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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10월 1일 월요일

이시영 시인의 페이스북 코멘트(2018년 9월 28일)

문체부가 '블랙리스트 진상조사위'의 권고 조치를 실행하는 데 문제가 있다는 이명원 평론가의 지적은 옳다. 나는 도종환 장관의 개인적 인품과 선량함을 존중하지만 문화행정 수장으로서의 어떤 역할에 대해선 회의적일 때가 많다. 예를 들면 블랙리스트 관련 공무원들에 대한 징계 문제도 그렇지만 사소한 노력만 기울여도 그의 재임시에 해결해야 할 문화계의 '적폐'는 산더미처럼 쌓여 있는데도 전혀 손을 대지 않고 있는 예의 하나가 '대한민국 예술원'의 신입회원 선출 문제 같은 것이다.

예술원 조직법만 바꾸면 능히 해결할 수 있는 것인데도 손대지 않고 있는 이유가 도대체 뭔지 모르겠다. 대한민국 예술원을 아예 폐지시켜라거나 기존 예술원 회원들을 내쫓으라는 게 아니다. 예술원 신입회원을 응모-선출제가 아니라 '추대제'(일정한 자격을 갖춘 인사들로 꾸려진 공정한 기구에 의한)로 바꾸어 '예술적 역량과 품격이 현저하여 누가 보더라도 예술원 회원'으로 인정할 만한 분들을 '위촉'하면 되는데도 현재의 예술원 제도에 의하면 A모씨가 예술원 회원 입회원서를 내면, 그것도 유력한 인사들의 추천서를 붙여, 기존의 회원들이 '투표'를 하여 이를 받아들이거나 떨어뜨리거나 하는데, 들리는 말에 의하면 7수, 8수 끝에 입회를 한 분들도 있다고 한다. (운수 좋은 어떤 이는 단번에 입회하기도 하는데 보통의 경우 17,8표 이상의 찬성표를 얻어야 한다고 한다.)

문학 분야에 한정하여 예술원 회원들을 냉정히 평가하면, 이 분이 과연 예술원 회원에 적합한지 의심되는 분들도 적잖이 있지만, 예술가로서의 업적과 권위를 인정할 만한 분들도 상당한 편이다. 그런데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이 '결원'이 생겼을 때 신입회원을 뽑는 현행 선거제도를 혁파하는 일이다. 역시 들리는 말에 의하면 '결원' 한 석이 생기면 해당 분야의 인사들이 기존 회원들에게 온갖 로비를 펼쳐 그곳에 입성하려고 한다고 하며, 구체적으로 그 사람들의 이름이 버젓이 거론되기도 한다. 그러나 수치심과 예술가로서의 자존감을 벗어던진 어떤 사람들은 '노추'와는 상관없이 맹렬히 운동하여 더러는 입성에 성공하기도 한다고 한다.

그런데, 왜, 그렇게 그곳에 들어가지 못해 안달인가? 명예인가 아니면 다른 무엇이 있어서인가? 나는 물론 회원이 아니어서 자세히 모르지만, 명예와 함께 적잖은 '월급성 보수'와 철도, 의료를 포함한 몇가지 혜택이 주어진다고 한다. 그런데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누가 보더라도 당연히 예술원 회원이어야 할 사람들이 여기에 이름을 올리지도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얼마전 작고한 최인훈 소설가도 그 중의 한분이었으며 김수영 박두진 같은 분들도 마찬가지였고 (살아있는 분들의 이름을 거론해서 죄송하지만) 고은 백낙청 김병익 염무웅 황석영 현기영 같은 문학인들 또한 이곳의 회원이 아니라는 점이다.

이러고도 '예술원'인가? 나는 도종환 장관에게 묻고 싶다. '적폐'는 이처럼 우리 곁에, 바짝 붙어 있다. 해면처럼, 적처럼!

출처 https://www.facebook.com/profile.php?id=100010307495967&fref=n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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