해지는 느낌을 받아요. 그 느낌이 좋아서 글쓰기를 계속하고 있어요.” ‘너도나도 글쓰기 모임’ 참여자 이해웅씨(37)는 “처음에는 글쓰기 기술을 익히려고 모임을 신청했는데 글을 통해 다양한 사람들의 삶을 보게 됐다. 누가 더 잘 살고 못 사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사람들의 삶을 서로 나누고, 글에 대한 피드백도 하다 보니, 정화되는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김대성 평론가는 “글쓰기는 누군가 알려주기보다 사람들끼리 어울려 막연하게라도 직접 감각을 해보는 게 중요하다”며 “자기 감정도 각자가 품고 있는 단어도 다 자기 살림이다. 그런 것들을 흘려보내지 않고 기록하면서 자기가 몰랐던 자기의 좋은 점들, 자기의 생활에서 소중한 지점들, 사소해보이는 것에서 발견하는 귀함 같은 것들을 알게 된다”고 말했다.

축적이 불가능한 시대에 절망한 사람들이 마지막 한 방을 노린 게 비트코인이었다면 미래만을 좇던 시선을 현재로 거둬들이는 게 글쓰기일지도 모른다. 김영하 작가는 그의 책 <말하다>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한계에 부딪혔을 때 글쓰기라는 최후의 수단에 의존한 것은 여러분이 처음도 아니고 마지막도 아닙니다. 그게 무엇이든 일단 첫 문장을 적으십시오. 어쩌면 그게 모든 것을 바꿔놓을지도 모릅니다.” 



솔직하게 하루 3분씩 습관처럼

“많은 사람들이 글쓰기가 어렵다고 한다. 낯설고 두려워서 어려운 것이다. 익숙해지면 된다. 익숙해지는 방법은 매일 쓰는 것이다. 시간과 장소를 정해놓고 습관적으로 쓰는 게 왕도다.”

- 강원국 전 청와대 연설비서관

“어려운 일이지만 글을 쓸 때 자신을 속이지 않아야 한다. 나한테 일어난 사건을 쓴다고 했을 때도 그 일을 객관적으로 정확하게 써 보는 게 좋다.”

- 장은수 편집문화실험실 대표

“보통 알아서 쓴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알아서 쓰는 것보다 쓰면서 알게 되는 경우가 많다. 그렇게 생각하면 누구라도 글을 쓸 수 있다. 글을 쓰면 자신의 생각에 대해 알게 되고 자기 주변에 대해서도 알게 된다.”

- 김대성 생활글쓰기 모임 ‘곳간’ 대표

“너무 부담을 갖지 말고 하루 3분만 써도 괜찮다. 3분 동안에도 생각보다 꽤 많이 쓸 수 있다. 본격적으로 책상에 앉아 서론, 본론, 결론을 구성해서 쓰려고 생각하면 부담이 있다. 3분 동안 앉아서 지금 막 떠오르는 생각을 끄적이는 것만으로도 치유의 효과가 나타난다.”

- 박미라 ‘치유하는 글쓰기 연구소’ 대표

“골프 칠 때 어깨에 힘을 빼는 데만 3년이 걸린다는 말을 들었다. 글쓰기 역시 어깨에 힘을 빼고 나의 말로 꾸밈없이, 한 문장씩 정확하게 써내려가는 게 중요하다는 점에서 골프 치는 법과 닮았다. 중언부언하는 수식 과잉의 문장이 아니라 군더더기 없이 정교한 문장이 좋은 문장이다.”

- 은유 ‘글쓰기의 최전선’ 중


<박송이 기자 psy@kyunghyang.com>


출처 https://goo.gl/ZgTtVF

한국 현대문학사와 문단/ 천정환 성균관대 교수·국문학

# 문단_내_성폭력 1차 파동이 일던 2016년 가을, 한 여성 평론가에게 물었다. “요즘 문단 분위기 어떻습니까?” 매우 신중한 성격인 그녀는 약 5초간 침묵하다가 “문단이란 걸 아예 없애버려야 한다고 생각합니다”라고 답했다. 그녀의 입에서 그런 단호한 말이 나오는 걸 들은 건 처음이었다. 어린 고교생 작가 지망생까지 성폭력의 희생자였음이 드러난 때였다.

문단이란 도대체 무엇인가? 그것은 없앨 수도 있고 없앨 수 없는 것이기도 하다. 제도로서의 문단은 등단과 문학상, 문예지와 문학가 단체 등을 아우른 체계를 뜻하고, 비물질적인 측면에서 문단이란 문인들의 네트워크, 또 비평적·예술적 규범과 권위로 이뤄진 무정형의 공동체 같은 것을 뜻한다. 한국에서는 대표적인 문예지를 운영하는 출판사와 그 주변의 작가·비평가가 문단의 중심에 서 왔다. 그리고 이 땅 문단에서는 근대문학의 이념과 제도가 발생하던 20세기 초부터 술자리가 중요했다. 이는 한국 사회 어디에나 있는 그 술자리의 문학판 버전이기도 하다. 거기서 친분과 인맥이 생겨나며, 청탁과 거래가 오가기도 한다. 언젠가부터 큰 출판사들은 의식적으로 많은 돈을 쓰며 지식인·문인들에게 공짜 술을 샀다. 고담준론이나 지적·예술적 교류가 오간 것도 사실이니, 좋게 보면 술자리는 문학계의 자율성과 연동되어 있었다. 그러나 바로 이런 자리들에서 권력의 네트워크와 권위를 악용한 성폭력도 자행돼온 것이다. 성폭력범은 소수라 해도 이런 문화 자체가 한국 현대문학사에서 이어져왔다는 것은 객관적 사실이다. 

2015~2016년의 표절·성폭력 스캔들을 겪고 문단의 제도와 네트워크는 부분 개혁되었지만, 권위와 존경은 근저에서 깨져나가고 있어 안타깝다. 필자가 다니는 대학 문학 동아리의 한 남학생은 모 원로 소설가를 일컬어 ‘고마운 개새○’라 했다. 노회한 상습범이 젊은 영혼에게 충격적 깨달음을 준 것이다. 그는 남성인 자기에게 모호하던 많은 문제가 사태로 인해 분명해지고, ‘여성의 처지’에 대해 깊이 생각해보게 됐다고 했다. 

저렇게 심각했던 1차 파동 때에 문단의 호스트이자 ‘권력’이었던 ‘어른’들은 마치 아무 일 없는 양 하거나 침묵했다. 그리고 며칠 전 어느 ‘원로’는 다시, ‘작품과 작가는 분리해서 생각해야 된다’거나 ‘예술가들의 업적은 존중하되 그 약점이나 실수는 보호’(!)해야 한다고 했다. ‘원로’나 일부 비평가들은 이런 사태로 인해 자신들이 쌓아온 ‘공적’이 무너질 것이라는 불안에 사로잡힌 모양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우선, 많은 피해자들과 젊은 문학인과 독자들에게 미안한 마음을 갖고, 가해자 또는 방조자됨을 진정으로 반성하고 사과해야 한다. 그래야만 그 ‘예술적’ ‘공적’의 일부라도 한국문학 교실에서 가르칠 수 있다. 

사실 이미 한국문학사는 ‘불구하고’(일본어투라지만 문맥상 양해를)가 되었다. 표절에도 불구하고 작품성이 훌륭하다, 일본을 위한 전쟁에 죽으라 선동했음에도 소설은 좋다, 이승만·박정희가 한 모든 일과 전두환을 찬양하는 시를 썼음에도 불구하고 모국어의 마술사다, 상습 성추행범이었음에도 뛰어난 예술가며 민족 시인이다. 이런 한국 현대문학사란 도대체 무엇일까? ‘문학이라는 질병’(‘도쿄제국대학 문학부 엘리트들의 체제 순응과 남성 동맹’이라는 부제가 붙은 다카다 리에코의 책 제목에서 빌림)은 또 얼마나 독한 것인가?

이번에 상습범으로 지목된 시인은 1970년대에 이문구·백낙청 등과 함께 야만적 유신독재뿐 아니라, 어용화된 서정주·조연현 등의 문인협회와 싸워 한국문학의 기풍과 정신성을 바꿨었다. 그 싸움과 정신의 중요 구성부분을 ‘민족문학’이라 경칭해왔다. 민족문학은 식민 지배와 내전, 분단을 겪은 가련한 한반도 종족과 민중의 문화 이념이자 운동이었다. 그런데 민족문학은 민주화의 부분 성공과 문단 헤게모니의 교체 이후에 주류·정통의 자리에 놓였다. 바로 거기서 많은 모순과 불행이 배태됐다고 생각한다. 그가 계속 가장 유력한 노벨상 후보로 거명되었던 것은 민족문학의 한 상징이었기 때문이다. 최영미 시인이 경험한 폭력은 1990년대 민족문학의 제도적 구현체와 직간접 관계가 있다. 폭로 이후 SNS에서 2차 가해성 글을 쓴 또 다른 시인도 민족문학작가회의의 활동가였다 한다. 이념과 운동으로서의 민족문학은 21세기에 들며 자연사하다시피 했는데, 이렇게 또 스스로 면류관을 벗고 역사의 뒤안길로 스러진다.

그럼에도 이 지구에는 한국어로 생각하고 노래하고 이야기를 짓는 사람들이 여전히 몇 천만명이니, ‘민족의’ 문학이나 한국어 문학은 또 이어질 것이다. 새로운 공동성과 규범이 절실하다. ‘문학이라는 질병’을 넘는 문학인의 네트워크나 문화가 곧 도래할 것이다. 여성들과 젊은 세대가 할 것이다.

<천정환 | 성균관대 교수·국문학>

원문보기: 
http://m.khan.co.kr/view.html?artid=201802132103035&code=990308#csidxc894e2a1fa46f56b3ec705a1e04feac 

백년 동안의 지랄’/ 박민규

정확한 통계는 남아 있지 않지만 흥선대원군은 700여개의 서원을 철폐했다고 한다. 고종 2년인 1865년에 시작해 6년에 걸쳐 행해진 일이다. 하지만 향촌 사회에서 실질적으로 서원 구실을 한 사우, 명당, 향현사, 생사당, 정사, 이사, 효사, 세덕사 등을 합치면 조선 후기 서원의 숫자가 무려 1700여개에 달했다는 주장도 있다. 뭐가 이리 복잡해! 생각도 들겠지만 지금의 기준으로 본다면 해석은 간단하다. 그러니까 전국 곳곳에 저 정도의 사립대학이 있었던 나라가 조선이다, 이 얘기다. 숫자만 놓고 본다면 우리 조상님들은 명실상부 ‘공부의 신’이셨다. 저런 나라가 망했다는 건 어쩌면 새빨간 거짓말일지도 모르겠다. 여러분, 이거 다 거짓말이란 거 아시죠? 
2016년 기준 교육부 통계에 의하면 우리나라 대학의 수는 모두 408개다. 한때 84%까지 치솟았던 대학진학률을 생각하면 모름지기 그 조상에 그 후손이란 생각이 절로 들기 마련이다. 25~34세 기준 인구당 대졸자 비율 역시 OECD 국가 중 단연 으뜸이 아닐 수 없다. 지구에서 사교육비 지출이 가장 많은 나라이기도 하며, 그러니까… 통계를 더 끌어다 붙이는 무의미한 과정은 생략하고 그냥 우리 민족은 ‘공부의 신’이다. 내가 볼 때 그렇다. 지구에 이런 나라가 없었고 세계사를 통틀어 이런 민족도 없었다. 조상 대대로 내려온 이런 우수한 국민에게 고용불안, 일자리 부족, 비정규직 문제, 취업대란 같은 위기가 닥쳤다는 것도 어쩌면 새빨간 거짓말일지 모르겠다. 여러분, 이것도 다 거짓말이면 좋겠죠? 
2013년 기준, 우리나라 성(姓)씨의 종류는 330여개에 달한다고 한다(본관의 구분을 차치하고). 이 중 자타가 공인하는 상위 20대 양반 성씨가 전체 인구의 78.2%를 차지하고 있으며 이 중 김씨의 비율이 21.5%, 이씨와 박씨가 각각 14.7%, 8.4%로 뒤를 이었다 한다. 더 놀라운 사실을 말해보자. 미처 알려진 성은 아니지만(알고보면 우리 집안도 족보와 뼈대가 있다고 주장하는) 상위 100대 양반 성씨를 포함하면 전체 인구의 99.1%가 양반이라는, 다소 어색하면서도 놀라운 결과에 이르게 된다. 그래서다. 그래서 이번 설에도 집집마다 모여 제사를 지낸 것이며 또 모여, 작년에 재수한다더니 이번에 어디 붙었냐? 혼기가 지났는데 너 그러다 시집 못 간다 온갖 오지랖에 며느리 하나 잘못 들여와 제사상이 시원찮아졌다 ‘행세’를 일삼는 사상적 토대가 구축된 것이었다. 이쯤 되면 우리는 조선이란 나라를, 또 현재의 한국을 다시 한번 돌아볼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다. 아아, 코리아 판타지. 이 수치가 사실이라면 우리는 8할이 귀족이고, 또 8할이 대학에 진학하는 세계의 유일무이한 민족이다.
과연 우수하면서도 왠지 등신 같아 보이는 건 나만의 착각일까? 나는 이것이 우연의 일치라고 생각되지 않는다. 근대를 스스로 마련하지 못한, 근대를 그냥 패스한 민족이 행해 온 ‘백년 동안의 지랄’이 아닐까 자꾸만 생각이 드는 것이다. 백년 전의 조상님들은 꿈꿨을 것이다. 양반이 아니어도 살 수 있는 세상을. 그들의 후손도 꿈꿨을 것이다. 대졸이 아니어도 살 수 있는 세상을. 그러나 우리가 실지로 행한 일은 모두가 양반이 되고 모두가 대졸자가 되는 길이었다. 정부의 보조금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정말 놀라운 것은 이 똑같은 성격의 일을 스스로, 백년 넘게 대를 이어, 자신의 피땀과 사비를 들여 이룩해 왔다는 사실이다. 정말 미안한 얘기긴 하지만, 나는 이것을 ‘지랄’이란 단어 말고는 달리 표현할 방법을 못 찾겠다. 그리고 두려운 것은 여기서 또 백년, 이 같은 노력을 이어갈 전망이란 사실이다. 
최근 영화 <1987>을 관람하면서 나도 잠시 그 시절을 회상하게 되었다. 스크럼을 짜고 거리로 나간 청년들에게 그들의 부모, 친·인척들이 가장 많이 퍼부은 말은 이것이다. “하라는 공부는 안 하고.” 그, 하라는 공부가 어떤 공부였는지 누구도 의문을 품지 않은 채 이제 우리가 그 말을 퍼붓는 부모가 되어버렸다. 어떤 의문도 없이 할아버지는 족보를 샀고, 시치미 뚝 떼고 할머니는 제사를 올렸다. 아직 족보를 못 구한 이들을 더 괄시하고 무시한 이가 바로 나의 조상이었는지 모를 일이다. 어떤 의문도 없이 대학을 나와, 미처 대학에 가지 못한 이들을 더 따돌리고 차별한 것이 나 자신인지도 모를 일이다. 그리하여 양반이고 대졸자인 우리가, 양반인 데다 대학을 나왔는데도 그 어떤 대접도 못 받는 후손들에게 해줄 수 있는 말은 무엇일까? 모두가 양반이 되어 아무도 양반이 아닌 세상에서, 다 같이 대졸자가 되어 누구도 대졸자 대접을 못 받게 된 세상에서 말이다. 물론 양반이고 대학을 나왔으니 해줄 말이야 많겠지만 부디, 제발 부디 ‘노력’하라는 말만큼은 삼가도록 하자. 이는 우리의 후손에게 지난 백년의 지랄에 추가로 또, 새로운 지랄을 찾아서 하란 얘기에 다름 아니니.
지난 세월, 그런데 정말이지 우리가 한 공부는 무엇이었을까? 지금의 이 신분은 무엇이며 우리의 모교는 어떤 곳이었을까? 혹시나 나의 모교가 조선 후기에 난립했다는, 대원군이 철폐한 700여개의 서원과 같은 곳이었다면… 우리의 미래는 무엇일까. 그런 나라가 망했다는 게 새빨간 거짓말이 아니라면, 정말 사실이라면… 여러분, 이거 다 거짓말이란 거 아시죠? 하며 ‘하라는 공부’에 여전히 전념해야 하는 것인지 정말이지 묻고 싶다. 다른 누구도 아닌 스스로에게.
그래서 우리 스스로에게. ‘공부의 신’이셨던 조상님들이야 이제 달리 물어볼 방도도 없고 하니, 또 그래서 그만.
원문보기: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802192045005&code=990100#csidx432c7f0ce992bc1ac5584a66effa4a9 

전국 최대 469개 관악구 독서동아리 인기비결?/ 박종일 아시아경제 기자

21일 구청 대강당에서 ‘2018 독서동아리 활동지원 사업설명회’ 개최 

[아시아경제 박종일 기자] 2014년11월 독서동아리 등록제가 시행 된 지 불과 3년. 전국 최대 469개 독서동아리는 관악구의 가장 값진 지적 자산이다. 

관악구(구청장 유종필)가 21일 오전 10시 구청 대강당에서 ‘2018년 독서동아리 활동지원 사업설명회’를 개최한다.


사업 이해를 돕고 동아리 운영을 체계적으로 지원, 동아리 간 네트워크 구축 등 주민들의 원활한 동아리 운영을 돕기 위해서다.

독서동아리 등록제 소개, 활동공간 연계 지원, 우수동아리 활동비 지원, 동아리 간 네트워킹 및 활동지원, 컨설팅 지원, 이끎이 연수 등 올 한해 구에서 추진하는 독서동아리 지원 사업에 대한 상세한 설명이 진행된다.

또 난곡주민도서관 새숲 회원들로 구성된 동아리 ‘도토리’와 20~70대까지 현직 교수, KBS 작가 등 다양한 계층의 낙성대 공원 도서관 회원이 모여 만든 ‘강감찬 독서회’의 우수사례 발표도 열린다.

관악구는 지역주민, 학생, 유치원, 학교, 직장 등 469개 독서동아리에 4193명의 회원이 등록돼 있는 ‘도서관의 도시’다. 이는 서울시 전체 동아리의 30%를 차지한다.


구는 5명 이상의 주민이 월 1회 이상 정기 모임을 갖고 있는 독서동아리에 대해 2013년부터 도서비 등 활동비를 지원, 지난해까지 387개 동아리를 지원했다.

또 구립도서관, 동 주민센터 작은도서관 등 17개소 동아리 활동 공간 지원과 정기적인 교육 및 컨설팅은 물론 발표회 개최, 동아리 간 네트워크 형성 등 다양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올해부터는 독서동아리 문화탐방과 연합독서회를 추진할 계획이다.

독서동아리 이끎이를 대상, 다른 동아리의 우수사례를 벤치마킹하고 문화탐방을 진행해 역량있는 독서리더를 양성한다는 방침이다.

또 구는 권역별 연합독서회를 추진해 보다 긴밀하고 유기적인 지식공동체와 마을중심 독서문화 저변확대에 더욱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유종필 구청장은 “올해는 그 동안 이뤄낸 성과를 기반으로 신규 사업을 추진해 끊임없는 변화로 도약하는 독서동아리를 만들어 가겠다”며 “주민들의 많은 관심과 참여를 바란다”고 말했다. 도서관과(☎879-5703)

박종일 기자 dream@asiae.co.kr


출처 https://goo.gl/58Uyx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